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경사피트식 경사각, 일관된 법으로 완화 필요
게재월 : 2003년 3월호

업계의 기계식 주차기 이미지 제고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용자 내지는 건물주, 정부기관 관계자의 인식은 아직도 ‘시각공해’ 또는 ‘위험한 주차기’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 과거 홍수처럼 급증했던 업계의 난립으로 인해 준공용이거나 사용도 하지 않는 기계식 주차기가 전국적으로 산재해있고, 강제 공기단축으로 인한 부실공사의 후유증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특히 전체 기계식 주차기 중 40%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2단식의 경우에는 검사기관의 사용검사 통계를 제외한다면 전국적 설치통계 조차 파악하기 힘든 실정이다.
과거 2단식은 타 기종에 비해 공사기간이 짧고 설치비용이 적으며, 높은 지면 활용도, 짧은 입출고 시간 등의 이점으로 소규모 주차장에 많이 설치됐었다. 그러나 차지하고 있는 비율에 비해 그 역할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승강횡행식의 경우에는 현재 여러 업체에서 주력생산해 사용률이 높은 편이지만, 현행 주차장법에서 주차가능대수를 1대로 간주하고 있는 ▲경사승강식 중 수동승강식 ▲단순전동승강식 ▲단순유압승강식 등은 설치 후에도 사용되고 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사피트식 또한 마찬가지다. 대체적으로 중소건물에 많이 설치되다 보니 일종의 허가용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 경사피트식은 작동시 2개의 운반기가 동시 승·하강해 차량을 입·출고시키는 구조로, 2002년말 현재(추정치) 전체 9천6백76곳 현장에 12만6천9백99면, 1만7천3백20기로 전체의 50% 이상이 경상도 지역에 편중돼 설치되어 있다.
부산·경남지역이 2천6백79곳 현장, 2만5천5백79면, 3천9백14기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대도시로는 대구가 1천4백14곳 현장, 2만5천3백32면, 3천4백22기로 가장 높고, 인천지역이 21곳 현장, 1백30면, 33기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경사피트식의 대부분은 현행 주차장법에 명시된 경사각 때문에 사용율은 더 떨어지고 있다. 현행 ‘기계식주차장치의안전기준및검사기준등에관한규정 제10조’ 운반기 및 주차구획 등 제④항을 살펴보면 “운반기가 경사진 상태에서 자동차가 진출입하는 기계식 주차장치의 경우에는 자동차의 입출고시 운반기의 종단구배는 17퍼센트 이하이어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으나, 종단구배 17퍼센트를 각도로 계산해볼 경우 약 9.5도로 매우 경사져 있어 이용자들의 안전은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관련 구청 측에서는 인력부족 문제로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며, 관련업체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이같은 법 조항을 이용해 대부분 최고치인 17퍼센트를 적용하고 있다. 결국 실제 피해자는 고스란히 건물 소유주와 이용자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이는 기계식 주차기에 대한 지속적인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제도보완 통해 주차기 사용률 늘려야
따라서 현행법 제10조 제④항의 ‘종단구배 17퍼센트 이하’ 부분을 이용자 편의와 기계식 주차기의 안전성을 고려, 법의 일관성에 맞춰 신속한 보완 및 개선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주차장법시행규칙 제 4조 노상주차장의 설비기준 제⑤항의 규정 “종단구배가 4퍼센트를 초과하는 도로에 설치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종단구배가 6퍼센트 이하의 도로에서 보도와 차도의 구별이 되어있고, 그 차도의 너비가 13미터 이상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와 동규칙 제16조의2 기계식 주차장의 설치기준 제③항의 규정 중 대기주차 항목 “진입로의 너비가 6미터 이상인 경우에는 종단구배가 6퍼센트 이하인 진입로의 길이 6미터마다 1대분의 정류장을 확보한 것으로 본다” 등의 규정과 비교해 볼 때, 오히려 주차하기 힘든 기계식 주차기가 자주식보다 급경사로 기울어져 있어도 허용이 되도록 규정이 완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와같은 규정을 일치시켜 종단구배 17퍼센트 이하를 6퍼센트(약 3.43도) 이하로 개정하고, 신규설치되는 경사피트식에는 개정안을 적용하여 향후 사용률은 늘리고 사고율은 점차적으로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기계식 주차기가 “시각공해에만 그칠 것인가” 아니면 “편리하고 쾌적한 이용자의 주차기가 될 것인가”는 업계, 이용자, 정부의 손에 달려있다. 업계에서는 관련법에만 얽매이지 말고 이용자 편의위주의 제품개발에 힘써 시장출시를 유도해야 할 것이며, 검사기관은 법을 엄격하게 적용해 편리한 주차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을 배가시켜야 할 것이다. 건물주, 건축설계 사무소, 건설사 등은 비용이나 규격보다는 철저하게 검증된 주차기를 설치해야 할 것이다.
약간의 비용절감과 공간확보, 높은 수주율의 혜택은 극소수이지만, 한번 설치하면 10년은 사용해야 하는 주차기의 부작용은 결국 이용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시공 시 주차기에 좀 더 투자해 장기적으로 빌딩의 가치를 높이고 있는 일본의 경우를 다시 한번 되새김질해 볼 필요성을 느낄 때다.
■글·신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