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전통시장 살리기‘고군분투’
전통시장 주변도로 평일 주정차 1시간 이내 허용
서울시, 2012 시설현대화사업에 총 155억원 투입

정부가 전통시장 이용 활성화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지난달 16일부터 전국 54개 지자체 78개 전통시장 주변도로에 평일 주정차를 1시간 이내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포함된 78개 전통시장은 상인회 등 의견수렴을 거쳐 주변여건 등을 고려해 선정됐다. 주정차 허용 시간대와 허용 구간은 도로여건, 교통량, 출퇴근 시간대 등을 감안해 각 시장별로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교통 혼잡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차 허용시간을 1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주정차관리요원을 배치해 효율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행정안전부 지역경제과 최병관 과장은 “주정차 관리요원은 공공 근로인력 등을 활용하고 조끼, 모자 등 정해진 복장을 착용해 식별을 용이하게 할 계획”이라며 “이용자들에게는 입차 시 주차표를 발급해 주차 허용 시간을 안내할 예정”임을 밝혔다. 이외에도 허용구간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시점과 종점부에 안내표지판을 각각 설치해 전통시장 이용객을 구분하고, 시장별로 안내 현수막을 전통시장 입구에 게시해 홍보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그동안 전통시장은 대형마트보다 가격이 저렴한데도 만성적인 주정차 공간 부족으로 인해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지난해 10월부터 주말 및 공휴일, 명절기간 주정차를 허용해 왔지만, 이제 평일까지 주정차가 허용돼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전통시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의 경우 한달간 부산 동구 부산진시장과 사하구 하단5일장, 해운대구 반여농산물시장, 연제구 연동시장, 동래구 서원시장 등 부산 대표 전통시장 5곳의 주변도로에 주차를 허용하며 시범실시를 거쳐 확대 실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경찰서와 구·군은 평일 주차 허용대상으로 지정된 전통시장에 대해 주변 도로 여건을 감안해 주차 구간과 시간을 명시한 보조표지판을 설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중주차나 허용구간을 벗어난 주차나 장기 주차는 단속 대상이다.
행정안전부 맹형규 장관은 “이번 전통시장 평일 주정차 허용으로 설 명절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많이 애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차장 확보·아케이드 설치 등 시설현대화 박차
전통시장 이용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시설현대화 사업에서도 나타난다. 서울시는 전통시장 경쟁력 강화와 서울형 전통시장 육성을 위해 2012년 시설현대화사업으로 종로구 광장골목시장 등 22개 시장에 주차장, 고객편의시설, 아케이드, 환경개선사업, 상권 활성화 사업, 노후 및 안전시설 개선을 위해 국비 93억, 시비 33억, 구비 21억, 민간자부담 8억 등 총 155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미 2002년~2011년 사이 진행된 전통시장 시설현대화사업에 총 2,143억 원의 예산을 투입, 총 99개 시장 190개 사업을 추진한 바 있으며, 47개 골목형 시장에 749억원의 예산을 들여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시장 주변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총 12개 시장에 405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수유·수유 재래·수유 골목 시장 등 3개 전통시장이 밀집한 강북구 수유동에는 2015년까지 100면 규모의 공동주차장이 들어선다. 은평구 대림시장은 골목에 형성된 무허가 점포를 시장 안으로 옮겨 시장 상인과 함께 성장하도록 했다.
구로구 자율시장은 상권 활성화를 위한 쇼핑 아케이드가 조성된다. 광진구 자양골목시장과 양천구 목4동시장에는 화장실과 고객쉼터, 놀이방 등이 들어선 고객편의센터가 생겨 지역문화 커뮤니티의 장의 역할을 톡톡히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또 전통시장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상인조직 활성화, 공동마케팅 등에 대한 지원도 할 계획이다. 쇼핑 환경이 개선되면 시장이 활성화되고 고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경제진흥실 생활경제과 박상영 과장은 “2012년도 시설현대화사업 지원과 함께 향후 시장방문객 만족도 향상을 위해 상인들의 의식개혁 등 ‘경영현대화’로 시민 곁으로 다가가는 지역밀착형 전통시장으로 육성할 계획”라면서 “2002년부터 시작된 전통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이 상인 및 방문객들의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시장의 하드웨어 측면은 상당히 개선된 만큼, 시장의 자생력을 위한 상인조직 활성화, 상인의식개혁, 공동마케팅 및 친절한 고객응대 등 소프트웨어적인 분야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비단 서울시에서 그치지 않는다. 울산시 동구에 따르면 전통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전하동 전하시장 인근 1037㎡ 규모에 28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주차면 50여 대의 시장전용 주차장 건립을 추진해 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전통시장은 2003년 1,695곳에서 2010년 1,517곳으로 7년 사이 178곳이 사라졌다. 반면 대기업의 SSM은 234개에서 무려 928개로 694곳이 늘어났다. 이미 SSM은 골목 상권을 장악한 지 오래고, 적어도 20년 이상 이어오고 있는 전통시장 마저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기업형 슈퍼마켓과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전통시장으로 돌리기 위해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 및 공영주차장의 지속적인 건립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방문객들의 주차료 면제 등 좀 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