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 ;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주) 이성렬 차장
부제목 ; 단순 운송수단이 아닌 ‘생활의 일부’로 자리매김
게재월 ; 2003년 6월호

태초 이후로부터 인간이 건축을 시작하면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은 끊임없이 높은 곳을 향한 축조를 거듭해 왔다. 인간의 ‘높은 곳’을 향한 욕망은 인간의 영광과 권위와도 결부되었고 이러한 높은 곳을 향한 결과는 성서에 나타난 ‘바벨탑’의 기록으로 그 예를 가늠해 볼 수도 있다.
이후 사회가 점점 발전됨에 따라 높은 곳을 향한 축조와 인간의 높은 곳을 향한 욕망은 영광과 권위를 나타내기 위함이 아닌 인간의 주거문화 밀접한 관계를 지니며 발전해 왔다. 이렇게 건축의 방법이 발전됨에 따라 자연히 수반된 문제는 ‘높은 곳으로의 운반’이 문제가 되었을 것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도 끊임없이 계속 되어왔다.
기원전 그리스의 대 학자인 아르키메데스(Archimedes)가 밧줄(로프)과 도르래를 이용한 승강장치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으나, 현재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엘리베이터와 같이 안전장치가 부착된 승강장치가 처음 개발된 것은 지금부터 약 150여 년 전에 처음 발명되어 지금까지 그 기능과 용도를 발전시켜왔다.
18세기 초까지는 세계 모든 산업이 수공업적인 기반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여서 건축물의 축조방법이 거의 인간의 노동력에 의존하여 그다지 높은 건축물을 축조하지는 못하는 상태였으나, 18세기 중엽 일어난 영국의 산업혁명은 이러한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국력과시의 수단으로써 영국을 비롯한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유럽의 열강들을 비롯해 미국에서는 대도시의 건설과 대형건물의 건축, 대형공장의 건축, 대형설비의 설치작업 및 대형선박의 건조 등을 앞 다투어 진행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된 것이 승강장치의 적용이었다.
즉, 대형건물의 옥탑을 올리는 일, 공장의 대형 기계 및 중량물의 조립작업에 필요한 것이 승강장치였는데 그 당시의 각종 승강장치의 대부분은 윈치(Winch)와 양중장치(Hoist)였다. 하지만 이러한 승강장치라도 그 작업의 주요 동력원은 거의가 인간의 힘에 의존하는 수동 작업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대형건물이 점차 고층화 되어 가면서 건물 내부에 설치되는 승강장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갔고 이에 따른 인간의 노력은 증기기관을 이용한 승강장치와 수압식 승강장치를 등장하게 하였다.

현대적 의미의 엘리베이터 탄생
1835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TEAGLE’이란 증기기관을 이용한 화물용 승강기가 승강기의 시초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1845년 역시 영국의 윌리엄 톰슨(William Thomson)이 수압을 이용한 승강기를 개발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나 이 때까지의 모든 종류의 승강장치는 로프가 끊어지면 바로 자유낙하(추락)하는 치명적인 결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1852년에 미국의 엘리샤 그레이브스 오티스(Elisha Graves Otis)는 이러한 결점을 보완한 안전한 승강기를 완성하게 되었다. 이 안전장치가 적용된 승강기는 엘리베이터 체대(틀)의 상부에 쐐기(지금의 웨지)를 부착한 바퀴(지금의 가이드롤러)와 승강로 양측 가이드레일에 취부하여 연결 동작케 하는 장치로써 로프가 절단되면 가이드레일에 꽉 물려서 엘리베이터가 정지할 수 있도록 고안한 승강기였다.
1852년에 완성된 이 승강기가 엄밀히 말해 실제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승강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승객을 수송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화물을 수송하기 위한 승강기였으며, 실제 승객을 수송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진 승강기는 1853년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뉴욕만국박람회 때 크리스털 팰리스(Crystal Palace)에서 처음 선을 보이게 되었다.
오티스는 당시 박람회장에 설치된 승강기 위에 직접 탑승한 채 로프를 절단하여 승강기를 비상 정지시킴으로써 승강기의 안전성을 입증하였고 이때부터 엘리베이터는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여 고층 건물내에 꼭 필요한 교통수단으로서의 자리매김을 시작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게 되었고, 1857년 건물내에 설치된 최초의 승객용 승강기는 5층 건물에 적재하중이 450Kg, 속도가 분속 12m로써 동력원은 증기 엔진동력을 사용하였다.

고층화에 기여, 분속 1,000m시대 도래
이렇게 시작된 승강기의 개발은 실로 고층 건축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세계의 건축문화 발전을 선도하게 된 것이다. 만약, 현재와 같은 고층건물속에 살아가는 우리의 현대생활에 있어서 승강기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우리 인간은 현재와 같은 초고층 빌딩의 축조를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또한 승강기의 속도의 발전은 건축을 고충화할 수 있도록 공헌함으로써 현대의 초고층 건축문화를 꽃피우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1857년 이후 엘리베이터는 발전과 발전을 거듭하게 되고, 또한 1896년 일본은행에 제1호로 전동승강기를 설치함으로써 일본의 고층 건층문화에도 직접적인 기여를 하기 시작한다.
초기 분당 12m로 시작한 승강기의 속도는 1978년 미쓰비시(Mitsubishi) 엘리베이터에 의해 분당 600m의 고속 승강기를 개발·설치되었고, 1993년에는 일본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에 세계 최고속 승용 엘리베이터인 분당 750m의 엘리베이터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의 경우 설치 당시 기네스 북(Guinness Book)에 현존하는 세계 최고속 승용 엘리베이터로 인정받기도 하였다.
국내의 경우를 살펴보면 1910년 일제시대 당시 조선은행(現 한국은행)에 최초의 OTIS 수압식 승강기가 수입 설치되었고 1930년경에는 종로 화신백화점에 우리나라 최초의 에스컬레이터가 수입·설치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설치된 승강기 중 가장 빠른 승강기는 1985년에 설치된 63빌딩으로 분당 최고속도는 540m, 일본의 히타치(Hitachi) 엘리베이터를 수입하여 설치한 것이다.
1980년 이후 우리나라의 승강기는 전국적인 고층 아파트 공급과 초고층 빌딩의 건축으로 인해 승강기 시장의 급속한 팽창을 이룸과 동시에 우리의 생활에서 승강기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현실을 만들어 내었고, 또한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이제는 건물의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거리에서 자동차가 대중의 중요한 교통수단이라면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는 건물내의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초기 분당 12m로 시작한 승강기의 속도가 이제는 분당 750m를 넘어서 분당 1,000m를 상회하는 엘리베이터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는 어떠한 면에서 본다면 자동차의 제작 기술보다도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이야기는 아닌 듯 싶기도 하다.

빌딩문화 속의 엘리베이터
이제 우리의 빌딩문화 속에서의 엘리베이터를 살펴보자. 198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엘리베이터는 일부 부유층 아파트와 고층 빌딩의 사옥 정도에만 설치되어 일부 국한된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 따라서 조금 과장된 듯도 하지만 어린 아이나, 시골 주민의 경우 엘리베이터를 한 번 타보는 것이 큰 자랑거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고층 아파트의 공급이 대중화 되고, 우리의 건축문화가 발전되면서 엘리베이터에 대한 의식이 바뀌기 시작했고, 일부 부유층의 경우 주택 내에도 홈 엘리베이터(Home Elevator)를 설치하여 사용하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우 90년 후반 판매를 하다 지금은 중단된 상태임).
또한 건축 디자인의 발전과 용도의 변화에 따라 엘리베이터도 여러 가지 형태로 변화하며 건축물 내의 필요한 수단으로 때론 방법으로써 설치·운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 수송의 목적으로 개발된 엘리베이터가 이제는 수송의 목적은 기본으로 하고 건축물과 부합된 인테리어의 형태로, 장애 극복의 수단으로, 또는 편리의 목적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엘리베이터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저 단순히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만이 아니라 최고의 안전성을 고려함은 필수적인 사항이며, 승객이 탑승했을 때 승심지(승차감)의 부드러움(운전제어의 신뢰성), 새로운 기술의 적용(80년 중반 VVVF 인버터 제어, 90년 중반 PM 동기전동기 적용, High speed등)과 새로운 디자인의 적용 등도 꼭 확인해야 하는 중요한 사항이 되었다.
이러한 것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건축의 경향(Trend)을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축을 계획한 지 벌써 오래 되었고 지금도 100을 넘는 건축물을 설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몇 개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젝트에서 요구되어지는 엘리베이터의 사양을 만족하며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 제작업체도 몇 개 되지 않을 것 같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100층을 넘거나 거의 이에 버금가는 수준의 빌딩 건축물은 꽤 많이 있는 상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설치되어 운행되고 있는 승강설비의 대수는 전국적으로 약 23만 여 대에 이르고 있으며 연간 새로이 설치되는 승강설비도 2만 여 대가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의 승강설비 시장규모도 세계적으로는 9위, 아시아 지역 3위의 커다란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특히 고속 엘리베이터 시장으로는 아시아 1위권에 있는 커다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지형학적 이유에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회구조를 엿볼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면서, 앞으로 엘리베이터는 진정 우리생활의 일부가 될 것임을 방증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고층화 사회에서의 필수적인 교통 수단인 엘리베이터. 과연 우리는 매일 여러 번 씩 타고 오르내리는 이러한 엘리베이터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 다시 한번 엘리베이터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 7월호에는 ‘엘리베이터의 기술과 디자인’이 게재될 예정입니다. 본 기고문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