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의 양보도 없는 양측, 루비콘 강 건넜다!
中企 “기업의 존망 갉아먹는 시스템인증 폐지돼야”
KTL “인증제도 폐지 요구는 이율배반적 행위”

중소기업과 인증기관이 임의인증제도 중 시스템인증부분에 대해 첨예한 대립관계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기업의 존망을 저해하는 시스템인증을 폐지해야 한다는 중소업계 입장과 중소업계의 인증제도 폐지 요구는 지극히 이율배반적인 처사라는 KTL.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양측의 상충된 주장은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넌 듯 하다. 이에 본지에서는 양측의 상반된 입장을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이재현 기자 / jhlee@liftasia.com

승강기 중소업계와 한국산업기술시험평가원(원장 홍종희, 이하 KTL)의 첨예한 대립관계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중소업계에서 승강기 및 승강기 부품에 대한 임의인증제도 폐지를 요구한 것에 대해 KTL 측은 절대 불가라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동안 승강기 인증제도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기던 중소업계는 이번 기회를 통해 끝을 본다는 입장이다. 급기야 지난 7월 8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회장 이하영, 이하 비대위)를 발족하고, 중소 승강기 업계의 존립을 위해서 가장 먼저 척결되어야 할 사안은 임의인증제도 중에서도 시스템인증의 폐지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승강기 단체장들로 구성된 비대위는 산자부에서 입법예고한 ‘승강기제조및관리에관한법률전부개정안’ 탄원서를 제출하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한시적으로 뭉친 집단으로, 일선에서 검사기관 및 인증기관과의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인증 문제에 무게 중심을 싣고 중소 승강기 업계의 살길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비대위 측은 “중소 승강기 업계에서 가장 큰 중점사항은 원가절감에 따른 성능 향상으로 이는 회사의 존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인증기관이 시스템인증을 내세워 막대한 수수료를 착취하는 등 원가절감을 막고, 기업의 창의력을 저해하는 등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처럼 인증기관이 방대한 권력을 이용해 기업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좌지우지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47개의 모델인증 분류…中企 무시행위”
이에 대한 KTL의 입장도 요지부동이다. “승강기 검사기관에서 요구하는 검사 수수료에 대해서는 군 말없이 내면서 인증기관에서는 낙엽 밟는 소리만 나도 역적 취급을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중국 및 동남아시아에서 유입되는 저가 승강기에 대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중국의 시장 유통구조를 보면 체제를 갖추지 않고 단순히 제품만 OEM하는 업체가 다반사다. 이러한 제품을 막기 위해서라도 인증은 필수요건이 되어야 한다”고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물론 중국산 제품의 무차별적인 공급이 아닌 순수한 국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라면 마땅히 정부의 보호를 받아야 하지만 국내 중소 승강기 제조업체에서 생산라인을 갖춘 곳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대부분 중국 등에서 저가의 제품을 유입하고 있으면서 이를 묵인해 달라는 것은 지극히 이율배반적인 행위”라며 한 발자국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KTL에서 기술표준원에 제출한 승강기 인증 품목별 모델분류별 내역현황은 총 47가지로 분류되어 있어 이중 최소한의 구색 갖추기에도 인증비만 2~3억원이 소요되는 등 중소기업의 원망을 사고 있다.
비대위는 “결코 중소업계에서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하물며 덤웨이터까지 인증 품목에 포함시킨 처사는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인증기관이 중소기업을 무시하는 행위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6년 11월 KTL에서 핸드레일에 대한 인장시험 수수료는 25만원에 불과했으나, 최근 인증기관이 기표원에 제출한 인증산출비용은 5백만원에 달한다. 불과 2년도 채 안돼 20배가 오른 것이다. 이는 칼만 안든 강도와 다를 바 없다”고 성토했다.
이에 KTL은 “모델 인증 분류 47개 항목은 단순한 가이드라인일 뿐이다.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오히려 이를 고착화시키는 중소업계가 이해 안 된다”며 “수수료 문제 역시 조율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데 왜 이렇게 인증기관을 역적으로 취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표명했다. 또 “지금 시기는 향후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자율적인 관리를 할 수 있는 과도기라 볼 수 있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 고려하지 말고 멀리 내다보는 선구안을 키워야 할 때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자율적 관리 위한 과도기”
이에 승강기 관할 기관인 산자부 기표원에서는 시스템인증은 임의인증제도의 일환으로 업계의 자율적인 의지라고 치부하고 있어 중소업계의 속을 더 긁고 있다. 현재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승강기 입찰 사항에는 시스템인증을 요구하는 기관이 늘고 있어 실질적으로 시장에서는 강제인증과 같은 효력을 지니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최근 서울시 지하철 공사에서 발주한 역사의 에스컬레이터 대당 시스템인증 비용은 4천만원을 훌쩍 넘는다.
중소업계에서는 기술력을 갖고 있어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KTL에서 공장심사까지 시행하겠다는 발언은 중소기업의 심기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는 평이다.
비대위는 “현재 국내 메이저 기업들은 생산라인 자체가 중국 및 동남아시아 등으로 아웃소싱화 되어 있는 데 이를 어떻게 심사한다는 것인가? 관리원에서 발표한 최근 5년간 사고통계를 보면 제조과실로 인한 사고는 2.3%로 1년에 1건 정도 발생하고 있다. 70%가 넘는 이용자 과실에 대한 대안책 마련도 없이 포커스가 제조업체로 맞춰지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예를 들어 한해 여름철 바닷가에서 발생하는 사고도 한해 평균 50건이 넘는다. 그렇다면 해수욕장의 출입도 막아야 하는 것인가? 향후 다국적 기업이 철수하면 결국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것은 중소기업이다. 왜 중소기업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또한 “현재 국내는 PL법, 영업배상책임보험 등 제품에 대한 규제가 너무나 잘되어 있다. 절대 기업에서 제품을 허투루 만들 수가 없다. 하지만 인증기관 측은 중소 승강기 업계를 승강기 안전사고의 주범으로 몰고 있다”고 혀끝을 찼다.

시스템인증, 시장에서는 강제인증?
이에 KTL은 “인증문제는 제품의 제조·품질 등을 짚고 넘어갈 것인가, 무시할 것인가를 의미한다. 이를 무시하는 것은 결국 제품의 질적 저하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안전할 권리가 있는 이용자의 안전을 저해하는 요소는 뿌리 뽑아야 한다. 5년이 아닌 10년이라도 승강기 사고가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된다. 승강기는 충분히 사전에 제조·설치에 관한 검증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인증제도는 절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시행 상에서 개선할 내용에 대해서는 업계의 조언을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성격 자체가 틀리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승강기 시스템 인증에 대해 첨예한 대립관계 구도를 형성한 중소기업과 KTL의 입장을 살펴봤다. 비대위는 중소 승강기 업계의 존망이 달려 있는 사안인 만큼 의견 반영 배재 시 제조업 등록증 반납 등 단체 행동도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KTL 운송설비팀 강인구 팀장은 그동안 공공연하게 주장했던 논리에 대해 한번도 틀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이처럼 어느덧 인증기관과 중소 승강기 업계는 물과 기름의 관계가 되어 버렸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양측의 상충된 주장은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넌 듯 하다. 당장 생산량이 급감해 직원들 월급조차 못 챙기는 중소업계에서는 KTL의 주장처럼 과도기 및 선구안 등은 사치고 남용일지 모른다. 하지만 인증 역시 중요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현재로서는 무엇이 절충안인지는 모르지만 양측이 주마간산(走馬看山)을 저지르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