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발군의 중소기업,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대담자 : 신영주 기자
게재월 : 2002년 11월호

국내 주차시장의 황금기였던 1990년대의 긴 터널을 지나온 주차업계는 지난 10년을 되짚어보면서 이제는 국내·외의 민감한 변화에 신속히 대처해야 할 때다.
기자는 본지 창간 10주년을 맞이하여 주차업계에 10년 이상 몸담아온 태창 엔지니어링(이하 태창)의 이금철 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10년 동안의 주차기 산업의 문제점과 경쟁력 제고방안, 신기술 방향 등 전반적인 흐름에 대해 진단해봤다.
이금철 사장은 지난 86년 인하대학교 기계과를 졸업한 후, 대우중공업과 대일산기에서 근무하다가 88년부터 태창을 창립하기 전인 96년까지 (주)롯데기공에서 주차사업부 설계과장으로 일했다. 95년과 96년에는 (사)한국주차설비협회 기술분과 위원장으로 역임하면서 주차장법 개정 등 업계발전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 1996년 이금철 사장은 대기업 출신 엔지니어를 규합하여 태창을 창립하고 동시에 제작도 및 형식인정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각종 주차설비 관련 컨설팅과 사용검사 및 정기검사 지원업무를 해오고 있다. 태창의 가장 큰 장점은 실무경험이 뛰어난 재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 주차설비 설계전문회사가 손으로 꼽을만큼 적다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이는 특장점으로 가산된다. 그만큼 정확하고 일을 함에 있어 유연성과 노하우를 지녔기 때문.
동양기전, 롯데기공 등 규모있는 기업만을 상대로 설계를 전문적으로 하기 때문에 타회사에 비해 더 안정적이기도 하다. 지난 88년에 다층순환방식 주차설비를 개발한 것을 필두로 이금철 사장은 이후 엘리베이터 방식, 평면왕복식 등 다양한 방식의 신제품을 개발하고 현재까지도 원가절감형 제품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자는 “주차설비 설계는 노하우를 도면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술 및 정보유출이나 ‘도면 베끼기’ 문화는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힘있게 강조하는 이금철 사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기자가 이금철 사장과 나눈 국내 주차업계의 과거, 현재 그리고 향후방향에 관한 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주차기 호황기인 1990년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주차기 시장의 그래프는 여러 번의 위기로 굴곡이 많습니다. 국내 주차업계 최근 10년, 사장님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주차기 시장은 크게 네 시기로 나뉜다고 생각합니다. 80년대말 주택 2백만호 건설계획과 88 올림픽을 기점으로 건설경기가 활성화됨에 따라 신흥주거단지가 건설되고 상업건축물이 도시에 대거 신축되면서 주차장 건설이 활성되기 시작한 90년, 91년을 본격적인 도입기, 이후 법적 주차면적 확보를 위해 기계식 주차기를 설치하는 건축물이 증가함에 따라 5백억이던 주차기 시장이 연간 30% 이상씩 성장한 성장기(92년, 93년), 이후 연간 2천억 주차기 시장이 형성되는 성숙기, 그리고 IMF와 함께 찾아온 경기불황 시기가 그것입니다.
그러나 성숙기에 이르러서는 중소 제조업체의 난립과 주차기 수주단가 덤핑 등의 문제가 속출하기 시작했으며, 일부 기업들의 부실시공으로 무용지물화되어버린 저급 주차설비가 부각됨에 따라 기계식 주차설비의 사용편리성과 신뢰성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신규업체들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에 실력보다는 모방위주로 설치됐고 기술력 또한 부족했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이후 시장 전체가 주춤하려던 시점에서 IMF가 터지자, 건설업체가 쓰러지는 과정에서 주차업계도 큰 타격을 받아 시장규모는 1/3로 줄어들었습니다. 다행히 지난 2000년부터 건설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했지만 건설업체와 주차기업체 사이에서는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을, 부실건설업체보다는 이름있는 업체를 선호하는 현상이 더욱 강화됐습니다.
최악의 부도사태를 맞았던 국내 주차기 시장은 연간 수주물량이 5백억 정도로까지 축소되었다가 현재는 연간 1천억 정도의 규모로 조금씩 회복된 상태입니다.

주차기 기술을 국내로 도입·발전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최근 10년동안 개발된 신기술 및 신제품의 방향은?
지난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 국내 주차업계는 집중적으로 일본과의 기술제휴를 통해 여러 종의 주차기 기술을 도입, 모방단계에서 제작해왔습니다. 신제품 개발보다는 모방을 거듭하다보니 독창성이나 실패를 통한 경험, 설계기술의 부족 등으로 현재 주차업계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차량의 대형화 및 주차기의 고속화와 안정성과 다양성 등이 요구되고 있는 현 시류에 상당수의 기업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일본에 의존했던 사고방식과 기존의 틀을 아직까지도 깨지 못하는 엔지니어들의 사고방식과 기술개발을 투자할 여력이 적은 중소기업의 현실을 나타내주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주차업계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기술에 연연하기보다 새로운 개념의 제품개발을 부단히 시도하여 가격경쟁력 있고 고객을 우선시한 주차기를 개발하는 도전만이 주차기 시장을 앞서갈 수 있으며 나아가서는 일본을 제치고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현재 국내 주차기 기술은 과거 일본 및 독일에서 초기에 도입된 수직순환식, 다층순환식에서 이제는 입출고 속도가 빠르고 대형 주차설비인 승강기식, 승강기 슬라이드식, 평면왕복식으로 확대 또는 변화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즉, 기계의 메카니즘이 다양해지고 독특한 아이디어가 반영된 제품들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스텍카(Stacker)식과 평면왕복식은 일본과도 견주어볼 만하고, 고속화에 집중적 투자·개발한다면 일본을 앞지를 수도 있는 정도의 기술입니다. 이제는 주차대수가 가장 많은 2단식, 다단식에 좀 더 관심을 두어, 형식적으로 설치되는 주차기가 아닌 편리하고 조작이 간단하며 입출고가 편리하여 초보도 쉽게 주차가 가능한 잔고장 없는 제품을 만들도록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주차조합 및 협회, 교통안전공단 등 관련기관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의미 그리고 위상 정도는?
1992년 이른 바 ‘구청 주차장 사건’이 터진 후 부실 주차기와 사용하지 않은 주차기에 대한 업계의 진단이 필요했습니다. 따라서 당시 교통부 관계자와 검사기관인 교통안전공단, 업체의 모임인 주차설비협회 등이 주가 되어 93년 주차장법에 안전도 심사와 확인심사를 추가하여 정비, 시행하도록 추진, 주차기 신뢰성 회복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
이후 인정후 최초 설치된 주차기 중 하나만을 검사하는 확인검사에 대한 부작용이 노출되자, 96년 관련기관들은 확인검사를 폐지하고 사용검사와 정기검사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해, 형식적인 부실 주차기를 규제하여 업계 재정비에 힘을 실었습니다.
실제로 그 당시 외장만 있고 구동부가 없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사용불가능한 주차기가 태반이였습니다. 관련기관들의 이러한 제재가 없었다면 형식적인 주차기가 설치될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며 품질검증문제나 설계기준 등에서 어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향후에는 불필요한 형식적인 검사보다는 사용검사, 정기검사를 더욱 더 강화해 준공검사받기 위한 주차기를 점차적으로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주차협회와 조합은 주차기 시장이 급격한 성장의 일로에 있을 때 창립된 단체로 국내 주차업계와 그 역사를 같이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앞으로 주차협회 및 조합은 본연의 설립취지에 따라 기계식 주차기의 신뢰성 확보와 대외홍보를 통해 자주식 주차장으로 잠식되가고 있는 흐름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세 개의 검사기관은 설치 이후에 사용하지 못하는 주차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시검사 및 그에 따른 건물주와 제조사에게 강력한 행정제재를 가할 수 있는 입법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사료됩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주차기 산업 경쟁력을 비교 및 전망하신다면?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한국과 일본의 주차기에 대한 기술차는 10년 정도 난다고 봅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활발히 한다면 일본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중국 등의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지난 90년대 초부터 진출하여 기술제휴 또는 합작 등으로 우리나라보다 주차기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그 시장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는 5여년 늦긴 했지만 90년대 중·후반부터 일부 업체들이 동남아시아 등지에 진출 또는 시도하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은 자국의 발전과 맞물려 차량증가와 함께 도시 집중화 성향이 높기 때문에 엄청난 시장을 확대될 것이고, 현재는 시장 도입기에 있기 때문에 80년대말 90년대초의 우리나라 상태와 유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가격 경쟁력에 있어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다소 돋보이기 때문에 중국 현지의 영업력을 높인다면 충분히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유럽 등지에서 선점이 가능하리라 사료됩니다.

IMF 이후 줄어들었던 주차기 업체가 지난해 건설경기 호황을 맞으면서 우후죽순격으로 다시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업체 난립의 문제점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사장님의 사견을 말씀하신다면?
최근 국내 주차기 업체 규모는 90년대 초 주차기 시장의 성장에 따라 업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다가 IMF를 기점으로 50% 이상이 부도 또는 퇴출됐지만 현재는 다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연간 1, 2건 설치하는 업체를 제외한다면 사용검사 실적이 있는 업체수는 약 30여 개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사실 연간 1, 2건 정도를 설치하는 업체는 제작 설치비 및 부품구입단가가 높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단가를 맞추기 위해 부실시공이 필연적일 것이라 생각되며, 상당수의 주차기가 원활한 사용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용검사시 일회성으로 요건에만 충족시켜 검사만 합격하면 실제 사용할 경우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됩니다.
이런 제품들이 기계식 주차기의 이미지 개선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되며, 검사기관은 기술력이 확보되지 않은 업체들을 보다 더 철저히 검사하여 완전한 제품들이 설치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상당수의 부실업체가 퇴출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서울시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2백55만대에 육박한 데 비해 주차면은 턱없이 부족할 정도로 주차난이 심각합니다. 이에 주차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신다면?
93~96년에는 기계식 주차기가 도심의 중심이라고 할 만큼 그 설치나 이용이 성황을 이루었지만, 현재는 기계식 주차기에 대한 이용자들의 인식이 그리 좋지만은 않아 꺼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도시로 가면 갈수록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지는데 한 예로 경기도 부천 상동의 신축 건축물에 설치된 주차기는 거의 사용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승강기식은 이용률이 있지만 다른 방식은 이용률이 저조합니다.
현재 서울시의 경우 차량대비 주차면적이 70%에 머물고 있어 주차장 확보는 필연적입니다. 주차난 특히 주거지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경우에서처럼 공영주차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함께 현재 주차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건축물 부설주차장의 이용횟수를 늘리는 것도 하나의 복안이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불법주차 단속을 강력히 시행해야 할 것이며, 차고지증명제 추진을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차고지증명제를 실시한다면 법을 체계화하여 우선 신도시부터 시행, 차고지증명제 시범도시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건물 부설 주차장 야간개방시 지원금을 제공하는 등의 서울시의 노력과 함께 업계에서도 기계식 주차기에 대한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품질향상과 기술개발에 아낌없는 투자를 해야 하며, 검사기관은 설계도서를 미리 검토한 후에 이와함께 현장검사를 하는 방법으로 강력한 검사를 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일본의 예처럼 각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작은 자투리땅이라도 기계식 주차기를 설치, 주차난 해소를 위해 강력한 행정력이 동원될 수 있도록 업체, 검사기관, 단체가 적극적으로 홍보 및 로비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사료됩니다.

향후 국내 주차기 시장의 전망 및 발전방향을 말씀하신다면?
현재 국내 주차기 시장은 연간 1천억 정도의 규모로 회복되어진 상태이긴 하지만, 내년도 주차시장의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건축물 현황과 건축허가면적이 감소해가고 있고, 미국의 이라크 공습문제 등의 현안 등으로 세계경제가 불투명한데다가 다시 난립하기 시작한 건설업체의 부실화가 우려되어 제 2의 IMF 위기가 다시 한번 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만약 내년에 이와같은 경제적 위기가 다시 찾아오게 된다면 부실 및 신규 건설업체들은 잇따라 부도를 맞게 될 것이며, 주차기 시장도 마찬가지로 큰 타격을 입어 시장규모는 축소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시장이 다시한번 정리되는 한편으로는 이 위기를 극복한 실력있고 뚝심있는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을 제치고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내년도 주차기 시장은 현재보다는 단단한 기업들로 재편되리라 예측됩니다(문의 ; 태창엔지니어링 / 전화. 02-928-65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