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년월 : 2004년 8월호
부제목 : 정부측 “독점 특혜다!”, 뜨거운 공방전 지속

정부가 그간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단체수의계약 제도를 40년만에 폐지하고 중소기업 간 경쟁제도를 도입한다는 방침을 지난달 22일 확정·발표함에 따라 중소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와함께 중소기업 고유업종의 단계적 철폐까지 등장하고 있어, 공공기관 조달시장의 대기업 위주 재편 전망으로 영세 중소기업들의 줄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 1965년 도입돼 초기에는 중소기업의 안정적 판로확보와 공공기관의 구매 편의성 제공, 협동조합 활성화 등 긍정적 효과를 거양했던 단체수의계약제도는 그동안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일부 조합의 경우 편중배정, 연고배정 등 불공정한 제도 운영, 배정물량의 하청생산 납품, 대기업 제품의 구매납품 등 편법적 제도 악용사례가 많았고, 특히 조달 혜택을 받은 중소기업이 기술개발과 경쟁력 강화 노력을 게을리해 제도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글로벌 경제 대두와 공정경쟁 확산 등 경제정책 환경의 급변으로 세계시장도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고 있어, “이 제도 자체가 시대를 역행하는 정책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터져 나온게 사실.
이제는 중소기업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무조건적인 중소기업 보호·육성책을 펼치기보다는 소위 ‘시대의 경제급류’에 이들을 맡겨보겠다는 심산이다.
물론 정부의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 방안이 발표된 지 얼마되지 않은 26일에는 열린우리당이 중소기업협동중앙회 회장단 간담회에서 “정부가 폐지를 추진 중인 단체수의계약제도를 1~2년 정도 유예하고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산자부, 중기청 등과 협의해 보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긴 했지만, 정부측은 폐지안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어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

수의계약 ‘폐지 vs 존속’, 진통 예상
중소기업청(청장 김성진, www.smba.go.kr, 이하 중기청)은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에 앞서 30일에는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공청회를 열고 유예기간 정도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지만, 이미 내부방침으로는 유예기간 없이 내년 상반기 중 ‘중소기업진흥 및 제품구매촉진법’ 시행령을 개정, 하반기부터 중소기업 간 경쟁체제를 도입키로 지침을 세워논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단체수의계약제도의 근본적 개편 필요성을 인식한 중기청이 지난해 3월부터 단체수의계약물품 적정성 및 실효성 조사 연구용역을 실시함과 아울러 유관부처·학계·연구계·시민단체와 조합대표를 포함한 16명으로 단체수의계약제도개편위원회를 구성해 제도개편 방향 및 대안제도 도입방안 등 다각적 검토를 해 온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다음은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단체수의계약제도 개편안 주요내용을 소개함과 아울러 미국, 일본을 비롯한 해외 조달 및 공공구매 관련제도를 국내와 비교해 자세히 살펴보고 현재 중소기업 실태 및 향방을 짚어본 것이다.■

단체수의계약제도 개편안 주요내용 
수의계약 폐지·경쟁체제 전환이 주요골자
현재 제도개편위원회 등을 통해 윤곽이 잡힌 제도 개편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단체수의계약제도의 중소기업 간 경쟁제도로의 전환이다.
현행 단체수의계약 품목은 중소기업자 간 경쟁품목으로 전환하고 중소기업제품 판로지원 효과 극대화를 위해 ‘중소기업 직접생산 제품 판정기준’을 제정해 대기업 제품, 외국제품 및 하청생산제품의 경쟁 참여를 배제, 대기업이나 수입품에 의한 중소기업 시장 잠식을 막을 방침이다.
또한 현재 단체수의계약 참여업체가 가장 우려하는 과당경쟁으로 인한 낙찰가격의 과도한 하락을 방지하고 영세·한계기업 보호를 위해 등급별 경쟁제도를 도입, 소수 중견기업의 시장독점 및 과당경쟁 방지, 영세 소기업의 판로보호, 소기업의 하청기업화 등을 차단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영세기업은 조합을 결성, 하위등급 중소기업이 조합을 통해 상위그룹의 경쟁에 참여할 수 있게 보장된다.
‘저가입찰가격조사제도’를 도입해 최저가 낙찰제로 인한 가격하락과 중소기업의 채산성 악화 및 품질저하를 방지하고, 일정 낙찰률 이하로 낙찰받은 경우 엄격한 적격심사를 실시해 덤핑입찰 확인시 낙찰취소 및 일정기간 공공기관 입찰 참여를 제한할 예정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계기업의 사업전환 촉진을 위해서는 ▲사업전환 촉진펀드 조성 ▲신규진출 유망업종의 정보제공 ▲사업전환에 따른 유휴설비 및 공장매각 ▲근로자 재교육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중소기업사업전환특별법(가칭)’도 제정된다.
건설업 등 제3차 산업의 부가가치 생산 및 고용 등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점유 비중과 중요성이 높은 점을 감안해 중소기업 제품 범위에 공사·용역도 포함하고, 소액구매계약의 중소기업 간 경젱제도를 도입, 중소기업 간 경쟁품목으로 지정되지 않은 일반품목이라도 일정규모 이하의 공사·물품·용역 계약은 중소기업 간의 경쟁에 할당키로 했다.
분리·분할 발주가 가능한 건설자재 등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청이 분리·분할 발주를 권고하는 등 중소기업 간 경쟁품목의 분리·분할 발주 확대 장치가 도입된다.
그동안 단체수의계약제도로 인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공공기관의 중소기업 제품 우선구매 제도의 이행력이 확보된다.

중소기업 제품 우선구매, 이행력 확보
정부는 이를 위해 중소기업 제품 구매목표 비율 제도를 도입, 매년 공공기관의 중소기업 공사·용역·제품의 구매목표 비율을 고시해 중소기업청이 실적을 점검하고, 공인기관에서 규격·품질 등 성능요건을 인증받은 신기술 제품에 대한 신뢰성 보험제도를 도입·실시키로 했다.
주로 단체수의계약 수수료 수입에 재정을 의존하는 기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운영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조합의 경쟁참여를 허용, 중소기업 간 과당경쟁 방지 및 하도급 폐해 차단, 소기업의 수주확대와 조합 기능 활성화를 도모하고, 정부가 수행 중인 각종 ‘경쟁력 제고사업’에도 조합 참여율을 높히기로 했다.
이 사업에는 ▲공동판매 전시장 ▲공동해외시장 개척 ▲해외전시·박람회 개최 및 참가 지원 ▲공동물류 정보화 ▲청년채용 패키지 및 공동인력 양성 등 인력 지원사업이 포함돼 있다.
단체수의계약이 폐지되고 유사 수의계약제도가 현재의 관행대로 운영될 경우 많은 중소기업이 유사 수의계약제도 수혜기업의 하청기업화로 전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유사 수의계약제도 운영의 투명화’도 함께 추진된다.
이는 직접 생산의 기준 설정 및 정기실태 조사를 실시해 하청제품, 외국제품 납품을 근절, 관련법령에서 보호·육성하고자 하는 대상만이 직접 수혜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고 농공단지나 중소기업특별지원지역 입주기업의 졸업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소기업과 공공기관에 대한 정보제공으로 중소기업 수주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공공기관 구매의 공정 투명성·신속성 확보를 위해, 각종 수의계약제도와 관련된 중소기업 DB를 구축·운영하고 허위정보 제공기업에 대한 공공기관 입찰참여 제한 등 엄격한 벌칙제도도 도입할 방침이다.
DB는 공공기관의 입찰·낙찰정보 및 각종 수의계약 적격성 정보, 적격조합 정보, 중소기업의 적격성·생산능력·계약이행 능력 정보 등이다.

선진 외국의 공공구매제도 
미국 연방정부기관의 조달구매제도
미국 연방정부 각 기관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최대한 실행가능한 기회(Maximum practicable opportunity)’를 부여하도록 법률에 규정해 놓고 있어, 연방정부 조달을 통한 중소기업 지원시책이 타 국가의 정책에 비해 강력한 편이다.
또 개별 연방기관장은 중소기업청장과 협의해 2만5천달러 이상의 조달 계약에서 중소기업 제품 구매 목표비율을 설정하고 있으며, 매년 목표달성 정도를 중소기업청장에게 보고하되 목표 미달성 시에는 사유서를 첨부하고 중소기업청장은 그 보고내용을 취합·분석해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하고 있다.
중소기업 제품 구매 확대를 위한 제도 운용을 위해 연방정부 중소기업청에 ‘정부계약국’을 설치·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중소기업청 전체 지방조직과는 별도의 독자적 지방조직으로 미국 전역의 6개 권역별로 권역 담당관, 조달지원관(PCRs : Procurement Center Representatives) 및 하도급 지원관(CMRs : Commercial Market Representatives)이 상주해 있다.

10만달러 미만 계약, 중소에 우선순위!
이 중 조달지원관은 미국 전역에 소재한 개별 연방기관의 구매 담당부서에 주재하면서 구매계약 검토로 중소기업의 구매기회를 최대화시키고 대기업의 하도급 계획을 검토해, 중소기업, 사회 소외계층 기업 및 저개발지역 기업 등에 대한 구매목표의 적절성을 평가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도급 지원관은 미국 전역의 중소기업청 구매계약국 지방 사무실에 주재하면서 대기업의 하도급 계획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해 중소기업의 하도급 계약 획득과 동시에 비중소기업들은 하도급 목표를 충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구매권한을 가진 모든 연방기관으로 하여금 중소기업 지원부서를 설치하도록 중소기업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구매제도와 관련된 기능과 의무를 중소기업청과 협의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청이 운영하는 인터넷 기반의 조달정보 DB 및 검색엔진인 ‘프로넷(PRO-Net : Procurement Marketing and Access Network PRO-Net)’으로 19만5천개 이상의 중소기업 정보를 공유해 업체는 정보 등재·갱신을, 구매자는 중소기업 계약 대상자나 하도급 계약 대상자의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이와함께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 조달사업 수주 이행능력을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계약이행능력심사위원회에서 심사해 계약이행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계약이행능력증명서(COC : Certificate of Competency)를 발급해주고 있다.
이는 이행능력 신뢰도가 낮아 계약을 획득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에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로, 발급업체는 자동적으로 해당 계약을 획득할 수 있다.
미국은 이와같은 구매 시스템과 아울러 구매 확대 시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연방정부 계약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10만 달러 미만의 조달 계약은 가격이나 품질, 납품에서 2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제안서를 받으면 중소기업과 우선적으로 계약할 수 있고 2천5백 달러 이하는 소액구매로 간주돼 정부기관은 구매 담당자 판단에 따라 정부신용카드로 임의구매가 가능하다.
10만 달러 이상인 경우에도 2개 이상의 중소기업에서 제안을 받을 수 있고 공정한 시장가격으로 계약이 체결가능한 경우 중소기업과 우선적으로 계약할 수 있다.
중소기업을 주 계약자로 선정하기 어려운 경우 구매기관 담당부서는 조달지원관에게 입찰공고 30일 전까지 해당 조달계획과 함께 합당한 사유를 담은 설명서를 제출하면 된다. 접수 후 조달지원관은 15일 이내에 중소기업과 계약이 가능한 부분을 분리해 중소기업과 계약을 하도록 해당기관에 권고하면 된다.

하도급 요건 불이행시, 손해배상 지불
현재 미국의 하도급 시책은 1994년 이후 10만 달러의 구매한도를 초과하는 계약을 한 모든 기업에게 실행가능한 기회를 중소기업, 사회적 불리기업, 여성기업 등에 제공할 것에 동의해야 한다. 연방정부의 50만 달러(건설은 1백만 달러)를 초과하는 계약이나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중소기업을 제외한 모든 기업은 중소기업과의 하도급 계획을 제출해야 하며, 이는 계약 체결 전 수립되며 일단 승인되면 계약의 일부로 포함되고 있다.
하도급 계획을 승인받아야 하는 연방기관 조달에서 주계약 체결 대상자가 일정기한 내 하도급 계획 협상에 실패하면 계약 체결 대상에서 제외되며 계약 제안자가 중소기업에 최대한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판단되지 않을 경우에는 계약이 체결되지 않는다.
이 외에도 연방기관은 중소기업이 하도급 계약에서 최대한 수주할 수 있도록 권장하기 위해 적절한 유인책을 제공할 권한을 가진 반면, 연방기관과 주 계약자와의 계약서에는 주 계약자가 하도급 계획과 관련된 요건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다면 손해배상을 지불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야 한다.
미국 중소기업법 제8조 규정에 의한 프로그램인 ‘8(a)’는 연방정부 각 기관은 먼저 중소기업청과 조달계약을 체결한 후 중소기업청이 사회경제적 불리 개인 기업과 하도급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청과의 계약은 계약관의 재량 하에 상호합의된 계약조건으로 이루어지며 대상업체 선정은 중소기업청 책임이다.

일본의 공공구매 및 적격조합 제도
일본 정부는 공공구매시 중소기업의 수주기회 혹보를 위해 ‘관공수확보법’ 등에 정부가 해야 할 구체적 사항을 나열하고 있으며, 총 계약 목표 등 당해 연도 지원시책을 종합적으로 상정해 국가계약방침을 결정하고 있다.
중소기업 수주기회 확보를 위한 세부지원 방안으로는 ▲중소기업 관공수 대상품목 등에 대한 발주정보 제공 ▲관공수 적격조합 등 활용 ▲중소기업자에 대한 정보제공 철저 ▲관공수 적격조합 및 지방 중소기업 활용 ▲특정물품 지정 폐지 ▲계획적 발주 및 노동시간 단축 배려 ▲조달절차 간소화 및 합리화 ▲기술력있는 중소기업에 입찰참가 기회 확대 등이 있으며, 적격조합 등을 통한 수주기회 확대 시책도 수행하고 있다.
적격조합제도는 대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중소기업이 공동수주를 통해 수주능력 향상을 도모하고 국가 등 공공기관의 구매편의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적격조합임을 인정받은 조합의 경우에는 정부 등과 제한적 수의계약을 체결하거나 유리한 조건으로 경쟁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외에도 자격등급에 따라 입찰참가 가능범위를 정하고 동일자격 등급자 간 경쟁을 통해 물품이나 공사, 용역을 발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 계약은 중소기업이 수주기회 확보가 곤란함을 감안해 2000년 12월 9일 공공공사 비용절감 대책 관계각료회의 결정에 따라 오는 2008년까지 적용할 적정발주 단위를 설정해 운영하고 있다.

단체수의계약제도 비교 및 시사점 
장애인·여성기업 우대, ‘공통분모’
상기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과 일본, 그리고 국내 모두 정부 등 공공기관 조달구매에 있어 중소기업자의 수주기회 확대와 중소기업 제품 구매촉진을 위한 법률적 제도와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공통적으로 중소기업과 함께 장애인이나 여성 등 사회약자 기업, 보훈 유공자 등에 일정부분 우대하고 있으며, 일본과 국내는 중소기업기본법에 근거를 두고 협동조합을 적극 활용하는 있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은 물품이나 단체를 특정짓지 않고 불특정 다수의 중소기업자 모두에게 수주기회 확대 및 제품구매 촉진 시책을 추진해 중소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고 이행력을 강력히 보장하고 있는 반면, 국내는 가장 핵심적인 단체수의계약제도에서 특정조합과 물품을 지정경쟁 제한적으로 운영해 이 외 불특정 다수의 공공구매제도는 그 이행력이 매우 미약한 편이다.
미국과 일본은 중소기업자의 물품이나 공사, 용역 서비스 전체를 포함해 하도급 단계까지를 범위로 하고 있음에 비해 국내는 대부분 제조업 생산제품 위주에 머물고 있고 하도급에 있어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미국 제도는 국내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강력한 구속력을 가지고 있으며 중소기업 지원이 시장경제와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를 유지·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중소기업제품 구매가 경쟁적으로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지원제도의 요체이며, 미국, 일본 제도는 중소기업자의 수주기회 확대에 정책적 중점을 두고 있고 업종이나 품목 등을 특정해 지원하는 경우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본제도, 공공구매 도입기에 ‘부합’
미국 제도가 구매촉진의 이행력을 높일 수 있는 이유로는 ▲개별 연방기관의 중소기업 지원시책 적극 협조 ▲중기청은 특정부서 산하가 아니라 대통령 직속기관이기 때문에 독립적 지위에 위치 ▲전문직 공무원으로 구성된 조달지원관, 하도급 지원관 구성 ▲하도급 실행계획이 조달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반영되어 유인체계를 갖추고 있음 ▲미국 상원, 하원에 설치된 중소기업위원회의 구매제도에 대한 높은 관심 조달청에 집중되지 않고 개별 기관에 분산되어 있는 조달기능 등을 들 수 있다.
국내 중소기업제품 공공구매 제도와 가장 유사한 특징을 보이고 있는 일본 제도는 기본적으로 경쟁입찰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나 수의계약에서는 예외적 사항에서만 제한적으로 운영 중이며 실적비율도 굉장히 낮은 편이다.
중소기업 지원제도도 정보제공과 적격조합 등의 간접지원방식이지만, 관공수에서 중소기업 수주율이 높은 이유는 ▲중소기업의 높은 경쟁력 ▲대기업과의 원활한 하청구조 ▲공사수주에서의 지역중소기업 우대조치 ▲분리, 분할발주에서 기인한다고 판단된다.
관공수(공공구매) 및 적격조합제도는 미국이나 일본같은 경쟁입찰제도가 정착된 나라보다는 국내와 같이 제도 도입기에 있는 경우, 특히 공공구매제도나 중소기업간 경쟁물품제도 등과 같은 다른 판로확보제도에 시사점이 더 크다 하겠다. 또 적격조합을 통해 유리한 수주조건이나 제한적 수의계약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수주자격만을 부여하고 수주를 보장하지 않는 등 경쟁을 전제로 하고 있다.

수의계약 폐지, 중소기업계 논란 
“당장 폐지보다 점진적 폐지를…”
국내의 단체수의계약제도는 중소기업청장이 지정 공고한 단체수의계약 물품을 공공기관이 구매할 경우 해당 중소기업협동조합과 수의계약으로 구매하는 제도로 지난 1965년 21개 조합의 1백81개 품목을 대상으로 도입됐다. 이후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효과적인 판로지원정책이라는 평가 속에 1983년에는 55개 조합의 1,474개 품목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조합의 불공정한 물량배정과 지나친 보호로 중소기업의 기술개발과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비난이 고조되면서, 단체수의계약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폐지하는 쪽으로 정부 방침이 정해진 바 있다.
지난해 말 현재 1백70개 조합의 1백38개 품목에 대해 단체수의계약이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연간 총구매금액은 4조8천9백18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 및 경쟁체제 전환은 그나마 계약 수수료로 운영됐던 전국의 81개 중소기업협동조합연합회의 기능 재편과 해체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현재의 단체수의계약물품 1백38개 품목이 중소기업간 경쟁품목으로 지정돼, 가뜩이나 채산성 악화로 하루하루 보내기가 피를 말리는 중소기업들에겐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기술개발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은 중소업계도 인식을 같이 하지만, ‘공정한 시장경쟁 조성과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차원’이라는 미명 아래 대안도 없이 당장 이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부 방침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실효성없는 정책을 졸속 추진하는 것”이라며, “현실성있는 대안을 찾은 후 점진적으로 제도를 개선해도 늦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오는 2006년까지 중소기업 고유 업종을 단계적으로 없애겠다는 방침도 부작용이 크다. 월등한 자본력과 유통망을 갖춘 대기업이 중소기업 업종에 무차별 진출하게 돼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에서 앉아서 당하는 셈이다.
서울 및 수도권은 그나마 사정이 더 낫지만 지역경제는 최악의 현재 상황에서 더 이상 떨어질 힘도 없어 남아있던 사기마저 떨어지고 있다.
시장경쟁력이 형성된 후 폐지론이 대두되어야 한다는 중소업계의 입장과는 달리 정부는 폐지에 대한 견해가 강경하다.

수의계약 의존도 14%, ‘폐지’ 무리없어
특히 감사원 관계자는 “공공구매 제도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 단체수의계약제도가 2백87만 전체 중소기업 중 0.09%에 불과한 2천6백여 중소기업과 1백70개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독점적 특혜를 주는 제도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재 단체수의계약 참여 조합원의 단체수의계약 의존도가 매출액의 14% 내외에 불과해, 전면 폐지된다 해도 참여업체 1만3천개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어차피 단체수의계약제도가 그 취지에서 벗어났다면 다른 중소기업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경쟁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국내 경제가 얼어있는 가운데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된다면 부도업체의 속출에 이어 경제 전체가 흔들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같은 현실을 직시해 이론적인 정책에서 그치지 않는 현실 타당하고 시의 적절한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
■ 글·신영주 기자 / yjshin@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