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연한 사고방식 이제 그만 … 변화만이 살길이다!


우리나라 승강기 도입 역사는 올해로 꼭 1백년을 맞는다. 일제 강점기인 1910년 조선은행(現 화폐금융박물관)에 화폐 운반용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국내 최초로 도입된 이후 현재 승강기 설치대수는 41만여 대로 늘었다. 매년 2만5천여 대에서 3만대 정도가 증가하는 국내 승강기시장은 중국, 일본에 이어 승강기 신규설치 세계 3위에 해당할 정도로 승강기 강대국에 속한다.
하지만 국내 승강기산업은 외국계 기업에 잠식되어 정작 국내 승강기업계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IMF 이후 국내 진출한 오티스, 티센크루프, 쉰들러, 미쓰비시, 코네 등 세계 굴지의 승강기기업은 서서히 세를 뻗어나가 현재 국내 승강기시장 60% 이상을 선점하고 있으며, 그나마 현대엘리베이터가 국내 토종기업으로서의 맥을 지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레 대·중소기업간 양극화를 가져왔다. 현재 국내 승강기산업은 현대엘리베이터, 오티스, 티센크루프, 쉰들러, 미쓰비시 등 대기업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중소 승강기업계는 나머지 파이를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소업계 스스로 안일한 대처를 통해 자초한 일이라며 오히려 질책하고 있다.
과거 국내 승강기산업은 올림픽 전후로 건설붐이 일어 호황을 맞게 되었다. 이후 단체수의계약제도 등으로 중소 승강기업계는 정부의 수혜를 입으며 탄탄대로를 걸었지만 고정적인 물량 확보에 안일해진 중소 승강기업계는 해외진출과 기술 인프라를 위한 지원 및 투자에 소홀했다.
이 결과 단체수계가 폐지된 이후 부품과 기술에 대한 대외의존도가 심화됐고, 제품에 대한 신뢰성은 약화됐다. 이러한 전반적인 기술수준의 낙후 등은 승강기산업 전반에 대한 내성 약화를 초래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초고층 승강기 열풍이 국내 중소 승강기업계에게 있어 먼 나라 이야기가 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설상가상으로 몇 해간 이어진 건설경기 침체와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해 국내 승강기 중소기업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치열한 내수경쟁은 덤핑경쟁으로 이어지고 그나마 경쟁력이 있던 중저가 제품도 중국 및 동남아 제품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또한 대기업의 하도급 체제가 시장 내 고착화되면서 기술 종속화가 심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품의 독자개발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이러한 저가수주 열풍은 승강기 유지보수시장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현재 대기업군과 8백여 개에 이르는 중소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가격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승강기 유지보수시장은 보수료 자체가 표준보수료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덤핑 거래는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소방방재청에서 발표한 2009년도 승강기 갇힘 등 안전사고로 인한 119구조대 출동건수를 보면 총 7천5백18건(피해자 1만4천8백13명)으로 하루 평균 20건 정도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국내 중소 승강기업계에게 있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당장의 이익에 현혹되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넓혀 기술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 역시 기업의 기술투자를 유도하고, 기술 애로사항 및 사업지원 규모를 확대해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년 15%(누계증가율)씩 성장하고 있는 국내 승강기산업은 고부가가치산업으로 경기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안정적인 산업이다. 이미 세워진 건물도 20~30년 주기로 교체를 해야 하기 때문에 꾸준한 수요가 발생하며, 한번 설치한 승강기에서 나오는 부품교체 등 유지보수에서도 안정된 수익이 나오기 때문이다.
승강기 유지보수 시장도 곧 1조원 시대에 이른다. 더 이상 감나무에 감이 떨어지길 바라는 수동적인 사고방식으로는 발전 가능성이 없다. 대한민국의 저력이 국내 중소 승강기업계에서 발휘되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글 _ 이재현 기자(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