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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년월 2010-12
 
행안부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청사 합동재난대응훈련

유관기관과의 연계 통해 화재 등 재난발생 시
인명·재산 등 보호할 수 있는 대응태세 확립
세계 각국 엄격한 방재 관련 법규 적용 … 한국 방재 시스템은 ‘미흡’

지난 10월 1일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내에 있는 38층규모의 주거용 오피스텔 우신골든스위트 아파트(2백2가구)에 초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이날 오전 11시 34분께 아파트 4층에서 발생, 불과 30여 분만에 아파트 꼭대기까지 순식간에 타 들어갔다.
이날 출동한 해운대 소방서는 불과 30분만에 화재가 아파트 꼭대기까지 번진데 대해 “건물 외벽이 불에 잘 타는 가연성 소재로 진화할 틈도 없이 꼭대기층까지 번졌다”며 “또 바람이 부니까 건물과 건물 사이가 온돌 구실을 해 밖에서는 불을 잡을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소방관들이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며 경찰 등 관계당국에 강력 항의했다.
지난 10월 1일 발생한 부산 해운대 주상복합건물 화재를 계기로 초고층건물 방재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초고층건물은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진화작업이 어려워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지난달 17일 경기도 성남시 소재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청사는 합동재난대응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화재 취약 계절이 다가옴에 따라 화재에 대한 경각심 고취 및 유사 시 자위소방대 초기 대응능력을 배양하고, 유관기관과의 합동 실습훈련을 통해 재난 발생 시 인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대응태세를 확립하기 위함이다.
이에 따라 유관기관으로는 성남시, 성남소방서,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 등이 참여해 화재진압, 전기·가스누출 차단, 승강기 갇힘사고 대비 인명구출, 문서반출 등이 이뤄졌다. 특히 올해부터 처음으로 승강기 구조훈련이 포함되어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 경기서부지사에서 본부장 및 검사원이 지원을 나와 화재 시 승강기에 갇혀있는 승객을 구출하는 역할을 맡았다. 승강기 구조훈련은 올해를 기점으로 매년 실시될 예정이다.
약 5백여 명이 참가한 이번 훈련은 화재 발생 후 인명대피 및 재산 보호까지 총 소요시간이 30분 내외로 이뤄졌으며, 이후 안전교육을 하는 것을 끝으로 이날 훈련은 마무리됐다.

13층이 한계인 소방사다리차…초고층 화재 시 무용지물
최근 고층 건물 화재와 관련해 각 지자체에서 화재 시 합동재난대응훈련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청사에서 실시하는 모의훈련과는 달리 최근 국내에 건축되는 주상복합건물은 대부분 지상 30층을 넘는 초고층이다.
반면 국내 소방사다리차는 13층이 한계이며, 펌프차의 살수 높이는 15층이 마지노선이다. 따라서 화재진압 인력의 진입이 쉽지 않고 공기안전매트 등 기존 구조장비로는 인명구조에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체들은 주상복합건물 시공 시 설계단계부터 화재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정작 화재가 발생하면 스프링클러 등 자체 진화시설과 초동조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특히 과거에 시공된 초고층 주상복합의 경우 법 규정에 따른 의무화가 아닌 건설업체 자체적으로 화재에 대한 안전설계를 적용했다는 한계가 있어 비상 시 대형 인명피해 우려도 제기된다.
한 초고층 빌딩 관련 전문가는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의 화재안전과 관련된 특별법이 올해 제정됐기 때문에 지금까지 지어진 건물들의 경우 화재안전과 방재시설이 상당히 취약한 상황”이라며 “특히 주상복합은 상가부분에서 화기를 다루는 위험한 시설이 많아 만약의 화재 발생 시 아파트 입주민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세계 각국을 보면 매우 엄격한 방재 관련 법규를 적용하며 화재 예방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고층 건물이 밀집해 있는 미국 뉴욕, 일본 도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 3개 도시의 방재 정책 및 고층건물의 화재 대비시설 운영 현황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미국 뉴욕 : 미국은 초고층 건축물에 대한 방재 관련 법규가 매우 상세하고 까다롭다. 우선 미국 방화협회(NFPA)와 소방기술사회(SFPE) 등이 기본적인 지침을 제시하고 각 주와 도시 등 지자체는 지역의 특색과 기후, 성격 등에 맞춰 건축물 규정을 상세하게 정한다.
모든 건축물 방재체계의 기본이 되는 NFPA의 미국화재안전기준(NFC : National Fire Codes)만 해도 총 15권에 2백80여 개의 코드로 이루어져 있다. 화재나 폭발, 소방시설, 인명 안전, 전기, 가스 분야를 총망라해 분량만 해도 약 1만여 페이지나 된다. 여기서 건물의 용도와 위치, 높이와 면적, 형태 등에 따라 건축물 관련 방재 기준은 조금씩 달라진다.
각 지자체는 인명이나 재산적 가치, 사고 발생 시의 상황 등을 모두 고려해 건축물의 구조와 시설, 내·외장재 등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다.
예를 들어 뉴욕 건축물은 바닥이나 보, 트러스, 기둥, 계단실, 엘리베이터, 배관과 도선 등에 이르기까지 재질이나 크기 등에 대한 기준이 있으며, 내력벽과 마감 벽, 단순 구획물 등의 재질에 대해서도 조항이 마련돼 있다.
면적에 따라 최소 방재 담당자의 수를 정해놓기도 했다. 초고층건물에 필요한 피난층의 경우 미국에서는 지상층을 가장 안전한 피난층으로 인정할 뿐이다. 하지만 모든 건물은 내부에 대피장소를 설치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번 해운대 주상복합건물 화재진압 때 헬기가 큰 역할을 했지만 미국에서는 헬기 착륙장인 헬리포트에 크게 의존하지는 않는다. NFC에 헬리포트 설치에 관한 규정은 있지만 법규상의 강제조항은 아닌 것이다.
이는 지난 1977년 뉴욕시 팬아메리칸 빌딩에 착륙하려던 헬기가 고장을 일으켜 건물과 충돌하면서 승객과 행인 등이 사망한 사고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초고층 건물 최상부에서는 바람이 강해 헬기의 이·착륙이 생각만큼 쉽지 않아 비상시 인명구조 활동을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또 헬리포트가 있더라도 유사 시 구조 가능한 범위는 최상부 10개 층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다.
대신에 미국은 자동소화장비에 대한 의무조항이 엄격하다. 건물은 높이가 높을수록 방재가 어려워진다. 이번 해운대 사고처럼 외벽을 통해 화재가 확산되면 소방관이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수동식 소화기구는 별 소용이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스프링클러와 같은 자동소화시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모든 초고층 건물은 스프링클러 방호가 의무화돼 있고 여기에 일정 수준으로 수동적 방호시설도 함께 제공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일본 도쿄 : 일본이 고층빌딩의 화재를 막으려고 하는 일 중에 가장 특징적인 점은 대피훈련을 자주 한다는 점이다.
대기업 본사와 금융·언론사 등이 즐비한 도쿄 중심가 신바시(新橋)에 있는 35층 규모의 S빌딩에서는 방재센터 주도로 화재·지진 등의 상황을 가정해놓고 사이렌을 울려가며 수시로 훈련을 한다.
이번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의 고급 주거형 오피스텔 화재사고처럼 화재가 발생하면 건물 관리자와 입주자, 소방당국이 어떻게 대피하고 진화작업을 해야 하는지 구명 활동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서를 만들고 이를 몸으로 느끼게 하려고 자주 연습을 하는 것이다.
입주사 방재 담당자에게는 매달 훈련 일정을 미리 알려줘 불필요한 혼란을 피한다. 따라서 빌딩에 있는 모든 이들이 훈련 시 어디론가 대피해야 하는 건 아니고 입주자 대부분은 하던 일을 하면 된다.
일본은 관련 규정도 엄격하고 촘촘하게 만들어놓았다.
소방법·건축기준법 규정에 따라 대형 건물의 소유주는 방재센터를 만들거나 방화벽 스프링클러, 비상용계단을 설치하는 등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대형빌딩 입주자는 매년 한 차례 법정 자격을 갖춘 방화·방재점검 전문 회사에 의뢰해 방화점검을 받아야 한다.
올해부터는 소방법이 개정돼 방화점검 외에도 지진 등에 대비한 방재점검도 의무화됐다. 하지만 누구도 불평 없이 각종 방화·방재 훈련 참여에 적극적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들의 목숨이 걸린 일이기 때문이다.

UAE 두바이 : 두바이 정부는 초고층 건물에 대해서는 엄격한 방재시스템을 갖추도록 법제화하고 있다.
두바이에서 연면적 20만평방피트(1만8천㎡) 이상 또는 21층 이상의 건물은 의무적으로 소방서의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RMS)의 모니터 대상이 된다.
RMS는 고층 건물의 화재 경보시스템이 소방서 상황실과 연결되도록 해 화재 발생 시 신고 없이도 소방서가 GPS를 통해 화재 발생 건물의 위치를 즉각 파악, 신속한 진화활동을 벌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국방화협회(NFPA)의 안전기준을 준용하고 있는 두바이 소방당국은 고층건물의 경우 지하실을 포함, 각 층마다 화재 경보장치를 구비해야 하고 저층에 화재 진화용 물탱크를 갖추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건물 준공 검사 시 이뤄지는 재난 안전시설 검사도 매우 엄격하게 진행된다. 두바이 정부 민간안전부 소속 심사관은 화재 대비 시설 및 방재시스템 이행 계획을 사전에 제출받은 뒤 현장을 방문, 소방펌프 및 스프링클러의 정상 작동 여부 등을 직접 확인한다.
안전기준을 충족치 못한 건물은 기준에 맞도록 시설을 보완해 다시 준공 검사를 신청해야 한다. 이런 엄격한 기준은 세계 최고 높이 건물인 부르즈칼리파(높이 828m)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됐다.
총 1백60층의 부르즈칼리파는 42층, 75층, 1백11층, 1백38층 등 모두 4개 층에 피난안전구역을 두고 있다. 모두 6천5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구역은 특수 방화재로 마감돼 있는데다 외부 공기만을 받아들이도록 설계돼 건물 내부에서 불이 나도 문을 닫고 2시간 동안 피신해 있을 수 있다.
화재 발생 시 모든 승강기는 1층으로 내려가 정지되지만 소방관 전용 승강기 3대는 화재와 상관없이 1백38층까지 계속 운행하며, 모든 디지털장비가 불통됐을 때를 대비해 육성으로 경보를 전파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국토부, '건축물 피난 및 방화구조 기준 등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 발표
한국도 본격적 초고층 빌딩 시대를 맞이하고 있어 치밀한 안전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서울 상암DMC 랜드마크타워는 1백33층 640m 높이를 목표로 설계 중에 있고, 잠실 제2롯데월드(555m·1백23층)는 이미 저층부 공사에 들어갔다. 서울 뚝섬(현대차글로벌비지니스센터·1백10층)과 인천(송도 인천타워·1백51층), 부산(롯데월드·1백20층 안팎)에도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에 정부는 이달 말부터 상업용 건축물을 건립할 때 내벽뿐만 아니라 외벽에도 화재에 강한 불연 재료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건축물 피난 및 방화구조 기준 등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건축물 외벽 마감자재를 현행 건축물 복도, 계단 등의 내부 마감재와 마찬가지로 불연 재료 또는 준불연 재료로 의무 시공토록 했다. 이는 지난 6월 건축법 개정 때 건축물 외벽 마감재료를 방화에 지장이 없는 재료로 규정한 조항을 시행령에서 구체화한 것.
이번 개정안은 이달 30일 이후 건축허가 신청 분부터 적용되며, 그 이전에 건축위원회 심의를 신청했거나 허가를 받은 경우, 또는 건축하고자 하는 대지에 지구단위계획에 관한 도시관리계획이 결정 고시된 경우는 기존 규정을 따를 수 있도록 했다. 기존 규정이 개정된 규정보다 건축주, 시공자에게 불리할 경우에는 개정된 규정을 선택할 수 있다.
국내에는 이미 준공된 39곳과 공사 중인 51곳 및 허가가 나거나 설계·계획 중인 건물 등 총 1백25개의 초고층건물이 들어섰거나 계획 중이다.
아직 국내 초고층빌딩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한 적은 없지만 아찔한 순간들은 연일 이어지고 있다. 50층이 넘는 초고층빌딩은 화재 진화나 인명 구조가 쉽지 않다. 펌프차의 살수 높이는 15층 높이가 한계이고, 고가사다리차의 사다리가 닿을 수 없는 높이에는 헬기가 출동하거나 옥상에서 로프를 연결해 구조작업을 펼쳐야 하는데 바람의 영향을 받기 쉬워 한계가 있다.
정부는 초고층빌딩에서는 간단한 사고도 대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파악해 실질적 방재·재난 대책을 제도화하고, 대국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도 만전을 가해 유사시 발생할 수 있는 화재에 대해 철저한 예방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글 _ 이재현 기자(jhlee@lift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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