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시장감소 예상, 아직은 건재
         MRL과는 별도의 고유영역 발굴 중요
게재년월 : 2005년 01월

지난 1980년대 초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한 유압식 엘리베이터는 소규모 오피스텔, 주택건설 시 엘리베이터 및 주차장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활성화돼 1990년 2천대를 돌파, 이후 1998년 1만대를 넘어섰고 지난해 11월말 현재 전국적으로 1만5천37대가 설치돼 전체 마켓쉐어의 6%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완만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최근 몇년 동안에는 연간 1천여 대씩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초 원자재 파동으로 철 자재 수급난과 함께 건설경기 불황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4/4분기 들어 수주물량이 전년 대비 1/2 이하로 감소해 유압식 부품업계는 ‘수난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한 업체 사장은 “15년만에 물량감소 폭이 가장 크다”면서 “초창기 때도 어려웠지만 현재는 메리트도 적어지고 있어 조만간 몇몇 업체는 문 닫을 판”이라고 한탄했다. 실제로 지난해에 중견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기도 했다.
또 2001년 7월 유럽지역 화폐단위가 유로화로 통합된 이후 연이은 강세를 보이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의 어깨는 ‘자금 조달’이라는 무거운 짐에 움츠러들 수 밖에 없다.
업계는 “유로화 통합 이후 부품 수입 가격이 30~40% 인상됐다”면서 “현재 선송금 후외상 시스템이여서 환율 변동에 민감하고 업계 상황에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MRL용 엘리베이터가 지난 1996년 출현 이후 최근 설치가 급격하게 증대하면서 유압식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 업계는 한층 긴장감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
최근 대세가 MRL용 엘리베이터라는 데는 반론의 여지가 없지만 아직도 유압식 설치 변동률이 적은 고정적인 유럽의 경우에서처럼 국내 또한 화물용, 자동차용 분야 등 그 나름의 고유영역을 가지고 있어 시장 감소는 예상되지만 지속적으로 건재는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즉, 5~20톤 정도의 중량은 유압식밖에 소화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극대화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품질 향상 및 원가 절감을 꾀한다면 어느 정도의 승산은 있다는 계산이다.
이에 본지는 유압식 엘리베이터의 구조와 작동원리에서부터 고군분투하고 있는 국내 유압식 엘리베이터 업계의 동향과 유럽기술 현황, 그리고 시장 회복을 위한 대책 및 향후 전망 등을 차례대로 살펴봤다.■

유압식 엘리베이터란 
기계실 공간 최소화와 간편한 설치
유압식 엘리베이터는 모터에 의해 스크류 펌프 회전으로 토출되는 오일 압력이 실린더 내 피스톤에 전달돼 상승함으로써 수직운동하는 원리로, 저용량의 홈 엘리베이터에서부터 대용량의 화물용, 자동차용에 이르기까지 그 적용범위가 매우 다양하다.
승강대와 유압 잭의 결합형태 및 동작형식에 따라 직접식과 간접식으로 나뉘며, 실린더 형태에 따라 단동식과 다단식으로 나뉜다. 현재 국내는 지하공간이 충분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간접식을 채용하고 있으나 유럽은 필요에 따라 직·간접식을 선택하고 있다.
미국은 건물 기초공사에 유압 잭용 보호관을 시공하고 목조 저층용 건물이 많아 직접식을 많이 채용한다. 또 다단식은 고가에 특수성을 띄므로 보통 단동식 또는 2, 3단식을 사용하는 추세다. 현재 간접식은 실린더 높이 최고 24~30m까지 올릴 수 있으므로 층당 3m로 가정한다면 6~8층까지 설치가 가능하다.
유압식의 가장 큰 장점은 기계실 공간의 최소화와 간편한 설치방법에 있다. 기계실 안의 유압 파워 유니트와 승강로 안의 유압 잭이 압력 배관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건물 내 1m의 공간만 있어도 기계실을 쉽게 배치할 수 있으며, 기계식에 비해 설치방법또한 매우 간단한 편이다.
승강행정이 길 경우에는 실린더 결합형으로 공급하는데 결합 시에는 특별공구 필요없이 간단히 조립만 하면 된다. 또 하중이 건물 상부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건물 노후화로 인한 고장 및 파손의 염려도 적은 편이며 오일 교체 시에도 실린더 헤드를 쉽게 개방할 수 있으므로 보수가 용이하다.
그러나 유압 잭을 사용하기 때문에 승강행정이나 속도에 한계가 있고 모터 출력이 카운터웨이트로 밸런스되지 않으므로 기계식에 비해 2~3배 크고 소비전력도 크다. 가장 큰 어려움은 실린더 패킹 및 컨트롤 밸브 부분의 오일 누유 위험성과 사용빈도에 따른 정기적인 오일 점도 점검이다.
오일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교체하는데 보통 인승용은 점도가 높은 68번을, 사계절용으로는 46번의 오일 점도를 적용하고 있다. 모터 회전율이나 사용횟수가 높을수록 마찰력이 커져서 점도가 달라지고 마모가 빨리 일어나므로 일정온도 유지를 위해 오일쿨러나 히터 등을 설치하기도 한다.
실린더는 상부에 먼지를 방지하는 더스트 와이퍼, 플런저와 접동하면서 오일을 밀봉하는 패킹, 플런저를 접동하면서 지지하는 그랜드 메탈이 부착되어 있으며, 제어반 안에 모터, 펌프가 내장돼 소음이 적고 부드럽게 운행되는 유중형 모터(Submersible Motor)가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적재하중에 따라 실린더의 단면적이 계산되며 이에 의해 피워 유니트가 속도, 토출량에 따라 결정된다.

유압식 부품 기술 현황 
유럽지역에서 주요부품 100% 수입
현재 유압식 엘리베이터의 3대 주요 부품인 모터, 펌프, 컨트롤 밸브는 100% 수입하고 있으나 유압 실린더, 파워 유니트, 슈드라인 호스 등은 국내에서 자체 생산·공급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비행기 공수를 통해 국내로 들여와 전부 수작업으로 제조됐으나 현재는 대부분의 부품회사들이 공장 자동생산 라인을 갖추고 피스톤 표면 연마기, 도장 시스템 등으로 생산·조립을 병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유압 부품 전문회사는 지엠브이(GMV), 베링거(Boehringer), 엘모(Elmo), 브레인(Blain), 라이스트리치(Leistritz), 알기(algi), 임페리얼(Imperial) 등으로, 독일과 이탈리아 등지에 대부분 집중돼 있다.
그러나 이들도 완제품을 생산하지는 않고 아웃소싱 방식으로 부품을 조립해 수출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컨트롤 밸브는 국내 99% 이상이 유지보수 쉽고 성능도 높은 독일 브레인 사의 ‘EV-100’을 채용하고 있으며 모터 및 펌프는 각 업체별로 수입 라인이 다르다.
모터의 경우 유럽지역은 3.6kw에서 100kw 이상의 크기까지 생산되고 있으나 미국 등 타 지역은 11~40kw로 그 용량이 극히 제한적이다. 화물용이나 자동차용의 모터 용량은 기존에는 실린더 140, 파워 유니트 15~19kw를 사용했는데, 현재는 차량의 대형화 추세로 실린더 160, 파워 유니트 22~24kw로, 속도도 기존 20m에서 현재는 30m를 채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부품별로 업체를 지정해 조립하는 주문제작 방식을 채용하고 있으나 아직도 품질 및 유지보수보다는 가격경쟁력이 먼저 검토되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 국내에는 도남엔지니어링(사장 진진하), 대원하이드로릭리프트(사장 신명숙), 한국파워유니트(사장 하중동) 등이 대표적인 유압식 부품회사로 원가절감과 기술 연구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MRL 엘리베이터가 대세? 
MRL·유압식, 각 고유영역 발전시켜야
유압식 업계에서는 최근 MRL용 엘리베이터의 호조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지난 1996년 핀란드 코네(Kone)사의 최초 개발 이후 오티스, 미쓰비시, 쉰들러, 티센 등 세계 유수의 글로벌 대기업군이 이 시장에 참여, 규모 자체가 커진 건 사실이지만 국내에 도입·적용되기엔 아직 100%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하철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에 개발된 지 몇년 안된 제품을 설치·사용해 외국기술의 실험장이 되어야 하느냐는 게 유압식 업계의 목소리다. 한 업체의 사장은 “대당 동일가격 대비 유압식은 2대까지 설치 가능하므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 맞춰 MRL 가격의 60%에 해당하는 저렴하고 안전한 유압식을 설치해야 할 것”이라며 “차분히 기술을 습득하고 노하우를 향상해야 하는데 외국이 개발한 신기술을 이처럼 성급히 적용하는 건 실용적이지 못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최초 개발품에 대한 특허가 50가지 이상 걸려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MRL 관련업체들은 이를 간과하고 과다 설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후에 특허에 저촉된다면 업체는 문만 닫으면 그만이지만 설치된 엘리베이터와 이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마치 MRL 설치 ‘붐’이 일어난 것처럼 건물의 높이 및 넓이에 상관없이 현재와 같이 설치한다면 언젠가는 유지보수의 어려움, 작동불량 등의 문제에 부딪힐 가능성도 높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유압식 업계도 MRL의 대세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는 전세계적인 추세로 국내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 지난 2001년 서울 지하철 역사 5, 6, 7호선 대부분에 유압식 엘리베이터가 설치됐지만 오일점도 및 온도조절 실패로 잦은 고장이 발생하자, 지하철공사는 고장률이 적다고 판단되는 MRL로 눈을 돌려 설치·운행 또는 교체공사를 실시하고 있고 앞으로도 MRL 설치를 권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국내의 70~80개의 크고 작은 업체들도 유압식을 설치했었으나 인승용의 경우는 이제 거의 대부분 MRL로 적용되고 있으며 건물형태에 따라 크기 및 규격, 설계도면이 틀린 비규격인 관계로 설치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한때 LG산전이 미국의 셈코(Cemco)사를 인수하면서 인천공장에서는 화물용, 유압식 전용 엘리베이터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었으나 일본에 홈 엘리베이터용을 몇백대를 수출한 이후 적자노선을 걷다가 오티스와의 합병으로 이 분야 사업을 중단한 바 있어 대기업에서의 점유율도 굉장히 낮은 편이다.
지속적인 경쟁구조로 판매가격이나 원가하락으로 MRL 시장 성장률은 높아지는 반면 유압식 시장은 감소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 업체 사장은 “이와같은 시대 흐름의 대세는 바로 우리 유압식 업계가 그 단초를 제공한 것”이라며 “기술 및 품질개선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했던 안일한 자세를 이제는 바로잡아야 할 때”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압식, MRL 방식을 무조건적인 비교우위방식으로 저울질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향후 각각 지니고 있는 고유색깔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그 희비가 뚜렷히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정력 및 향후 전망 
업계 긴밀한 협조 통해 돌파구 마련할 때
국내 유압식 업계는 동기속도 다단식(Telescopic)의 지속적인 개발과 아울러 홈 엘리베이터 시장 공략, 안전장치 의무 부착의 법제화 등 다양한 발전의 길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 고령화 사회 진입 전 단계로 노인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2~3층 건물 내부에 간편하게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홈 엘리베이터의 대중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에 업계는 “이제 홈 엘리베이터는 실용성을 배가해주는 시스템이지, 더 이상의 사치품은 아니며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를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일반 가정에 피트를 조금만 파면 되는 유압식 엘리베이터를 간단하게 설치해 이용률을 향상시킬 계획”임을 밝혔다. 이와는 반대로 홈 엘리베이터와 같은 저용량보다는 화물용 엘리베이터 분야를 개발, 유압식 성향을 살려주자는 목소리도 높다.
동기속도의 4단식 연구개발도 한창이다. 특히 도남엔지니어링은 지난해 9월부터 높이 16m, 4단식 개발에 착수, 시험타워에서 막바지 비지땀을 쏟고 있다. 진진하 사장은 “국내시장보다는 늦었지만 해외시장 개척을 고려 중”이라면서 “미군 보수공사, 콜롬비아, 터키 등 그간의 수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기술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는 강한 포부를 밝혔다.
또 유압 실린더 누유 오일 회수장치를 비롯해 유압 실린더로의 장착 가이드 구조, 유압 실린더 헤드 등의 실용실안 등록 등 끊임없는 자사 발전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자로 개정된 승강기 검사기준 7.14.8에는 “행정이 500mm 이상일 때에는 유압회로상의 이상에 의한 플랫폼의 급격한 하강을 방지할 수 있는 럽처밸브나 적절한 장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앞으로 유압식 안전장치 부착 의무화도 신속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유압식에는 핸드펌프, 카의 급하강을 잡아주는 낙하방지밸브 등 수많은 안전장치가 있으나 미법제화로 제품단가를 고려해 실제로는 장착·사용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따라서 기계식보다는 위험노출 수위는 낮지만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았다. 앞으로는 안전장치를 비롯 오일쿨러 및 히터의 설치도 법제화를 통해 개선, 보완해 나가야 한다.
이제 유압식 업계는 관련회사들과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때다. 유압식 단점을 찾아내 보완하면서 시장 회복과 발전의 항로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
■글·신영주 기자 / yjshin@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