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국내 시장, 다국적 경쟁체제 ‘급물살’ 예고
게재월 : 2003년 3월호

쉰들러가 한국 내 엘리베이터 생산업체인 중앙엘리베이터와 손잡고 새로운 합자법인를 설립, 국내시장에 재진출했다. 이에 따라 연간 설치부문에서 1조원(1만6천대)에 달하는 국내 승강기 시장을 놓고 오티스 LG, 쉰들러, 미쓰비시 등 외국기업군과 현대엘리베이터, 동양에레베이터 등 국내업체간 경쟁이 더욱 첨예한 시장쟁탈전으로 전개될 전망이어서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내 승강기 시장은 최근 몇 년간에 걸쳐 오티스, 미쓰비시, 도시바 등 세계 유수 메이커들의 잇단 진출로 외형적으로는 이미 다국적 경쟁체제로 돌입한 상태다. 여기에 안그래도 시장위축 등 경기불안 속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3~14%로 오티스(26%)에 이어 세계 랭킹 2위 그룹인 쉰들러가 자사의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MRL, 모델명 ; 300P)를 비롯한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 등 다양한 브랜드 제품들을 한국시장에 선보일 계획인 만큼 위기의식이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토종업체뿐 아니라 앞서 진출한 외국계 업체들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초고층 주상복합빌딩용 초고속 엘리베이터와 MRL 등 고부가치 기종의 치열한 수주전이 업체간 벌어질 전망이다. 쉰들러는 이미 자사의 MRL 기종인 ‘300P’를 울산 공항 근처에 건설될 협성 아파트에 29대나 수주해놓은 상태여서 관련분야에서 업체간 시장선점 다툼에 고삐를 죌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쉰들러 그룹(www.schindler.com)은 올해로 150년을 맞이한 오티스와 함께 12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 전세계 4만 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이 회사가 설치한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 등 제품을 하루 7억 명 이상이 이용할 정도로 기술 경쟁력과 노하우에 있어서 오티스와 쌍벽을 이루고 있다.
지난달 초 동남아 전역을 무대로 스위스 쉰들러 그룹의 제품과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자딘 쉰들러(사장 Nigel Bennett, http://www.jardineschindler.com)사는 “한국 내 (주)중앙엘리베이터와 손잡고 ‘(주)쉰들러-중앙 엘리베이터(대표 황종식, 이하 쉰들러-중앙)’라는 지분 합작법인으로 한국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으며, 이와 관련한 인수거래의 모든 법적, 계약 문서절차도 끝낸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시장 공략의 새로운 ‘메카’로 부상
자딘 쉰들러 그룹은 스위스 쉰들러 그룹과 홍콩에 본사를 둔 자딘 매더슨(Jardine Metheson)간 50 : 50의 동일 지분 합작회사로 지역 전체에 2천5백 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 영업범위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홍콩, 싱가폴, 필리핀, 태국, 미얀마,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로 동남아 전역에 이른다. 그러나 중국시장을 별도로 하고 이 지역에서 생산업체와 합작회사를 설립한 것은 이번 ‘쉰들러-중앙’이 처음이다.
“이번에 중앙의 다수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기존까지 유지해 왔던 강력한 지역적 입지에 주목할 만한 확장을 더하게 됐으며, 세계에서 가장 크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 중 하나인 한국시장에 쉰들러의 기술력을 소개할 수 있는 특별한 토대를 형성할 것”이라는 것이 자딘 쉰들러측 반응이다. 그런 만큼 쉰들러 입장에서 한국시장 재진입에 거는 기대감도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쉰들러가 그간 동남아 시장을 대상으로 한 수출에 있어서 오티스 등 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기종이 바로 화물용 엘리베이터라고 한다. 기술력이 아니라 동남아 지역에 생산기지가 없다보니 제품공수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화물용을 스위스 본사로부터 100% 제품을 공급받았던 만큼 이번 중앙엘리베이터와의 합작회사 ‘쉰들러-중앙’의 출범은 쉰들러의 아킬레스건을 치유할 수 있는 대안이기에 향후 ‘쉰들러-중앙’이 쉰들러의 동남아 시장 공략에 새로운 ‘메카’로 등장, 수출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977년에 설립된 중앙엘리베이터는 그동안 주력사업이었던 화물용 엘리베이터 분야에 이어 3년전부터 승객용 승강기 사업에도 진출, 연 평균 20%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타고 있다. 작년 한 해만 총 7백여 대 가량 신규설치했고 보수 대수만 2천 여 대에 이른다. 전국 12개의 지방사무소 네트워크를 갖춰놓고 있는 중앙은 2001년엔 매출액 2백3억원, 경상이익 6억원의 경영실적을 올렸다.
공식적 임기는 3년이지만 초기 신규시장 진입에 따른 배려로 향후 5년간 ‘쉰들러-중앙’의 대표경영을 맡게 된 황종식 사장(55, 사진)은 “120여 년의 역사와 세계 최첨단의 명성을 지닌 쉰들러 브랜드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시장에 진출할 것이며, 인간 중심의 안전한 제품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만족을 추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그는 “향후 ‘쉰들러-중앙’을 외형보다는 내실을 다져나가는데 힘쓰겠다”면서 “쉰들러 재진입 이후 지나친 투자나 업체간 견제 및 경쟁에서 결코 무리수는 두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쉰들러­중앙’, (주)한국우정 인수
이번 쉰들러의 국내 진출은 자딘 쉰들러가 신설 ‘쉰들러-중앙’의 지분을 과반수 이상 차지한 상태에서 그간 쉰들러의 국내 에이전트를 맡아온 ‘(주)한국우정엘리베이터’를 인수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쉰들러-중앙의 설립과 함께 (주)한국우정의 현존하는 설치 및 보수사업 영역을 인수하고 또 40여 명에 달하는 이 회사 전직원을 100% 고용승계한다는 것이 자딘 쉰들러측의 방침이다.
한국우정은 지난 5년에 걸쳐 외국계 대형 할인점 ‘까르푸’ 전국지점을 중심으로 1백50여 대의 에스컬레이터 및 무빙워크를 설치한 바 있고, 과거 한국내 설치된 쉰들러 브랜드의 엘리베이터 중 절반 가량에 해당하는 7백50여 대 역시 보수를 맡고 있어, 향후 ‘쉰들러-중앙’의 영업범위도 더욱 넓어지게 된다.
현재 ‘쉰들러-중앙’은 쉰들러의 한국시장 안착화를 위해 황종식 사장 이하 자딘 쉰들러측의 버나드 콘드라우(Bernard Condrau) 전무이사와 설치·보수·관리부문의 데릭 버클리(Derek Barclay) 이사로 진중을 갖춘 상태이며, 어느정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장기적 성공을 위해 초기 합작회사의 출범과 (주)한국우정의 인수라는 과도기적 난관들을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문의 : 쉰들러-중앙 엘리베이터 / 전화. 02-521-3381~5).
■글 : 박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