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교통정보 표준 인프라로 통합관리해야
게재월 ; 2003년 5월호
기고 · 이용택 / ITS KOREA 팀장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의 인프라를 중국과 비교 설명하면서, 로마의 문화가 현재까지도 법·제도적으로 서구사회의 표준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사회의 인프라에 대한 생각이 남 달랐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같은 시기에 중국은 이방인의 침략을 견제하기 위해서 만리장성을 쌓아 더욱 폐쇄적인 인프라를 건설했던 반면, 로마는 이방인의 지역에 로마로 통하는 도로를 건설하여 로마의 문명을 전파하고, 공유하는 개방적인 인프라에 주력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가 ‘정보화 사회’라 할 때,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정보가 아닌가 한다. 또한 정보는 네트워크화하여 공유할 때만이 그 효과가 커진다는 것은 멭칼프의 이론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국민 모두가 생활 속에서 실감하고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ITS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교통정보 인프라의 국내 접근방법을 생각해보면, 만리장성과 같은 폐쇄적인 정보 인프라를 쌓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근심에 빠지게 된다. 지난 10년간 국내에 ITS 도입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관련 기관에서 개별적으로 교통정보센터를 구축, 교통정보를 수집하여 국지적으로 운전자나 승객에게 직접 제공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센터들은 정보수집장치가 부족하고, 각 교통센터의 운영주체 간 협조체제가 미흡하여 교통정보의 질적 수준이 매우 낮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센터 간 정보교환에 필수적인 데이터 사전, 정보교환을 위한 메시지 셋의 표준화 진행이 미흡하고, 교통체계의 노드-링크체계와 ITS용 전자지도가 업체별로 개발되어 정보간의 상호연계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통합인프라로 정확한 정보제공이 관건
세계는 지금 모바일, PDA와 같은 다양한 휴대용 매체가 발달하면서 출발지와 목적지와의 연속된(Seamless) 실시간 교통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제공받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서비스의 수요증가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 확대로 국제 텔레매틱스(Telematics) 시장은 조만간 2백70억불에 달할 전망이며, 위치기반 시스템(LBS)의 활용 또한 전체 이동통신 서비스의 40%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정부의 정책지원 및 이동통신사와 자동차 회사를 중심으로 민간의 대규모 투자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사업의 성공요건은 요소기술 개발 만큼이나 정보 인프라가 통합적으로 연계되어 사용자에게 정확하고 빠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1970년대부터 통합된 교통정보 인프라의 개념을 가지고 민·관 공동협력체를 운영하면서 체계적인 교통정보 수집기술 개발 및 다양한 교통정보제공 방안을 마련해오고 있으며, 1990년대에 들어서는 이를 바탕으로 빅스(VICS) 시스템을 개발, 카네비게이션(Car-Navigation) 천만대 보급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정부주도의 기관 협력체계 정착해야
국내에서도 늦기 전에 정보사회의 인프라로서 교통정보를 재조명해 봐야 할 것이다. 현재 교통정보는 운영주체가 대다수 공공부문이며, 막대한 투자비용이 소요되는 인프라임을 고려할 때, 정부주도 하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있어야 한다.
또한 일본의 경험과 같이 중복투자로 인한 국가적 재원낭비를 방지하기 위해서 민·관에서 수집된 정보를 공유하고, 기관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협력체계를 조기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관련기관 역시 기관의 역량강화보다는 국가적 대국민 서비스 향상과 국제 경쟁력있는 산업의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대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통망 체계, ITS용 전자지도, 메시지 셋 등 정보의 연계에 필요한 표준화를 조기에 완성하고 연계된 교통정보를 통합적으로 운영·관리해 국내 수요자 요구에 맞도록 그룹화할 수 있는 교통정보 통합운영 관리체계의 도입이 절실하다.
이와 같이 견고한 정보 인프라를 바탕으로 민간기업은 원천 교통정보를 재가공, 텔레매틱스 등의 선도기술을 활용하여 국내의 교통정보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때 수익모델 창출이 가능해지고, 이로 인해 사업 참여 기회도 더욱 증가할 것이다.
우리가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 기술을 보유하더라도 통합적인 교통정보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결코 경쟁력있는 ITS를 구현할 수 없음을 주지하고 2천년 전의 로마인의 지혜를 되새겨 보아야할 것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문의 ; ITS KOREA 이용택 팀장 / 전화. 02-572-7394 / 웹. www.its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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