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경과될수록 대수선 비율 높아져
건축규제 완화 및 조세·금융지원 확대돼야
게재년월 : 2005년 11월호

재고 공동주택의 급증과 노후화의 가속, 재건축 접근의 부작용과 한계 그리고 선진국형 주택 유지관리 정책의 필요성이 증대함에 따라 리모델링 정책도 가속이 붙고 있다.
2000년에는 전체 재고주택의 48%가 아파트였으며 2005년 현재 20년 이상 경과한 노후 아파트는 66만 세대, 향후 2010년에는 이 수치가 1백38만호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며, 지나친 투기이익 추구와 자원낭비 및 폐기물 과다 발생으로 사회적 비용은 증가하고 있다. 수익 창출형 재건축 방식의 한계로 인해 향후에는 고층화, 고밀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그동안 리모델링 관련 주요법령 개정 과정을 살펴보면 2001년 9월 건축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리모델링 용어에 대한 정의를 최초로 도입하고 건축심의를 통한 건축 기준의 적용 완화(증축범위 포함)를 허용했다.
2002년에는 공동주택 관리령 및 규칙에 리모델링 행위 허가기준을 신설했으며 이후 주택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으로 흡수 변경됐다. 이 기준에는 입주민 2/3 이상 동의시 1/2 범위 내에서 부대·복리시설의 용도변경 허용과 준공 후 10년 경과시는 대수선·개축, 20년 경과시는 증축이 허용되며 별도의 동 증축 등에 의한 세대수 증가 불허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주택법 및 시행령이 2003년 11월 개정됨에 따라 주택 대량 공급을 위한 주택건설촉진법에서 주거복지 및 주택관리 부분을 보강해 주택법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이외에도 ▲리모델링주택조합 구성 허용(구분소유자의 4/5 동의 조건) ▲리모델링 부동의자에 대한 매도 청구권 허용 ▲리모델링시 대지권에 대한 특례 인정(대지지분 불변) 등의 내용을 포함시켰다.
지난 9월에는 공동주택 리모델링과 관련, 주택법과 시행령의 추가 개정으로 증축 리모델링의 안정성 확보와 건설업계의 리모델링 활성화 관련 요구를 수용했다. 안전진단 결과 구조 안정상의 이유로 재건축 판정을 받은 공동주택은 리모델링 전환을 금지시켰으며 공동주택 리모델링시 신축주택과 동일한 감리를 적용키로 했다.
또 세대 연면적의 30% 이내에서 증축하되 9평 제한 규정은 삭제했으며 건축법에 의해 준공된 공동주택도 리모델링주택조합을 구성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 지상 1층 세대를 주차장 등 주민편익시설로 변경할 경우 전용세대수 만큼 수직 증축을 허용했다.
이와같은 리모델링 관련제도 개선으로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건설업계의 리모델링 시장진출을 위한 탐색 및 조직 구성, 아파트 주민의 리모델링 인지도 증대 등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났으나, 하반기에 이르러서는 증축범위 제한 등 리모델링 규제조치 법제화가 추진되면서 리모델링 시장이 냉각되고 추진단지의 적극 시행 의지 약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올 하반기 이후에는 8·31 부동산 종합대책이 시행되면서 전반적인 주택 및 부동산 가격의 하락 예상으로 리모델링 추진이 실질적으로 이어질 지 의문이다. 이밖에도 큰 틀의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의 건축법 시행령 상의 건축기준 완화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과 적용이 되는 등 구체적인 시행을 위한 관련제도 개선의 미흡으로 리모델링 추진은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투자가치가 있는 강남 등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리모델링 관련제도보다는 전체 부동산과 재건축 정책의 흐름, 시장동향에 더 큰 영향을 받는 등 부작용이 야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2년 이후 현재까지 리모델링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은 주로 서울시 강남과 한강변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대부분 건축심의나 주민동의, 우선 협상 시공자 선정 등 사업추진 준비단계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리모델링 시공을 추진하고 있는 동이나 단지는 3곳, 3백60여 세대에 불과하며 1곳은 완료, 나머지는 시공 중에 있다.
최대 9평 제한 규정이 삭제됨에 따라 중·대형 평형의 증축 리모델링 추진시 상대적 불이익 해소 및 재건축이 어려운 일부 단지의 리모델링 전환 움직임 등 일부 교착상태에 있던 리모델링 추진 단지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미치고 있으나, 본격적인 리모델링 추진 및 확산 여부에 대한 판단은 시기상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평형 증대가 제약되는 소형 평형의 반발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며 8·31 부동산 종합대책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시 아파트 주민의 리모델링 추진 의지 약화가 우려되기 때문에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추가적인 규제 완화와 지원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서울시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를 분석해보면 1984년 이전 준공된 아파트의 52%는 재건축 가능 대상인 반면 증축 리모델링은 43.4%, 대수선 리모델링은 4.2%이며, 1985년~1989년 준공된 아파트는 재건축과 증축, 대수선 리모델링 대상이 33% 내외로 균등 분포되어 있다. 1990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는 거의 대부분 대수선형 리모델링 대상에 포함된다.
오는 2009년에는 리모델링 가능 아파트 중 16만8천여 세대가 증축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강남권에 10만 여 호(60%) 세대가 집중되고, 대수선 가능 대상은 7만5천여 세대로 주로 서울 기타지역에 소재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2014년 기간에는 대수선 대상이 17만5천여 호로 증축 대상의 4.5배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2015년~2020년에는 30여 만 호가 비강남권 중심으로 대수선 대상이 될 전망이다.
리모델링 시장의 잠재적인 규모를 추산해본다면, 2009년 이전 서울시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 잠재규모는 증축이 9조6천억원, 대수선은 2조9천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강남권 증축 리모델링이 5조8천억원 내외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2014년 기간의 잠재시장 규모는 증축이 2조2천억원, 대수선은 6조7천억원 내외, 2015년~2020년 기간 중 증축은 7천8백억원, 대수선은 11조6천억원 규모로 기간이 지날수록 증축이 대수선으로, 강남권에서 기타지역으로 시장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같은 잠재 리모델링 시장이 실현 가능한 시장으로 전환되는 데에는 여러가지 변수가 작용하는데 이는 정부의 규제완화와 정책적 지원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며 건설기업의 마케팅과 기술개발 노력 역시 간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05년~2009년 기간 중 서울시의 연평균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실시율 15%시 증축이 2천9백억원, 대수선은 8백억원 내외이며 40%시에는 증축이 7천7백억원, 대수선은 2천3백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2010년~2014년 기간에는 실시율 40%시 증축 1천8백억원, 대수선 5천3백억원 그리고 2015년~2020년 기간에는 실시율 40%시 증축 6백억원, 대수선 9천3백억원으로 예상된다.
이제까지의 분석을 토대로 리모델링 시장규모와 향후 동향을 추정해보면 2010년을 기점으로 서울 중심의 증축형 리모델링에서 전국 단위의 대수선형 리모델링 시장으로 전환되어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윤영선 박사는 “잠재적인 리모델링 시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대규모화되어 가고 있으나 실제 실현 가능한 시장으로의 전환 여부는 제도·정책적 측면에서의 규제 완화와 지원 정도에 따라 큰 변동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향후 리모델링 정책은 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재건축 대안에서의 접근을 탈피해야 할 것이다. 즉 단지 여건에 따라 재건축, 증축 리모델링 또는 대수선 리모델링 가운데 대안을 쉽게 선정할 수 있도록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재건축 추진이 어려운 단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또 같이 시기에 따른 공동주택의 특징과 주대상 지역 등 리모델링의 여건 및 수요 변화에 부응하는 정책방안을 수립해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안책을 제시할 수 있다.
리모델링 가능 연한의 재설정 : 먼저 현행 20년으로 되어있는 증축 리모델링 가능 시기를 15년으로 단축시켜야 한다. 배관설비 등의 수명주기로 보아 준공 후 15년이 경과한 시점이 리모델링의 최적주기라고 할 수 있으며, 조기 재건축 추진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과 연계해 리모델링 시기를 재조정해 재건축 안전진단과 추진연한을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서울시는 자체조례로 1982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는 22년부터 매년 2년씩 추가, 1992년 이후 준공 아파트는 40년이 지나야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축관련 규제 완화 : 우선 국민주택 이하의 규모에 대해서는 현행 증축 비율인 30%를 40~50%로 완화해 소평 평형의 상대적인 불이익 해소를 통한 원활한 리모델링 추진을 유도해야 한다. 더불어 증축 비율 규제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하는데 단지별로 법적 규제 내에서 자율적으로 증축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건축기준의 적용 완화를 위한 기준과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다. 일선 자치단체별 자의적인 기준을 설정·적용에 따른 혼란 방지와 원활한 리모델링 추진을 유도하고 일정한 가이드 라인 틀 내에서 건축위원회가 단지별 상황을 고려해 심의, 결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와함께 단지 내 상가의 원활한 리모델링 추진을 유도해야 한다. 현재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단지 리모델링 추진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으므로 단지 리모델링 추진시 상가의 경우에도 증축 비율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원활한 리모델링 추진 유도를 위해 수직이나 수평 증축의 적용가능 대상을 확대해 일자형이 아닌 동의 경우 필요시 별도 증축을 허용해야 하며, 증축 리모델링은 별도의 세대 및 인구 증가를 유발하지 않으므로 법정 영향평가나 부담금 적용대상에서 배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는 현행 각종 영향평가나 부담금 적용이 면적기준으로 되어 있어 증축 리모델링이 대상이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리모델링은 소유자들이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사업이므로 일정수 이상의 조합원이 동의할 경우 자치단체장이 아닌 조합이 직접 감리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감리 지정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조세 및 금융상의 지원 확대 : 현행 국민주택 이하 규모를 증축할 경우 부가가치세 면제대상 범위인 20%를 증축 가능 범위인 30%로 확대하고, 부가가치세 면제와 동일하게 취·등록세의 경우에도 국민주택 이하 규모의 아파트에 대해 30% 증축시에는 취·등록세를 면제토록 해야 한다.
원활한 리모델링 추진을 위해 불가피하게 매수한 관리처분 세대에 대해서는 취·등록세, 재산세 및 양도세 부담과 주택담보 대출 비율을 완화하고 현행 3천만원 한도, 연 이자율 5.5% 조건을 5천만원, 4.5%로 완화 조치해야 할 것이다.
리모델링 시범사업 추진 : 리모델링의 조기 활성화 유도를 위해 상징성이 높은 대형 아파트 단지의 리모델링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정부 및 서울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대형 건설업체의 공동 참여 그리고 리모델링지구 지정방식을 통해 계획적 접근을 통한 인센티브 제공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
■글·신영주 기자 / yjshin@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