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잡통행료 재원, ‘BRT’에 투자해야
대중교통수단 공급자에게 보조금 지급·인센티브 확대…제도 정착의 길
■기고·교통개발연구원 한상용 책임연구원

최근 서울, 수도권 지역에서의 만성적 교통혼잡은 통행시간 손실과 에너지 낭비, 운송비용 증가 등 막대한 사회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교통혼잡 완화를 위해 버스전용 차선제, 주차면적 제한, 10부제 운행, 혼잡통행료 징수 등이 시행됐으나 준비 소홀과 운영 미숙으로 효과는 미흡하다.
이에 필자는 혼잡통행료 제도의 이론과 해외 시행사례 및 서울시 교통현황에 대한 종합적 검토를 바탕으로 서울 도심과 부도심 지역의 혼잡통행료 제도에 대한 시행 효과를 BRT 제도와의 정책 결합을 중심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혼잡통행료 징수는 1920년 Pigou가 외부성 개념을 설명할 때 혼잡도로를 일례로 들면서 관심의 대상이 됐으며 이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혼잡이 주는 사회 비용을 반영한 혼잡통행료는 운전자에게 자신의 통행이 발생시키는 진실한 사회 비용을 인식한다는 것을 기본개념으로, 이를 통해 비용을 충분히 지불한 통행만이 가능하고 도로사용은 그 가치가 가장 높은 사람들로 인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혼잡통행료 징수 효과에 대한 연구는 국내에서 흔히 행해지는 혼잡통행료 징수에 기인하는 수송분담률이나 통행속도 변화와 같은 단일평가지표에 의한 분석도 있지만, 통행분산 및 억제효과, 도로 이용자의 편익 분석 등 사회 전체적인 후생 효과 분석을 통해 총체적으로 접근하면서 효과적인 혼잡통행료 징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경향이 있다.

혼잡통행료 징수에 대한 해외 사례 - 노르웨이, 런던, 도쿄 등
혼잡통행료 주요 징수 대상은 공통적으로 승용차이며 통행료 징수 목적은 국가마다 상이하지만 목적에 따라 징수제도의 설계를 달리 적용하고 있다.
노르웨이 : 1984년 베르겐에서 혼잡통행료 징수가 처음으로 제안됐고 1986년 도입됐다. 징수 목적은 통행수요 감소가 아니라 신규도로 건설재원 마련에 있었으므로 제도 자체도 그 목적에 부합되어 설계됐다. 혼잡통행료 징수가 최근 노르웨이 국회에 의해 허용됐지만 아직 제도가 도입된 경우는 없으며 오슬로의 경우 Toll Ring과 같은 지역 내에서 동일시간대에 동시 적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런던 : 영국 대도시 지역의 평일 첨두시간 지체율은 0.7min/km였으나 런던시 지체율은 1.1min/km으로 1.4배나 더 혼잡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런던시 중 가장 혼잡한 지역인 Central London은 비첨두 시간대가 첨두시간대보다 혼잡 정도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교통재원 마련을 위해 시행된 혼잡통행료 징수제도 시행 이후 평균 통행 속도가 지속적으로 저하해 오전 첨두시간에는 1970년대의 14.2mile/h에서 2000년대 초반에는 9.9mile/h로 감소했다.
싱가폴 : 정부는 1873년 부처간 협의회 주도로 지역통행 허가제 실시를 공식화한 후 1975년 본격적으로 혼잡통행료 징수제도를 시행했다. 이후 통행제한구역 이외 지역으로도 통행료 징수지역이 확대되었으며, 고속도로에는 도로통행료 징수제도(RPS)가 도입되기도 했다. 이는 도심지역 외부의 혼잡지역에 대한 통행료 징수를 위한 시범제도로, 징수제도 확대를 위한 단계적 조치의 성격이 강하다. 이 제도는 1998년에 자동통행요금징수제도(ERP)로 대체됐다.
도쿄 : 도쿄에서는 혼잡완화 및 대기오염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도로통행료 징수 도입의 전단계로 2001년 6월 ‘도쿄 Road Pricing 검토위원회’에서 검토 보고서를 제출했고 이를 토대로 시민, 사업자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의 도로통행료 징수 계획은 만성혼잡이 경제 및 대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수립한 ‘도쿄 교통수요관리 실행계획’에 근거하고 있고 통행료 징수는 혼잡완화와 대기환경 개선 두가지 목적을 위해 실시하고자 한다.
이와같은 각국의 혼잡통행세 제도에 대해 일반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먼저 제도 수용성 정도를 비교해보면 노르웨이의 경우, 베르겐에서는 반대여론이 제도 시행 전후에 54%에서 37%로, 오슬로에서는 70%에서 64%로, 트론트하임에서는 72%에서 48%로 상당히 낮아졌다. 베르겐의 통행료 징수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긍정적 태도는 낮은 통행료 수준과 시정부의 적극적인 홍보로 취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데에 기인하지만, 오슬로는 베르겐에 비해 높은 통행료와 긴 징수시간에 대한 반감 그리고 시정부가 베르겐, 트론트하임에 비해 홍보활동을 소극적으로 했기 때문에 그리 긍정적이진 못하다.
런던은 혼잡통행료 도입 추진에 대한 시민의 의견을 1년 반 동안 수렴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회 개최, 대중매체를 활용한 제도 내용 홍보, 불특정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등을 병행해 높은 수용성을 보였다.
효과성으로 살펴보면 베르겐은 징수시간대에 도심 진입 차량수가 6~7% 감소했으나 차량당 통행거리는 변하지 않았고 대중교통수단으로의 수단 선택 변경의 명확한 근거도 없다. 런던은 혼잡통행료 징수에 따라 혼잡도가 약 30% 감소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달성했다. 싱가폴은 자동요금징수시스템으로 전환한 후 도심지역 통행량이 ALS 시행 때보다도 10~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중교통수단의 수송분담률도 69%로 2배 가량 높아졌다.

혼잡통행료 제도의 국내 사례 ­ 서울시를 중심으로
서울 도심간선도로의 차량 통행속도는 현재 16km/h대로 주요도로의 대부분이 교통혼잡도의 심각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로 인한 혼잡비용은 2002년 기준으로 연간 5조3천억원에 이르러 서울시 총생산액의 약 4.6%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1992년 이후 연평균 11.4%씩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외곽의 신규개발택지가 확대되면서 이들 지역의 자족성이 떨어지고 광역전철망이나 버스 서비스 부족 등으로 시계 외 유출입 교통량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로 인해 도심뿐만 아니라 시계 유출입 교통축을 중심으로 혼잡도가 서울시 전체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개발 패턴이 지속될 경우 서울시의 인구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전체 교통량은 증가 추세에 있을 것으로 파악되며 혼잡비용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서울시는 심각한 도심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자가용 승용차 이용을 줄여야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여러가지 교통수요 억제 대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으나 교통혼잡을 야기하는 주체에게 비용을 부담하는 원인자 부담정책 도입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자가용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개선을 위해 혼잡통행료 징수를 도입·시행하고 있다.
서울시 남산 1, 3호 터널의 혼잡통행료 징수 모니터링 자료에 의하면 차량 통행량은 혼잡통행료 시행 직후 급감하다가 이후 면제차량 급증 등의 이유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2년에는 시행 전 대비 9.0% 감소된 통행량을 보이고 있다. 통행속도는 혼잡통행료 시행 전 21.6km/h에서 시행 이후 30km/h 이상의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5일~15일까지 교통개발연구원이 전문 리서치기관에 의뢰한 혼잡통행료 제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남산 통행료 징수 시행 효과가 없다는 응답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터널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일수록 시행효과에 대해 부정적 반응이다. 서울지역의 혼잡통행료 확대 시행에 대한 반응은 지역에 무관하게 부정적 반응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행료 징수액을 대중교통수단 확대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경우에는 반대 반응이 낮아지고 있으나 최종적으로도 전체의 40% 가량이 ‘반대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인천지역 거주자가 재원의 대중교통수단 확대 사용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반대에서 찬성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혼잡통행료 확대 시행에 끝까지 반대하는 응답자의 반대 이유를 살펴보면, 경제적 부담 증가, 혼잡 완화 효과 과소,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 불가능 등이 주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체적으로 혼잡통행료 확대 시행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은 상당히 낮으나 재원의 대중교통수단 확대의 활용에 의해 반대의사를 상당히 낮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교통혼잡 개선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대리변수로 승용차 이용자의 대중교통수단 전환율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제도 시행에 대한 민감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혼잡통행료만을 징수할 경우 특히 일산이나 분당, 평촌 등 신도시 지역의 전환율이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어 대중교통시설 공급수준의 우수성을 방증하고 있다.
제도 시행의 일인당 지불의사액을 확인하기 위해 각 시나리오별 지불의사액을 계산해보면 혼잡통행료 단독 시행의 경우보다 혼잡통행료 + BRT의 경우에 승용차 이용자의 지불의사가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접 지불하는 혼잡통행료에 BRT 시행에 따른 통행시간 단축으로부터 발생하는 시간가치의 기회비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의 제도 시행 시나리오든, 승용차 보유자에 비해 승용차 출근자의 지불의사가 높은 것은 승용차 이용에 따른 편익에 대한 인식 정도의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혼잡통행료 단독 시행의 경우 보유자와 이용자의 지불의사는 1천5백~2천원 내외로서 혼잡통행료의 심리적 허용한계가 2천원 내외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혼잡통행료 제도 시행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은 매우 낮은 편으로 BRT와의 결합 시행을 통해 수용성을 높힐 수는 있으나 그 이후에도 전체의 40% 가량이 지속적으로 반대하는 것을 감안할 때,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그 효과에 대한 정책 분석을 치밀하게 수행하고 이를 홍보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대중교통수단으로 전환율에 근거한 혼잡통행료 또는 혼잡통행료 + BRT의 교통혼잡 개선효과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 효과는 시행 대상지역의 차이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교통축별로는 특히 신도시 등 대중교통시설이 충분한 지역일수록 효과가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제도 시행 이전에 교통축별 대중교통시설의 공급수준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따라서 혼잡통행료 재원을 부분적으로는 대중교통수단을 위한 각종 인프라에 투자하는 한편, 대중교통수단 공급자에게 보조금을 지불함으로써 대중교통수단 이용의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것이 혼잡통행료 제도를 정착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이론적 선택을 현실에 적용시키는 방법으로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BRT 공급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간선 대중교통 공급체계를 안정화시키는 방법이다. 승용차 이용자가 대부분 중장거리 통행자임을 감안할 때 시 외곽에서 도심까지 급행으로 운행하는 BRT야말로 승용차에서 대중교통수단으로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대체재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혼잡 개선효과를 고려하면 혼잡통행료 단독 시행보다는 혼잡통행류 + BRT가 보다 나은 정책수단이지만, 형평성을 고려할 경우 어떤 경우든 소득 역진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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