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트아시아

ㆍ구분	특집
ㆍ게재년월	2003-03

한국 승강기 산업, ‘내수의존형’ 산업구조로 전락

부제목 : “경쟁력 한계 봉착! 대외 신뢰도 추락! 돌파구는 없나”
게재월 : 2003년 3월호

최근 세계 2위의 엘리베이터 업체인 쉰들러가 국내에 진입함에 따라 치열한 시장쟁탈전이 펼쳐질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여서 벽초부터 업계긴장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로써 한국의 승강기 시장은 이미 오티스, 쉰들러, 미쓰비시, 도시바 등 세계 유수의 메이커들이 진용을 갖춘 사실상 다국적 경쟁체제로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다국적 경쟁체제란 다국적기업들이 한 국가 내에서 상호 경쟁적 관계를 맺고 기업 마다의 경쟁전략으로 시장선점을 앞다투는 체제를 말한다. 다국적기업의 사전적 의미를 “국제 직접투자의 한 특수형태로서 단순히 해외에 지점 또는 자회사(子會社)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지 국적을 취득한 현지법인으로서의 제조공장 또는 판매회사를 가지고 있으며, 현지의 실정과 모회사(母會社)의 전략에 따라 움직이고, 공통적인 풀(pool)에서 자본·인적 자원 및 기술 자원을 공급하는 국제적인 조직망을 가지는 기업조직 또는 그 기업조직의 일환”이라고 봤을 때 우리 승강기 업계에서도 현 오티스 LG, 한국미쓰비시, 도시바코리아, 쉰들러 중앙과 같은 업체들을 꼽을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적 측면에서는 이들 기업도 분명 국내기업이고 국민소득의 한 원천이지만 해당 산업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경쟁력이 현격하게 차이가 날 경우 토착기업의 시장개척이 어려워지고 무역역조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종국에는 선진 제국간 첨예한 시장쟁탈전으로 말미암아 자본의 국제적 집중이 급속도로 진행돼 ‘독과점(獨寡占)’이 출현, 한 나라의 산업이 외국자본의 지배하에 들어갈 우려가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국내 승강기 업계의 한 인사는 “향후 승강기 시장은 결국 전세계적으로 오티스와 쉰들러 두 축으로 압축될 것”으로 주저 없이 점친다. 승강기 수출시장의 65% 가량이 미국, 스위스, 핀란드 등 5개국이 점하고 있고 최근 구미지역의 수요감소로 오티스, 쉰들러, 코네와 같은 세계적 대표기업들이 인수합병(M&A) 및 현지법인 설립을 통해 아시아 지역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등 수출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향후 한국 내에서도 시장재편이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혹자는 내수시장이 위축될 전망이고 경기불황도 예측되고 있는 지금, 외국기업들이 굳이 한국에 진입하려는 지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지도를 놓고 한반도와 그 주변국을 중심으로 보면 충분히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그러나 가령 전세계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다국적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 내 자사의 생산기지에서 연간 겨우 1백대를 생산한다고 치자. 한 국가만 봤을 때는 적은 수치일 지는 몰라도 전세계에 걸쳐 가동되는 공장이 1백개가 있다면, 1백대씩만 생산한다고 가정했을 때 전세계를 대상으로 1만대를 판매할 수 있다면 얘기는 180도 달라진다. 거기다 승강기 수요가 제일 많은 지역이 아시아이며, 한·중·일 세나라가 전세계 수요의 35%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시장인 만큼 다국적기업들이 국내에 진입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승강기 산업의 경쟁력을 한 층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사실 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장기적 발전비전을 갖고 방향타를 잡아나가야 한다.
이는 비단 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늘리자는 차원뿐 아니라 승강기가 상시 가동되며 불특정 다수의 조작으로 항상 열악한 사용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특성상 ‘국민들의 안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안전확보를 위해서라도 부품의 내구성 및 신뢰성에 대한 관리가 엄격하게 요구되는 산업이 바로 승강기다.
지난해 8월 정부는 한국의 월드컵 4강 진출 이후 고무된 국가이미지를 산업계에도 적용, ‘산업 4강 실현’이란 큰 목표를 세워 주목을 받기도 했다. 승강기 산업 역시 2010년 발전비전을 첨단기종을 주력상품으로 개발, 수출주도형으로 전환함으로써 생산규모면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7.5%(18억 달러), 세계 5위의 승강기 수출산업국가를 이룬다는 야심찬 비전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오는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승강기 산업의 세계 5위 수출산업화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정부의 4가지 세부 추진전략 ▲전략품목 및 핵심부품 개발 ▲국제공인 수준의 품질인증체제 구축 ▲부품공용화를 통한 제조원가 절감 ▲제도개선을 통한 보수체계 개선을 유도한다는 기본 구도도 짜 놓은 상태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출범하는 첫해라서 그런지 아직 이렇다할 구체적인 발전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재차 현 국내외 승강기 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 대한 이해를 높임으로써 발전전략의 바로미터를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선진국 등 해외 승강기 산업동향

구미지역 수요감소, 아시아로 선회 공략
현재 전세계에 걸쳐 설치·운행 중인 승강기 대수는 약 7백 만 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2000년 12월 현재 6백38만 여 대). 연간 신규설치 대수는 약 24만 대이고 지역별로는 아시아가 9만9천 여 대로 가장 많다. 아시아 지역이 전세계 시장의 42%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금액으로 보면 세계 승강기 시장은 연간 2백 억 달러(한화 약 24조 원)에 달하고, 연평균 2%씩 성장하고 있지만 승강기 설치는 아시아 지역을 제외한 타 지역에서는 이미 지난 1996년을 정점으로 감소추세에 있으며, 구미 지역의 내수시장도 1990년대까지 성장세를 보이다 현재는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승강기 시장의 수요가 주로 초고속 및 고층용 엘리베이터와 기존 시설의 리모델링(약 52% 점유)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새롭게 부상한 아시아 지역, 특히 그 중에서도 한·중·일 3개국이 전세계 신규수요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향후 2010년에는 세계 수요의 60%인 15만8천 여 대의 신규수요가 아시아 시장에서 창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될 것이다.
구미 지역의 시장축소로 최근에는 승강기 업계의 기업간 대규모 합병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전세계 수출의 64%를 차지하고 있는 오티스, 쉰들러, 코네 등이 모두 이 지역 국가군에 속해 있는 다국적기업으로 최근 이 지역의 수요감소로 인해 신흥 아시아 시장으로 방향을 급선회, 수출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값싼 인건비와 장기적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동남아, 중국지역이 주 타깃으로 등장했다.
이미 세계 메이저 5개사를 중심으로 기업간 M&A 및 현지법인 설립, 기업간 전략적 제휴 등이 진행된 예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도버사가 독일의 티센에 합병, 미국 몽고메리사가 핀란드의 코네로 합병된 것은 좋은 실례다. 전략적 제휴의 예로는 홈엘리베이터 부문의 미쓰비시와 히타치,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MRL)는 코네와 도시바의 경우를 들 수 있다.

기술블록화 및 강제인증제로 자국산업 보호
기술동향을 살펴보면 우선 유럽의 경우 1990년대부터 승강기 관련규격 통합화를 시도, 현재 EN 코드를 주축으로 제품에 대한 엄격한 규격 적합성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미국과 캐나다도 이미 승강기 관련 기술기준 통합에 합의하는 등 선진국들의 기술블록화 및 제품인증제도를 강제제도로 채택하여 일종의 기술장벽으로 이용함으로써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고 있는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속에서 분속 1,000m 이상 초고속 엘리베이터 개발 및 기존 와이어로프를 대신한 플랫벨트 형식의 엘리베이터(오티스, 쉰들러 등)가 등장한다든지, 혹은 기존 기계실을 대폭 축소한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 및 구간에 따라 속도변속이 가능한 가변속 에스컬레이터(코네, 미쓰비시 등)의 개발과 같이 신규 수요에 대비한 차세대 개념의 승강기 개발에 기술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승강기 산업의 현황과 동향

전형적 내수의존형 산업구조로 전락
산업분류로서 승강기는 기계류 산업의 일환이며, 일반 기계설비 중에서 운반설비로 구분된다. 그 가운데서도 인력운송 및 화물운송 기능을 수행하는 설비에 해당된다. 또한, 국내에서 승강기는 산업자원부의 ‘승강기제조및관리에관한법’ 제2조 및 동법 시행규책 제2조에서 정의한 시설로서 동법 제13조에 따른 검사를 득해야 하는 운송설비를 말한다. 여기에는 각종 승객용 및 화물용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 휠체어리프트가 포함된다.
국내 승강기 시장규모는 제조, 설치, 보수, 검사분야까지 통틀어 연간 1조5천억원(추정)을 조금 넘고 있다. 이 수치는 국내 총 생산(GDP) 중 0.29%, 기계산업 생산액의 0.5%에 해당된다.
2001년 12월 현재 국내 승강기 분야 관련업체 수만도 약 1천2백60여 개, 이 중 오티스 LG, 현대엘리베이터, 동양에레베이터 등 2백80개의 제조업체와 이들 대기업 3사를 포함해 3백80여 개의 설치업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6백 여 개의 보수업체로 구성돼 있고, 그 안에 1만5천9백여 명의 종업원들이 업계에 몸담고 있다.
승강기 보유대수에 있어서 세계 9위, 신규설치 대수는 세계 5위에 해당하는 한국 시장은 매년 2만7천 대 정도가 신규로 제작되고 있지만 수출은 연간 총 생산대수의 약 10%(2001년 6천8백만 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는 기존 수출 주력시장이었던 동남아시아가 경제불황 등의 이유로 인해 1998년 이후부터 수출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오티스, 쉰들러, 미쓰비시, 도시바 등 선진 외국기업의 국내진입으로 다국적 경쟁체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전통적 승강기 시장은 2001년 기준으로 승강기 총생산액 가운데 87%가 내수부문이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6%로 전형적인 내수의존형 산업구조로 전락하고 있다.
국내 승강기 산업은 수출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높지만 승강기 및 관련 부품에 대한 전문품질인증기관(제3자 인증기관)이 전무하고 제도적 신뢰성 검증 시스템이 없어 외국 선진업체의 국내시장 잠식에 대한 방어기능 및 국제 경쟁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다.
국내 승강기 산업의 기술수준은 중·저속 분야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일부 품목은 선진국과 근접한 수준을 확보하고 있고 가격경쟁력도 우세한 편이나 초고속 및 첨단기종은 현격한 기술차를 나타내고 있어 열세에 몰려있다. 고급기종에 있어서는 특정 대기업 1개사를 빼고는 현재 외국제품이 시장을 독차지 하고 있어 사실상 경쟁을 포기한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승강기 주요부품의 신뢰성 및 품질저하는 국내 승강기 산업 전반에 걸쳐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가격경쟁력의 상실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신뢰성, 브랜드이미지 떨어져 수출에 어려움
국내 건설경기의 회복세와 아시아 시장의 수요증가로 국내 승강기 총 생산액은 현재 8천9백 억 원에서 오는 2005년에는 1조원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는 있지만 지난 1997년 이후 수출주력 시장인 동남아시장과 국내시장 위축으로 해외 마케팅 전략을 사실상 상실한 상태이며, 이후 국내시장 호조로 메이저 회사들이 내수에만 주력함에 따라 일관된 해외시장 전략이 거의 전무하다.
또한 고용인원 3백인 이상의 메이저 대기업 3사와 그 이하인 중소기업간 기술격차가 심한 것도 문제다. 극소수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수출의지는 있으나 제품의 신뢰성 미확보, 브랜드 이미지 저하 등으로 수출활로 모색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해당 산업의 국내 연구기반 및 환경도 취약하다. 승강기 관련 검사기관 또는 연구기관의 평가설비 구축현황은 물론이거니와 관련업체에서도 전문평가설비의 구축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설비의 성능확인 및 신뢰성 확보가 불가능한 상태이며, 특히 학계에서도 해당 분야를 연구하는 전문가 그룹이 조성되지 않아 신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정체돼 있는 실정이다.

국내외 승강기 산업 정책지원 현황

선진국의 안전관리제도 추진현황
선진 각국에서는 승강기에 대해 안전관련법령을 제정하고, 감독관청으로서 국가가 적절한 감독을 실시함으로써 승강기 이용자들의 안전을 보호하고 있다. 다음은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주요 국가별 승강기 안전관리제도 및 정책적 지원동향을 간추린 내용이다.
■미국 : 각 주마다 승강기 안전 관련 법률 및 검사기관 등 승강기 안전 관련 제도가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승강기 안전규정은 대체로 일원화돼 있다.
대표적 안전인증마크는 UL마크가 있으며, 이는 미국의 보험업자들이 공동 설립한 기관(UL, Underwriter Laboration Inc., 1894년 설립)으로서 제품은 물론 재료, 부품에 이르기까지 안전규격을 제정하고 위험성을 조사·평가하여 안전성이 입증된 제품에 UL마크를 부여하는 인증제도다.
미국에서는 UL규격과 UL마크가 전기제품의 안전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의 인증취득은 임의이지만 일부 플로리다주 외 4개주와 일부 지방자치체가 UL인증을 의무화하고 있다.
■캐나다 : 주정부(Quebec, Alberta)에서 직접 검사를 실시하거나 검사기관을 별도로 지정하여 운영한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주정부에서 별도 설립한 기관(TSSA)에서 정기검사를 직접 시행하는데 보통검사는 제조업체나 유지·보수업체에서 시행하고 변경사항이 있을 경우 TSSA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캐나다는 또 승강기 사업자 허가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온타리오주의 경우 승강기 검사자격증에 대한 등급제(EDM제도)와 EDM Passport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캐나다의 승강기 사업자허가제도는 제조·보수업의 등록을 각 업체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에 따라 등록을 하고 심사 후 허가하는 제도로 A급~IC급까지 총 7개 등급으로 구분된다. 온타리오주의 검사원 자격제도(EDM)는 검사원 자격을 9가지(A~F, CE, CM, T)로 분류해 할 수 있는 업무를 세분해놓고 있다.
■유럽 : 1985년 표준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New Approach)’을 제정, 유럽 지역을 하나의 시장으로 단일화시키기 위해 역내의 각종 표준과 인증에 관한 제도를 통일시키기로 합의하고, EU지침에서 제품이 시장에 진입하기 전 만족시켜야 하는 보건 및 안전요건을 명시하고 3개의 유럽표준화기구(CEN, CENELEC, ETSI)에 표준제정을 위임했다.
1990년 시험 및 인증에 관한 ‘총괄 접근방식(Global Approach)’을 채택, EU표준에의 적합성 평가방법을 8개 모듈로 분류하고 자기 적합성 선언을 CE마킹으로 통일함과 동시에 안전 및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제품 및 부품에 대하여 규격 적합성 시험을 의무화했다.
CE마킹 제도는 EU가 역내 시장통합을 위해 만든 인증제도로서 EU공동규격에 상품이 해당 규격에 적합하다는 것을 생산업체가 자기 적합성을 선언하는 제도다. EU 역내의 모든 상품이 대상이 아니고 소비자의 건강, 안전, 위생 및 환경보호와 관련된 상품의 설계 및 제조에 관한 필수요건을 정한 품목과 기능에 관련된 상품에 대해 적용된다.
이어 1993년 ‘Global Approach’를 통해 범유럽 차원의 유럽시험인증기관 EOTC(European Organization Testing Certification)을 설립, 인증절차 및 방법에 대해 총괄적으로 관장토록 했다.
대표적인 유럽 지역 공인인증기관(CB ; Certification Body, NB ; Notified Body)으로는 VDE, TUV, GOST-R, DEMKO, KEMA, DNV, SASO, LCIE, BSI 등이 있으며 유럽에는 현재 1천 여 개의 인증기관과 1만 여 개의 시험소가 운영중이다.
■프랑스 : 승강기 제조업체가 제조·설치 및 유지·보수까지 일관되게 수행한다. 승강기 검사는 각 검사기관의 자율경쟁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검사 수수료도 검사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승강기 검사의 경우 정기검사는 다중이용시설에 대해서만 실시하고, 승강기의 안전관리는 승강기의 소유주와 유지·보수업체(통상 제조업체)와의 계약에 따라 실시하고 있다.
■스웨덴 : 정부 소유기관인 ‘스웨덴공장검사유한회사’에서 검사를 독점적으로 실시해 왔으나 1994년 이후 검사기관의 다원화가 이루어졌으며, 승강기에 대한 안전관리는 주택성으로 일원화돼 있다.
■이탈리아 : 정기검사 횟수를 연간 2회에서 격년에 1회로 줄이는 대신 유지·관리 강화를 통해 승강기의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 정부에서 검사 실시 또는 정부 감독하에 검사업체에 의한 대행검사를 실시한다.
■싱가포르 : 대부분 해당 승강기 제조업체가 유지·보수를 하여 최초 설치한 제조업체가 해당 승강기에 대해 책임지고 관리한다. 또, 승강기 제조업체, 유지·보수업체를 자본금, 종업원 수, 실적, 관리능력 등으로 A~E 5개 등급으로 평가하여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입찰범위, 규모, 자격 등을 제한하고 있다.
정기검사는 대부분 제조업체가 검사 자격자(기술사)를 보유하여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검사결과 정부에 제출해 합격시 승인서를 발부받아 운행한다. 이 때 승인서는 승강기 내부에 반드시 부착토록 하고 있다.
■일본 : 검사기관 및 법률이 이원화되어 있으며, 승강기의 유지·보수업체에 승강기 소유자와 계약시 대부분 보수와 정기검사에 대한 사항을 일괄적으로 계약한다.
정기검사는 승강기 유지·보수업체 소속의 승강기 검사 자격자로 하여금 실시토록 하고 있다. 또 일본에서는 건축물의 대규모화, 고층화 추세에 따라 승강기 등의 기술혁신이 급속히 이루어지는 추세에 발맞춰 본격적인 승강기의 성능평가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승강기의 성능평가는 (재)일본건축설비·승강기센터에서 신청을 받고 있으며 성능평가의 범위는 법규 사항 이외에도 세부적인 구조와 안전성에 대한 사항까지 포함한다.

안전인증제도 엄격히 적용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승강기 산업에 대해 안전인증제도를 엄격히 적용해 ▲설계 및 제조단계에서부터 위험성 평가 실시 ▲기술일건 서류심사에 의한 기본 안전요건 충족여부 확인 ▲주요 안전부품에 대한 형식승인 실시 ▲제품인증 및 사후관리 철저 이행 ▲설계 및 제조단계에서부터 위험성 평가 실시 등 제품의 안전성과 신뢰성이 확보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제품의 성능품질에 대해서는 시장의 자율기능에 맡기는 임의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안전부품에 대해서는 강제인증제도를 도입하여 안전인증마크의 부착을 의무화하고 이에 대한 사후관리를 엄격히 실시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러한 안전인증제도의 엄격한 시행을 통해 자국산업을 보호하고 있으며, 또한 이런 안전부품류를 외국에 대한 경쟁력 확보의 기회로 삼아 수출상품으로 집중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선진국가에서는 이미 승강기 구성품 중에서 일부 주요부품애 대해서는 안전부품으로 규정하고 그 성능을 집중관리하고 있으며, 이를 세계시장 선점의 찬스로 포착하기 위해 자국의 인증제도를 국제표준화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기까지 한다.

국내 인증제도, 전문성 결여로 외면
선진 외국과 달리 국내 인증제도는 총 49종 등으로 전문성이 결여된 채 난립되어 소비자로부터 신뢰성 저하와 기업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처지다. 이렇듯 국내 소비자에 대한 인식도 높지 않을 뿐 아니라 수출 상대국에게 전혀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되면 결국 외국 기업인들에게는 국가의 일관된 대표 인증제도가 구축되지 않아 정부제도를 신뢰할 수 없게 되고, 행정 소모시간으로 인한 투자의욕마저 상실케 되는 꼴을 초래하게 된다.
더욱이 국내 각종 기술기준이 대부분 일본규격을 모방하여 제정한 내용이므로 양적·질적으로 세계수준과 격차가 심한 것도 그렇고, 기술기준을 19개 부처가 49개 법령으로 독자 제정·운영하고 있는 만큼 국가차원의 표준제도 개선 및 종합적 정책개발과 기준수립이 시급히 요구된다 하겠다.
인증제도 운영에 있어서도 불합리한 요소들이 많다. 가령 설계·제조단계에서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안전부품의 형식승인 또는 부품에 대한 사전인증, 제품인증과 사후관리 등 각종 인증제도가 제도화되어 있지도 않을 뿐더러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내 각종 인증제도가 부처별로 개별법에 의해 정부기관이 주도하고 있으며, 운영이 법-령-규칙-요령-고시 등으로 경직되어 있어서 국제적 기술환경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처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승강기의 경우도 제품 출시전 검증단계가 전혀 없이 승강기 설치후 검사만 실시하고 있다. 검사기준만 있고 기술표준이 없으며, 제품의 품질보증 및 생산품질에 대한 사후관리가 실시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WTO 출범 이후 선진 외국은 인증제도를 자국의 산업육성과 수출촉진의 기회로 전환활용하고 있으나 우리의 경우 이에 대한 대응전략 및 공격방안이 전무한 실정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인증기관의 지정요건조차도 국제적 기준인 ISO/IEC 가이드에 부합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외국과의 적합성 평가에 대한 MRA 협정시 커다란 장애요인이 되고 있을 정도다.
이렇듯 제대로 된 품질인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음으로 해서 국내 승강기 제품에 대한 대외 신뢰도는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다. 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국가들이 엄격히 안전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인증 미 획득 제품에 대한 통관을 제한하는 등 규제하고 있다. 수출을 위해 일부 승강기 대기업은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해외에서 인증을 취득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해외 인증기준과 국내 제작기준이 상이하여 기업체에서는 수출용과 내수용을 분리해서 시험, 제작하는 모순된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승강기 제품의 대외 신뢰도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승강기 산업의 관련 부품 및 시스템에 대한 국제수준의 공인 품질인증 기반을 닦아나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유럽의 안전인증제도와 같은 품질인증시스템을 갖춘다는 것은 결국 외국의 불량 승강기 부품 및 완제품의 유입을 막고 이로 인한 국내 운행되는 승강기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길이기도 하다.

사실 현재로서는 승강기 제품이 수입될 때 한국의 경우 유럽과 같이 규제할 수 있는 근거도 없고 제대로 된 제품인 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러한 문제점이 바로 현 국내 승강기 안전관리시스템의 후진성이다. 현 시스템으로서는 승강기 산업을 방어할 수도 없고 세계를 무대로 수출전략을 펼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상태다.
국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확실한 품질인증체제로 가야한다는 데 비용부담을 이유로 반대한다든지 일종의 기업규제로 받아들이는 기업이나 인사들은 결과적으로 치열한 경쟁사회에, 아니 전쟁터에 무기를 지니지 않고 나가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겠거니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승강기 업계의 대국적 발전을 위해서도 절실한 문제인 만큼 승강기 산업의 주인인 업계로부터 승강기 분야를 단순 이익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이라기보다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인프라 구축에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할 때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지금부터라도 정부를 비롯한 각급 유관단체가 뜻을 모아 방향타를 제대로 잡아나가야 하고, 또한 업계 전체는 대의를 위해 기꺼이 노를 저을 수 있다는 자세를 가져야지만 우리 업계가 살아날 수 있다.
■글·정리 : 박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