승강기 업계 신뢰성 확보 ‘시급’
“탁상공론 위주, 실효성 없어” VS “판정이 목적 아니다”, 공방전
승강기 발전 로드맵 추진과 연계, 객관성`공정성`투명성 꾀할 터

지난해 9월 승관법 개정에 의해 사고전담기관으로 출범한 사고조사판정위원회는 6개월이 흐른 지금 승강기 업계로부터 다소 비판적인 요소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위원회의 현재 업무와 올해 사업계획 등을 토대로 실효성과 승강기 업계의 신뢰성 확보을 위한 작업이 어디까지 수행됐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글·이재현 기자 / jhlee@liftasia.com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원장 유대운, 이하 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승강기 사고는 총 41건으로 2004년 24건에 비해 70.8%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승강기 사고건수는 이미 독일에 비해 사고발생률 10배에 달하고 있어 그 심각성의 경중을 가늠할 수 있다.
이에 승강기사고조사판정위원회 이근오 위원장은 “국내 승강기 사고발생률은 그동안 관리주체에서 사고시 보고의무가 없었기 때문에 누락된 것으로 해마다 증가했다고는 볼 수 없다”며 “지난해 승강기 사고가 특히 증가한 원인은 승강기 보유대수의 증가도 있지만, 무엇보다 산업자원부령이 정한 8가지 중대사고 발생시 관리주체에 대한 신고의무 부과 등이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승강기 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확실한 원인규명을 통해 승강기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21일 승관법 제16조3의 규정에 의해 정식 출범한 승강기사고조사판정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승강기 사고와 관련, 철저한 원인규명을 통해 책임소재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판정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사고 전담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국내 승강기 안전사고는 전담기관 부재로 사고원인의 책임대상이 될 수도 있는 관리원이 사고조사를 실시해 승강기 관리주체, 보수업체, 타 검사기관 및 이용자들로부터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며 “향후 위원회는 승강기 사고에 대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혀 다른 곳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개정된 승관법에 의해 지난해 7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던 관리원의 사고조사반은 12월 사고조사팀으로 별도 독립해 전문성을 강화했으며, 관리주체로부터 승강기 사고 보고가 접수되면 24시간 내에 사고 현장으로 출동해 영상 자료 등을 취득, ▲사고조사 경위에 관한 사항 ▲사고와 관련해 조사ㆍ확인된 사항 ▲사고원인 분석에 관한 사항 ▲사고재발방지에 관한 사항 등을 작성한 보고서를 3주 이내에 위원회에 제출하고 있다.
사고조사팀의 허윤섭 팀장은 “지난해 7월부터 지속적으로 보수 및 제조업체 등 관리주체를 대상으로 관리원 내 상황전화번호(▶1588-1249)를 전파한 상태다”며 “사고 접수를 받고 통상 현장에 출동할 때는 외부 전문가를 포함 3명 정도가 조사를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개정된 승관법 제16조의3제1항에 대해 그는 “조항의 내용 중 ‘인지한 경우’, ‘지체없이’ 등 제한적 시간을 뜻하지 않는 모호한 단어로 인해 관리주체 및 사고조사팀, 위원회 등에서 혼선을 빚을 여지가 있어 현행 승관법의 수정·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혔다.
사고조사팀에서 보고서가 올라오면 위원장을 비롯해 변호사, 승강기 관련 전문가 등 6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사고 원인 등의 판정과 판정을 위한 자료 수집을 위해 위원회 사무국 직원을 조사관으로 임명, 현장 검증 등 사고 조사를 실시하고 판정·조사 및 승강기 사고방지 대책 수립에 필요한 연구를 시행한다.
이후 승강기 안전인증기관 지정 취소, 안전인증기관 및 검사기관에 대한 검사, 검사기관 지정 취소 및 업무 정지, 승강기 보수법의 등록 취소, 특별관리 대상 승강기 지정, 승강기 운행 정지 및 관련법에 규정한 과태료 부과 등의 판정결과를 관계기관에 통보, 권고하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 위원장은 “위원회는 사법기관이 아니므로 대부분 권고 사항이지만 앞으로 판정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승강기 사고 원인 제공 당사자나 기관은 사회적 책임을 절감하게 할 것”임을 강조했다.

“꼭 있어야 하는 단체인가?”, 의문 제기
그러나 위원회 출범 취지는 긍정적이나 판정기준의 형평성 문제나 표준화의 부재, 구성원의 승강기에 관한 전문지식 부족 등으로 “꼭 있어야만 하는 단체인가, 보완될 사항은 없는가”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승관법이 개정된 7월 이후 발생한 승강기 사고는 총 17건으로, 위원회는 이중 9건에 대해 판정을 내린 상태고 8건은 현재 계류 중에 있다. 판정이 확정된 9건은 보수업자 책임 2건, 관리주체 책임 2건, 이용자 책임 2건, 관리주체·이용자 등 공동 책임 2건, 판정 대상 미해당 1건이다.
이에 보수 부실 책임이 있는 보수업자 처벌 3건을 요구한 상태이며, 미수검 승강기를 불법운행한 관리주체 처벌 2건, 사고 신고의무를 불이행한 관리주체 처벌에 대해 2건을 각각 요청했다.
또 사고 재발 가능성이 있는 승강기에 대해서는 특별관리대상 승강기로 지정을 요구했으며, 검사기관이나 제조업체의 사고책임에 대한 결과는 아직까진 나타나지 않았지만 현재 검사기관의 판정 여부를 놓고 검토 중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위원회 사무국은 조사기준에 대한 표준안이 없어 스스로 정해놓은 기준이나 틀에 맞춰 조사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시비를 가리고 통보나 권고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꼬집었다.
또 “위원회 출범 자체가 사고 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목적인데 최근 위원회의 행태는 판정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향이 짙고 이를 기회로 단기간 내 업계에서의 입지를 굳히려는 성향이 높다”며 “지금처럼 교수나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 구성원들이 보고서를 토대로 ‘탁상공론’만 펼친다면 승강기 업계에서의 신뢰성 확보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위원회는 최대한의 객관성을 확보해 자기 본연의 역할을 다하도록 중간자 입장에서 조율하는 곳”이라면서 “실제로 객관성을 토대로 공정한 판정을 하지 않으면 판정 대상은 승복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또 “공정한 판정을 위해 국내 기준뿐만 아니라 해외 기준까지 도입해 판결을 내리고 있어 주관적인 입장은 절대 포함될 수 없다. 위원회의 주된 임무는 사고 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토대로 미비점을 피드백해 보완을 통한 개선을 하려는 것이지 단순히 판정 대상에 대한 처벌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며 “출범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객관성과 효율성 향상을 위해 기본적 규정과 조사관 책무 및 청렴의무 준수 등에 대한 강령을 제정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신속·공정한 사고조사를 위한 조사절차 규정을 제정하는 등 사고조사 과정에서 나타난 제도적 미비점에 대해 관계기관에 개선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전동기, 제어반 등 핵심부품 교체시 수시검사 실시 ▲일정기간이 경과된 노후승강기에 대해 하중시험 의무화 ▲에스컬레이터 스커트가드의 마찰계수에 관한 기준 신설 ▲주행거리가 긴 에스컬레이터의 경우 중간참 설치 ▲에스컬레이터와 건물 난간 틈새에 관한 규정 신설검토 등 승강기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으로 법령 및 검사기준 개선 등이다.

“불법 작업용 리프트, 제도권 내로 포함해야”
이 위원장은 “지난해 7월 이후의 승강기 사고 17건 중 엘리베이터 사고가 3건, 에스컬레이터 사고 9건, 기타 5건으로 에스컬레이터 사고가 47%에 달해 관리주체 및 검사기관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으며, 특히 기타에 포함된 사고 중에는 공장이나 가건물에 불법으로 설치된 작업용 리프트가 포함되어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현재 국내에 설치된 불법 작업용 리프트는 7백여 대에 달하는 등 심각성이 고려되므로, 향후 법 개정을 통해 제도권 내에 포함시킬 방침”임을 내비쳤다.
이와 함께 지난해 한국안전학회와 관리원 등 외부 전문기관에 2건의 조사를 의뢰하는 등 승강기 사고조사 체계의 선진화를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업무추진에 대한 자체평가에 대해 “지난해 9월 21일 발족 이후 소요예산 확보와 사고조사 기반 구축을 위해 노력했으나, 설립 초기 업무체제 구축 과정에서 사고조사 및 처리가 다소 지연되는 문제점이 제기됐다”며 개선안 마련 중에 있다고 밝혔다.
올해 위원회는 현재 공석 상태인 위원 1명을 여성부와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변호사로 추가 위촉할 예정이며, 현재 위원회 임무가 승강기 사고원인 등 판정에 국한되어 있어 사고예방을 위한 체계적인 업무 수행에 한계가 있음을 판단, 승강기 관련기관 간 기능 재정립 작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위원회 업무확대 방안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또 위원회 사무국 조사관을 산업재해 조사업무를 수행하는 근로감독관 수준의 조사권한을 위임할 것을 건의할 계획이며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의 승강기 발전 로드맵 추진과 연계해 승관법 개정시 이를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현재 산자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승강기 발전 로드맵 구성은 승강기발전로드맵추진위원회가 승강기 산업 활성화와 청사진을 제시해 회의에서 도출된 의견을 토대로 승관법 개정시 적극 반영될 예정이며, 올 6월말까지 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7월 입안, 내년 5월 국회 제출을 목표로 계획하고 있다.
승강기발전로드맵추진위원회는 자본재 산업국장이 위원장으로 있으며 기술표준원 안전서비스표준부장, 사고조사판정위원회 사무국장, 승강기관리원장, 승강기안전센타 이사장 등 보수·제조업체, 검사기관, 정부 인사 등 13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승강기 안전관리 제도팀, 승강기 안전기술기준 선진화팀, 승강기 산업진흥팀 등을 실무작업팀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도 ‘승강기 사고조사 절차에 관한 규정’에 의거, 초동 조사활동을 강화함으로써 사건 처리기간을 단축하고 지난달에 5개 권역별 7인 이내로 구성된 ‘승강기 사고조사 전문단’을 적극 활용, 조사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위원회가 생기면서 승관법 제16조의3 규정에 의거해 승강기 사고 1차 조사 업무는 관리원에서 수행하고 있지만 소요 예산이 지원되지 않아 관련 조사업무 수행에 각종 애로사항이 있다”며 “따라서 내년 예산에 사고조사 사업비를 반영해 사고조사 활동을 위한 장비 구입 등 기반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다”고 언급했다.

사무국 조사관, 법적인 권한 위임할 계획
이 뿐만 아니라 승강기 관련 전문가 초청교육을 통해 과학적 조사기법 도입과 조사관 역량을 제고하고, 최근 승강기 사고사례를 유형별로 분석해 유사사고 조사·판정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사고 조사와 판정 결과에 대해서는 자체 DB를 구축, 사건별 제도 개선 권고사항 등 사후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며 향후 사고사례 분석과 자체 개발 DB를 승강기 종합정보망(eTIC)과 연계해 정보를 공개할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우선 승강기 종합정보망을 통해 정보를 공개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위원회 홈페이지를 구축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와 함께 국민생활과 승강기 안전에 파급 효과가 큰 주요 사건의 사고 조사나 판정의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보도자료를 작성해 배포할 예정이며, 사고조사·판정 사례집을 발간해 승강기 관련기관 및 업체에 배포할 계획이다. 검사기관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사고 발생시 신고 요령을 승강기 내부에 부착하는 등 지속적인 홍보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연구용역을 완료한 결과물에 대해서도 정책 반영을 추진하고 있으며 10개 연구과제도 신청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향후 위원회는 승강기 사고 원인 및 책임을 엄정하게 규명하고 철저한 승강기 관리를 유인해 사고 예방에 기여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임을 강조했다.
지난해 9월 발족한 위원회는 약 6개월의 시간이 흐른 중간 평가 단계인 지금, 다소 비판적인 요소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위원회는 무엇이 비판의 대상이 됐는지 업계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며, 향후 유명무실한 단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결자해지(結者解之)함으로써 승강기 업계의 신뢰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하겠다(문의 : 승강기사고조사판정위원회 / 전화. 02-970-6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