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물량 빼앗기고 절규하는 승강기 보수 전문중소기업
■기고·한국승강기보수업협동조합 이광래 전무이사

우리나라는 세계 주요 선진국 이상으로 건물이 고층화되어 있으며 특히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주거형태의 절반을 훨씬 넘어 계속 확산되고 있다. 현재 승강기 시장규모는 연간 1조8천억 규모이며, 보유대수는 31만대로 세계 9위이고, 매년 평균 2만5천여대가 신규로 설치되고 있으며 이는 세계 5위권을 마크하고 있다.
승강기 신규 설치면에서 중국이 가장 큰 시장인 것은 확실하지만, 인구대비로 본다면 한국시장이 세계 최대의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승강기 시장규모를 인구대비 운행대수와 신규 설치물량을 각국별로 비교해보면, 일본은 인구 1억3천만명에 승강기 65만여 대가 운행되고 있으며 매년 신규 설치는 2만5천여 대이고, 스위스는 인구 7만명에 승강기 16만여 대가 운행 매년 신규 설치는 2천5백여 대에 불과하다.
한국은 인구 4천8백만명에 승강기는 31만여 대가 운행되고 있으며 매년 신규 설치는 평균 2만5천여 대씩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인구 13억명에 승강기 75만대(비공식 집계)가 운행되고 있으며, 매년 신규로 6만7천여 대씩 증가되고 있다고 봤을 때, 중국 인구는 한국의 몇십배가 되지만 신규 설치 시장은 우리나라의 2배 정도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승강기 시장을 메리트있는 시장으로 여기게 된다.
이에 다국적 기업들은 발빠르게 진입해 국내 승강기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 가고 있다.

국내 승강기 보수시장, 다국적 기업에 빼앗기고 있다
승강기 다국적 기업인 오티스, 티센, 쉰들러, 코네, 미쓰비시, 도시바, 히타치 등은 국내에 진입해 실질적인 기술개발투자 등은 별로 없이, 또한 신규설치 제조분야는 이익을 내지 않고 설치하고 있으며, 부가가치 높은 승강기 유지보수분야에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해가고 있다.
대기업 및 다국적 기업들은 국내 승강기 보수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면서도 소비자들이 승강기 보수업체 선정시에 대기업을 선호하는 점을 악용해 조직력과 자금력, 정보력을 무기로 대단위 승강기 보수물량을 수주한 후 60%~70% 수준에서 하도급을 주고 있다. 일부 하도급업체는 60%에 하도급을 받아 각종 경비로 10% 이상을 지출하면 50%에 승강기 유지보수를 하고 있어, 이로 인한 피해는 영세한 중소보수 전문업체와 승강기 이용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승강기 보수전문 중소 기업체는 하도급 업체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승강기 보수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최근 승강기 1대 보수료가 5만원까지 덤핑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들 중소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기술·기능인력 8천여 명은 열악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다. 또한 이들 중소업체는 승강기 제조 대기업들로부터 부품을 원활하게 공급받지 못해 공정한 가격과 품질 경쟁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사례도 많다.
인천지역 지방신문에 보도된 사례 한가지를 소개한다. 인천지방 경찰청에서는 인천지역에서 일부 대형 승강기 업체들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승강기 유지보수계약을 체결한 후 중소업체에 명의를 빌려주며 하도급을 줘 보수유지비의 30~40%를 챙겼을 뿐 아니라, 영세 중소업체들이 값싼 비용으로 부품을 조달받기를 원한다는 점을 이용해 승강기 핵심부품인 PCB 기판 17종류 75장, 1억2천만원 상당을 택배로 빼돌린 간부를 확인 수사한 것이다.
국내 승강기 보수하도급 업체는 치열한 물량수주 경쟁에 뛰어들어 고생하는 것보다는 이익은 없지만 놀지 않고 현상유지할 수 있는 하도급을 차라리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보수업은 기술서비스업, 하도급해서는 안된다
승강기 제조및관리에관한법률 제11조의5 규정에 의거, 승강기 이용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승강기 재하도급을 금지하고 있으나 관리주체의 서면동의를 얻으면 하도급을 가능케 하는 점을 대기업 및 다국적 기업은 최대한 악용하고 있다.
대기업 및 다국적 기업들은 승강기 제조분야는 중국에 두고 국내에 공장을 없애고 물류창고만 두어 승강기 제조·설치는 중소업체에 텅키베이스식으로 하도급을 주고, 부가가치 높은 유지보수관리에 주력하려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유지보수관리분야도 직영하면 인력과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 일정한 수수료만 먹고 중소기업에 하도급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승강기 보수전문 중소기업과 승강기보수업협동조합은 승강기 보수 하도급을 금지해 줄 것을 수차례에 걸쳐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나, 다국적 기업 및 대기업의 반대에 부딪쳐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안타깝게도 승강기 보수를 건설업이나 제조업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수하도급을 주장하는 자들의 논리를 정리해보면,
① 국내의 건설분야(건설산업 기본법 제29조) 등 다른 업종에서도 부분 하도급을 인정하고 있다.
② 일본 건설업법(건설업법 제22조)에서도 서면동의가 있으면 하도급 금지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③ 국내의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 하도급 자체는 사적자치에 따라 인정하되 폐해를 보완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④ 하도급을 전면적으로 금지할 경우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에 저촉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승강기 보수하도급 존속론자들의 주장은 산업 특수성과 업종 특성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일이다.
승강기 보수업은 기술 서비스 업종으로 종합적인 건설업과 제조업과는 엄연히 다를 뿐만 아니라 승강기 보수정비기술은 단일종류 기술서비스 업무로서 단일종류 서비스를(단종에서 단종으로) 하도급 주는 것은 건설업법에서도 저촉될 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승강기 보수정비 기술 서비스를 하도급 주는 사례는 없다. 일본에서도 승강기 보수정비는 하도급을 하고 있지 않으며, 기술 서비스 분야는 자회사 또는 별도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승강기 보수업은 기술 서비스 산업으로 중소기업이 대기업 및 다국적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경쟁자원이며 부가가치 높은 서비스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중소기업이 영위해야 할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분류해야 할 것이다.
정책 당국은 국내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다국적 기업으로 부터 외화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승강기 하도급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 지구상의 어느 나라도 기술 서비스 분야를 하도급 주는 기업은 없으며 자회사 등을 설립해 운영하는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승강기 안전관리제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
승강기 이용자 안전을 위한 승강기 안전관리제도는 승강기를 설치할 때의 완성검사, 수시검사, 일년마다 실시하는 정기검사는 물론 정부의 사후관리 실시 등 각종 규제강화를 10여 년 동안 실시해 왔지만, 승강기 사고는 줄지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승강기 안전사고는 승강기 사후검사보다는 사전예방정비가 잘 이루어지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데도, 현재 법령 개정 추이는 승강기 사후검사 강화로 가고 있다. 그러나 승강기 시장에서는 이를 매우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국내 승강기 시장을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글로벌화된 현실에서 아직도 10여 년 전의 관능검사와 규격확인을 주도하는 정기검사를 매년 반복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현실을 한심스럽다고 하는 소리가 승강기 시장에 퍼져 있다.
승강기 현장에서 우리 중소업체 사람들과 대화할 때는 양심적인 일부 검사원들마저 매년 실시하는 정기검사의 불필요성을 이야기한다는 사실을 이제는 인지해야 할 것이다.
이와같은 제도를 실시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하루 속히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승강기 시장의 일치된 요구이다. 승강기 안전은 승강기 예방정비를 하고 있는 보수정비 전문 중소기업에게 책임을 맡겨야 한다. 승강기 정비현장에서 기름과 땀이 범벅이 되어 기계를 분해하고 수리하고 조립하는 기능·기술자들이 누구보다도 승강기 안전에 대한 의무감이 강한 것이다. 하도급을 없애주고 이들에게 검사기관의 검사원과 같은 자긍심을 가지고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또한 정부는 무엇보다도 승강기 안전기준, 기술기준을 ISO 및 EN코드와 국제표준화기구 승강기 기술분과 위원회(TC 178)에서 개발하고 있는 필수안전요건(GESR) 및 위험 분석 방법을 고려한 성능위주 코드로 개편하고 그 승강기 시장에서 이를 철저하게 적용시키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승강기 보수전문업체도 승강기 보수품질을 향상시키지 않고서는 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없다는 것을 이젠 상식으로 깨우쳐야 한다.
아직도 승강기 보수품질 향상에 게을리 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소비시장은 이미 품질을 뛰어 넘어 서비스가 주도하고 있다. 승강기 보수시장도 소비자를 만족시킬 만한 서비스가 뒤따르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은 자명하다. 고객이 OK할 때까지 서비스는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문의 : 한국승강기보수업협동조합 / 전화. 02-3474-6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