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승강기 안전부품 강제인증제 도입
부제목 : 인증기관 지정기준 놓고 기관·정부간 ‘힘겨루기’
게재년월 : 2005년 3월

이제 승강기 및 승강기 안전부품에 대한 인증제도가 도입돼 설계·제조단계에서부터 안정성을 검증하는 체계가 확립되고, 보수업 등록기준 및 하도급 요건 강화, 보수품질우수업체 지정 등 승강기 보수업 선진화의 기틀이 마련될 전망이다. 또 안전사고 발생시 관리주체의 보고를 의무화하고 승강기 사고에 대한 합리적인 조사를 위해 산업자원부에 사고조사판정위원회가 설치된다.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는 지난해 12월 31일 승강기제조및관리에관한법률(이하 승관법)을 개정하고 지난달 이같은 내용을 주요골자로 하는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승강기 제조업체 및 보수업체, 그리고 시·도 승강기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수차례의 토론회를 거쳐 입법예고된 이번 법령은 규제심사와 당정협의 및 법제처 심사를 거처 오는 6월 최종 공포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승강기 및 승강기 안전부품의 안전인증제 도입 : 강제인증제도가 도입되는 승강기 안전부품 종류, 승강기 안전부품 및 승강기의 안전인증기준, 안전인증 방법 및 절차, 안전인증기관 지정기준 △승강기 보수업 선진화를 위한 제도 정비 : 보수업 등록기준 강화, 보수품질우수업체 선정방법, 승강기 자체점검 주기 자율 선정, 승강기 제조업자 등이 승강기 관리주체로부터 승강기 보수용부품의 제공을 요청받은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2일 이내에 제공해야 하는 보수용부품의 종류 규정 △승강기 사고조사체계 정비 : 승강기로 인한 사망·중상사고 발생시 관리주체의 보고 의무화, 승강기 사고조사반 운영, 사고조사판정위원회 설치, △검사수수료 감면대상 확대 등 현행 제도 운영상 나타난 미비점 개선·보완 등이다.

안전부품, 조속기 등 5개품목으로 축소
이중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사항은 승강기 임의인증제 및 승강기 안전부품의 강제인증제 도입과 안전인증기관 지정기준에 관한 것이다.
이번에 도입된 승강기 안전인증제도는 기존에 시행됐던 승강기 부품 형식승인제도나 승강기 주요안전부품 검사제도와는 구별되는 것으로, △조속기 △비상정지장치 △완충기 △상승과속방지장치(개문출발장치 포함) △승강장문잠금장치 총 5개 승강기 안전부품에 강제인증을 부여하고 승강기 시스템에는 임의인증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오는 2007년 EN 규격 전면 적용에 앞서 안전부품 인증제의 명문화로 책임경계선을 분명히 하고 국제화에 대응 가능토록 초석을 깔았다는 평가다.
지난 1999년 폐지됐던 형식승인제도가 부품의 형식 적합성 여부를 판정하는 제도고, 2001년 시행됐던 부품검사제도가 10개 주요부품의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제조업체가 자율적으로 품질인증을 받는 제도였다면, 이번 승강기 안전부품 강제인증제도는 ‘승관법’이라는 법적 제재 하에 주요핵심 부품만을 선별해 업체의 부담을 줄이고, 대신 제품검사 및 시험기준, 안전검사 기준 등은 강화, 승강기 안전성을 설계·제조단계에서부터 확보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서류 및 공장심사, 현장심사, 사후관리가 이루어지며 2년에 한번씩 공장심사, 제품검사가 진행된다.
산자부 산업기계과 이진수 사무관은 “EN 규격을 참고하고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대형사고, 인명사고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은 부품 5개를 선정한 것”이라며 “안전인증 비용이나 부품가격이 오르면 결국 불특정 다수인 ‘소비자’가 피해를 보기 때문에, 향후 품목의 선정범위는 인증기관들의 수익구조와는 상관없이 ‘안전’을 최우선순위로 고려해 결정할 것”임을 못박았다.
실제로 현 인증기관들은 8개 부품을 인증부품으로 규정하고 있는 EN 규격과 승강기 안전성 확보 및 강화를 이유로 지정품목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산업기술시험원 강인구 승강설비팀장은 “이번 인증제 도입은 선진국의 인증기준 형식을 상향 조정한 것이지, 업체의 규제 강화 차원은 아니다”며 “승강기 안전 확보를 위해 지정품목을 늘려 인증 수수료를 기존의 절반 가격으로 동결시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증기관에서 품목 확대를 거론하는 것은 “기관의 배 불리기가 아니냐”는 오해를 낳을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입법예고 기간과 유예기간 동안 세미나, 토론회 등을 통해 대기업 및 중소기업, 검사기관의 시각을 통합한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증제, 안전강화가 절대명제 아니다!”
이번에 도입된 승강기 부품인증제도가 주요 취지인 ‘안전강화’만이 절대적인 명제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EN 규격을 국내에서 적용하려면 그에 부합한 시스템이 조율되어야 하는데 현 인증제도의 목적이나 개념 정립은 미비한 수준”이라며 “교역상 도움이 되는 방식이 아닌 ‘골목대장이 도장을 찍어주는 절름발이 인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개탄했다.
또 “국내 검사기관 및 인증기관은 안전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제도에 대해 형식적이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며 “일본처럼 인증심의위원의 대부분을 업계인으로 구성, 기관에 국한되지 않는 업계의 활성화를 꾀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함께 이번에 개정된 안전인증기관 지정기준으로 현 검사기관 및 시험·인증기관은 상호 견제와 보완의 필요성에 따라 검사와 인증업무를 병행할 수 없어, 산자부와 기관간 ‘힘겨루기’가 예상되고 있다.
시행령 제4조에 명시된 “승강기 제조업자·보수업자 또는 법 제15조의 규정에 의한 검사기관으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지 아니하고, 그 인증활동과 관련하여 독립성을 지녀야 한다”라는 조항에서 ‘독립성’이라는 단어가 승강기 업계에 어떤 방식으로 흡수될 지 지켜볼 일이다.
인증과 검사업무를 병행했던 기존 관행을 유지하자는 검사·인증기관의 입장에 대해 이진수 사무관은 “검사와 인증업무의 독립성은 승강기 안전과 신뢰성 확보에 그 목적이 있다”며 “기존 관행 유지라는 감정적 호소보다 논리적인 의견을 제시한다면 받아들일 의사도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오는 14일 이전에 입법예고 관련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다(문의 : 산업자원부 산업기계과 / 전화. 2110-5625).
■글·신영주 기자 / yjshin@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