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수의계약으로 빚어진 ‘후유증’인가?
정부의 졸속행정 비난, 관련법규 강화 절실
게재년월 : 2005년 10월호

노약자 및 장애인을 위해 설치된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고장 및 사고로 인해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어 관련 부처에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게다가 지하철에 설치되는 엘리베이터 대부분이 중소업체 제품으로 또다시 중소업계의 한계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1월 서울시 지하철 3호선 불광역사에 고장으로 운행을 중단한 엘리베이터가 설비업체 부도로 방치된 채 2개월간 이용객들의 불편을 초래했다. 또한 지난 7월 서울시 지하철 3호선 홍제역과 4호선 과천청사역 엘리베이터는 비만 오면 누수현상으로 인해 운행을 정지하는 등 단순히 수주가 목적인 업체들로 인해 지하철 엘리베이터 제조업체 전체가 이용객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산업자원부 등 관련 부처에서 손을 놓고 있어 엘리베이터 이용객들의 불편함 감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하철 엘리베이터의 잦은 사고는 단체수의계약제도라는 중소업계 특혜에서 빚어진 후유증이라 볼 수 있다”며 “조만간 문제점이 그동안 안일하게 대처했던 관련 부처에게 심각한 골칫덩이로 작용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이사장 최종관, 이하 승강기조합)은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현재 아무 문제가 없는데, 일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중소업계를 매도하고 있다”면서 “현재 유지보수 능력이 안되는 업체에 한해선 계약서에 명시된 보증인 업체로 대체하고 있어 방치된 엘리베이터란 있을 수가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또한 “엘리베이터 누수문제로 인한 운행 중단은 건축업체의 부실시공으로 인한 문제점이지만 승강기를 이용하는 이용객들은 전적으로 엘리베이터 업체의 잘못으로 인식하는 편이 지배적이어서 답답한 실정이다” 며 “현재 누수문제에 대해서는 수요업체와의 협상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하고 있다”고 덧붙혔다.
승강기조합의 입장과는 달리 승강기 관계자들은 지하철 엘리베이터의 문제점이 많다고 판단하며, 가장 큰 이유로 중소업계의 열악한 상황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실제로 승강기 중소업계는 테스트 타워를 보유한 업체가 극히 드물어 결국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용객을 상대로 검증하려는 무리수를 띄고 있다고 내비쳤다.
뿐만 아니라 설치업체에 유지보수를 일임하는 도시철도공사와는 달리 서울지하철공사에서는 입찰방식에 의해 유지보수업체를 선정하는 등 문제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승강기 관계자는 “유지보수에 대해 최소한 3년간은 제조·설치업체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마땅한데 정부 및 관련 부처에서는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이렇듯 도마 위에 오르게 된 것은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크게 작용했다”면서 “그동안 정부는 중소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잘못에 대해 엄하게 물을 수 있는 법규 강화 또한 시급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될 것”이라 덧붙혔다.
정부 및 관련 부처에서는 썩은 과일은 주위의 과일도 썩게 만든다는 것을 인지하고, 하루속히 삼박한 결정이 요구되는 시기다.
■글·이재현 기자 / 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