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단납기시장 축소, 리모델링 시장 활성화도 시기상조
게재월 ; 2003년 6월호

최근 경기침체와 관련해서 승강기 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기 일쑤다. 중소기업은 물론 내로라 하는 대기업 마저 승강기 공급물량이 작년에 비해 현저히 줄고 있는 상황인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 실정. 이는 현재 대형 프로젝트에 따른 공사물량도 없을 뿐더러, 그나마 작년 시장활황의 불을 붙였던 단납기 시장도 얼어붙고 있는 터라 더욱 그렇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으로 내려갈수록 더욱 심각한 수준의 위기감으로 인해 “이제는 이 업을 접어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할 정도다.
국내 모 승강기 대기업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5층 이하 1~2대 승강기를 대상으로 산정하고 있는 소위 ‘단납기 시장’의 규모는 대략 8천대이지만, 올해 공급과잉으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따라서 단납기 시장을 놓고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이같은 단납기 시장의 축소, 신규 아파트 물량의 공급감소 등 절대물량 면에서 경기가 가라앉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승강기 업계의 불황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이에 본지는 몇가지 요인들을 중심으로 불황의 골이 언제쯤 끝날 것인 지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살펴봤다.
■ 건설경기 본격적인 하강국면으로 진입 ; 현재 업계 관계자들은 건설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가질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경기침체와 관련해 건산연을 비롯한 건설교통부, 각급 경제연구소 등에서는 최근 이라크 전의 조기 종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이 불투명하고, 대내적으로는 북핵문제,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 악재가 경기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SK 및 카드채 부실 등의 불안요인으로 인해 소비와 설비투자가 부진하고 생산증가세도 크게 둔화되는 등 경기침체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7월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어 더욱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 건설업체 체감경기의 하락 ; 지난달 6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에 따르면 “지난 4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onstruction Business Survey Index)가 74.1을 기록하는 등 최근 건설 체감경기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같은 현상은 수주부진과 비용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5월 경기전망 역시 88.7로 전달(86.7)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해 여전히 건설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적을 수밖에 없다.
■ 주택 건설시장의 위축세 지속될 듯 ; 건산연에 따르면 공사물량 BSI 역시 75.6을 기록, 규모별·지역별 모든 업체가 느끼는 체감경기 지수가 100 이하에 머물러 있다. 계절적 영향이 큰 건설업의 특성상 3~4월이 건설공사의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체감경기가 여전히 낮다는 사실은 위기감을 증폭시키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 공사물량 BSI도 올들어 4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주택건설실적 역시 마찬가지다. 공종별로 봤을 때 주택부문 BSI의 경우도 작년 11월 이후 물량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올 1월을 기점으로 감소폭은 다소 줄어들고 있음에도 전체적으로는 85.7로 100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 공급과잉, 단납기 시장 퇴조 ; 또한, 주택건설 동향을 살펴보면 최근 아파트 건설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체 건설 실적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주택공사(이하 주공)가 지난달 발표한 ‘주택경기동향’에 따르면 3월 주택건설 실적은 4만6천1백13호로, 전년 동월 대비 25.6% 감소해 3개월째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지역별로 대전, 인천, 강원지역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공급유형에 있어서 다세대·연립주택의 실적은 매우 부진한 반면 아파트는 전년 동월 대비 34.6% 증가하여 전체 건설실적의 80%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주택건설 선행지표인 주거용 건축허가와 주택건설 수주가 전년 동월 대비 10.7%, 17.3%로 각각 감소하여 향후 실적 또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저금리 기조로 분양시장이 활황세를 보인데다가 △신도시 추가건설 △국민임대주택 확대공급 △택지개발사업 절차 간소화 등으로 인해 아파트 건설실적은 꾸준한 증가세가 예상되나, 작년 상반기 실적증가를 주도하던 다가구·다세대 건설이 큰 폭으로 감소(△54.9%)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교체공사 및 리모델링 ; 21세기 건설시장의 큰 변화 중의 하나는 신축시장의 성장이 일정한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점. 그러나 리모델링 시장을 바라보는 승강기 업계의 시각은 아직 신기루를 보는 듯 할 뿐 리모델링 시장 활성화에 따른 승강기 물량의 수요 확대는 기대할 수 없는 처지다(▶참조 : 표 2). 2010년 이후에나 주택, 특히 공동주택 리모델링이 활성화되고 시장을 선도하리라는 관측 때문. 현재는 주로 오피스텔, 상가건물, 병원 등 비주택부문에서 간간이 생기는 상황이다.
대기업체 한 관계자는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등을 리모델링할 정도면 건물을 헐어버리고 만다”는 건축주의 인식 때문에 시장활성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다만 한가지 정부의 시책과 제도개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 부문인 만큼 오는 7월 이후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 발효되면 △재건축 사업 시행 전 거쳐야 하는 일련의 강화된 절차 △도시계획적 관리강화 △재건축 요건 강화 등으로 재건축에 의한 아파트 공급물량이 감소됨에 따라 반사적으로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는 아파트 단지가 그나마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는 것이다.
또, 주택법 개정으로 오는 11월 이후부터는 주민 80% 동의만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 있게 됨으로써 실질적인 리모델링의 수주와 사업착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듯 하다. 사업성 측면에서 당분간은 서울 강남지역과 같이 리모델링을 통해 실질적인 아파트 값 상승이 예상되는 곳에 한정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활성화는 여타 규제완화와 지원제도의 정비가 이루어지는 2005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이 시기는 1990년대에 대량 설치된 승강기 생산·설치물량이 대거 교체를 단행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 박대성 기자 / dspark@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