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집단소송제 증가… 기업 규제는 강화 추세

제조물책임(PL : Product Liability) 제도는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1980년대 이후 범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제도이며,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이를 도입하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도 35여 개 국가에서 이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0년 1월 12일 제정 공포하고 2002년 7월부터 이 법을 시행함으로써 제조물책임 시대가 열렸다. 이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그 손해에 대해 당해 제조물의 공급자가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로, 과거 민법에 의해서는 제조자가 불법행위 즉 과실 또는 고의로 결함제품을 만들어 제공한 경우에 한해 소비자가 사실 입증을 하는 경우에만 피해보상 청구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소비자가 사용하던 제품이 결함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피해보상 청구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 소비자는 더 이상 침묵하는 소비자가 아닌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주체로 변모하고 있다. 또 한국소비자보호원 등 소비자 보호단체와 일선 변호사단체가 소비자를 적극 지원하고 있으므로 제조업자들의 더 많은 피해가 예고되고 있다.
제조업체는 이제 제조물책임 시대에 걸맞는 안전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설계부문에서 소비자 위험요소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활동과 제조과정에서 부적합품을 만들지 않기 위한 철저한 공정관리가 요구되며 해결이 불가능한 위험요소는 경고표시를 통해 소비자에게 위험을 알려 안전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는 활동이 적극적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제품 결함이 발견된 경우 더 많은 사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리콜 제도를 실시해야 하며,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적극적인 사후대책으로 제품안전 관련문서 및 기록 관리, 철저한 A/S, 사고처리, 보험의 활용 등 방안을 강구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PL법 입법과정을 살펴보면 기 시행된 2002년 기준에서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82년 PL 법안이 국회 최초 제출된 이후 89년 한국소비자보호원에서 이 시안을 제안했으며 95년에는 PL 법안이 마련된 후 재경원에 정책을 건의했다. 96년에는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에서 PL 법안을 제출했으며 98년 정부안을 마련해 공청회를 거쳐 입법을 예정화하고 99년 12월 최종적으로 국회를 통고, 2002년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PL법 발효 후 피해자 제소가 용이해짐에 따라 PL 소송이 증가했으며 소송 과정에서 제조물 공급자가 불리한 입장으로 기업 면책이 어려워지고 있고 제품 이외의 인적 물적 배상이 주가 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매출과 이익 증대에 주력을 해오던 기업들도 이제는 안전 위주로 전환, 안전한 제품으로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강제적이 아닌 자발적 리콜제도를 시행하는 기업 풍토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2년 7월 PL법이 시행된 이후 노출된 피해사례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며 대부분이 은폐, 조작되거나 소송단계까지 가기 전에 소비자와 기업 간의 합의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사)한국피엘협회 관계자는 “발효된 지 3년이 다 되가지만 실상 접수된 PL 관련건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면서 “선진국의 경우에는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는 제도 정착은 되어 있지만 활용도가 높지 않아 활성화 단계까진 몇 년의 기간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전기·전자분야에 속하는 엘리베이터나 주차설비의 경우도 아직까진 이렇다 할 PL 관련 소송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도입 3년, 아직까진 ‘걸음마 단계’
그러나 향후 PL법이 활성화되면 다수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피해자 1명이 소송을 통해 배상을 받으면 다른 피해자들도 별도이 소송절차 없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Class Action)나 일괄분쟁조정제, 소비자단체소송 등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SUV나 만두 사건과 같이 인터넷을 이용한 소비자의 단체화와 이러한 단체들의 공격적인 활동이 있었으며 향후에도 선박, 헬기, 주류 등 다양한 분야의 PL소송이 등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또 B2B PL분쟁이나 부품 제조사의 PL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기업간 분쟁은 소비자 제품에 비해 부하나 용량이 크므로 피해가 대형화될 우려가 높다. 이는 농업 관련제품이나 건축 및 식품자재, 설비용 전기제품 등이 포함된다. 기업 규제는 식품안전기본법 제정 및 공산품안전관리 강화 등 점차 강화될 추세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이 원활하게 경영할 수 있고 소비자의 신뢰도도 구축할 수 있도록 기업의 자율적 소비자 불만 자율관리 프로그램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소비자 보호의 국제화 표준인 ISO 10002: 2004 가이드라인으로 캐나다, 미국, 호주, 일본 등에서는 이미 시행 중에 있으며 개별기업의 자율적인 채택, 실정에 맞게 변형 적용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 프로그램으로 기업 임직원들에게 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소비자 보호의 명확한 행동기준 제시, 소비자 피해의 사전예방과 신속한 사후구제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소비자 만족도도 향상시킬 수 있을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 활동에 소비자 의견을 반영할 수 있고 소비자 피해 구제에 대한 행정적 감독역할도 축소할 수 있다. 소비자 또한 적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기업의 소비자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고, 이미지 제고와 경쟁력 향상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율관리 프로그램 도입은 기업의 자발적인 선택사항으로 참여 기업은 지난해 8월 실무위원회가 제작한 자율편람을 참조, 최소한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는 ▲제1단계 : 실행체계의 구축 ­행동강령이나 행동 준칙 마련 및 자율관리 담당 임원과 조직 구축 ▲제2단계 : 프로그램 운영 ­프로그램 운영 절차 확립 ▲제3단계 : 자율관리의 유지, 촉진 및 개선 ­소비자 불만의 기록, 분석 및 활용, 프로그램의 점검 및 평가, 개선 등 총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정책의 일관성과 대내외 공표 및 투명성, 명확성, 객관성 그리고 소비자의 접근 용이성 등을 기본원칙으로 자율관리자를 임명하고 자율관리 시스템과 내부 통제 체제를 구축하면 실행에 들어간다.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 김태영 국장은 “ 이 프로그램으로 품질관리와 제품안전, 정보제공, 소비자 교육, 개인정보 보호, 긴급사태, 계약 체결 확인사항 등에 대처할 수 있다”면서 “기업은 이를 적극 활용, 소비자의 불만을 사전에 예방하고 기업의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문의 : (사)한국피엘협회 / 전화. 02-2000-5715 / 웹. www.pl21.org).
■글·신영주 기자 / yjshin@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