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대사회에서의 초고층 의미와 현실
2005년 현재 미국 시카고의 Skidmore, Owings&Merrill 설계회사가 설계 중에 있으며 세계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게 될 약 1백60층 규모의 Burj Dubai가 2008년을 완공 목표로 아랍 에미레이트의 두바이 시에 건설 중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삼성건설이 시공사로 결정되어 우리나라에도 뜻깊은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는 초고층 Burj Dubai의 대부분은 주거공간으로 구성되고 저층부에 호텔과 업무시설 및 쇼핑센터가 일부 계획될 예정이다.
현대 도시의 기능으로 볼 때 업무공간으로서의 초고층 건축물은 익숙하지만 1백60층 규모의 주거시설이라는 용도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더불어 초고층 건축물은 용도와 기능에서 가질 수 있는 유형으로서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라는 의무를 가지게 되는데, 이러한 관점에 초고층 건축물이 점하는 현대 도시에서의 실질적인 가치를 고찰하고 그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살펴보고자 한다.

1.1 초고층의 기능과 용도
1871년 시카고의 대화재 이후 근대 도시의 밀집성과 경제적 특성에 의하여 고층 건축물들이 나타나게 되는데, 여기에는 도시의 하부구조를 개방된 네트워크(Network) 혹은 그리드(Grid)로 인식하고 이와 더불어 수직적 규모에 있어서는 높이가 무제한이라는 개방감에 대한 사회, 문화적 인식도 한 요소로 작용하였다.
이것은 고층 건축물의 실현이 기술공학의 발전과 경제적 기능에 의한 것 뿐만 아니라, 도시의 기능 특성에 따른 사회인식의 변화에 의하여 이루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같은 사회인식의 변화에 따라 형성된 초고층 건축물도 그 공간적 및 기술적 제약으로 사무소, 호텔 그리고 아파트와 같은 특정 용도 외에는 더 발전되지 못하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스스로 제약된 기능에 의하여 초고층 건축물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건축적 유형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초고층에 대한 관심과 가치를 내부의 프로그램이 가질 수 있는 도시건축 내에서의 발전 가능한 본질적인 속성에서가 아니라 단순히 외형적인 형태와 높이 그리고 그의 거대함 등만 더욱 부각시키는 결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하자면 많은 건축물의 유형들이 내부적 기능과 용도에 의하여 평가되었으며 그를 통하여 건축물들은 아주 다양하게 발전되어 왔다.
그러나 초고층 건축물은 여전히 그것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이고 능동적인 도시적 기능체로서 보다는 외적인 형태와 거대함에 의한 내부적으론 비어있는 다시 말해서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가 주장한 수동적인 신체처럼 간주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 규모로서의 초고층 높이
이처럼 초고층 건축물에 있어서 높이는 여전히 큰 관심사다. 이것은 초고층이 가진 거대함(Bigness)이라는 특성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관심이라고 할 수가 있다.
미국 뉴욕은 1892년에 소방법규를 개정하여 맨하탄을 중심으로 많은 고층 건축물들이 생겨나게 했는데 초기의 초고층은 공학기술과 도시 규모에 따른 요구로 높이를 결정하였다.
그리하여 1910년에는 세계 최초의 초고층이라고 할 수 있는 50층 높이의 Metropolitan Life Tower가 뉴욕에 나타나게 되었다.
그 후로 1913년경에는 Cass Gilbert와 Gunvald Aus에 의한 60층 규모의 Woolworth Building이 실현되었으며 이때 건축가 Gilbert가 건축주에게 세계 최고의 높은 사옥을 짓도록 권유하였는데, 이것은 초고층 건축물의 높이에 대한 건축가와 건축주의 상당했던 관심을 보여준다.
1929년에는 새로운 도시계획법에 의하여 William Allen과 H.G Balcom에 의한 77층 높이의 Ghrysler Building이 뉴욕 중심가에 세워졌다.
이 건축물은 ‘Chrysler Building의 비밀’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의 최고 높이와 후에 올려지는 첨탑 부분을 완공할 때까지 철저히 감추었다. 그리하여 이것은 파리의 에펠탑보다도 더 높은 초고층 건축물로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1931년에는 Empire State Building이 세워지게 되었으며, 1969년과 70년에 이룩된 John Hancock Tower와 Sears Tower도 건축주의 의지보다는 건축가의 주장과 설득에 의하여 초고층으로 실현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이러한 초고층 건축물의 높이 경쟁은 오히려 국가나 기업체의 의지가 더욱 고조되어 실현되고 있는 실정인데, 이러한 초고층 건축물과 높이 경쟁에 따른 역사는 오늘날 미국 시카고의 Sear Tower와 말레이시아 Pertronas Twin Tower 간의 높이 경쟁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아랍 에미레이트 두바이 시에 건설되고 있는 Burj Dubai 초고층도 그 높이는 현재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FRAMEBREAK>@1.1=1.3 초고층의 상징성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초고층 건축물의 규모와 높이에 따른 상징적 가치에 대하여 의구심을 갖는 사람은 없다. 특히 W. C. Clark와 A. Lamela 등은 고층 건축물이라고 하면 건축적인 기능성보다도 먼저 사회적인 힘과 문화 및 경제의 우월성 등이 대변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 혹은 도시를 대변하는 상징성으로서의 초고층 건축물은 그의 규모와 도시 건축의 기능성으로 볼 때에 도시형태 및 환경과 사회적 기능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 어느 건축물도 비교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또한 구미 각국의 초고층 건축물은 계속적으로 발전되는 도시 속의 거주자들에게 사회 환경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쳐왔으며 기존 도시의 스카이 라인과 랜드마크 등에 따른 도시 형태를 형성하는 도구로써 특별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여 왔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러한 영향은 초고층 건축물의 초기 디자인에도 나타나는데 다른 용도의 일반 건축물과는 달리 사회적인 상당한 제약(경제, 법규, 환경적인 영향 등)에도 불구하고 구조와 재료의 발달에 힘입어 외형적인 형태미에 따른 상징성이 더욱 주요하게 다루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징성이 주는 국내외적인 영향은 중국의 상해,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대만의 타이페이 101 타워 및 아랍 에미레이트의 Burj Dubai를 보더라도 뚜렷하게 알 수가 있다.

2. 초고층 건축물이 지니는 수직성
이러한 초고층의 상징적인 가치에도 불구하고 초고층 건축물이 현대 도시에서 점유하고 있는 현실적인 규모와 높이에 따른 상징성을 뛰어넘어 과연 초고층 건축물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고찰하며 그것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특성이 무엇인가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르 코르뷔지에의 ‘집은 살기 위한 기계이다’라는 근대적 건축관이 그동안 무수히 변용되면서 현대 건축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지만 그러한 근대적 건축관은 오늘날에도 초고층 건축물에 있어서는 하나의 본성처럼 다루어져 그 기계적 속성만 주요시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초고층 건축물의 실현을 가능하게 한 현대의 도시는 정보화 사회에 있어서 정보 집적 공간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집적된 정보를 수용하는 공간은 활발한 정보의 교류를 의미하며 이러한 정보의 교류는 물리적 거리를 단축시켜 주기를 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1955년 리에트벨드(Rietveld)가 ‘건축은 더이상 도구가 아니라 미디엄(Medium)이다’라고 주장한 것처럼 초고층 건축물은 하나의 기능 즉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도시 공간의 매개체로서 나타나게 되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정보화 사회에서의 도시 구조 속에서도 초고층 건축물은 아직도 근대적 상징성과 높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다시 말하자면 초고층 건축물은 그 자체가 지닌 속성과 또는 기능되는 용도와는 상관없이 피상적인 외형의 틀 속에 갇혀버린 물리적 대상체로서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규모와 높이라는 외형저인 이미지로 고립된 초고층은 이제 보다 더 자율성을 가진 공간으로서 새로운 도시와 인간 간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하여 초고층이 지닌 수직성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2.1 수직성(Verticality)에 대한 사고
수직성은 공간영역 내에서 수평적인 특성에 비교하여 보다 위계성을 가진 개념으로 주로 묘사된다.
언어학에서는 마크 존슨(Mark Johnson)이 처음으로 사용한 영상도식(Image-schema)이라는 체계를 통하여 언어에서 나타나는 의미적 가치 체계를 위계성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위계성은 하나의 동적인 행태로서 서술되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모든 위계는 수직적 영상과 관련지어짐을 나타내고 있다.
다시 말해서 사회, 문화적 체험을 통하여 우리에게 나타나는 유의미적인 구조로서 수직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설명해주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우리는 매일 경험하는 수많은 지각과 활동에서 이 수직성의 구조를 되풀이하여 파악하는데 이 수직성 구조의 보기로는 “나무를 지각하는 것, 우리의 직립감, 계단을 올라가는 활동, 깃대에 대한 우리의 마음속 영상, 어린이들의 키를 측정하는 것 그리고 욕조 안에서 올라가는 물높이를 경험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수직성 영상은 우리가 경험에 따라 유의미적인 구조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상하’ 방향을 이용하는 우리의 경향에서 유래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므로 수직성은 위계를 통하여 우리에게 지각되어지는 요소들의 계층적 연결체로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가 있는데, 이러한 계층적 연결체로서의 수직성은 각 계층이 구축하고 있는 수평적 네트워크 위계로서 관계 맺기를 이루어주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오늘과 같은 현대의 수평적 구조로 형성된 사회와 도시체계에서 수직성의 개념이 더욱 중요한 요소로서 나타남을 보여주는 것이다.

2.2 건축공간으로서의 수직성
플라톤의 무한공간 개념으로부터 유클리드의 사고에서 출발하는 데카르트적인 정량 공간 그리고 매트릭스(Matrix)로 표현되는 디지털 공간 및 유비쿼터스(Ubiquitous)에 의한 공간 등 공간에 대한 많은 해석과 새로운 정의가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공간은 이러한 것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공간이라는 개념 속에 물리적인 체계로서만 해석하기에는 수많은 현상들이 존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간(space)은 어떠한 물체가 점유하지 않은 비어있는 어떠한 것 즉 추상화된 개념으로서 설명되어진다.
더불어 과학적 사고에서의 공간은 무한히 뻗어나가는 확장성을 가진 개념으로서 여기에는 시간, 속도 등에 의한 4차원적인 체계로서 나타나는데 비하여 우리가 경험하는 공간은 물리적 공간으로서 한정된 빈 곳 즉 건물, 나무, 벽 등과 같은 물리적 대상체에 의하여 포획된 유한한 체계로서 나타난다.
이러한 유한적인 공간은 우리가 경험하는 보다 구축화된 존재이다. 이러한 구축화된 존재를 건축공간으로 정의할 수가 있는데 건축공간은 그 방향성과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유한한 경험 속의 정성적인 공간으로 나타나게 된다.
여기에서 공간의 방향성은 바로 건축공간의 특성을 결정지어주는 주요한 요소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건축공간은 평면적 혹은 수평적 개념으로서의 확장성에 더 많은 성격을 부여하고 있는데 그것은 인간과 물류의 수평적인 이동에 따른 오랜 체험의 역사 내에서 기인됨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건축 및 공학기술의 발달로 수직 이동이 가능해짐에 따라 수평적 이동은 수직적 이동과 동시에 교차되어 나타나는데 그 가운데서도 공간영역의 수직적 이동이 주된 특성으로서 초고층 건축물이 대표하게 된다.
이처럼 이동에 따른 방향성을 지닌 공간은 일련의 간계를 형성하게 되는데 그러한 관계를 통하여 공간의 특성과 정의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관계 형성은 중심과 주변, 부분과 전체, 전과 후, 좌와 우 그리고 위와 아래 등의 연결로서 나타나게 된다.
특히 건축에서의 수직공간은 역동적 힘 즉 인간행동의 자유의지라는 표상으로서 나타나는 현상이 만들어낸 공간인 만큼 건축공간의 수직성은 연속되는 공간들의 수평적 확장에 대한 역동성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특히 초고층 건축물이 지니는 공간의 수직개념은 단순한 수직이동 혹은 형태적 높이를 규정지어주는 의미로서가 아니라 평면적 기능의 적층화된 집적 기능으로서 다시 말해서 수평공간의 수직적인 공간 연결과 관계를 이루는 확장성 차원에서 정의되어야 할 것이다.

2.3 수평공간 vs 수직공간
건축공간의 구조적 특성은 내부에 형성되는 각 공간들이 거주자의 행태와 특성에 따른 상호 연결관계로서 구성되는데 이러한 관계는 복합적인 건축공간일수록 수평적인 공간체계와 수직적인 공간체계의 연결로서 나타나게 된다.
그러므로 상호 연결된 공간적인 구성체계에서 수평공간과 수직공간은 대립개념이 아니라 연결관계에 있어서 동적 방향성이 달라짐으로서 나타나는 공간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건축의 공간 구성은 사용자의 수평적 움직임에 따른 평면 구성이 주가 되어 다루어지는데 평면 구성 체계는 중심성, 대칭성 그리고 기능적인 배치 등에 의하여 방향을 판단하는 단서로서의 역할과 공간적 식별성을 강조하게 된다.
이와같은 평면 구성은 중정과 같은 아트리움(Atrium)을 통하여 수직적인 공간 연결 체계를 형성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러한 공간 연결에서 보다 직접적인 수직기능 공간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초고층 건축물에 있어서는 상하층으로의 수직 이동이 발생되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홀 등이 위치한 코어(Core)와 같은 이러한 수직기능 공간에 대한 구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직공간은 수평공간에 대한 동선 기능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수평공간을 연결시켜 수직적 방향성을 형성시켜주는 공간 특성 개념으로서 이해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러한 것은 각 수평공간이 용도에 따라 수직적으로 재구성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다시 말해서 수평공간이 가진 프로그램이 수직적 재배치를 통하여 새로운 공간적인 특성을 마련하는 것이다. 예로서 MVRDV의 농업국 사무소와 같은 계획 예는 수평적으로 다양하게 구성되는 프로그램의 수직화한 프로그램의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브라반트 중앙 도서관(Central Library Brabant) 계획안은 각 층에 대한 동선 기능으로서의 수직공간에서 나타나는 역동적 패턴을 강조함으로서 수평공간의 다양한 연결을 시도하고자 하며 이를 통하여 고층 건축물의 공간 구성을 새롭게 보여주고 있다.

3. 도시 건축으로서의 초고층
도시의 역사는 다음 시대에 대한 새로운 문화와 문명을 도출하는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도시는 그 규모적인 측면보다는 그 도시가 담고 있는 내용으로서 건물, 사람, 교통체계, 수목 등의 사회 환경적인 측면에서의 가치가 더욱 고려되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도시라는 영역은 정치, 사회, 문화의 집약적 표상이며 현대사회에 있어서 사람 간의 교류의 장으로서 정보 집적을 이룬 공동체 공간이다.
이렇게 형성된 공동체 공간은 서로 부딪히며 발전하고 확장되는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외부 영역의 물리적 확장성이 한계에 다다를 때에 탈 영역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이루어진 탈 영역의 공간이 바로 수직공간으로서 나타나게 되는데 이러한 수직적 공간을 수용하는 물리적 표상으로서 초고층 공간이 나타나게 되며 이것이 현대 도시의 이미지 내지는 아이콘으로서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도시를 창출하는 도시 기능체로서의 초고층 건축물은 거대함에서 오는 규모로서의 특징이 아니라 그것이 담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적인 부분 다시 말해서 공간요소, 기능요소, 환경요소 등에서 그 가치가 이해되어져야 할 것이다.
도시 컨텍스트(Context)는 이미 건축물을 형성하기 위한 하나의 유기체로서 작용되고 있다. 실제 도시는 건축물의 다양한 패턴 속에서 삶의 공간이 자연발생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나 이제는 그 자연발생적인 도시가 건축물의 패턴을 결정하는 주체로 혹은 그 결정을 미리 예견하는 유기체로서 건축물을 구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건축물은 도시 내에서의 컨텍스트를 통하여 서로 간의 관계 맺기를 새롭게 하여야 할 것이다.
컨텍스트를 통한 관계 맺기는 건축물 간의 제약이나 사회적 구속이 아니라 자유로운 공통성을 찾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초고층 건축물은 많은 다양한 건축물 속에서 특이성을 가진 소수로서의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도시 맥락에서 새로운 공통성의 한 양태로서 자리매김을 하여야 한다. 이러한 도시가 바로 현대의 도시이며 이를 통하여 새로운 도시가 가능한 것이다.

4. 초고층 건축의 새로운 패러다임
뉴욕 월드 트레이드 센터 부지의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에 국제적인 건축가들의 발표한 작품들은 앞으로의 초고층 방향을 가늠하여 보게 한다.
비록 이 계획안들이 9·11 테러 이후 그라운드 제로라는 특수성과 상징성을 고려하여 실질적인 초고층 건축물 자체를 위하여 계획되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여기서 발표된 초고층 계획안들을 통하여 현대 도시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성을 파악한다는 관점에서는 상당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당선작인 다니엘 리베스킨드(Daniel Libeskind)의 계획안은 높이 1천7백76 피트의 이례적인 초고층 정원을 마련하였다.
그동안 켄양(Ken Yeang)이 실험적으로 시도해온 그린 타워들도 있지만 다니엘 리베스킨드의 초고층은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전의 건축적 사고를 뛰어넘어 “Gardens of World”라는 초고층 녹지공간을 확보하였다.
이것은 초고층 건축물이 지닌 제한적 용도에 비하여 초고층 수직공간의 프로그램 차원의 있어서의 새로운 시도로서 초고층의 도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또한 라파엘 비뇰리(Rafael Vinoly)를 중심으로 한 싱크 팀(Think Team)은 3개의 계획안을 발표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마지막까지 당선작과 겨루었던 월드문화센터(World Cultural Center)는 높이 1천6백 피트의 격자형으로 개방된 두 개의 타워로서 초고층에 있어서 또다른 공간적인 적용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 타워는 저층부부터 고층부까지 연속된 적층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중간의 층들이 임의로 개방되면서 내부에 문화시설들을 수용하는 것으로서 수직공간의 자유로운 적용을 통한 초고층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처럼 최근의 계획된 몇몇 초고층과 도시 계획안들을 살펴보더라도 현대의 도시에 있어서 초고층은 이전의 폐쇄적이고 독립적인 상징체로서가 아니라 서로 유기적인 상호관계에서 조성되는 친환경적인 공간을 통한 미래의 도시를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초고층은 단순한 이미지와 상징성을 떤서 미래의 거주공간을 구성하는 도시로서의 미래적인 대안이 되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이처럼 초고층은 이전의 건축과 도시적 규범을 뛰어넘어 도시 속의 도시로서 새롭게 구성되어져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초고층이라는 건축물이 도시 내에서 창출해 낼 수 있는 공통성을 위하여 초고층이 지닌 수직공간에 대한 보다 포괄적이고 변용 가능한 사고를 통하여 다양한 신 공간들이 개척되고 활용되어져야 하며 이것이 초고층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현대 도시에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고려대학교 여영호 교수(yhyeo@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