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서울권(수도권)의 특징, ‘先進의 막내인가 後發의 맏형인가’
기고자 : 김진현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이사장·무역협회 객원연구원
게재월 : 2002년 10월호

서울권, 전 인구의 반이 집중
원주, 춘천, 천안까지 넣으면 반이 넘을 것이다. 세계에서 수도권에 전 인구의 반이 몰려있는 근대국가권의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세계 어느 대도시권도 한나라 인구의 반이 집중되어 있는 ‘정상국가’는 없다. 엄밀히 지리적으로만 따지면 작은 섬나라거나 인구와 땅이 모두 작은 나라, 즉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구분이 어려운 도시국가의 경우 수도권의 인구집중이 서울권보다 높은 경우가 있을 것이다. 흔히 멕시코와 일본을 수도권 집중이 심한 경우로 들지만 30%에 불과하다. 그만큼 서울권 인구집중은 유별난 것이다([표 1] 참조).

서울권 1인당 면적 좁고 밀도는 높다
단순히 인구집중의 정도가 비교할 수 없이 높다는 것만이 특징이 아니다. 수도권의 1인당 면적을 계산하면 현저히 좁다. 단순계산으로는 도쿄권과 비슷하다. 그러나 계산이 어려워서 그렇지 엄밀히 평지와 가용면적으로 계산하면 서울권의 1인당 면적은 현저히 적고 밀도는 극히 높을 것이다. 하물며 파리권, 런던권 그리고 뉴욕권, 북경권, 델리권과의 교통과 관련된 실질가용면적 비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서울권만 의사의 52%, 자동차의 46% 차지
통계상으로 기준이 통일된 자료를 구하지 못하여 분석적으로 강조할 수는 없으나 그 어느 수도권도 그 어느 대도시권도 한나라의 은행예금의 68%, 대출의 62%, 의사의 52%, 대학생수의 44.4%, 자동차의 46%가 몰려있는 곳은 정상적인 나라에서는 없다.
쇠퇴해가던 런던과 뉴욕, 홍콩이 90년대 이후 현저히 되살아난 이유를 금융의 국제화와 경제에 있어서의 금융 서비스 비중의 증가로 보는 견해가 있다.(Sakia Sassen. Global City, 1991).
서울은 고등교육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영국에서는 런던권에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맨체스터, 글라스코, 워리크 대학이 모두 몰려있고 미국에서는 뉴욕권에 하바드, 예일, 프린스톤, 시카고, 스탠포드, 미시간, 에머리, 튜크 대학이 모두 몰려있는 것과 같다.

서울권의 인구집중 가속화는 필연적이다!
서울권은 현재에도 세게에서 유례가 없는 인구비율, 면적비율, 교육, 금융의 집중현상을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집중이 더욱 가속·가중될 ‘현재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첫째는 서울권을 동북 아시아의 물류센터 비즈니스 허브로 만들겠다는 정부와 업계의 정책의지다. 이는 필연적으로 서울권의 인구집중을 가속시킨다. 이미 인천공항과 인천주변의 신도시 지역의 자유특구지정도 ‘현재적 요소’이거니와 서울권의 아시아 물류센터 비즈니스 허브화는 필연적으로 국내외인의 서울권 집중을 가속시킬 것이다. 서울권 물류센터 비즈니스 허브화의 경제적, 산업적 효과는 널리 알려져 있으나 필연적으로 수반될 인구집중효과와 교통혼잡효과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
물류기지와 서비스, 금융 허브화의 규모나 속도에 따라 정도는 달라지겠으나, 서울권의 인구집중, 경제활동인구에서의 서울권의 비중을 상승화시킬 것이다.
경제가 지식기반화되어 갈수록 지식산업의 인프라가 가장 충실한 서울권으로의 인구집중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동부Route 120 효과에서 보듯 대학, 연구소, V.C(Venture Capital), 문화시설이 좋은 곳일수록 새로운 부가가치와 인구가 몰려든다.
한국의 경우 서울권의 대학, 연구소, V.C, 문화시설에 있어서의 다른 지역과의 비교에서의 유리성, 우월성은 외국의 수도권 또는 대도시권 지식도시의 다른 지역과의 비교우위에 비교하여 압도적이다. 정부가 70년대부터 키운 대덕과학기술단지가 있고 그렇게도 오랫동안 수도권 집중 억제정책을 썼음에도 대학이나 연구소들이 아직도 서울권으로 몰리고 있다. 국가적 전략으로서의 지식기반화가 가속될수록 수도권 집중억제 정책은 완화 내지 자유화 정책으로 바뀔 것이고 서울권 인구집중은 더욱 가속·가중될 것이다.

남북통일, 서울권 인구집중 가속화 요인될 것
한국민족주의의 마그마인 남북통일 또는 남북의 일상적 평화상태가 언제 올 지는 아무도 예측 불가능하다. 그러나 한반도에서의 인구증가 피크기인 2030년 이전으로 보는 것은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남북통일 또는 일상적 평화상태가 어떤 형태로 오느냐에 따라 규모와 속도는 달라지겠으나 이 역시 서울권 인구집중 가속화의 한 요인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한 연구도 서울시정개발원을 포함하여 공식, 비공식적으로 몇 가지 있지만 이는 모두 서울권 집중을 예측하고 있다.
분단으로 인한 안보상의 결정적 결함(군사경계선으로부터의 인접)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유례없는 서울권 집중이 진행되었는데 하물며 그 결함이 제거되면 집중이 가속·가중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서울권 교통대책, ‘서울권 집중현상’의 축소가 관건!
이상의 고찰은 서울권 집중이 얼마나 고약한 것인가를, 얼마나 선진국들의 도시화, 대도시화, 수도권의 일반적 경험, 평균적 특성, 정상적 국가, 정상적 사회의 표준적 특징과 다른 것인가를 보여준다.
더구나 언제가 될는 지 예측이 어려운 민주화 정착기까지 ‘떼법’이라 불리는 정치적 정서적 포퓰리즘을 억제할 리더쉽을 구축하지 못하면 국가의 법률과 행정이야 어떻든 이 고약한 서울권 집중의 가속·가중에 대한 대책이란 것이 가능한 것인지 본질적 의문이 든다.
따라서 똑같은 의문이 서울권 교통대책에도 든다. 서울권의 교통문제에서 궁극적으로 어떻게 편리한 교통서비스를 제공하고 환경친화적 교통체계를 구축하고 고품격의 시민통행권을 확보하느냐는 질문이 유효하지 않을 것이다.
편리하고 친환경적이고 시민의 품위있는 통행권이 보장·유지되는 서울교통대책이란 바로 서울권의 인구집중, 개발집중, 서비스집중, 물류집중, 금융집중, 교육집중을 현재수준에서도 반이상 줄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서울권의 조건은 더욱 늘어나는 인구의 집중, 동북아 비즈니스의 중심, 지식산업의 중심, 민족통일의 중심으로의 집중 가속요인을 국가정책 민족과업으로 모두가 선험(先驗)적으로 또는 정책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것이 서울권의 교통대책을 영원한 ‘시지프스의 신화’로 만들고 있다.
따라서 어떻게 이미 과부하된 수도권의 집중과 미래의 ‘현재적 요인’들에 의한 집중의 가속·가중이 지속되는 서울권의 교통을 2030년까지 30년간을 대상으로 참을 수 있는 한계에서(폭발하지 않는 범위에서) 관리할 것이냐는 질문이 더 유효할 것이다. 서울권의 현재와 미래의 고약한 과도집중은 그 어떤 접근에 의한 교통대책도 금방 한계를 갖기 때문이다.
인구문제, 도시문제, 환경문제, 서울권문제, 교통문제는 우리나라 근대화의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단순히 근대화의 일반적 패턴, 표준을 복사하거나 따라가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즉 근대선진(先進)권의 앞서간 길을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가고있는 근대화의 문제들은 선진권의 막내로서의 길을 뒤쫓아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2차대전 후 조급, 조숙(早熟), 압축성장하는 후발권 문제들의 맏형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에 생긴 문제들이 겹쳐있다.
특히 인구의 구조변화(노령화, 소자화), 도시화, 환경, 에너지, 교통문제들이 그러하다(예 ; 현재 미국의 자동차보유대수는 인구1인당 1대, 일본은 10명당 8대이다.
만일 한국의 소득수준이 오늘의 일본수준이 될 2020∼30년경 현재 추세라면 서울권은 약 2300만대가 넘는다. 폭발없이 감당할 수 있는가).

교통중심의 기능적 대책들, ‘시지프스의 신화’
서울권의 교통문제들도 다음과 같이 기능적·기술적 한 차원으로만 접근하면 해답은 있을 것이다.

1. 철저한 시장가격정책으로 교통기반시설은 물론 교통의 사회비용까지도 완전히 내부화시키는 방법 (예 ; 혼잡세, CO2세, 사용자부담원칙...)

2. 현재의 교통공급능력 또는 선진국권의 일반적 교통인프라 범위에서 인구와 경제활동을 억제하는 방법

3. 지금까지의 서울권의 ‘실제’가 그러하듯 지방의 재정까지 거두어 서울권 문제(교통포함) 해결에 집중하는 방법

4. 교통수요유발을 강제로 막는 비경제적 방법 (예 ; 모든 기관의 모든 회의를 화상회의(Tele conference)로 대체한다든가 추석귀향을 금지한다든가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개최하지 않든가)

5. 대중교통수단, 공공교통수단(전철, 경전철 등)의 시설, 건설, 운영에 있어 선진국의 기존 기술시스템보다 획기적으로 저렴한 즉, 압도적으로 경쟁력있는 기술혁신을 성취하는 방법 또는 기존의 대중교통수단이 아닌 다른 공공교통수단창조의 기술혁신방법

그러나 철저한 시장가격에 의한 수요억제와 공급확대는 ‘시민의 반란’이, 인구와 경제활동 억제는 ‘권력과 주민정서의 반란’이, 지방재정 희생에 의한 서울투자집중은 ‘지방의 반란’이, 비경제적, 행정적 수요억제는 이를 실행한 ‘정치력, 행정력의 부족’과 ‘자유의 반란’이 일어날 것이다.
결국 서울권 교통대책은 반란과 폭발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능적 대책을 추진해 가는 것이고, 그것이 현재 이미 큰 방향으로 잡힌 전철, 경전철 등 도시철도의 건설확장과 교통수단간의 종합연계운영과 GIS 등 IT활용 그리고 자동차 억제 등일 것이다. 이를 위해 필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만 특별히 강조코자 한다.

도로, 자동차 모라토리엄
한국의 좁은 공간조건과 에너지조건, 환경조건으로 볼 때 자동차 사용억제는 단순히 교통정책의 측면을 넘어 국가기본정책으로 승격되어야 한다. 산업부문에서 반발이 클 것이다. 물론 현재의 도로기능 향상 대책은 계속되어야 한다. 일정한 기간 내 일정한 신규도로계획을 수립한 이후 2030년까지의 도로, 자동차 모라토리엄 제도를 구상해야 할 것이다. 그대신 대중교통수단확장에 여력을 모두 경주해야 한다. 이제 자동차가 시민의 기본권이 되는 시대는 갔고 자동차는 편익보다 불가역적(不可逆的) 손실이 더 많이 시민기본권을 침해하는 대상이 되었다.

도시대중교통수단에 대한 R&D, 국가기간 프로젝트로!
만일 한국의 공간조건과 후진국 문제군의 맏형의 길을 가고 있다는 우리 근대화 문제의 본질을 좀 더 일찍 깨달았었다면, 우리는 고속도로 건설과 자동차정책 그리고 경부고속전철은 크게 바꿀 수 있었을 것이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부터 한국의 공간조건, 도시화속도, 이동패턴, 인구증가, 에너지소비구조, 생태적 환경요인, 국민들의 욕망패턴 등을 좀 더 혁신적, 종합적, 미래지향적으로 평가하고 대책을 추진했더라면 전국철도, 도시철도에 대한 획기적 비전과 투자와 R&D 계획을 추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쯤은 기존 기술혁신 개량으로도 서울∼부산, 서울∼목포를 3시간 이내 기차로 달리고 도시철도건설이나 운영에도 획기적 기술혁신과 시스템 개선이 이루어져 중국, 인도, 동남아 등 후진국 대중교통 문제 해결에 맏형노릇을 할 수 있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서울권 대중교통수단과 그 시스템 운영에 있어 우리의 서울권과는 본질(속도, 범위, 밀도, 욕망)에서 너무 다른 선진국의 경험과 시스템만 도입, 모방하려 하지 말고 서울권의 특징과 미래조건에 맞는 대중교통수단과 시스템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물론 선진국의 경험을 충분히 소화·흡수하되, 그것을 서울권 문제해결의 그리고 새 혁신의 참고와 자료로 할 것이지 그것의 모방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바로 지금 착수해야 한다. 그리하여 2015년경부터는 도시대중교통수단의 세계적·기술적 시스템 혁신의 중심으로 서울권이 성공해야 한다.
그런 국가적 R&D 프로젝트에 전력을 기울이다 보면 ‘시지프스의 신화’같은 서울권의 교통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고, 후발권의 급속한 도시화에서 오는 교통문제 해결과 서비스에 맏형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바로 한국의 부가가치 높은 국가적 H/W, S/W 수출 아이템이 되고 국가의 이미지와 프라이드와 경쟁력을 크게 높일 것이다.
우리는 G7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반도체와 통신수출의 선진국으로 발돋움했고 CDMA 상용기술의 세계 최초 성공의 실적을 갖고있다. 가장 절실하고 가장 고약한 한국의 문제 즉 서울권 문제, 대도시권 문제인 대중교통문제를 국가기간 R&D 프로젝트로 잡고 성실하고 창조적이고 자율적으로 접근하는 노력을 기울이면 후발권의 좋은 맏형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2030년과 이후 - 서울권 교통문제의 문명사적 함의
지금까지 2030년을 자주 언급했다. 한국에서 서울권 교통문제가 본격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그리하여 기능적 접근의 교통대책 실효성이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2030년으로 보기 때문이다.
2020년 중반부터 2030년 사이에 우리나라 인구는 절정기를 넘어 감소하기 시작하고 이런 인구 전체의 감소에서부터 비로소 서울권 인구집중이 후퇴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2030년 이후는 인구, 도시공간, 주택, 교통수요, 경제활동이 줄기 시작하여 2050년 이후는 명실공히 탈근대의 다른 세상이 정착될 것이다. 2030년까지의 고약스러운 서울권 교통문제 해결대책이 2030년 이후의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국가정책의 한 과제이다. 지금 서울권 문제는 감당할 수 있는 작은 국민경제코스트와 비경제체제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라면 당연히 우선순위가 높은 국가정책으로 추진할 가치가 있으나, 선진국의 평균수준은 물론 시민의 최소한의 기본통행권 유지를 충족시키기에도 결정적 국가부담이 되고있다.
2030년까지의 교통대책의 요체는 지속되는 서울권 집중 속에서 자동차 억제, 대중교통수단과 공공교통기반 확충을 ‘반란’,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리하면서 공공교통기반시설, 건설·운영 시스템의 획기적 혁신을 준비하는 것이다.
후발권 근대화 문제군의 앞서간 경험을 충실히 소화하여 21세기 한국과 후진국권 문제군 해결의 맏형노릇을 하는 비전과 정책과 제도와 기술혁신을 준비하는 것이 또한 오늘의 과제이기도 하다. 2030년 이후 세계 인류문제군의 중심과 주류는 선진국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후발권에 있기 때문에 2030년 이후 후발권 문제군 해결의 맏형노릇을 한다는 것은 인류문제군 해결의 선도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고 한국이 세계의 중심에 선다는 것이다.
서울권 교통문제의 함의는 이런 뜻에서 비전, 정책, 제도, 기술 모든 면에서 문명사적인 중요성을 띠고있다 하겠다. 서울권 시민, 정부, 서울권 지방정부, 교통연구자, 교통비즈니스 관계자 모두 ‘Logic of Frugality’의 겸손과 문제의 보다 근원적 혁신적 천착에 충실하기를 바란다(문의 : 김진현 이사장 / 전화. 02-6000-5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