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기술개발 등 정부지원 끌어내고 조합 역량 강화해야”
게재월 : 2003년 7월호

지난 5월 28, 29 양일간 제주도에서는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이사장 신종만, www.k-elevators.or.kr, 이하 조합)이 주최한 ‘2003년도 최고 경영자 세미나’가 개최됐고, 그 안에서 국내 승강기 산업의 현주소와 중소업계의 대응전략을 모색해 볼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조합에서 마련한 프로그램 자체는 준비단계에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일 정도로 내실 있는 부분이 많았고 그만큼 준비도 나름대로 알찼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평가다. 특히, 종전과는 달리 조합원사 대표들만 참석한 것이 아니라 부부동반으로 42개 업체 80여 명이 참석해 그간의 딱딱한 세미나 분위기를 상당부분 상쇄시켜 좋았다.
행사를 주관한 신종만 이사장은 “중소 승강기 업계가 당면한 문제와 글로벌 추세에 대한 대처방안과 국제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한 우리 업계의 ‘해법’을 찾아 토론하고, 또 조합원사들이 안정된 기반을 다져 재도약을 위한 자리”라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세미나 주제발표도 업계의 경쟁력 제고방안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발표에 나선 산업기술시험원 승강설비팀의 강인구 팀장과 우진엘리베이터 대표이사 이태희 사장이 국내 승강기 산업의 현주소를 바라보는 눈은 거의 대동소이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제시에 있어서 약간의 입장차를 보이기도 했다.
발표내용(시장환경) : 발표내용을 토대로 대략 살펴보면 우선, 전세계 승강기 시장의 연간규모는 2백 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2조원 정도이고 매년 평균 2%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지역이 최대 수요국(50%)이며, 이 중 한국 중국 일본 3국이 전세계 신규시장의 35%를 차지하고 있다는 데는 비슷한 궤도를 그리고 있다.
세계시장의 추이와 관련해 강인구 팀장의 경우 “시장구조는 신규설치사업 영역에서 유지보수 및 교체공사 영역으로 산업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어 향후 유럽시장의 경우 기 설치된 승강기의 30% 가량이 교체연한이 다가옴에 따라 이 지역이 황금시장이 될 것”으로 내다봤으며, 이태희 사장은 “세계적으로 MRL 시장이 급격하게 증가(점유율 : 유럽 50%, 일본 90%, 한국 5% 예측)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서비스를 통한 검사와 유지보수가 이뤄지고 있는 추세이며, 연간 6만8천 대가 신규설치되고 있는 중국시장이 눈에 띄게 급속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추세에 비해 국내 승강기 산업의 현실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선진국의 경우 기술블록화와 강제인증제도를 양축으로 ‘양동작전’을 펼치면서 신규수요에 대비해 GeN2나 가변속도 에스컬레이터 등 차세대 개념의 기술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반면, 국내 토종기업들의 경우 이미 다국적 경쟁체제로 돌입한 시장환경에서 취약한 기술기반 및 고임금 구조로 제조 경쟁력을 상실했으며, 선진 외국과의 기술격차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형세이고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는 더욱 심해져 가격경쟁력마저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관련 분야의 품질인증 지원시스템도 없어 업체는 내수용과 수출용으로 분리 생산하는 실정이고, 총 생산액의 87%가 내수이며 고작 10.6%만 수출하고 있는 ‘내수의존형 산업구조’로 전락하고 있는 형편이다. 승강기 보유대수 세계 9위, 신규설치 5위로 겉만 번지르 하지 실상은 취약한 기술개발 환경, 포화상태의 시장, 건설경기의 퇴조, 인력수급의 어려움, 동종업체간 마찰 등 내적 위기감이 감도는 그야말로 ‘속빈 강정’이란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발표내용(대응전략) : 그러나 대내외적 위기와 위협요소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기회와 강점도 많음도 분명하다. 정부가 승강기 분야를 하나의 ‘산업’으로 접근, 수출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데다 세계 최고수준의 인터넷 망이 구축돼 있으며, 지리적으로 거대 중국시장과 인접해 있고 동남아 개척의 기회도 많다.
강인구 팀장은 “명분과 목적만 뚜렷하다면 정부는 들어주게끔 되어있다”며, “중소업체의 전략품목 및 핵심부품 개발, 고급인력 양성제도 등 정부의 수출산업전략화 방침을 조합차원에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태희 사장은 더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격년 개최되는 중국 ‘차이나 월드 엘리베이터 엑스포’와 같은 전문 전시회를 조합을 위시한 단체들이 힘을 모아 중국과 겹치지 않게 격년으로 교차 개최함으로써 국내외 시장판로를 넓힐 것과 중소기업 공동 브랜드를 개발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조합 내 정부지원정책 확대를 위한 전문교섭위원회의 구성 ▲주택공사와 같은 정부투자 및 출연기관의 물량 확보 ▲정부물량의 MRL화 ▲주차조합과 같이 중앙부처 및 지자체와의 구매협약 등의 방법으로 물량확대 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딜레마에 빠진 중소업계 = 조합은 현재 딜레마에 빠져 있다. 철도청이든 어디든 발주처에서 요구하는 MRL의 경우 이를 감당할 수준을 갖춘 조합원사가 몇 되지 않는다. 골고루 단제수의계약 물량을 배분하다가도 기술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신종만 이사장의 말을 빌리면 MRL의 경우 지하철 물량이 내년 상반기까지 3백41대나 되고 기타 수요처까지 고려한다면 상당수 물량을 소화해내야 한다. 이사장을 비롯한 조합 임원들이 아무리 물량배정을 공정하게 한다 해도 결국 몇몇 업체의 ‘독식’으로밖에 인식되지 않을 것은 뻔하다. 지금 당장 특수구조 승강기로 인정절차를 거친다 해도 딱히 언제 된다는 보장도 없어 “시기적으로 너무 늦지 않았느냐”는 반응을 보이는, 그래서 결국 “기대하지 않는다”고 일갈하는 업체 사장들도 있다. 그동안 중소 승강기 업체들이 MRL을 위시한 신기술개발에 너무 무감각하게 미온적으로 대응해온 너무도 뻔한 결과다. 또한, 조합에서 준비한 세미나 주제발표 후 자유토론 시간에 모 업체 대표가 “기존 베이스먼트 타입이나 유압식 엘리베이터가 MRL과 뭐가 다르냐?”는 반박에 어느 누구도 딱히 대답할 부분이 없는 미묘한 분위기 자체가 현 중소 승강기 업계의 입지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그나마 낫다.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할 42개 업체 대표들 중 대부분이 모처럼의 제주도 기행(?)이라 그런지 외유가 많아 눈살을 찌푸리기까지 했다. 심할 때는 고작 18~20명 정도 앉아서 세미나 내용에 귀 기울이는 모습에서 향후 대응방법을 아무리 모색해도 될 일이 없을 듯 싶다. 모처럼 준비한 조합차원의 ‘열린 공간’에서 진지한 고민과 토론을 깊이 있게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또 한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은 세미나에 들어간 경비는 개인의 주머니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땅의 승강기 산업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1만6천 여 명의 종사자들의 땀과 정성을 쏟아 번 돈이며, 우리 업계의 수준에 따라 이용자 전국민의 재산과 인명을 책임질 소중한 재원이기 때문에 업체 대표들부터 진지한 ‘성숙미’를 보일 필요가 있다(문의 : 조합 / 전화. 02-3211-4831).■
글·사진 : 박대성 기자 / dspark@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