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년월 : 2003년 11월호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지 못한 탓에 우리 수출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차별대우를 받고 기존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 KOTRA는 지난달 23일 ‘세계 주요 FTA 성공 및 한국의 피해 사례’ 보고서에서 “2005년 말까지 3백여개 FTA가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은 세계 주요 무역대국 중에서 유일하게 단 하나의 FTA도 발효시키지 못한 나라로 해외시장에서 한국 상품은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멕시코는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내년부터 50% 관세를 부과하나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FTA 체결국가에 대해선 10%만 물리며, 정부가 발주하는 대형건설 프로젝트에 FTA 비가입국인 한국은 입찰자격조차 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은 공동강제규격인증(CE마크) 제도가 엄격한 EU에 기계 완구 전기·전자제품 통신기기 의료기기 승강기 등 21개 품목을 수출하기 어렵게 됐다. 역시 EU와 FTA를 맺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자칫 수출주도형인 우리경제가 점차 경쟁력을 상실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세계 2대 경제권인 미국 EU간의 몸집불리기 경쟁이 심화되어 대륙차원의 2개의 거대한 무역블럭(동진으로 25개국의 EU, 범미주 34개국의 FTAA)이 2004∼2005년경에 출현하고, 그동안 FTA에 소극적이었던 아시아 주요국들도 FTA경쟁에 본격 뛰어들고 있어 우리의 주력시장에서 경제블럭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아세안시장에서 주도권장악을 위해 일본과 FTA체결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일본보다 2∼3년 먼저인 2010년에 아세안제국과의 FTA를 출범을 목표로 이미 상호관세인하 등 조치를 취하는 등 인구 17억명의 대형 경제권 형성에 이니셔티브를 행사하고 있다.
일본은 WTO 다자주의 취약점을 양자간 FTA로 보완하는 ‘양방향 접근방식’을 채택하여 왔지만, 최근 들어 양자간 FTA를 보다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중이다. 2002년 싱가포르와 FTA 발효에 이어 최근 근린국인 한국, 그리고 아세안을 우선 추진대상으로 선정하고 있으며, 멕시코와는 최종 타결단계에 있고, 캐나다 브라질 칠레와의 FTA체결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H형강 수입관세를 동남아국가연합(ASEAN) 가입국에 대해선 5% 물리는 반면 비회원국은 20%를 부과한다. KOTRA 최동석 통상전략팀장은 “FTA 체결로 농산물 등 일부 품목은 수입이 늘어나겠지만 경제 전반에 걸쳐 수출증진뿐 아니라 외국인직접투자와 인력이동 및 기술·표준 등 보이지 않는 이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EU는 단일시장계획 10년(1993∼2001) 동안 2백50만 개의 일자리가 생겼고, 국내총생산(GDP)은 8천7백70억 유로 더 늘어났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역내국인 멕시코도 1993∼2001년 역내국 수출이 연평균 18.3%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