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의 영역 근접, 초고층 시대 ‘열렸다’
초고층 빌딩…초고속 승강기 高 기술력의 원동력
국내 초고속 승강기 기술 부재, 풀어야 할 숙제 ‘산더미’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바벨탑 전설처럼 최고를 꿈꾸는 인간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초고층 빌딩의 열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두각을 보이는 것은 아랍에미레이트(U.A.E)의 버즈 두바이 타워. 높이 700m, 1백60층 규모로 초고속 승강기 26대가 설치되는 이 타워는 내년 완공 예정으로 현재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대만의 ‘타이베이 101’ 빌딩보다 200~300m 높게 건설된다. 이는 국내 63빌딩 높이의 3배에 이르며,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면적의 4배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그 뒤로 일본의 ‘X­Seed 4000(8백층, 4000m)’ 프로젝트를 위시해 홍콩, 말레이시아, 중국 상하이, 호주 시드니, 타이완 등 400m가 넘는 초고층 건설 열기가 활발하다.
초고층 빌딩은 특히 중동, 동 아시아 등 신흥 경제국에서 최근 나타나는 ‘경제 패러다임’의 하나로, 건축적인 기능성보다는 사회적인 힘과 문화·경제의 우월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국가나 도시를 대변하는 상징성의 초고층 빌딩은 그 규모와 도시 건축의 기능성에서 도시형태와 환경, 사회적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국내 역시 도곡동 타워팰리스 건설 이후 상암 DMC 랜드 마크(130층), 용산 용산국제업무지구 특별계획구역(1백50층), 중구 세운상가(2백20층), 인천 송도 인천타워(1백51층), 부산 롯데월드(1백7층) 등이 잇따라 세워질 전망으로 조만간 ‘초고층 빌딩 전성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최근 건설교통분야의 미래가치 창출을 위해 전략사업과 10대 유망기술(VC­10)을 선정, 이 중 초고층빌딩시스템(프로젝트명 : Sky 1000)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높이 1,000m(2백층) 초고층건축물을 1천일 내 건설한다는 전략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지역개발, 건축설계 및 시공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각 사업관리 단계별 핵심 요소기술과 최적 프로젝트 운영 시스템 구축 등 10년 후 건설교통분야의 기술 강국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한국은 40층 이상 주거 건축물 수에서 세계 4위이며, 세계 1백대 주거용 건물 가운데 9곳이 국내에 있을 정도로 초고층 빌딩의 양적 측면으로만 평가한다면 세계 수준에 달하고 있다.

초고층 빌딩 1,000일 내 완성, ‘SKY 1000’
현재 학술적으로 초고층 건물의 정의는 ▲50층 이상의 높이 ▲단면적에 대한 높이(세장비)는 1 : 5 이상 ▲바람·지진 횡력에 대한 저항 시스템 확보 정도 등 총 3가지로 내리고 있으나, 통상적으로 50층 이상이면 초고층 빌딩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 안에서 엘리베이터의 역할은 초고층 빌딩의 건축계획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초고층 건립의 꿈을 가능케 해주는 건물 내부의 운송 시스템인 수직운송설비 활용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건물 내 승강설비 점유면적(Hoistway impact)의 최소화와 사용자의 편의성 중대 및 효율적인 교통량 처리, 그리고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이 필수적 요소이다. 이에 따라 분속 500m 이상의 초고속 엘리베이터와 새로운 진보기술인 고속운행의 더블테크 엘리베이터의 수요가 초고층 빌딩을 대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엘리베이터 시스템 결정 역시 중요한 요소이다. 엘리베이터를 수용하는 코어(Core) 면적과 사무실 바닥면적의 사용을 고려해야 하며, 건물이 초고층화될수록 증가하는 코어 면적비를 줄일 수 있는 적절한 엘리베이터 조닝(Zoning) 시스템을 결정하기 위한 검토가 우선 필요하다.
엘리베이터 시스템은 ▲운영방식에 따라 Zonning 방식과 Sky Lobby 방식 ▲운영형태에 따라 싱글데크(Single­Deck) 방식과 더블데크(Double­Deck) 방식 및 그 혼합방식(Single­Deck + Double­Deck)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앞서 예시한 세계 초고층 건물들도 이런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그룹 배치에 있어서는 사용자가 엘리베이터 로비 안에서 버튼의 신호를 듣고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할 때 8대의 엘리베이터를 한 그룹으로 묶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며, 하나의 엘리베이터 승강로 안에 수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의 수는 3대가 적당하다.
각 층에서 개폐되는 엘리베이터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일 승강로 안에 단일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하며, 부득이 한 경우 개폐되지 않는 승강로에서는 반드시 3개 층마다 점검구를 설치한다. 또 상층부를 구성하는 코어 면적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줄이고 경제적인 바닥면적을 추출할 수 있는가 하는 것도 건축계획에서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시스템뿐만 아니라 기술 또한 진일보하고 있다. 세계 최고층 빌딩이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그에 걸맞은 세계 최고속 엘리베이터 설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존 최고(最高) 빌딩인 타이베이 101 빌딩 역시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세계 최고속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시속 60km로 38초 만에 지하 1층에서 388m나 되는 지상 89층까지 도달하는 이 엘리베이터는 코네엘리베이터와 도시바엘리베이터 양사의 합작품으로 지상과 89층 사이의 기압차(약 48hPa)로 생기는 이명 현상을 막기 위해 내부에 기밀성 유지와 함께 기압도 제어하는 등 최고층 건물에 적합한 최고속 엘리베이터라는 평을 받고 있다.

“국내 초고층 빌딩 붐…외국 기업만의 잔치”
이에 전 세계 엘리베이터 업계는 초고층 건물을 타깃으로 초고속 엘리베이터에 대한 기술개발이 한창이다.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모델명 : Elejet), 쉰들러엘리베이터(모델명 : S­7000), 코네엘리베이터(모델명 : 알타), 오티스엘리베이터(모델명 : DS4), 미쓰비시엘리베이터(모델명 : GPM­3H) 등 각 사마다 브랜드를 내걸고 수주경쟁에 한창이다.
쉰들러의 ‘S­7000’ 모델은 분속 150~600m까지 적용 가능하며, 현재 싱가폴, 중국, 두바이, 스페인, 뉴욕 등 초고층 빌딩에 공급되어 있으며, 쉰들러 ID와 쉰들러 마이코닉 10을 접목해 엘리베이터 지능화의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코네엘리베이터의 알타(Alta) 모델은 분당속도 240~1000m까지 달하며, 에코 디스크를 토대로 제품별로 다양하게 적용해 싱글데크 적용 시 속도 1000m/s, 더블데크 속도 600m/s가 가능하다.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의 초고속 기종 Elejet(엘리제트)의 경우 특화주문형인 더블데크 타입으로 현재 시스템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올해 말 완공예정인 중국 상해의 월드 파이낸스 센터(SWFC : Shanghai World finance center, 101층, 492m)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오티스엘리베이터의 ‘DS4’ 모델은 버즈 두바이에 적용될 방침이며, 중국 진마오빌딩에 설치된 미쓰비시엘리베이터의 ‘GPM­3H’ 등이 있다.
이에 반해 국내 승강기 업계에서 초고층 시대 초고속 수직 동선에 대한 요구를 받아 안을 수 있는 업체가 몇이나 되는가를 따져보면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다. 최근 현대엘리베이터에서 2010년까지 분속 1,080m급 초고속 엘리베이터와 이에 따른 제어반 및 인버터 등을 차세대 제품으로 개발한다는 계획만 언급됐을 뿐 국내에서는 초고속 승강기 기술이 전무한 상태다.
승강기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도 초고층빌딩 건설 붐으로 엘리베이터 업계의 활발한 수주경쟁이 예상되지만 결국 외국 기업만의 잔칫상이 될 공산이 크다”며 “지금이라도 국내 엘리베이터 업계에서는 연구개발에 매진해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당부했다.
초고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권상시스템뿐 아니라 부품 및 소재의 진일보한 발전, 진동·소음에 대한 대책, 완벽한 비상정지장치의 구현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현재로서는 기술개발이나 투자가 인색한 국내 승강기 산업의 현실에서 기술 개발 이전에 마인드를 다져 기초부터 다시 세워나가야 할 시점이며, 관련 기관 및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이제 초고층 빌딩은 업무용에서 점차 주거용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주변 환경과의 완벽한 조화를 꾀할 정도로 기술 집약형 미래건설산업이라 할 수 있다. 많은 국가들이 첨단과학기술 및 공학기술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초고층 빌딩을 국가 전략상품으로 개발해 초고층 건설기술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국내에서도 건설경기 부양, 새로운 관광자원으로서의 다양한 경제성을 높이는 부가가치 상품성으로 초고층 빌딩이 우뚝 솟기를 기대해본다.
■글·이재현 기자 / 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