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경기 소폭 회복세 보여
건설수주 105.2조원 전망…대규모 개발사업 착공 시작

올 하반기에는 대규모 신도시 개발사업 착공시기가 맞물려 건설수주물량 변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제도변화에 따라 급증했던 재개발사업 수주물량은 통계적 반락으로 약 8~9조원 내외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에 따르면 최근 국내 소비와 설비투자 회복세로 국내 경기는 회복국면에 진입했으며 국내경제 성장률 또한 4%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설경기 회복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참여정부 들어 국토균형개발 차원에서 총 30건에 달하는 각종 대규모 신도시 개발계획이 수립, 그 착공시기가 올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향후 2010년대 초반까지 지속적으로 추진될 예정이어서 중기적인 건설경기 회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추진 중인 신도시 건설사업 면적은 분당(5백94만 평)의 17배를 넘는 1억1백22만 평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총 사업비가 구체화되지 않은 10대 혁신도시와 송파 신도시 개발비를 제외하더라도 19개 신도시 건설사업의 총 사업비는 86조원에 이르며, 여기에 혁신도시 등의 건설 사업비를 포함하면 1백조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개발사업과 아울러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 민간 주도의 대규모 개발사업도 지역특화발전특구, 지균법 개발촉진지구 개발사업, 기업도시 개발 등 다수가 계획돼 추진 중이다. 특히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에 의한 지역특화발전특구가 총 48개 지정돼 추진되고 있으며, 경기도 고양시 한류우드 개발사업, 부산 북항 재개발사업, 창원 컨벤션센터 개발사업 등도 민간투자자 선정 등을 통해 진행 중에 있다.
건산연은 건설경기 회복세에 큰 영향을 미쳤던 재개발사업은 정부의 도심지주거정비촉진 및 뉴타운 건설로 향후 주택사업의 핵심을 이룰 것이나, 올 하반기 전년대비 수주물량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홍일 연구원은 “이는 지난해 8월 재개발 조합 설립 이후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제도가 변경돼 진행 중이던 대부분의 사업을 수주로 이미 인식했기 때문이며, 향후 조합 설립 이후 시공자 지위 확보, 부동산 규제 지속에 따라 상당 폭 감소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재건축도 안전진단 강화와 기반시설부담금 부과 등으로 지난해 41.2% 감소에 이어 올 하반기에도 축소가 불가피하다. 이미 올해 들어 1분기 동안 재개발·재건축 수주물량은 전년대비 23.2% 감소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주택법이 개정돼 건설업체들은 대부분 현재 추진 중인 주택사업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올 9월 이전에 사업 승인을 획득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는 점과 지난해의 경우 반대로 하반기에 재개발사업 수주물량이 급증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상반기 보다는 하반기 재개발사업 수주물량 감소폭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건설수주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재개발 사업 수주물량 급감, 최저가 낙찰제 공사 확대, 주택법 개정으로 인한 민간 주택수주 소폭 감소 등의 감소 요인이 있는 반면, 하반기 대규모 개발사업 착공, 민자사업 증가, 공모형 PF사업 증가 등의 증가 요인도 존재한다. 이 같은 증감요인과 함께 건설 관련지표의 장기 추세를 고려할 때 올해 건설수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년대비 2% 감소한 105.2조원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원은 “당초 전망보다는 올해 민간 주택수주 규모의 감소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공모형 PF사업의 활성화와 최근 건설수주 호조세 등을 감안해 지난해 말 전망치인 4% 감소보다는 감소폭이 축소됐다”고 말했다. 다만 공모형 PF사업의 수주 일정이 불확실하고 개별사업규모가 1조원을 상회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공모형 PF사업 수주물량에 따라 수주액 변동도 가능하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공공부문은 전년대비 5% 증가하고 민간부문은 4.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공공부문은 올해 공공부문 건설예산이 증가하고 하반기 행복도시·혁신도시 등의 부지조성 공사 등의 증가요인이 있는 반면, 최저가 낙찰제 확대, 민자사업으로의 전환 등의 감소요인도 있어 전체적으로는 전년대비 5% 증가한 3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부문은 재개발사업 수주가 전년대비 급감하는 반면, 민자사업과 공모형 PF사업이 증가해 전체적으로 전년대비 4.7% 감소한 74.2조원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종별로는 토목이 전년대비 7.8% 증가하고 건축이 5.5%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토목은 민자 SOC사업 증가, 행복도시·혁신도시의 부지조성공사 등의 증가요인과 더불어 최저가 낙찰제 확대에 따른 감소요인이 있어 전체적으로 전년대비 7.8% 증가한 30.6조원이 전망되며, 건축은 재개발 수주 급감으로 주거용 건축이 48.1조원, 비주거용 건축이 26.5조원, 전체적으로는 74.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전체 건설수주가 전년대비 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상반기 건설수주는 전년대비 16.4% 증가한 52.5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하반기 건설수주는 전년대비 15.4% 감소한 52.7조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년대비 감소는 지난해 하반기 건설수주가 호조를 보였기 때문인데, 올 하반기 건설수주는 금액상으로는 상반기 대비 약 0.3%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건설투자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신도시 건설, 행정복합도시, 혁신도시 등 대형 프로젝트 착공 등이 맞물려 전년대비 2.4% 증가한 119.8조원을 기록해 지난 3년간의 극심한 침체에서 약간 벗어날 조짐이다. 공종별로 보면 토목투자가 전년대비 3.1%, 건축투자가 1.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기별로는 1분기 3.9% 증가한 건설투자가 2분기 이후 건설기성 증가, 지난해 기저효과 등을 감안, 지속적인 증가가 전망되고 있다.

모두 상생하는 ‘Best Value’ 추구해야
앞서 살펴본 것처럼 올해 건설투자는 지난해 기저효과와 건설기성 증가로 회복되고 있지만 4분기 이후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따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선 건설경기의 지속적 회복과 SOC 확충으로 인한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속적인 SOC 건설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SOC 시설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취약하며 SOC 투자를 줄일 경우 장기적으로 물류비 증가로 국가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앞으로 10년간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SOC 투자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연된 대형 국책사업의 문제점을 적극 해결해 원활히 추진하고 동북아 물류허브 등 국가 차원의 우선순위 사업을 선별해 집중 투자해야 한다. 아울러 수도권 공장규제 등을 완화하고 민원 등으로 지연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건설업체 규모별 양극화와 수도권·지방의 양극화 현상도 개선되어야 할 점 중 하나다. 건설업체경기실사지수(CBSI)의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업체 규모별·소재지별 체감경기의 양극화 현상은 건설경기가 소폭 회복된 현재도 여전히 심한 상태다. 이는 대형 프로젝트 다수 발주, 재개발·재건축사업 증가, 시장규모 정체와 신규 건설업체수 급증, 지방 주택경기 침체 등의 시장요인 뿐만 아니라, 턴키공사 발주 확대와 임대형 민간투자사업 확대 등의 제도적 요인으로 인한 2003년 이후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건설업의 양극화 현상은 지방건설경기 침체와 맞물리면서 지방건설산업과 지방건설업체의 심각한 경기 위축을 가져오고 있다. 이는 지역 내 실업 증대, 서민 경제의 소득 감소로 이어져 지방 경제의 자금 흐름과 생산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양극화 현상 해결을 위해서는 지난 4월 발표된 지방건설경기활성화대책의 실행과 효과성 제고에 초점을 맞춰, 대형업체와 중소업체가 상생할 수 있는 산업구조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중소건설업체의 신시장 개척지원, 무자격 부실업체 퇴출정책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지방의 대규모 미분양 사태에 대한 철저한 대책마련과 관리도 필요한 상황이다. 만약 이를 건설업계의 책임으로만 돌리고 방치할 경우, 관련 건설업체들의 흑자부도뿐만 아니라 분양자 입주 지연, 하도급 업체와 자재업체 대금 지불 지연 및 연쇄부도, 금융기관 손실 증가, 지방경기 침체 등의 추가적 피해가 우려된다. 올 3월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7만3천1백62호이며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미분양 물량이 전국 미분양 물량의 95%를 넘어섰다.
이 같은 지방 미분양 사태는 건설업체의 과잉공급과 높은 분양가 등에 원인이 있지만, 이와 더불어 수도권과 차별 없는 주택규제를 지방에 적용한데 그 원인이 있다. 따라서 수도권과 차별 없이 적용된 투기과열지구 지정, 대출규제 등의 규제를 완화해 규제로 인한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방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향후 계속되는 신도시 개발에서도 향후의 주택수요를 감안한 실시계획을 수립, 계획단계에서의 오류가 건설업체와 금융기관, 지방경기 등에 피해가 미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최저가 낙찰제 확대, 실적공사비 적용 확대 등 입·낙찰제도로 공공공사와 건설업체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으로 ‘Best Value’ 추구가 필요하다. 현재 추정가격 3백억원 이상 공사에 대한 최저가 낙찰제 확대 적용과 실적공사비 적산제도 적용 공종의 전체 공종의 50% 수준으로 확대 등에 따라 올해부터 공공공사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처럼 지방 건설경기 침체와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향후 최저가 낙찰제 대상 공사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따라서 저가심의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최저가 낙찰제 공사의 낙찰률은 예정가격 대비 60%대를 기록하고 있으므로, 실효성 있는 종합적인 입·낙찰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글·이재현 기자 / 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