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 철도 122개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율, ‘37%’
게재년월 : 2005년 12월호

“휠체어리프트나 에스컬레이터는 교통약자의 이동수단이 될 수 없다. 엘리베이터만이 교통약자의 이동시설이며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다” 이는 전국철도노동조합 김낙현 팀장의 전언이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은 지난달 24일 서울지하철 구로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에 관한 요구 등을 내세웠다. 철도노조는 지난 10월 한달동안 광역 철도 1백22개 역사를 대상으로 엘리베이터 설치 유무를 조사한 결과, 엘리베이터 설치가 불필요한 3개 역사를 제외한 1백19개 전철역 중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곳은 45개 역사로 설치율 37%에 그친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서울시는 기존 지하철역에 4년 동안 4백94대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등 현재 93%의 설치율을 보이고 있다”면서 “반면 철도전철역의 엘리베이터 설치 추진실적은 미미해 대다수 교통약자가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는 정부가 관할하고 있는 철도공사의 무관심이 빚어낸 결과”라며 “더 이상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교통약자를 죽음으로 몰아서는 안된다”고 토로했다.
지난 1997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1년이 경과한 날로부터 7년 범위 안에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지난 7월 철도공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체 철도역의 엘리베이터 설치율은 30.4%로 사태의 심각성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역은 대부분 신설역과 신축한 역으로 기존 전철역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장애인들은 기존 전철역에 설치된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고 있지만, 관리 소홀과 규격 미달 등에 따른 위험성을 감지하고, 인근 역을 이용하거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철도역은 기피하고 있는 상태다.
김 팀장은 “휠체어리프트는 장애인 이외의 교통약자는 사용할 수 없을 뿐더러 많은 사고로 인해 장애인조차 기피하는 혐오시설이다”며 “에스컬레이터 역시 올해 영등포역, 부평역 등에서 발생한 사고에서 보여 지듯이 교통약자의 이동시설로 적당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앞으로 교통약자의 안전 및 편의시설에 대한 총괄적인 실태조사가 이루어지고, 교통약자의 이동권 및 편의시설의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고 덧붙혔다.
최근 철도공사가 자원봉사 활동을 비롯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국민에게 사랑받는 철도로 이미지를 창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정작 내집 가꾸기에 소홀한 것 같아 안타깝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했다. 철도공사는 내부적인 문제점에 대해서 도외시한 채, 외적인 이미지만 가꾸려고 한다면, 이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사회공헌보다는 ‘보여주기’식으로 판단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글·이재현 기자 / 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