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절 지키다 사람 잡을라
어린이·노약자, 한 순간에 ‘어이쿠!’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원장 유대운, 이하 관리원)이 발표한 ‘에스컬레이터 사고유형’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02~2006년) 전체 승강기 안전사고 2백14건 중 35.7%(76건)가 에스컬레이터 사고로 조사됐고 이중 64.5%(49건)는 이용자가 많은 지하철역사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는 이용시 걷거나 뛰다가 넘어져 발생하는 전도사고가 가장 많아, 균형을 잃어 넘어지는 사고 59.2%(45건), 끼임사고 38.2%(29건), 추락 2.6%(2건)로 각각 조사됐다. 지하철역사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도 75.5%가 전도사고, 22.4% 끼임사고, 2.0% 추락사고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이용자 중 70% 이상이 에스컬레이터 핸드레일을 잡지 않아 사고를 당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13세 이하 어린이와 60세 이상 노인들이 차지하는 안전사고 비율이 높으며, 시간대별로는 오전 10~11시와 오후 18~19시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돼 에스컬레이터 이용시간대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중앙대학교 응급의학과 김찬웅 교수는 “2004년 5월부터 2006년 6월까지 국내 특정지역 종합병원에 내원한 에스컬레이터 사고환자를 조사한 결과, 65세 이상의 노인 비중이 가장 높고 이중 78%가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핸드레일을 잡지 않아 낙상과 구름 등의 사고를 당했다”며 “남성보다는 여성의 사고비율이 높고 손상 부위는 머리와 척추가, 손상 형태는 타박상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자는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 안에서 균형감을 잃어버리기 쉽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는 비단 국내에 한정되지 않는다. 영국 런던 1992년 69개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사고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약 6개월간 5개 인근병원에서 50명의 환자가 다녀갔는데 어린이가 6%,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18%를 차지했다. 또 지난해 미국 소아과학회지에서는 1990~2002년까지 13년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 내 설치된 3만3천여 대의 에스컬레이터에서 한 해 동안 7천3백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며 이는 1천대 당 무려 2백21건의 사고가 일어난다고 밝히고 있다.

이용자 안전 뒷전…E/S 한줄 타기
이처럼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가 증가하면서 국내에서는 ‘에스컬레이터 한줄 타기 운동’ 폐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검사기관 관계자는 “에스컬레이터 한줄 타기 운동은 지난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승강기 이용문화 개선을 위해 바쁜 사람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한 줄을 비워 더 빨리 이동할 수 있도록 예절문화로 확산시킨 운동”이라며 “국적도 없는 보여주기 식의 선진 대한민국 이미지 만들기에 급급한 나머지, 이용자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나 사고 원인으로 전락했다”는 입장이다.
에스컬레이터 디딤판 높이는 약 20cm로, 일반 건축물 계단 높이가 약 15cm인 것을 감안한다면 걷기 위한 계단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이 때문에 여성이나 어린이, 노약자가 걷거나 뛸 경우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더군다나 한줄 타기는 에스컬레이터 정지시 걸어가는 이용자의 안전사고 위험성도 높고 무게 중심의 쏠림현상으로 에스컬레이터 설비 수명 또한 단축시켜 고장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한줄 타기 운동은 유럽에서는 생소한 운동이다. 이용자가 에스컬레이터를 타면서 걷지 않으므로 보행 관련 사고가 없으며 보행을 금하는 안내표지판도 없는 것. 일본에서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제조자와 관리주체가 주축이 되어 한줄 타기를 금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철저한 자체점검으로 승강기 안전을 확보하면서 에스컬레이터 이용시 핸드레일 잡기, 걷거나 뛰지 않기 등을 홍보하고, 한줄 비워두기 운동 등 잘못된 이용문화를 개선하려는 조짐이 일고 있다. 검사기관 관계자는 “일상점검시 콤 디딤판의 설치상태 확인, 스커트가드에 브러시 설치, 마찰계수가 낮은 스커트가드 설치, 코팅 테이프 부착 등이 안전예방대책”임을 제시했다. 김찬웅 교수도 “에스컬레이터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거나 노약자·장애인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를 강화해야 한다”며 “디딤판 내 중앙분리선을 삭제하고 발모양을 표시해 안전한 탑승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적인 정밀안전진단 실시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관리원, E/S 바로타기 캠페인 확대
관리원도 에스컬레이터 사고가 높아짐에 따라 이용량이 많은 지하철 역사 에스컬레이터를 중심으로 특별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안전점검을 요청하는 기관에 한해 서울, 인천 등 지하철과 철도역사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를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무료로 실시하는 것. 이번 에스컬레이터 점검에서는 이용자 안전규칙 스티커 부착상태 및 삼각부 보호판 상태 확인, 핸드레인 파손 여부와 운행 시 이상 소음 확인, 음성안내방송 실시 여부 등 9개 항목을 집중 점검한다. 부적합 사항에 대해서는 관리주체에 권고·조치하고 조치 여부는 오는 11월 중 재확인에 들어갈 계획이다.
또 에스컬레이터 바로타기 캠페인도 확대할 예정이다. 관리원 관계자는 “지난달 17일 서울 양재동 소재 KOTRA 세미나실에서 전국 7개 지하철공사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에스컬레이터 안전관리 간담회’를 개최, 올바른 에스컬레이터 이용방법을 논의하고, 이번 간담회을 통해 취합된 의견을 바탕으로 에스컬레이터 바로타기 캠페인을 확대해 나갈 방침”임을 밝혔다.
■글·이재현 기자 / 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