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독일 ‘신모델 개발’, 한국 ‘신활로 개척’ 계기
게재월 : 2003년 8월호

지난 6월 25, 26일 독일 비스바덴에서 개최된 ‘Parken 2003’은 90여 업체가 자동요금계산기에서부터 신용카드 및 마그네틱 카드 시스템, 감시체계, 차단기, 공기정화기, 그리고 주차장 네트워크 시스템에 이르는 주차관제설비 전반을 포괄해 출품, 약 1천2백 여 명의 방문객과 함께 이틀 간의 축제로 폐막됐다.
지난 ‘Parken 2001’ 전시회가 유로(Euro)화 전격 도입을 대비해 주차요금 시스템에 대한 취급정보를 전반적으로 다뤘다면, 이번 전시회는 이제 유로화가 달러에 버금가는 기축통화로 안착, 주차 시스템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이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다. 이는 지난 1999년 독일이 유럽 10개국과 공동으로 출범시킨 유로화가 유로랜드에서는 절대적인 통화가치를 지닌다는 근거다. 내년에는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10개국이 회원국 지위를 받게 돼 유로화 통용범위는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또다른 경향은 독일이 통일 후유증으로 낮은 성장률과 높은 실업률, 급증하는 재정적자 등 전반적인 장기 불황기를 맞고 있어 예년에 비해 참가자들의 기대수치가 많이 약화됐고 신제품, 신기술보다는 기존 제품의 업그레이드나 디자인 등의 국부적인 변화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독일협회 헬무트 슈미츠 이사는 “지난 2000, 2001년은 주차산업이 호황기였지만, 유로화 도입으로 요금지불방식을 전면 개정, 유로화 일체 시스템으로 교체하다 보니 현재는 슬럼프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 참가업체인 Siemens AG는 주차 & 환승(P+R) 주차장 운영회사를 타깃으로 빈 주차공간과 환승버스, 전철의 운행시간을 표시해주는 전자정보 교통 표시판을 출품해 전문가들의 시선을 집중시켰으며, 독일협회와 ADAC(전독일 자동차 클럽), BMW·다이뮬러 클라이슬러가 공동 개발해 비스바덴에 최초 도입한 ‘주차장 수용능력 데이터를 전송해주는 차량 내비게이션 시스템’도 방문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는 등 다양한 신모델이 선보이기도 했다.

2003년, 유로화 강세·주차산업은 ‘슬럼프’
이와함께 약 1백50여 명의 주차전문가가 참가한 워크샵에서는 ‘주차의 미래’를 초점으로 혁신적인 주차기술 공학과 비용 절약형 모델, 다양한 계약 서비스와 융자정책 개발 등에 대한 토론이 전개됐으며, 한국의 주차설비조합 박석일 위원은 포화와 정체상태의 유럽 주차 시장을 견지, 이의 대안책으로 ‘동아시아 시장 전망과 제3시장 공동개척 전략 방안’을 발표, 동아시아 및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이끌어냈다.
한국의 주차장 산업에 비해 독일이 월등히 앞서 있는 것은 주차와 ITS와의 상당한 연관관계이다. 한국이 손꼽히는 ‘ITS 강국’이라지만 주차업과의 연동률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며, 주차장 현대화 사업도 시작된 지 불과 4년도 되지 않은 초기 단계다.
향후 주차코드가 ‘블럭의 네트워크화를 통한 주차장 위탁관리’라면 ITS와의 접목을 빠르게 진행시켜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높이 사는 부분은 공공적 성격이 강한 독일 주차장으로, 한국도 각 구청별로 운영되는 주차장 대신 공영 주차장을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Parken 2003 전시회를 통해 독일의 다양한 주차문화와 특징을 살펴볼 수 있었지만,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한국 주차조합원사들의 참가다. 한국주차설비공업협동조합(이사장 반원익, www.kparking.or.kr, 이하 조합)은 위너기술, 한국이미지 등 6개업체와 한국관을 구성, 중기청의 지원과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만으로 상담·수출면에서 높은 성과를 일궈냈다.
한국알에프는 I-TO-I사와, 미래산전은 Scweers사와 각각 30, 20만 달러의 내년도 수출계약을 체결했고, 위너기술은 Schlumberger사와 꾸준히 교신 중이며 스위스 주차관제업체인 Vonballmoos사는 동아시아 시장을 함께 공략할 한국 파트너를 조합에 신청한 상태다. 이 회사는 한국측이 생산한 제품을 OEM 형식으로 판매, 2004년에는 30만 불, 2005년에는 50만 불의 수출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마텍은 Parking Techmologies GmbH와 LOI를 체결하고 기술공유, 중국 등 제3시장 공동진출을 합의했으며,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사가 발주하는 1천8백 대 규모의 승무원 전용 주차장 사업을 공동수주, 건립하는 안건을 조심스럽게 검토 중이다. 또한 약 5백 여 가지 기계식 주차설비 사양을 가진 대기업, Wogr GmbH와도 향후 지속적인 교환 방문을 통해 기술공유 등의 계약을 체결키로 했다. 이로써 조합이 최초 참여한 해외 전시회 성과는 총 4백만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성과 이면에는 한국 중소기업의 해외수출 어려움과 독자적 기술개발의 한계성이 여지없이 나타났다. 실제로 이번 전시회에 한국관의 한 업체가 독일 A사의 무인요금계산기의 내장은 물론 외관까지 그대로 도용한 사실이 밝혀져 조합과의 마찰 및 전시회 출품이 취소되는 등 국제적 망신을 톡톡이 샀다.
그러나 이 눈살 찌푸려지는 광경은 비단 이 업체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닐 것이다. 5인 미만의 영세업체가 주차업계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부품의 100% 국산화, 신모델 개발, 해외 거래선 확보 등은 어쩌면 ‘덧없는 꿈’일지도 모른다. 조합의 박석일 위원은 “이제 중소기업도 아이디어와 순발력으로 도전할 때”라면서,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한국업체를 중심으로 향후 다양한 거래선 확보에 주력할 계획”을 밝혔다.
조합은 이번 전시회를 전시회 자체로 끝내지 않고 확보한 자료·사진을 바탕으로 CD를 제작, 조만간 ‘주차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또한 이에 대한 연장선 상으로 이 달 중순 경 중국정차협회(Parking Industry In China)를 방문해 독일 전시회 성과를 전하고, 오는 10월 1~3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되는 ‘제 11회 Parking Congress’의 공동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영국주차협회(BPA) 주관으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각 국의 주차관련단체들과 다양한 관점을 교류하고 주차에 관한 국제적인 핵심 이슈를 토론할 수 있는 ‘세계 주차협회 포럼’과 ‘Parkex International Pavilion’ 주차박람회도 함께 개최돼 다양하고 수준높은 자리가 될 전망이다(문의 ; 독일협회 49-221-2571016 / 주차조합 02-2631-1881).■글·신영주 기자 /  yjshin@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