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키워드, ‘대국민 안전 강화’
안전캠페인, 법적 규제 등 승강기 문화 대대적 개편
정부·업계간 이해관계 상충, 쉴 새 없는 공방전 지속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7년도 어느 덧 끝자락에 왔다. 올 한해 승강기 업계에는 과연 어떠한 일들이 있었을까? 본지에서는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올해 승강기 업계의 이모저모를 되짚어 봤다.
올해 승강기 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승강기 안전사고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접근 강화를 꼽을 수 있다. 올 초 대구, 의정부 등에서 발생한 승강기 도어 추락사고가 잇따르자 여론의 뭇매를 의식한 정부에서는 올바른 승강기 탑승을 전제로 대국민 캠페인을 진행하는 한편, 관련 법적 규제를 강화해 승강기 안전사고의 재발을 방지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승강기 업계에서도 기관, 업계 등이 손을 잡고 ‘승강기 제대로 타기’ 안전캠페인 발대식을 개최하는 등 대국민 안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승강기 발전 로드맵도 감춰왔던 베일을 벗었다. 로드맵 역시 안전한 승강기를 제일의 척도로 삼았다. 승강기 관리주체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면서 업계 스스로 자율적인 관리를 유도해 2017년까지 승강기 사고율을 현재의 절반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또 승강기 산업 육성책을 펼쳐 수출비중을 현재보다 800% 가량 증가시킨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정부의 정책 대부분이 안전에만 비중이 쏠려 검사기관만 비대하게 만들었으며, 정작 산업육성에 대해서는 등한시한다는 비판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양날의 검, 중국산 저가 승강기
승강기 중소업계는 올해 역시 어려운 나날을 보냈다. 올 상반기 승강기 신규물량이 전체 시장의 10% 미만에 그쳐 생산력을 상실한 도산 업체가 증가했으며, 공장 가동을 멈춘 곳도 비일비재했다. 특히 대기업과의 심각한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가격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승강기 한 대당 단가가 중소기업보다 저가로 시장에 유통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중소기업의 설자리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몇몇 중소기업이 이에 맞서 공동상표를 출시하는 등 사업조합을 결성해 나름대로 자구책 마련에 힘썼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 대기업군은 중국, 동남아 등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국내로 유입하는 것이 관례가 되어 중소업계와의 경쟁구도에서도 우위를 선점하는 데 이르렀다. 이에 일부 중소기업에서도 중국산 제품을 국내로 들여오는 등 이 같은 일들은 최근 몇 년간 지속되어 국내 승강기 시장은 중국산 제품으로 뒤덮인 상태다. 특히 에스컬레이터의 경우에는 국내 기업의 생산라인이 멈춘 지 오래다.
중국산 제품이 저가라는 무기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휩쓸고 있지만, 안전적인 면에서 신뢰성을 입증하지 못해 양날의 검인 상태다.
이에 정부에서는 승강기 안전성 강화를 위해 인증제도를 십분 발휘,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모든 승강기 제품에 대해서는 인증 획득 제품을 선호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인증 수수료를 지급할 여력이 없는 중소업계에서는 이 또한 중소기업의 참여를 막는 가혹한 행위라 맞서고 있는 상태다.

초고층 빌딩 강세…국내 기업 기술력 확보 관건
이 밖에도 중소 승강기 업계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승강기공업협동조합의 유명무실화는 중소업계의 근심을 가중시키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
암울한 승강기 중소업계의 현실과는 달리 초고층 시장은 올 한해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이후 이렇다 할 두각을 드러내지 않았던 초고층 빌딩은 올해만 5~6건의 대형 프로젝트가 수면 위로 솟았다. 지금은 무산된 잠실 롯데월드를 비롯해 부산 롯데월드, 상암 DMC 랜드마크, 용산국제업무지구 특별계획구역, 중구 세운상가, 인천 송도 인천타워 등 초고층 빌딩 건설 붐이 급물살을 타고 있어 엘리베이터 업계에서도 향후 수주 경쟁을 위한 불꽃 튀는 격전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러한 수주 경쟁이 외국계 기업만의 잔치로 끝날 공산이 크다. 초고속 엘리베이터의 실현을 위해서는 권상 시스템뿐만 아니라 부품 및 소재의 진일보한 발전, 진동·소음에 대한 대책, 완벽한 비상정지장치의 구현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지만 기술개발이나 투자에 인색한 국내 승강기 산업의 현실에서 500m 급 이상의 초고속 엘리베이터 생산은 아직도 숙제로 남아있다. 하루라도 속히 정부 및 업계간 협력과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력 확보에 중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 밖에도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신임 원장 내정, 승강기 안전 UCC 공모전, 외국계 기업의 CEO 한국인 내정, 쉰들러엘리베이터·현대엘리베이터의 관계 등 올 한해 다채로운 소식이 많았다.
지금까지 올해 승강기 업계를 되돌아 봤다. 올해 승강기 업계는 정부와 업계간 의견이 상충되는 부분이 유난히 많았던 시기다. 업계는 안전만 고집하는 정부의 정책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으며, 정부 역시 받기만을 바라는 업계의 태도에서 이질감을 느꼈다.
이 모든 것이 이해관계에서 오는 트러블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서로간의 의견이 원만하게 조율되어 양쪽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낳았으면 한다. 다음은 올해 국내 승강기 업계의 이모저모를 설명한 것이다. ■

직접생산확인제도 시행 
국내 승강기 전체 업체의 99%를 점유하고 있는 국내 중소 승강기 업계는 다국적 기업과의 시장점유면에서 천양지차를 보이며, 이미 경쟁력과 방어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이에 정부는 중소기업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자생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1천억원에 달하는 공공기관 및 공공단체의 승강기 설치 및 보수에 대해 중소기업간 제한경쟁 또는 수의계약 방식을 도입했으며, 편법을 쓰는 일부 중소기업을 막기 위해 올해 1월부터 직접생산확인제도를 본격 시행하게 됐다.
직접생산확인제도는 중소기업 경쟁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은 직접생산 능력의 보유 여부의 확인을 받아 공공공구매정보망(www.smpp.go.kr)에 등록해야 하며, 기업의 신용평가 등급을 획득해야 공공구매 계약에 참여가 가능하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에서 낙찰 후에 대기업 제품, 수입 제품 등의 납품 또는 하도급 생산납품 행위나 수의계약이 가능한 각종 법인·단체, 농공단지 입주 기업 등의 명의를 빌려 수의계약한 후 하청 생산한 제품 등의 납품방지를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후 중소기업청은 직접생산확인제도를 보다 강화, 연간 생산능력과 수주실적을 감안해 입찰에 참여하려는 중소업계는 국내에서 생산실적이 있어야 한다.

‘승강기 제대로 타기’ 안전캠페인 발대식 
승강기 양 검사기관과 승강기 업계가 손을 맞잡았다. 지난 3월 승강기 관련 단체는 기술표준원 주최 하에 ‘승강기 제대로 타기’ 안전캠페인 발대식을 가졌다.
이 행사는 올 초 떠들썩했던 승강기 도어 추락사고 등으로 이용자가 승강기를 거부대상으로 여기는 데 대한 조치로 올바른 승강기 탑승을 통해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승강기 도어에 부착된 스티커를 기존 ‘기대지 마시오’에서 ‘기대면 추락위험’으로 변경하고, 부착위치와 크기 역시 개선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양 검사기관은 서울시내 유치원 및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 안전교육 실시, 에스컬레이터 두 줄타기 등 범국민적인 홍보를 펼치고 있다.
기술표준원 역시 승강기 안전사고 종합대책 수립을 세워 ▲승강기 이용자에 대한 홍보 강화 ▲승강기 검사기준의 재검토·조정 ▲승강기 안전관리 수준의 선진화 등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지난 10월 국내 승강기 도어 ‘이탈강도 및 시험방법’ 등에 대한 안전기준이 국제 표준으로 반영되는 쾌거도 이뤘다.
이에 따라 향후 승강기 도어의 이탈강도는 450J의 충격에너지로 정해 중량 120kg의 힘이 시속 10km로 돌진해도 버틸 수 있도록 강화해야 한다.

수면 위로 나타난 승강기 발전 로드맵 
지난해 초부터 정부에서 실시한 승강기 발전 로드맵이 지난 4월 그 베일을 벗었다. 당초 담당공무원의 교체로 인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정부는 확정안을 발표하고 선진화된 승강기 안전 환경 조성 및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 공표했다.
로드맵 내용의 주요골자는 승강기 관리주체 책임 대폭 강화, 승강기 안전기준 선진화 및 승강기 산업발전 기반 조성을 위한 지원정책 추진, 노후 승강기 특별관리 등 2017년까지 승강기 사고율을 절반으로 줄이고 수출을 800% 가량 증가시킨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승강기 업계에서는 업계의 의견을 배제한 정부의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양상을 보여 그 대립각이 오래 동안 지속되고 있다.
이후 진행된 ‘승강기제조및관리에관한법률’ 전부 개정안 공청회에서도 정부·업계간 뚜렷한 시각차를 극복 못해 뜬구름만 잡다 막을 내렸다.
현재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승강기제조및관리에관한법률’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으며, 내년 1월 국회에서 심사를 거치게 된다.

승강기 부품공급유통센터(가칭)의 법제화 
승강기 발전 로드맵을 통해 보수업계의 오랜 숙원인 보수용 부품의 원활한 확보를 정책적으로 지원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승강기 제조업체에서는 의무적으로 보수용 부품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을 등에 업은 유통센터의 경우, 중소기업의 승강기 부품 교체 예상 대수가 7만7천여 대에 달해 연 1백9십2억원의 예상액이 발생한다.
이에 보수조합은 유통센터의 원활한 관리운영을 위해 ▲부품 공급 업체별 보관 부수지정 운영 ▲부품 관리 전산 시스템 운영 ▲보수업체 단말기 설치에 따라 정보네트워크화 추진 ▲부품 적정 재고 관리 및 고객 관리 ▲회원업체 보유부품 인수 ▲매장을 통한 오프라인과 이-마켓을 통한 온라인 유통 병행 실시 등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센터는 회원사의 참여 저조 등으로 별다른 성과없이 올해를 넘기려 하고 있다.

한국 에스컬레이터의 몰락 
몇 년 전부터 국내 에스컬레이터 시장으로 시나브로 유입되어 왔던 중국산 에스컬레이터가 국내 시장을 평정했다. 대당 3천만원 대로 곤두박질 친 중국산 제품을 국내 기업이 당해낼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완제품을 수입, 현장에서 부품 조립 등 간단한 작업만으로도 설치가 가능해 설치작업의 용이성과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현재 국내로 유입되는 대표적인 중국기업은 DTS社, 깡리社(canny), 센롱社(Shenlon) 등이 있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깡리社는 국내 에이전트 기업 지앤피리프트를 국내 지하철 역사 등으로 설치, 공급되고 있으며, 센롱社 역시 국내 에이전트 기업 전이앤씨를 통해 설치되고 있다.

초고층 시대 서막 ‘올랐다’ 
올해 국내 건설 산업에서는 초고층 붐을 빼놓을 수 없다. 정부도 미래가치 창출을 위해 초고층빌딩시스템(프로젝트명 : SKY 1000)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상암 DMC 랜드 마크(130층), 용산국제업무지구 특별계획구역(1백50층), 중구 세운상가(2백20층), 인천 송도 인천타워(1백51층), 부산 롯데월드(1백7층) 등 대형 프로젝트가 잇따라 추진되면서 엘리베이터 업계에서도 수주 경쟁을 위해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물론 현재 부산 롯데월드에 대한 건설만 추진 중에 있으나, 협의를 마친 일부 초고층 프로젝트는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방침으로 업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초고층 건물에서 엘리베이터의 역할은 건축 계획에서부터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는 분당 500m 이상의 초고속 엘리베이터와 새로운 진보기술인 고속운행의 더블데크 엘리베이터의 수요가 초고층 빌딩을 대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에 세계 엘리베이터 업계에서는 초고층 건물을 타깃으로 각 사마다 브랜드를 선보여 수주경쟁에 뛰어들고 있다(▲오티스엘리베이터 DS4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 Elejet ▲쉰들러엘리베이터 S-7000 ▲코네엘리베이터는 알타기종 등).
반면 국내 승강기 업계 입장에서 초고층 빌딩은 그저 ‘그림의 떡’에 가깝다. 물론 현대엘리베이터에서 2010년까지 분속 1,080m 급의 초고속 엘리베이터와 이에 따른 제어반 및 인버터 등을 차세대 제품을 개발한다는 언급을 했지만, 그 전까지 국내 승강기 기업은 외국계 기업 잔치를 먼발치에서 지켜만 봐야 한다.

KTL VS 中企, 치열한 설왕설래 
인증기관과 업계의 공방전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두 단체간의 설왕설래는 계속 이어졌다. 지난해 두 단체간의 화두가 인증제도의 도입문제였다면 올해는 임의인증제도 중 시스템인증 부분에 대한 첨예한 대립관계 구도가 형성됐다.
기업의 존망을 저해하는 시스템인증을 폐지해야 한다는 중소업계 입장과는 달리 KTL은 인증제도 자체 폐지를 요구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처사라고 맞서고 있다.
일단 정부는 인증기관의 손을 들어 준 입장이다. 또한 승강기 부품의 임의인증제도를 도입해 국내 승강기 인증문화를 선진국형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글·이재현 기자 / 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