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년월 : 2004년 8월호
부제목 : 국내 최초, 기대 ‘한몸’…3단계 추진방안 발표

오는 2007년이 되면 제주시에 전국 최초로 차고지증명제도가 본격 도입될 전망이다. 지난 1월 29일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개정시 차고지증명제 근거조항이 신설돼 입법예고됨에 따라, 제주시는 철저한 사전준비와 성공적 추진을 위한 기반여건 조성을 위해 지난달 15일 교통개발연구원과 연구용역을 체결하는 등 시행 준비체제에 돌입했다.
내년 2월까지 7개월간의 과업기간이 소요될 이번 연구용역은 제주도 차고지증명제 도입에 따른 제반 여건 및 문제점들을 검토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등 제도의 성공적 도입을 위한 구체적 해결방안이 제시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주거지역 주차시설 현황 및 이용실태 분석 △해외 차고지증명제 및 유사사례 자료 수집 분석 △차고지증명제 시행 방안 △조례제정(안) 제시 및 업무체계 정립 △주차시설 확보를 위한 재원조달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우선적으로 시민들의 주차행태와 이용성향 및 지역단위별·토지이용 유형·주거시설 유형·주차시설 유형에 따른 실태를 분석한 뒤 유사사례의 주차정책과 차고지 시설 확충 재원조달 사례 및 제도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차고지 정의와 범위 설정과 단계적 차고지 확보 방안을 수립하고 도로교통법, 도로법, 국토법 등 관련 제도 검토로 실효성 향상도 꾀할 예정이다.
용역이 완료된 이후에는 2~3차례의 시민공청회를 통해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이번 연구용역으로 차고지증명제의 현실적 추진방안과 주민 반발 및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단계적인 도입 방안이 제시될 것”이라는 바람을 내비췄다.
2004년 6월 현재 제주시 자동차 등록대수를 살펴보면 총 11만5백70대로, 지난해 말 10만7천2백93대에 비해 3천2백77대가 증가(3%)해 이대로 진행된다면 올 연말에 이르러 순수 증가대수만 6천여 대에 이를 것으로 제주시는 추산하고 있다.

주차장 확보율 87%, 지자체 중 최상위권
제주도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도 제주시 11만5백70대(54.3%), 북제주군 3만4천9백33대(17.2%), 서귀포시 3만1천2백82대(15.4%), 남제주군 2만6천8백27대(13.1%) 순으로, 1일 평균 20여 대, 연평균 7천여 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잠정 집계된 상태다.
자동차 등록 전국 대비 점유율 또한 제주시 2.69명당 1대, 0.94세대당 1대, 제주도 2.73명당 1대, 0.97세대당 1대로, 전국 3.31명당 1대, 1.15세대당 1대의 비율과 비교해 봤을때 낮은 수치가 아니다.
이처럼 전국에서 세대당, 인구당 자동차 보유율이 높은 편에 속한데다가 제한된 지역에서 차량이 지속적으로 증가, ‘1가구 2차량 시대’를 맞이하고 있어 교통·주차문제는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제주시의 주차장 확보율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여서 차고지증명제 도입·시행이 타 도시보다는 수월하게 풀릴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2004년 6월 현재 제주시 주차장 확보율은 87.1%로, 1998년 70%대로 올라오면서 이후 꾸준한 오름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연평균 증가율도 16%에 이르고 있다. 주차장 시설 설치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1만3천6백86개소, 9만6천3백 면에서 부설주차장이 1만2천9백40개소(94.5%), 7만4천53면(76.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노외 주차장이 3백84개소, 노상 주차장이 3백62개소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같은 여건 하에서 제주시는 차고지증명제도 도입에 앞서 연구용역 시행과 함께 주차관리 전산시스템 DB를 구축하고 거주자우선주차제 시범운영 및 내집 주차장 갖기 운동을 추진하는 등 시행준비를 위한 ‘워밍업’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공영 주차장 부지매입과 함께 주차장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가 하면 하천 복개지 등 공영 주차장 유료화, 이면도로 한줄 주차 운동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는 1가구당 1개의 주차장을 반드시 갖추고 전용주차구획을 설치·운영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개정안’을 마련, 일도2동 동광초등학교 인근을 시작으로 연차적으로 구역을 확대, 오는 2008년까지 제주시 전역을 전용주차구획화할 계획이다.

전용주차구획화 등 ‘워밍업’ 돌입
이는 주민이나 상가 주인, 화물 하역 자동차 등 편의를 위해 골목길이나 도로의 일정부분을 구획화해 전용 주차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소유차량의 차고지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차고지증명제도의 기본 취지에도 부합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소위 ‘차고지증명제도의 전초전’이 되고 있는 정책들이 이처럼 원활히 진행됨에 따라 제주시는 2007년 국내에서 최초로 시행될 예정인 이 제도의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시행방안을 마련, 추진방향 및 계획을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차고지증명제 방향의 척도인 추진방향을 살펴보면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차고지증명제 시행방안 마련 위한 연구용역 시행과 더불어 △시민공청회에서 제기된 사항을 중심으로 한 중점추진 및 개선방안 마련 △차고지증명제 사전준비 추진 자문위원회 구성 운영 추진 △차고지증명제 기반조성을 위한 체계적 시설관리 및 시설확충 방안 마련으로 최대한 차고지 확보가능토록 행정력 강화 △시행방안 마련과 추진 및 사후관리를 위한 전담기구 마련 검토 강구 등이다.
총 3단계로 구성된 추진계획은 △1단계 : 2004년 4월 ~ 12월, 사전준비 추진단계 △2단계 : 2005년 1월 ~ 2006년 12월, 시행추진 준비단계 △3단계 : 2007년 2월 시행 예정, 시행추진 이행단계로, 1단계에서는 차고지증명제 추진을 위한 시행방안 연구용역 추진과 용역 세부과제 및 시행방안 사전검토를 위한 자문위원회 구성 운영, 그리고 차고지증명제 시행 사전준비를 위한 추진 전담기구 설치방안이 강구된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2단계에서는 시행방안 주요시책 및 시설확충 등 사전 기반시설 조성 추진을 비롯해 법률에서 위임한 조례제정 및 세부시행 내용에 대한 주민홍보, 도입검토 단계에서 제기된 사항 등을 중심으로 대안을 마련한다.
이 밖에도 시행추진을 위한 전담기구 및 자료관리 전산화 등 사후관리체제 구축이 이에 포함될 예정이다.

기존 몇차례 ‘불발탄’, 우려의 목소리 커
시행추진 이행단계인 3단계에서는 행정절차에 의한 시험운영 실시로 별도의 세부시행 계획을 마련하며 차고지증명제도 본격 시행에 따른 행정체계 마련 및 지속적인 홍보 강화, 그리고 혼란방지를 위한 시스템 운영 체계화와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등록된 차고지 사후관리 전산화에 따른 보완 대책 마련과 지도단속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며, 차고지 관련 행정처리 기간 다축과 아울러 간소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계획이다.
사실 차고지증명제도는 지난 1991년 당시 교통부(現 건설교통부)에서 적극적으로 도입이 추진·검토된 바 있으며, 이후에도 수원시 등 일부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차고지증명제 도입을 진행하기도 했으나 법적 근거 미비로 성사되지 못했다.
난 2001년 12월에도 서울시가 ‘차고지증명제 도입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을 건설교통부에 정식건의하면서 세부적인 시행방안까지 제시했으나‘서류상의 제도’로 그쳐, 여러 업계의 이권과 공무원들의 탁상행정 등이 빚어낸 ‘그림 속의 제도’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아왔다.
따라서 이번 제주시의 차고지증명제도 도입 방침은 선봉장 역할에 나섰다는 의미에서 매우 환영받을 일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잘못하다가는 기존처럼 도입·추진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일단락되는 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는 지난 2002년 10월부터 약 1여 년동안 차고지증명제도 입법화를 추진해오면서 지속적인 시민 토론회와 도민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 지난해 9월 18일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개정 법률안 입법예고를 거쳐 지난 1월 29일에는 개정법률에 차고지증명제 근거조항을 신설하는 쾌거를 올려 이러한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신설된 근거조항은 자동차관리법 적용의 특례 제40조의2의 6개항과 벌칙 및 부칙으로 구성돼 있으며, 주요내용은 “차량등록 신청시에는 차고지증명서를 관할시장 및 군수에게 제출하고 미제출한 자는 차량 신규·변경 또는 이전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차고지 확보명령 위반자는 자동차관리법 제10조 규정에 의해 자동차 등록 번호판을 영치할 수 있으며, 제40조의2 규정을 위반한 자는 3백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의 ‘차고지증명제 표본’ 달성 목표
제주시 교통질서지원사업단 임수길 주차시설계장은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차고지증명제 입법화 문제를 지난 2002년 10월 6일 1차 건의한 이후, 수차례에 걸쳐 이번에 어렵게 신설된 만큼 ‘한국의 차고지증명제도 표본은 제주시’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주차 선진국’이라 불리우는 일본의 경우에는 지난 1962년 6월 1일 법률 제145호로 제정된 ‘자동차의 보관장소 확보 등에 관한 법률(보관장소법)’에서 이미 차고지 의무화를 표명, 당시 6대도시에 한정했던 부분을 1973년에 전국적으로 확대해 40년동안 지속되고 있다. 이로써 40%에 불과했던 주차장 확보율이 1971년에는 2배인 80%로 향상됐을 뿐만 아니라 민영 주차장 시설 공급이 확대되고 이용률 또한 증가하는 효과를 봤다.
국내의 경우에는 일본보다 40년이나 뒤졌지만 늦게나마 제주도에서 차고지증명제가 도입·시행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거주자우선주차제도도 아직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차고지증명제도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약 2년 여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이룬 소기의 성과인 만큼 차고지증명제도의 성공적인 시행과 안착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이는 2007년 1월 이 제도가 온전히 시행되는 그 날까지 3년이라는 기간동안 제주시가 단계별 추진계획을 밟아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관·민 모두의 자발적 참여와 의식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문의 : 제주시 교통질서지원사업단 / 전화. 064-750-7362). ▣
■ 글·이재현 기자 / 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