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년월 ; 2003년 9월호
부제목 ; "개인소유 소형빌딩, 백화점, 외국계 기업부터 공략하라!”

최근 국내 보수시장에서 조금씩이나마 FM(Full Maintenance)계약이 늘고 있는 현상을 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승강기는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일상점검 차원에서 단순히 정해진 소모성 부품교체와 윤활·조정작업만 행하는 ‘간이정비’ 혹은 ‘단순정비’ 계약으로 불리는 POG(Parts, Oil, Grease)계약이 주를 이룰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내 진출한 외국계 기업, 특히 오티스 LG 엘리베이터(사장 장병우, www.otis.co.kr, 이하 오티스 LG)를 선두로 FM계약이 예년에 비해 두드러지게 성사되고 있다. 오티스 LG의 최근 4개년간 FM계약 성사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00년부터 매년 1백35대, 1백59대, 1백17대 수준을 유지하다 올들어 8월 현재까지 무려 8백 건 이상을 성사시켜 현재 FM계약에 의한 관리대수는 총 1천2백11대를 웃돌고 있다.
이같은 FM계약 확산조짐과 관련해 오티스 LG 서비스사업부 마케팅팀 김진성 팀장은 “향후 5 ~ 6년이 지나면 승강기 사업패턴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오티스 LG의 보수차별화를 위해 올해 초 첫 선을 보였던 상품 ‘OM(Otis Maintenance)’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시장공략을 벌여 전체 회사 수익구조에서 차지하는 보수비중을 향후 꾸준히 높일 계획이다.
선진국 수준은 안되더라도 50% 이상은 되게끔 하겠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현 오티스 LG의 전체 매출 중 보수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절반에도 훨씬 못미치는 20%대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선진회사 수준 60 ~ 70%를 따라잡으려면 적어도 5년 이상 10년 가량 걸릴 지도 모른다는 것이 김 팀장의 예측이다.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의 경우만 봐도 전체 보수물량의 5% 선에서 체결되고 있다. 오티스 LG와의 현격한 차이는 사업 출발시점이 오티스 LG와 같지 않고 다소 뒤쳐졌기 때문이다. 현재 수주물량의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만큼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미쓰비시 자체 FM계약상품(상품명 : MFM)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영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오티스 LG의 1천2백11대의 FM계약 물량은 국내 전체 FM계약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티스에 이어 후발로 진입한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 쉰들러중앙엘리베이터 등 외국계 회사와 토종기업으로 유일하게 남을 지도 모를 현대엘리베이터 등 주요 메이저사들도 FM계약을 정착시키기 위한 준비를 거치고 있거나 극히 소수이기는 FM계약의 성사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FM계약으로의 전환, “이렇게 하면 된다!”
확산의 원인을 살펴보면 소형 빌딩의 경우는 건물주나 건물관리인이 지금까지 FM계약에 대해 잘 모르고 당연히 POG계약만 있는 것으로 알다가 FM계약에 대한 장점을 알게 돼 계약방식을 전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수도 1 ~ 2대 밖에 안돼 FM계약을 해도 크게 추가 비용부담이 없는 데다 건물주는 승강기가 자신의 소중한 재산이기 때문에 수명단축으로 인한 큰 비용투자와 적은 대수로 별도의 관리인원을 두어야 하는 어려운 문제점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또한 건물 내 입주상가나 사무실에서 월 관리비를 공동으로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리공사라도 있는 달에는 비용이 뛰고 이를 입주자에게 일일이 납득시켜야 하는 번거로움이 해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사정이 FM계약에 대한 인식확산이 쉽지 않아 복잡한 의사단계를 거치는 대형빌딩은 FM계약이 쉽지 않은 반면, 개인 소유의 소형 빌딩은 그 장점만 잘 알려주면 FM계약으로의 전환이 쉽다는 것이 오티스 LG측의 분석이다.
백화점 및 대형 마트의 경우, 다수의 고객이 이용하고 가동시간이 많아 에스컬레이터라도 고장났다 하면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주기 마련이다. 고장수리가 되어도 부품이 준비되지 않으면 오랜 시간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POG계약에서는 보수회사가 재고부담 때문에 모든 부품을 보유할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부품조달이 늦어질 수 있지만 FM계약은 예방점검을 통해 수리공사를 해야 할 곳을 발견할 수 있어 사전에 부품조달을 통해 수리하기 때문에 고장지연에 따른 영업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또한 큰 메리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 밖에 국내 진출한 외국계 기업은 승강기 운행이나 수명 및 관리측면에서 FM계약의 장점을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익숙하다는 점에서 보수회사의 기술력과 대응능력을 면밀히 평가하여 FM계약을 맺고 있다는 점도 새겨볼 만 하다. 실제 오티스 LG의 최근 FM계약 급증에 가장 큰 공헌을 한 부분이기도 하다.

유지보수의 나아갈 방향, ‘FM계약’
단순 수치만 봐서는 6월 현재 국내 총 설치·운행 대수 24만5천6백68대에 비해서야 비율이 극히 저조하지만 저간의 국내 사정을 살펴봤을 때는 상당히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선 오티스 LG의 현 FM계약이 국내의 낮은 의식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진정한 의미의 FM계약이겠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기도 한다. 설사 그렇다 손 치더라도, 반드시 100% 선진국형 FM계약에 못미치는 초보적 형태라 하더라도 한국의 후진국형 승강기 보수시장이 진일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만은 후한 점수를 줄 만하다.
외국의 FM계약 현황을 살펴보면 유럽지역의 경우, 60% 이상이 FM계약이며, 미주지역은 70%까지 점유한다. 특히, 유럽은 대부분의 승강기 보수계약이 FM 형태로 되어 있어 건물 관리주체는 최소한의 운영관리요원으로 최상의 시설관리를 하고 있다.
실로 승강기가 일상화되고 오랜 역사를 가진 국가일수록 FM계약 선호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멀리 볼 필요 없이 주변 아시아 국가만 봐도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가 90% 이상이 FM계약 형태이며,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도 60 ~70%에 달한다. 거대 신흥시장으로 성장한 중국만 해도 30%선이라면, 한국의 보수시장의 후진성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현재의 일반화된 POG계약은 보수업체간 무리한 가격 과당경쟁으로 인한 부실보수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 위협구조를 파생시키고 있다. 이에 따른 승강기 안전사고의 위협도 높아지고 있다면 다소 시간이 걸릴지라도 FM계약을 보편화시켜 보수업계의 수익구조를 안정화시키는 것만이 국내 보수업계의 나아갈 방향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용자는 안전하고 쾌적한 승강기를 이용하게 되고, 승강기 소유주는 안심하고 승강기 유지보수를 맡길 수 있으며, 보수회사는 정상적인 유지보수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FM계약 활성화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이러한 FM계약을 정착시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가. 이와 관련해 오티스 LG가 작년 한국승강기공학회에서 발표한 학술논문 ‘승강기 유지보수의 나아갈 길 ; 계약제도 중심으로’에서 그 몇 가지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우선 정부의 FM 계약제도 활성화를 위한 법적지원과 제도화가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즉, FM계약 현장은 1년에 1회씩 시행되는 정기검사의 주기를 3년에 1회로 연장하는 등의 소유주의 FM계약 유도정책에 힘써야 하며, FM계약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사후관리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보수업체는 이용자의 안전과 쾌적한 승강기의 운행을 위해 기술을 축적하고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서비스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는 FM계약은 고객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승강기 보수업계에 대한 불신감만 생겨 안그래도 걸음마 단계인 FM제도는 영원히 국내에 정착하기 어려워질 것은 뻔한 일이다.
승강기 소유자 및 이용자들도 보수업체의 선정에 있어서 보수업체의 기술력과 장기적인 경제성을 평가하여 결정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낮은 보수료만을 평가해 보수업체를 선정한다면 당장은 비용이 적게 들런지는 모르지만 안전을 보장받지도 못하고, 장기적으로 더 많은 수리비가 소요되며, 설비의 수명단축으로 인해 대규모 비용의 조기투입을 초래하게 된다. ▣
글. 박대성 기자 / dspark@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