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일기 시작한 승강기 지축
반박의 반박 거듭, 상반된 입장 고수
검사기관간 싸움…분열과 반목 초래

승강기 산업의 지축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최근 실시한 국정감사에서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원장 유대운, 이하 관리원)에서 진술한 내용이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관리원은 지난 10월 25일 국정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지난 98년 검사기관이 다원화 된 이후 검사기관들이 검사물량 수주경쟁을 벌여 검사 신청권을 가진 보수업체 및 관리주체의 요구대로 순응해 온 것이 부실 검사의 원인이다”며 “관리원 및 타 검사기관들이 지난 9년간 사실상 봐주기 식 검사로 일관해 왔다는 것을 고백한다”고 진술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사후관리업무를 방치한 탓에 전국에 검사를 받지 않고 불법으로 운행하는 승강기가 많으며, 이들 불법운행승강기에서의 사고율이 정상적으로 검사를 받은 승강기의 사고율보다 무려 28.6배가 높은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승강기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행 검사기관 다원화의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특별법인인 관리원이 타 검사기관에 대해 지도·확인의 권한을 갖도록 하고, 승강기 검사의 기초가 되는 완성검사를 일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승강기 보수업체, 지자체 등 승강기 검사와 관련된 단체, 업체를 통합 관할하는 전담기구를 설치해 보수부실을 막고 유명무실한 사후관리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관리원의 입장이다.
반면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 및 중소 승강기 단체들은 승강기 이용자의 사고 위험 급증 원인이 검사기관들의 부실검사와 이에 영향을 받은 보수업체들의 보수 부실에 있다는 주장을 전면 부정하고 나섰다.
즉, 통계자료 왜곡으로 인한 사고 위험 과장과 검사기관 단일화, 전담기관 설치 등은 특정 검사기관의 기관 위상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상반된 견해로 심각한 충돌 현상을 빚고 있다.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이사장 송지태, 이하 기술원)과 중소 승강기 단체들이 관리원을 대상으로 국회에 탄원서를 제출하게 된 것. 이들은 지난 10월 탄원서를 통해 “관리원이 예전의 관료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검사기관으로 회귀하려 한다”며 “검사 결과의 투명성을 확인한다는 미명 아래 보수업체를 상시적으로 지도감독하고 보수 점검 결과까지도 관리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고 내비쳐 검사기관간 심각한 갈등이 표면화 됐다.
기술원은 “이 같은 행위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무소불위의 기관을 만들려는 관리원 원장의 야욕에서 나온 것”이라며 “승강기 사고건수는 감추고 119 출동건수는 강조하는가 하면, 사망률은 외국과 산출기준 자체가 틀림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비교하고 미수검 승강기 사고건수는 부풀리는 등 관리원으로 상황이 유리하도록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관리원 또한 탄원서에 대한 반박자료를 해당 주무부처 및 언론사 등에 제출하는 등 승강기 전담기관 및 검사기관 단일화 문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처럼 반박에 반박을 거듭하고 있는 검사기관의 대립으로 인해 현재 승강기 업계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조화와 단합이 아닌 분열과 반목의 불필요한 행동들이 빚어져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상반된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관리원과 기술원, 승강기 단체들의 탄원서 및 반박자료를 살펴보고자 한다.

기술원·승강기 단체 ‘탄원’ VS 관리원 ‘반박’
■봐주기식 검사 - 낮아진 불합격률로 증가된 사고율
탄원서에 의하면 관리원에서 왜곡, 가공된 통계자료를 국회에 제출해 승강기 검사기관의 다원화가 이루어진 97년 이후 검사기관간의 경쟁에 의한 봐주기식 검사로 인해 불합격률이 낮아지고 이로 인해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술원은 “97년 이후 검사기관 간 경쟁을 통한 검사 품질 향상으로 사고 발생률은 오히려 감소했다”며 “2001년 이후 전체 검사물량의 90% 이상을 처리하는 양검사기관간의 불합격률 및 부적합률에는 검사기관간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검사기관 일원화 논리는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억지 논리이며, 현 추세로 볼 때 오는 2010년 이후 승강기는 50여 만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어 단일기관이 감당하기에는 검사 물량이 역부족이다”며 “이는 지난 2004년 12월 승관법 개정에서 검사기관의 검사부실을 통제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검사부실로 인한 사고 발생시 최고 기관지정 취소, 최저 1개월 업무정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현행법이 무의미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관리원은 “전국의 승강기 안전장치들이 일시에 좋아질 아무런 이유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기관 다원화 방침이 논의되고 결정되던 97년부터 불합격률이 1/10로 급격히 추락했다”며 “그 근거로 2004년과 2005년 2년간 검사기관의 하나인 기계연구원은 4천6백38대의 완성검사를 하면서 단 1대의 불합격 처분도 내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한 “탄원서 내용에서 사고율이 두 배로 줄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0.0153%를 반올림해 0.02%로 만들고, 0.0126%를 소수점 세자리부터 절사해 0.01%로 낮춰 마치 사고율이 반으로 낮아진 것처럼 눈속임을 한 것으로 실제 근소한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두 배의 차이로 만든 것이다”며 “특히 사고원인 분석 중에서 이용자과실이나 제조과실에 의한 사고 원인은 모두 조금씩 줄었는데 보수부실에 의한 사고율이 0.0002%에서 0.0126%로 무려 7배나 늘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몰염치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검사기관 다원화로 수주물량 확보 경쟁 치열
기술원은 “불합격율의 여부와 관계없이 관리원의 점유율은 2001년 이후 완성·수시검사 64±2%, 정기검사 71.6%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일부지역(부산, 경남)에서의 특정제조사의 점유율 변화가 검사기관 다원화의 부작용 사례라는 주장은 논리의 비약이다”고 언급했다.
이에 관리원은 “검사판정의 엄격함에 의해 쉽게 물량이 이동하는 완성검사의 경우, 기술원은 지난해 평균 14.7%에서 2006년 10월 현재 43.3%로 세배 성장했다”며 “기술원은 이러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가리기 위해 탄원서에 통계를 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역별로 제조업체의 검사기관 선호도에 따라 접수율이 심각하게 구분되고 있는 것이 관리원의 검사 강화조치 이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수검 불법승강기 사고율, 정상 대비 28.6배?
기술원은 “관리원은 미수검 승강기의 사고통계를 허위·과장해 지자체의 사후관리가 부실한 것처럼 조장했다”며 “관리원에서 발표한 ‘운행금지 승강기로서 불법운행과정에서 발생한 사고 41건’은 미수검 승강기 사고에 포함시킬 수 없는 무적승강기 사고를 더해 사고건수를 과다 계상한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이처럼 관리원에서 사고가 많은 것처럼 부풀리는 이유는 지자체의 승강기에 대한 사후관리업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논리를 전개해 지자체의 승강기 업무를 관리원이 통합 관리함으로써 승강기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전담하려는 의도이다”고 난색을 표했다.
관리원은 “이 주장 역시 공식 통계상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문제제기자인 기술원 쪽이 2004년에 발표한 ‘부품 및 시스템 신뢰성 제고’ 제하의 보고서에서 4년간의 미등록 승강기 사고 1백80건을 포함하지 않은 통계라는 점이 오히려 주목된다”며 “만일 이 통계가 포함되면 관리원의 주장보다 미수검 승강기에서의 사고가 훨씬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고 언급했다.

■최근 5년간 국내 승강기사고 사망자…독일의 9배
기술원은 “이는 승강기 이용자의 사망자 수를 과다 계상해 사망률이 높은 것처럼 조장, 이용자들로부터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며 “유럽의 승강기 사망사고 통계의 경우, 산재보험으로 처리된 승강기 설치유지보수업체 종사자의 산재사고는 승강기사고 사망률로 집계하지 않는 등 각국마다 통계산정방법의 차이가 있어 승강기사고로 인한 각국의 사망사고 발생률의 단순비교는 모순이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유대운 원장 취임 이후 승강기 사고 사상자수가 증가했다는 것이 기술원 측의 설명이다. 관리원은 “탄원서의 주장이 맞더라도 작업자 사망 9명을 제외한 사망자 44명에 대한 승강기 사고 사망률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로 예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내비쳤다.

■보수부실이 사고 발생 및 제품 수명 단축
기술원은 “관리원은 보수업자에 대한 유일한 교육기관으로써 사고의 책임을 보수업체에 전가했다”며 “보수부실로 인한 사고 증가는 제일 먼저 교육기관의 책임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보수업체는 사고발생시 치명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고예방점검에 소홀할 수 없다”며 “특히 63빌딩 관련 발언은 국내 기술자들에 대한 극단적인 폄하발언이다”고 내비쳤다. 관리원은 “보수시장의 약 40%를 점유하고 있는 중소업체에서의 사고 발생률이 전체 사고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소규모 보수업체의 난립이 심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기술원과 중소 승강기 단체가 제출한 탄원서와 관리원이 내놓은 탄원서 반박자료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 탄원서와 관련해 각 승강기 단체장들은 승강기사고의 원인이 검사기관의 다원화, 사후관리미흡 및 보수부실 등 제도미비에 있다며 남의 탓만하는 관리원의 작태를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관리원에서도 기술원을 비롯한 일부 승강기 관련 업계의 이러한 주장은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승강기 사고의 심각성을 애써 외면한 채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검사와 보수행태를 지속하겠다는 의도로 비춰질 공산이 크다고 반박하고 있다.
승강기 업계 최초로 실시된 국정감사를 계기로 승강기 정책의 고질적인 제도가 거론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사고를 줄이고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 노력에 동참하기보다 밥그릇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풍토가 아쉬운 부분이다.
주마간산(走馬看山)이라 했다. 나무를 보지 못하고 산만 보는 업계의 현실에서 지금의 이 문제는 당분간 회자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