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한국 승강기 업계 국제적 위상 제고할 기회!”
대담자 : 박대성 기자
게재월 : 2002년 11월

그동안 국제 표준화를 주도해 온 주체들은 대부분 선진 외국이었고 우리나라는 단지 국제회의 일정에 참석, 경청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한국도 당당히 표준화 작업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승강기 분야(ISO TC178)에서 국내 인사가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WG 의장직을 맡게 돼 그 의의가 남다르다.
우리나라는 지난 9월 23일부터 닷새간의 일정으로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개최된 ISO TC178(의장 Philippe Lamalle) 서울회의를 23개국 50여 명의 승강기 관련 국내외 전문가가 참가한 가운데 대체로 원활하게 치뤄냈다.
9개 WG 개별회의 및 총회로 진행된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결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엘리베이터 및 에스컬레이터의 에너지 효율(Energy efficiency for lifts and escalator)’에 관한 표준화 작업을 수행할 작업반 WG10을 신설하고, 작업반을 주도적으로 이끌 의장직을 ISO TC178 정회원이자 현 한국엘리베이터컨설턴트의 대표인 김철재 사장이 맡게 된 것이다. 이번 서울회의에서 얻어낸 가장 빛나는 성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성과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물론 아니다. 한국은 지난해 4월 중국 상해(上海)에서 개최된 ISO TC178 총회에서 엘리베이터 및 에스컬레이터 에너지 효율에 관한 신설작업반 설립제안서(N363)를 제출한 바 있고, 이에 기술표준원이 산업계 전문가 9명을 초청해 표준기술위원회 그룹을 조직, 연구과제를 할당·수행하는 등 사전 작업을 진행시켜 왔다.

WG10 신설과 의장직 수행 결정, ISO TC178 서울회의 최대 성과
이번에 WG10 의장직을 수행할 김철재 사장을 비롯해 승강기 주요 메이커와 2개 검사기관을 비롯해 에너지 업체, 주택소비자단체, 연구기관, 정부기관 각 1개에서 인선된 9명의 표준기술위원회는 지난해 6월 7일 1차 회의를 시작, 총 3차례 소집된 바 있다. 위원회는 그간 ▲홍콩 코드 2000년판(HKCP ; Hong Kong Code of Practice & Guideline-2000 Edition) 등 ▲엘리베이터 및 에스컬레이터의 현재 설치현황 및 에너지 효율에 관한 과거의 연구결과 ▲홍콩 코드와 관련하여 국내 엘리베이터 및 에스컬레이터의 적합성 여부 ▲승강기 장치에 인버터 드라이브 방식을 사용하는 국내 전력공급업체의 입장 ▲향후 기준마련을 위한 계획 등을 검토해 왔다.
특히, 국내 주요 메이커 3사를 대표하는 전문위원회 멤버가 국내 생산제품과 비교해 지난 2000년에 제정된 홍콩 코드(HKCP)에 대해 분석하고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표준기술위원회에서는 HKCP의 요건을 수용할 수 있지만, 주요 내용은 단지 이론적인 수치일 뿐이며, 승강기의 설치목적과 편리성은 무시하고 에너지 효율만을 강조한 것으로 규정하고 HKCP가 국제기준 초안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내의 경우 승강기가 빌딩 내의 다른 설비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빌딩 내 승강기의 소비전력은 약 3%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어 승강기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 효율의 기여도는 다른 고 에너지소비 설비에 비해 크지는 않다. 그렇지만 국내에 존재하는 20여 만 대가 넘는 설치물량 전체를 감안하면 국가적 차원의 기여도를 결코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표준기술위원회의 “장기적인 정책면에서 특정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기 위해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 보고와도 일맥상통한 내용이다.

에너지효율, 국내보다 유럽이 더 절실
김철재 의장의 말에 따르면 WG10 신설 결정에는 이러한 우리의 사정보다는 유럽의 이해와 요구에 더 가깝게 맞아 떨어진 면도 무시못할 듯 싶다.
국내 설치된 승강기가 내구연한이 짧고 최근의 기종들로 이루어져 있는 현실에 비해 유럽의 경우 평균 수명이 적어도 25년 이상이어서 에너지 효율이 낮은 경우가 많음을 감안한다면 에너지 효율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설계계획시 이의 반영은 우리보다 유럽에서 더 절실한 과제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6일과 27일 양일간 열린 총회에서 ISO TC178 필립 라말(Philippe Lamalle) 의장으로부터 WG10 신설과 관련한 서면 투표결과를 전해들은 김철재 의장은 “전력절감 차원에서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에너지 효율과 관련한 표준화 작업과 이를 위한 작업반 구성의 필요성은 ISO TC178 서울회의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모든 이가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향후 WG10을 통해 신규 승강기 설치시 및 교체공사시에 기종선정과 승강기 전력사용량 평가방법 등의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이를 차기 프랑스 파리총회 개최시기인 2004년 3월 전까지 국제표준원안인 CD(Committee Draft)를 제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김 의장은 WG10 준비위원회의 ISO TC178 정기총회 보고서를 제시하면서 “승강기 구동시스템에 인버터 시스템의 채용이 증가할 것을 고려할 때 효율·THD·EMI·EMC가 명확하게 또한 이해하기 쉽게 정의되고 해석되어야 하며, 영구자석 동기전동기(PM Synchronous-motor)가 포함되는 등 연구범위를 추가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말께 서울서 WG10 첫회의 개최
현재 신설 WG10은 의장인 김철재 사장을 중심으로 프랑스, 이태리 등 멤버들이 참가하는 등 기본틀을 마련하고 있다. 김철재 의장의 말을 빌면 10월 26일 현재까지 WG10의 멤버로 참여의사를 밝힌 인사는 김 의장을 포함해 6개 나라 및 단체 총 8명. 프랑스의 Herve Mary(AUTINOR s.a.)씨를 비롯해 ▲이태리의 Luciano Faletto(S.A.L.A Consulting s.a.s)와 Maurizio Nanetti(KONE Ascensori RES) ▲노르웨이의 Knut Loe(NORGES BYGG STSTANDARDISERINGSRAD-NBR) ▲스위스의 Dieter Mehr(SCHINDLER Management AG) ▲영국의 Adrian Shiner(KONE plc), 이상 5개국 7명과 여기에 현재 아시아·태평양지역 승강기제조자협회(PALEA ; Pacific Asia Lift & Escalator Association)의 Ian Todkill 의장이 멤버로 구성돼 있다.
김 의장은 “현 멤버들 외에도 앞으로 미국과 일본 2개국이 더 참여할 계획이고, 중국도 현재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을 통해 참여를 제안하고 있으며, 멤버가 구성되는 대로 빠르면 ISO 사무국에서 권유한 대로 다음달이나 12월 초에 WG10 위원회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서울에서 소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일정과 관련해 김 의장과 WG10 국내위원회는 회의를 통해 활동방향 및 소요경비 등을 논의하고 최초 회의에 상정할 안건 준비, 국내 참석자 선정, 최초 회의 개최 통보, CD안 작성방향 검토 등 바쁜 일정을 앞두고 있다.

차기 파리총회 전까지 CD 제출해야
서울총회를 통해 ‘WG10 구성’과 ‘차기 총회 전까지 CD를 제안할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결의안(Resolution 220/2002)이 채택됨으로써 향후 신설 WG10은 김 의장의 주도로 1년 반 안에 CD를 작성하고 DIS(Draft International Standard)와 FDIS(Final Draft International Standard)를 거쳐 최종 발행되는 IS(International Standard) 채택까지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이라는 승인기간을 ‘총성 없는 전쟁’같은 험난한 표준화 작업을 수행하게 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국내 승강기 업계는 안전기준도 그렇지만 표준화 작업을 통해 업계의 자신감, 혹은 자기위상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다는 데 김 의장은 큰 의의를 두고 있다.
김 의장은 “그동안 승강기 표준화에 있어서 무엇보다 ‘안전’과 ‘성능’이 우선과제라 할 수 있지만 대부분 유럽 등 선진 외국들이 이런 분야를 선점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사실 ‘우리가 낄 자리’가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지만 이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보자’는 자신감과 이를 통해 업계의 위상을 높이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보였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 경제적인 한국의 위상이 12 ~ 15위에 이르기는 하지만 ISO 관련 국제활동은 거의 미비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표준화 부문에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했지만 김 의장 혼자 무거운 짐을 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와 관련 김 의장은 “이미 기술표준원 등 정부쪽에서도 누가 무엇을 하든 기술용역 등의 형식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어떻게든 적극적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향후 클린 빌딩(Clean Building)의 컨셉이 적용되거나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MRL)의 에너지 효율성에 접근할 계획”이라며, “승강기 신규설치 및 교체공사시 에너지 효율과 관련한 객관적 기준을 제시해 기종선정에 영향을 준다면 승강기 업계도 적극 참여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한다. LG 오티스나 현대엘리베이터와 같은 주요 메이커 외에는 대다수의 기업체들이 관심밖으로 치부하고 있는 데 대한 그의 일침인 듯 하다.
현재 한국엘리베이터컨설턴트의 대표로 있는 김철재 ISO WG10 의장의 행보는 한마디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질 것 같다. 지난달에는 (주)리프트텍코리아라는 신설법인도 설립해, 국내 DC 기어리스 기종의 교체공사업에도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DC 기어리스 리모델링을 위해 미국으로부터 고가의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틈새를 파고 든 것이다.
국내에선 김 의장을 비롯해 관련 기술을 소화할 전문인력도 몇 되지 않고, 고가 수입품보다 싸게 공급해 건물주의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좋기 때문이다. 종횡무진 왕성한 그의 활동이 업계의 거울이 됐으면 한다(문의 : 한국엘리베이터컨설턴트 / 전화. 02-3447-3786 / 팩스. 02-517-2456 / 이메일. cjkimroh@kornet.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