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K인증…업계 발전, 신호탄? 장애물?
자국 산업 육성, 이용자 안전 확보 등 기관 ‘필수’
고가 수수료 책정·인증 이중부담 등 업계 ‘한숨’
게재년월 : 2006년 5월

오는 7월 1일부터 승강기제조및관리에관한법률(이하 승관법)에 의거한 승강기 인증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됨에 따라, 승강기 산업 경쟁력 강화와 승강기 이용자 안전 등이 확보될 전망이다.
이번에 시행될 승강기 안전인증제는 △조속기 △비상정지장치 △완충기 △상승과속방지장치(개문출발장치 포함) △승강장 문 잠금장치 총 5개 승강기 안전부품에 강제인증을 부여하고 승강기 시스템에는 임의인증 적용을 주요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EN 규격 전면 적용에 앞서 안전부품 인증제의 명문화로 제품의 책임경계선을 명확히 하고 국제화에 대응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다는 정부의 방침이다.
지난달 28일 산업기술시험원(원장 홍종희, www.ktl.re.kr, 이하 ktl)이 주최하고 산업자원부가 후원한 ‘승강기 분야 전문가 초청 세미나’도 이같은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ktl 홍종희 원장은 “이번 승강기 인증제 시행은 국가 차원에서 자국민 안전 확보라는 명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라며 “국내 승강기 업체와 유관 단체 등은 승관법 개정에 따른 제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이해가 필요한 시기”임을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는 소렌 유지 수석 인증원의 ‘북유럽 승강기 인증제도 운영실태 및 향후 전망’ 발표 이후 신규 승강기 인증제도 운영요령과 국내 승강기 인증제도의 운영방향이 소개됐다. 소렌 유진 인증원은 “현재 유럽에는 총 25개 회원국이 법제 하에서의 승강기 인증을 취득하고 있으며 신뢰성 있는 절차를 통해 제조자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한다”며 “명시된 법규에 따라 북유럽 승강기 중 결함이 있는 승강기는 무조건 사용을 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빠른 승강기 진화에 비해 승강기 지침서(표준화 작업)는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어 이는 반드시 개선이 필요할 것”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유럽의 승강기 발달은 신속한 편이지만 많은 결정이 디렉티브에 대한 이해가 상이해 인증기관에 의해 이루어지는 실정이다.
유럽의 승강기 정기검사는 대부분 2년 주기로 시행되며 ▲안전 및 보호 장치의 기능 시험 ▲기타 장치의 기능 시험 ▲로프를 포함한 모든 구동, 지지, 현가 부품의 제어 ▲정상 운행에 관여하지 않는 기타 장치들의 상태 제어 ▲최종 검사 후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변경 사항에 대한 제어 ▲승강기 부근에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여부 ▲사용, 구조, 유지관리에 대한 지시서의 존재 여부(신규 검사 항목) ▲최종 검사에서의 결함이 처리되었는지 여부 등의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 서비스 지시서에 따라 승강기가 유지관리 되었는지 여부나 최종 검사에서의 결함이 처리되었는지 여부 등을 검사하며 덴마크, 노르웨이에서는 연간 12회의 서비스를 강제하고 있다.
이제 인증제도는 북유럽과 같은 승강기 선진국에 한정되는 제도가 아니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로서 한국 또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승강기 보유대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 반면 안전사고 발생이 증가하고 있고, 중국 및 동남아 등지에서의 저가 부품 유입이 급증하고 있어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품질향상 유도를 위해 승강기 안전성 검증을 위한 인증제도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는 지난 2004년 12월 31일자로 승관법 개정안을 발표, 시행을 목전에 두고 있다.
산업자원부 산업기계과 이기영 사무관은 “그동안 승강기 안전사고에 대해 사후 관리만 해왔다”며 “검사기관만으로는 사고 예방에 어려움을 느껴 인증제 실시를 계획했다”고 밝혔다. 이는 가까운 미래에 인증시장도 개방될 것으로 전망돼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서도 시급히 실시해야 할 제도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인증제는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도리어 현 시행이 늦은 감이 있다. 향후 이 제도의 도입으로 승강기 산업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 더욱 더 확대·시행해 나가야 할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인증제는 앞서 언급한 5개 주요 안전부품에 대해서는 강제인증을, 시스템에 대해서는 임의인증을 적용해 인증받은 승강기는 법에 의해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다. 이 사무관은 “강제인증은 올 7월 1일 이후 제조되는 제품에 대해서만 적용하며, 강제인증 대상 부품이 시중에 불법 유통되지 않도록 강력한 단속을 실시, 적발시 엄중히 문책할 예정”임을 밝혔다. 그러면서 “2006년 6월 30일 이전에 인증을 받은 제품은 강제인증 적용 유무에 관계없이 출고될 수 있다”며 “7월 1일부터 부품만 인증을 받는 것이지, 완제품이 인증된 제품으로 시장에 나오는 것이 아님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증지정 검사기관, ‘KTL’ 유력 시
특히 인증기관과 검사기관은 상호 견제와 보완의 필요성에 따라 분리시켜 안전과 신뢰성을 강화하고 인증방법은 인증기관의 인증업무 수행절차서에 따라 실시되어 전문성이 한층 강화될 예정이다. 이에 산자부는 이번 인증제 실시를 통해 제품의 신뢰성 제고와 승강기 이용자 안전 확보, 외국인증 획득 비용 절감 및 선진국과 상호 인증 기반 확립, 국내 승강기 산업의 국제화 기반 구축을 기대하고 있다.
이 사무관은 “현재 산자부에서 ‘승강기산업 발전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승강기 산업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며 정책의 방향이 어느 정도 표출되면 적극 반영할 방침”임을 밝히며 오는 9월이면 로드맵 추진위원회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혔다. 인증방법은 수행절차서에 따라 진행되며 이달 초면 인증기관이 지정돼 활발한 활동을 펼칠 전망이다. 지난 2004년부터 품질인증 기반구축사업으로 체계적인 인증기반 구축을 진행해 오고 있는 ktl은 현재 인증지정기관 신청을 준비 중에 있다.
ktl 강인구 승강설비팀장은 “오는 2009년 완료 예정인 ‘품질인증 기반구축사업’은 전문평가설비 구축을 통한 인증기관 양성으로 기업의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경쟁력을 갖춘 전문인력을 통한 신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며 연구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를 지원해 나갈 계획”임을 언급했다.
인증 지원은 신청서 접수→ 설계검사→ 공장심사→ 제품시험 시료→ 제품시험→ 인증서 작성 및 교부 등의 절차로 진행된다. 강 팀장은 “인증 위원회에서 적합 판정 결과를 통해 인증서를 교부한다”고 설명했다. 또 설계검사는 ▲구조적 안정성 ▲부품의 적정성 ▲시스템 구성의 타당성 ▲각종 안전장치의 적합성 ▲비상 구출기능의 합리성 등을 중점적으로, 공장 심사는 ▲품질경영 일반 ▲품질관리 ▲제조·검사설비 관리 ▲설치 절차 및 방법 ▲제품시험을 위한 샘플링 방식 등을 점검하게 된다. 이 중 승강기 안전부품 샘플링 방식에서는 로트의 크기가 시료 크기의 5배 이상이어야 하며 시료 채취는 인증 구분별로 주로 생산되는 종류를 샘플링한다. 그러나 제품의 특성상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시료 크기의 1배 이상으로도 할 수 있다.
신청시에는 신청서 외 대상 부품에 대한 기술적 자료와 작동 원리 설명서를 구비해야 하며 반입시험이나 입회시험에 관한 시험절차를 협의해 결정한다. 안전부품 제조업자가 외국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국내에 주소를 가진 자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안전인증을 신청할 수 있으며, 서류가 모두 구비되면 산업기술시험원 운송설비팀으로 직접 방문해 준비서류를 확인받은 후 고객지원팀에 접수하면 된다. 구비 서류에는 제품설명서, 기술관련 서류, 제조설비 및 시험설비의 보유현황, 신청서, 사업자등록증 등이 필요하다.
강 팀장은 “급변하는 세계의 흐름에 맞춰 이제 철저한 인증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다양하게 변화하는 기술을 수용해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가야 할 시기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향후에는 MRL 부문까지 섭렵할 계획”임을 덧붙혔다.
이번 인증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CE마크 등의 인증 마크는 국내에서는 소용없게 되므로 EK마크를 신규로 취득해야 한다. 또한 해외 업체도 국내에 제품을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국내 인증인 EK마크를 취득해야 한다. ktl 강인구 팀장은 “유럽에서 발행하는 CE 인증은 무역 장벽이라 여겨진다”며 “국내 승강기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국내 인증이 해외에서 효과가 발휘하도록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EK마크가 큰 틀에서는 자국 산업 보호라는 명목 하에 있지만 당장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CE, EK 등 이중 인증을 획득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한 중소업체 사장은 “고가의 수수료 책정으로 인증 획득면에서 열세에 있는 중소업체로서는 자금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번 인증제 시행이 과연 승강기 업계 발전을 위한 일인지, 특정기관의 배만 불리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법령은 이미 개정됐지만 제도에 따른 인증기관이 몇 번의 지연 끝에 이달 초에 확정됨에 따라 제도가 시행되는 7월 1일까지는 약 2달여 간의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 시행시기가 너무 촉박해 신청업체가 한꺼번에 몰릴 가능성이 높아 시행 초기부터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특히 대량의 물량을 수행하고 있는 대한주택공사의 경우 기간 내 이 모든 물량의 인증을 하나의 인증기관에서 모두 수용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이제 인증제가 시행되기까지 2달 간의 시간이 남았다. 이 제도가 국내 승강기 발전과 승강기 업계의 국제화를 진행시킬 수 있는 신호탄이 될 지, 업계의 발목만 붙잡는 장애물이 될 지는 그동안 정부의 제도에 대한 이해도와 사전 준비가 어느 정도 철저했는가에 따라 그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글·이재현 기자 / 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