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품질유지…전문가 감리 ‘첫걸음’
관리원, 올림픽 훼밀리타운 151대 계약 체결
아파트 특성 살린 감리, 내달께 시공사 선정
게재년월 : 2005년 9월호

회사원 이모씨는 모처럼 쉬는 날 가족과 쇼핑을 하고 외식을 하기로 결정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아파트에서 내려와 백화점에 자동차용 승강기를 이용해 주차를 하고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매장으로 올라갔다. 쇼핑을 마친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문식당가로 올라가 단란한 저녁시간을 가졌다.
이처럼 승강기는 우리가 생활하는 곳곳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요소가 된 지 오래다. 정전이나 고장으로 이용할 수 없는 상태라면 엄청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강기의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채 설치되는 현장이 많으며 안전사고 또한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이용자들은 불안감을 느끼며 승강기에 몸을 내맡기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승강기 안전실태’ 자료에 따르면 우리 사회 전반적인 안전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63%가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자신 또는 가족에게 각종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교통사고 87.2%, 승강기 사고 59.1%, 화재 53.9%, 산업재해 42.5%, 홍수 등 천재지변 37.8% 순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1년 이내 승강기 고장·사고를 경험한 응답자가 전체의 68.1%로 나타나 승강기 사고나 고장으로 인한 불편과 피해가 상당히 보편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고장·사고 경험자 빈도는 1년에 1~2회가 49.6%, 3~4회가 34.6%였으며, 한달에 1~2회는 12.9%, 3~4회도 2.8%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의 50.4%가 연간 3번 이상 사고를 경험한 것을 의미하는데, 이를 1999년 조사와 비교하면 연 1~2회는 30.9% 감소했지만 연 3~4회 또는 5회 이상은 각각 18.7%와 12.2% 증가한 수치다. 고장 및 사고 내용으로는 ‘타고 내릴 때 문이 잘 열리고 닫히지 않음’이 38.1%로 가장 많고, ‘운행 중 층간 중간에 정지(35.2%)’, ‘정전으로 승강기 안에 갇힘(18.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승강기 정밀안전진단 및 감리·컨설팅 제도의 필요성과 현행 승관법에 적용하는 문제가 한나라당 임인배 국회의원의 발의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또한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승강기 감리는 감리전문기관이 따로 없어 검사기관에서 모두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며 현재 약 50여 건에 이르고 있다. 공공시설물이나 대형빌딩은 승강기의 품질과 안전 확보를 위해 오래 전부터 감리를 확대·실시하고 있고 지하철이나 공항,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도 이용자의 편의를 최대화하기 위해 승강기 감리를 따로 편성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여객터미널 탑승동 증설로 제작설치작업 2단계에 들어서고 있어 승강기 감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아직 노후화된 설비가 아니므로 구조적인 진단사항을 발췌해 격년 주기로 승강기 정밀안전진단도 실시중이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감리는 공공시설이나 소규모 아파트, 오피스텔, 병원이나 쇼핑센터 등에만 적용돼 왔고, 은폐되는 안전사고율도 높고 교체기간이 지났어도 그대로 운행되는 경우가 많은 아파트(공동주택) 승강기는 대상에서 열외되온 것이 사실이다.
전국에 가동 중인 승강기는 30만 여 대에 이르며 승강기 보급이 늘어남에 따라 승강기 관련 사고도 꾸준히 늘어 지난 한 해 동안만 해도 승강기 갇힘 등 안전사고로 인해 1만2천78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아파트에 설치된 승강기는 15만 여대로 전체 대수의 과반수를 훌쩍 넘고 있지만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는 미흡하다.
현재 법적으로 아파트 건설시 전기설비, 소방설비, 통신설비는 물론 조경·도배·주병용구까지도 감리를 받도록 규정화되어 있지만 승강기는 예외다. 따라서 전문가가 아닌 전기설비업자가 승강기 설치와 관련해 배선을 살피는 방식으로 감리업무를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신규 설치할 때보다 교체공사다. 신규 설치 시에는 그나마 전기기술자들이 설치를 관리·감독하지만 교체공사 시에는 전문기술이 부족한 관리사무소에서 이를 수행하므로 승강기 품질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아파트 엘리베이터 평균 수명은 15~17년 정도로, 상당수 아파트들이 교체대상이며 실제로 교체하는 중이다. 1988년에 지어진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는 대규모의 승강기를 교체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교체된 승강기를 이용하는 주민들의 불만은 매우 큰 것으로 조사됐다.

승강기 교체시 감독 주체 부재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관계자는 “배선을 살피는 것만으로는 승강기 안전 확보가 어렵고 현장여건에 맞게 적용 스펙을 검토해 설계에 반영됐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승강기 제조사의 제조와 출하 전 과정을 관리·감독해야 한다”며 “이렇게 제조된 제품을 현장에 설치할 때의 오차와 여건 등을 감안, 첨단 진단장비로 체크해 확인함으로써 감리를 통해 초기 불량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파트 승강기의 경우 기계결함이나 설치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대다수의 주민들이 불편을 겪기 때문에 감리를 반드시 거치는 것이 안전하다. 승강기는 각각의 부품을 따로 제작해 아파트 신축 및 교체공사 현장에서 직접 조립하므로 품질의 절반은 현장 조립단계에서 결정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장에서 전문가에 의한 관리·감독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최근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원장 유대운, 이하 관리원)은 승강기 교체공사를 준비하고 있는 아파트가 증가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지난 7월말 서울 강남 송파구에 위치한 올림픽훼밀리타운(4천4백94세대, 승강기 1백51대)의 승강기 교체공사에 대해 감리계약을 전격 체결, ‘아파트 승강기 감리시대’ 를 앞당기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사회 브리핑을 거쳐 업체 입찰을 위한 기본 시방서를 작성해 내달께 시공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황수철 안전진단실장은 “그동안 아파트 승강기 교체공사에 대한 인식 부족 및 무관심 그리고 일반공사와 동일시 처리해도 된다는 생각 때문에 감리를 신청하는 아파트가 사실상 전무했다”며 “이번 공사는 수십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며 총 공사기간은 2년 정도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감리(監理)’는 “감독하고 관리한다”라는 광의적인 의미로, 현재 승강기 감리는 설계 타당성 여부 및 현행법규 위반 여부 등을 확인하는 ‘설치감리’와 승강기가 설치된 상태에서 동작성능에 이상이 없는지 진단하는 형태의 ‘성능평가감리’를 동시에 시행·적용하고 있다.
승강기 신규 및 교체공사 시 감리계약이 체결된 이후의 세부적인 절차를 살펴보면, 우선 시방서를 검토한다.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고 최신기술이 포함된 시방서를 작성함으로써 차후 업체와의 의견 충돌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승강기 감리 실시, 이용자 보호의 시작
신규 및 교체 대상업체가 선정되면 다시 해당업체에서 작성한 설계서를 검토하고 시방 내용에 모두 포함됐는지 사용부재는 안전도에 적합한 지를 확인한다.
다음은 제작감리로, 주요 부품의 품질을 제작단계에서 확인하고 검사해 설치 이전에 품질을 확보하고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단계다. 기능과 성능 등을 진단 측정장비를 활용해 검증하고 서류상으로 품질문제와 검사기준 적합 여부도 확인한다.
제작감리를 거쳐 제품이 현장으로 출하되면 설치공사를 관리·감독하는 설치 및 시공감리 단계를 거치게 된다. 시공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아파트 입주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공정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교체공사 시 예상되는 승강기 이용자의 불편을 면밀히 조사·분석해 최소화시키는 것으로 감리현장에선 아주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승강기에 있어 설치과정의 철저한 단계별 확인이 중요하므로 가장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이런 모든 과정이 끝나고 설치가 완료되면 최종 성능 테스트를 실시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미비점을 찾고 법정검사에 대비한다. 황 실장은 “승강기 품질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이용자를 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첫번째 시작이 승강기 감리제도 실시”라며 “특히 조달청에서 발주한 단체수의계약 물량을 배정받은 업체가 설치한 승강기(MRL 포함)는 신뢰성, 품질 등이 현저히 떨어지는 부분이 많으므로 앞으로 더욱 더 세심한 감리가 필요할 것”임을 강조했다.
관리원은 이번 대규모 아파트 승강기 감리계약을 계기로 승강기 감리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고 계약의 효과적인 수행을 위해 아파트 주민의 불편이나 요구품질을 설문조사 등을 통해 시방에 반영하는 등 공동주택의 특성에 적합한 감리를 수행해 나갈 방침이다(문의 :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안전진단실 / 전화. 02-3497-7477).
■글 : 신영주 기자 / yjshin@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