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책임 떠넘기기, ‘딱 걸렸어’
쉰들러 본사, “잘못 없다”… 기업윤리 땅에 떨어져
日정부의 발빠른 움직임…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
게재년월 : 2006년 7월호

최근 일본에서는 승강기 안전사고와 관련, 해당 제조사의 ‘책임 떠넘기기’ 행위가 일대 만파로 퍼져 세계 엘리베이터 시장 점유율 2위에 빛나는 쉰들러엘리베이터사가 큰 고초를 겪고 있다.
일본 매일신문에 의하면 지난달 3일 일본 도쿄 도심 미나토(港)구 맨션 12층에서 남자 고교생(故 이시카와 히로스케)이 엘리베이터 하차 도중 개문 출발로 인해 카 상부 틈에 끼어 두개골 골절과 전신 압박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동승하고 있던 여성은 쇼크로 병원에 실려갔다고 전했다.
특히 사고 현장은 지난 1998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갇힘 사고 등 총 27건의 고장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사고 발생 후 제조사인 일본 쉰들러엘리베이터(CEO ken smith)는 기자회견 및 사고 지역 주민들에 대해 일체 해명을 하지 않아 더 큰 비난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쉰들러엘리베이터 스위스 본사에서는 최고 책임자가 일본을 방문, “이번 사고는 부적절한 보수 점검 또는 승객의 위험한 행위가 주 요인”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매일신문은 공식적으로 제조사의 책임이 아닌 이용자 과실 및 보수 점검 부실로 치부해 일본 전역에서 쉰들러사에 대한 불신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국토교통청 또한 “피해자에게는 아무런 과실도 없으며 이번 사고와 관련, 반드시 책임 소재를 규명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본 내 설치된 쉰들러엘리베이터의 전체 설치물량 8천8백34기의 리스트를 건네받아 과거 사고발생 현황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착수했다. 경시청에서는 쉰들러 본사의 제조관리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스위스로 수사원을 파견할 예정이다.
현재 집중 수색을 받고 있는 일본 내 쉰들러엘리베이터 제품의 사고 사례가 연일 매스컴을 통해 밝혀지면서 ‘인명과 안전’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엘리베이터 업계의 폐쇄적인 체질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일본 엘리베이터 보수사업협동조합은 “이번 사고는 제조사와 보수업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짐작된다”며 리콜제도가 없는 현 엘리베이터 업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몇가지 개선안을 담은 문서를 국토청에 제출한 상태다.
반면 일본 엘리베이터협회는 “엘리베이터는 복잡하게 구성되었기 때문에 잘잘못을 따지기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띄고 있다. 또 일본건축설비·승강기센터에서는 “보수가 가장 큰 문제”라며 “사고 현장에서도 도어의 회전 상태가 불량했다”고 언급했다.

쉰들러 본사, 보수 점검·이용자 과실로 치부
일본의 엘리베이터 보수는 법적인 절차에 따라 연간 1회 점검 이외에도 매월 1~2회의 보수작업이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연간 1회 점검이 의무화된 것은 민간시설 뿐이며 사고현장과 같은 공공기관 건물이 대상에 포함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 개정 건축기준법 실행 이후부터다.
최근에는 보수업체 난립으로 인한 가격 덤핑 등으로 저가로 낙찰되는 경우도 늘어나 고장 발생 시 해약하고 도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상태다. 일본건축설비·승강기센터에서는 “현 제도상 보수는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작업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며 개선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이처럼 사태가 결국 종국으로 치닫자 스위스 본사의 최고 책임자 및 켄 스미스 사장은 지난달 13일 주민설명회에 참석해 사고의 늦장 대응에 대해 결국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고 원인에 대한 언급은 회피해 주민들의 비난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또한 미나토(港)구 기자회견장에서 “전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쉰들러사 엘리베이터 사망 사고 중 70~80%는 운행 중 무리하게 밖으로 나가려는 이용자 책임과 나머지 20~30%는 유지보수 문제 및 제품 설치 시 발생한다”고 밝혀 거듭 제조사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현재 사고 현장의 엘리베이터는 미쓰비시전기 제품으로 대체됐으며 완성 후 유지보수에 대한 필요한 정보를 보수점검자에게 이행하도록 하는 이례적인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당시 사고 엘리베이터를 둘러싸고 쉰들러사가 보수점검자에 대해 점검용 매뉴얼과 고장 발생상황 등의 정보를 ‘요구가 없었다’라는 이유로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
사고 발생 후 한 때 일본 전역에서 운행 중단됐던 쉰들러엘리베이터 제품은 현재 가동이 재기된 상태이나, 향후 신규 설치현장에는 쉰들러사 제품을 사용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 현지 언론의 의견이다.
현재 사고에 대한 경위는 계속 조사 중인 상태다. 이번 사고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는 힘들지 모르겠으나 일본 정부에서는 메이저급 제조사의 책임 회피에 대해 묵과하지 않는다는 점이 국내 실정과 판이하게 다르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승강기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의 90% 이상이 보수업자에게 몰리는 상황과는 또다른 양상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라고 했다. 현 정부의 상황으로 봐서는 밖으로 굽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참고 자료 : 일본 매일신문, 공동통신)
■글·이재현 기자 / 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