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월 : 2001년 10월호

지난 9월 20일 시흥시 정왕동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 입구.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끌고 다닐 수 있도록 흰색 전용선을 그어놓고, 별도의 초록색 안내판이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지하철역에 마련된 수직형 휠체어 리프트에는 청색 테이프가 더덕더덕 붙어있고 ‘운행 중단’이라는 게시물만 붙어있었다. 부름버튼·인터폰·마이크를 눌러보았으나 역 직원은 오지 않았다.
지난 1월 22일 오이도역에서 장애를 지닌 노부부가 수직형 휠체어 리프트를 타고 1층 승강장으로 내려갔다가 숨지고 다친 이후, 9개월째 이 리프트가 방치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오이도역에 설치된 4대는 물론, 인근 정왕역과 신길온천역의 수직형 리프트 역시 운행이 중단돼 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오이도역에 설치된 리프트는 아예 쓰레기통으로 입구를 막아놓고 있었다. 사고가 났던 리프트는 여전히 안전장치가 설치돼있지 않았다. ‘출입금지’ ‘수사중’이라는 팻말만 흉물스럽게 붙어있었다. 정왕역에도 ‘사용 중지 기간’이라는 안내문만 있었다. 지하철역은 ‘이동식 리프트’를 준비해 놓았지만, ‘장애인권익지킴이’ 활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 박종태(42)씨는 “이동식 리프트로는 계단을 오르는데만 20분 이상 걸린다”며 “최신식
시설을 갖춰놓고 사고후 9개월째 방치하고 있는 셈”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98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5년까지 모든 역사에 리프트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가 난 수직형 휠체어 리프트는 제작 및 설치와 안전관리기준이 없다. 이에 따라 정기안전점검을 받는 승강기와 달리, 장애인을 위한 수직형 리프트는 아예 관리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승강기안전관리원 관계자는 “국제표준기구는 노약자 안전을 위해 4m 이상은 엘리베이터형으로 리프트를 만들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단가가 싼 수직형 리프트를 제작·설치하고, 그나마 제작 및 안전검사 기준도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애인실업자연대의 김수태 자활사업단장은 “장애인이 갈수록 지하철 이용을 꺼리고 있다”며 “지하철 전체에 설치·안전 기준을 갖춘 엘리베이터가 설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