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세 유지…정상적 시장기능 회복 관건
정책에 따른 수요 감소·일시적 과잉공급
지방 경기 침체로 규제 변경 불가피할 듯

올해는 새 정부 출범으로 각종 정책 변화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기다. 특히 부동산 부문은 참여정부에서 과도한 규제 중심의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에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변화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대선 이후 부동산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라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도세가 감소하고 있고 가격조정이 불가피한 재건축 사업장 등에서도 가격 조정 대신 사업을 연기하는 추세다. 그러나 올해 부동산 정책 변화의 가시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정책 기조 변경을 위해서는 다수의 법률 개정이 요구되지만 오는 5월 국회의원 선거가 예정되어 있어 상반기 내 법률 개정을 위한 의견 수렴의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등 대부분의 제도들이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구체적인 법 적용의 부작용을 도출하기 어려워 법 개정의 논리적 근거를 마련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또 부동산 관련 규제가 다수의 법률과 연계되어 있어 부분 개정보다는 큰 틀에서의 조정이 필요하므로 단기간 내 변경은 제한이 있다.
다만 내년 상반기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각해질 경우 오히려 정책이 부분 수정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또 올해 혁신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 신도시 등 추진이 본격화되나 새 정부가 출범되면 이 같은 각종 개발사업 추진 일정이나 개발계획의 변화 가능성도 있어 건설경기 전망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올해 부동산 정책 변화는 수도권보다는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중심으로 현행 규제가 변경될 수도 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올해 추가적인 재정비 사업의 추진은 없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지적 개발 호재에 따른 주택 및 토지가격 상승은 멈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해 지난해 집중적으로 사업 승인이 이루어진 수도권의 재개발 사업장이 동시에 착공에 들어감으로써 발생하는 이주 수요로 사업장 주변의 전세가격은 높은 상승이 예상된다. 특히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착공될 경우 2002년과 같은 심각한 전세난이 재현될 가능성도 높다.

주택수요 관망세, 여전히 위축
최근 부동산 수요는 여전히 위축된 모습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강화된 대출규제와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높아져 구매력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전세가격이 안정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향후 신규분양가격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 김현아 연구원은 “서울 강남 및 수도권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지 등에서 대규모 고급 아파트가 공급됨에 따라 오히려 수요자들의 선택 폭도 넓어져 관망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규 분양주택의 경우 미분양 증가와 분양가 상한제로 당분간 주택구매를 연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까지의 주택건설 실적에 의하면 연간 43만호 정도의 주택건설 사업승인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분양에 따른 미분양 적체와 주택수요 위축의 영향으로 사업 리스크가 증가하면서 건설업체들이 추가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 분양 여건의 악화로 신규 사업에 대한 부동산 PF의 차질이 예상됨에 따라 2008년 부동산 분양은 상당 부분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원은 “특히 서울의 경우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일반분양분이 전체 물량의 10% 내외인 점이나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일반분양분이 후분양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올 한해 재개발 재건축 사업지에서 공급되는 일반분양분의 공급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2기 신도시 등 수도권 내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물량은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해보다 2.1% 감소한 30만1,987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주택수요가 높은 수도권이나 광역시는 지난해보다 물량이 증가해 충분한 주택공급물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강남의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 완공으로 3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형평형 및 고가 아파트 가격은 하향안정세를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소형 아파트는 2003년 이후 공급 비중의 감소로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중소형 주택에 집중되어 있는 대규모 재건축 및 재개발 사업 착공에 따른 이주 수요는 올해 많을 것으로 예상되나 입주물량이 적은 강북지역에 대거 분포하고 있어 주택수급의 차질이 우려된다. 따라서 총량적인 입주물량에는 큰 변동이 없으나 지역별 국지적 수급 불균형 문제는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토지 수요 또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토지가격은 2006년 대비 3.0% 내외의 상승률을 보였으나 올해에는 이보다 낮은 2.0% 내외의 소폭 상승이 예상된다. 김 연구원은 “추가적인 지역개발사업 착공이나 발표의 가능성이 없어 지난해 토지가격 상승요인이었던 개발 호재는 크게 감소할 전망”이라며 “주택경기 위축에 따른 택지수요의 급감으로 개발가능지역의 토지가격도 안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거용 토지거래 침체로 토지거래 또한 현재의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토지보상의 대상이 되는 관리지역과 농림지역 등 비도시지역의 거래는 다소 증가해 회복되는 반면 주거용 토지는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건산연은 전망했다.
또 건산연은 2008년 주택시장에 대해 주택매매가격은 1.5%, 전세가격은 3.5%, 매매가격은 실질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올해 주택매매가격은 2006년 집중된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로 1.5% 상승에 그칠 것이며 물가상승률을 감안한다면 실질적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미분양 물량의 적체와 주택수요가 많은 지역의 입주물량 증가로 주택구매에 대한 심리적 압박일 것”으로 추정했다. 지방의 주택시장 침체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낮은 입주율과 입주물량 증가, 신규 주택판매 부진의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에도 지방주택시장의 침체는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주택전세가격은 소행 주택 중심으로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 착공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 지역의 해당 사업 지역에 한해 국지적으로 크게 상승해 연간 3.5%의 증가가 예상된다. 또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른 조기 사업 승인 추진으로 대규모 물량이 동시에 착공될 가능성이 높아 이주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주택수요 정상화 노력 필요
2008년 국내 부동산 시장은 정책효과에 의한 수요 감소와 일시적 과잉공급의 요인으로 전반적인 안정세가 예상된다. 제도변화에 따른 일시적 과잉공급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수요 감소 정책을 펼 경우 미분양 적체 등 부동산 시장을 오히려 침체시키고 중장기적으로 공급은 감소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인위적인 정책 효과로 감소시킨 주택수요를 적절히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법률 개정 없이 추진이 가능한 조치로는 금융규제 완화와 부동산 규제지역의 해제 등이 있으며, 생애 첫 주택자금 대출 등의 중·서민층 주택구입자금의 지원 확대를 통한 주택구매 지원도 요구된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정책만으로 부동산 시장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없다. 정상적인 시장기능의 회복이 필요한 것이다. 시장기능의 회복을 위해서는 우선 과도한 정책 효과로 위축된 수요를 정상화해 중장기적으로 원활한 공급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정상적인 안정세라기보다는 정책 효과에 의한 왜곡된 시장현상으로 파악해야 하며 이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중단기적 대책이 요구되는 때다. 다음은 몇몇 정책과제를 살펴보고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전세 수요의 자가 구입 촉진 : 신규 분양시장에서 공급되는 주택을 모두 첫 주택 구매자에게 공급하는 현행 주택공급제도를 수정해 기존 주택시장으로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반대로 주택교체수요자들의 신규 분양시장에서 신축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를 해야 한다. 이르기 위해서는 분양가 상한제 등의 저렴한 주택공급 대상을 첫 주택 구매자나 정책보호 대상으로 한정하고, 기타 주택교체 수요자 및 고급주택에 대해서는 가격 규제를 폐지해야 할 것이다. 또 대규모 재개발 사업 등의 추진으로 전세수요 증가와 이주수요가 맞물리면서 불안해줄 수 있는 전세시장을 주택구매가 가능한 계층에 대해서는 자가 구매가 촉진될 수 있도록 현행 제도를 보완해 나가야 한다.
■주택교체를 위한 금융·세제 개선 : 원활한 주택교체를 위해서는 기존 재고주택의 매도물량을 늘려 거래 가능한 물량을 확대하는 것과 수요자들의 구매능력을 지원하는 것이다. 재고주택의 매도물량을 늘리는 방법은 현행 과도한 양도세를 완화해 주택처분을 유도하는 것. 1가구 1주택의 경우에는 6억원을 초과하더라도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동일하게 부과해야 하며 양도 차익에 있어 단순한 양도차익이 아닌 적정물가 상승률만큼의 가치를 인정하는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 또 실거래가 신고 등으로 양도 차익이 투명하게 파악되므로 양도세율의 조정도 검토가 필요하다.
■미분양 해소 : 지금까지의 미분양 주택 적체는 지방의 문제였으나 점차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분양 전환을 목표로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해 전세보증금으로 자금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그러나 건설사가 미분양 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전환함에 있어 장애가 되는 제도가 많아 개선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위축된 수요를 정상화해 원활한 주택교체 등의 주택거래를 촉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종사자나 지방사업장 영위자 등에 대해 1가구 2주택 세제 감면을 위한 중복 보유기간을 확대하거나, 비과세 적용을 받기 위한 2주택 보유 기간을 대폭 확대해 외지인들의 지방 주택 보유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이주수요의 분산 : 수도권 내 재개발 재건축 사업장의 규모를 파악하고 이러한 사업장들이 동시에 착공해 집단적인 이주수요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소형주택에 대한 공급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재고주택거주자의 주택교체 활성화를 유도함으로써 소형 주택의 거주자를 대형으로 이동하게 해 소형주택 매물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급격한 민간 주택공급 감소 방지 : 지난해 주택공급 실적을 보면 총량적으로는 예년 수준을 유지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른 영향을 감안한다면 매우 부족한 수준이다. 더구나 현재 미분양이 크게 증가하면서 기 사업승인을 받은 물량마저 착공이 지연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주택공급의 차질이 예상된다. 따라서 민간의 주택공급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 일례로 민간택지에 한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배제하는 고급 주택단지 개발이 허용되어야 하며, 정책효과에 의한 주택구매가 지연되는 현상을 다시 구매로 전환시킴으로써 신규 주택 판매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글·이재현 기자 / 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