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년월 : 2004년 6월호
부제목 : 대구 중앙로… 국내 첫 지정, 교통개선 기대

자가용의 생산과 보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해 자가용이 대중화 됨에 따라 여러가지 반작용이 발생하고 있고, 특히 도심지 도로교통의 혼잡과 교통사고, 보행공간의 악화, 그리고 소음이나 배기가스 등 환경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도시문제에 대한 해결책 중 하나로 세계 주요도시들은 보행자 전용몰(Pedestrian Mall)이나 대중교통전용지구(Transit Mall)를 지정해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미네아폴리스를 비롯해 총 13개 도시에서 시행중이며, 독일은 5개 도시, 프랑스는 7개 도시 등 현재 전세계 33개 도시에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지정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도 차량이 과밀한 도시현실을 고려해보면 이 제도의 도입이 외국도시들 보다 더욱 절실한 상태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건설교통부는 지난달 대중교통육성법(안)에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지정요건·지정절차·제한사항 필요한 사항을 포함시켜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대구광역시는 중앙로의 심각한 교통혼잡을 해결하기 위해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어떤 제도인가?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주로 도심 상업지구에 보행자 전용공간으로 이뤄진 쇼핑몰을 구성해 노면전차 또는 버스 등 노면을 주행하는 공공 교통수단을 도입한 공간을 의미하며,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지정된 곳은 자동차 진입이 금지됨으로써 대중교통의 원활한 운행이 확보되는 등 교통환경이 개선돼 쾌적한 보행자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가장 성공적인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평가받는 미국의 미네아폴리스의 경우 버스와 미니버스·택시만 운행을 허용하고 있고 S자형 굴곡 도로를 이용해 차량의 주행속도를 조절하고 있으며, 최장 10.8m의 보행공간을 마련해 놓고 있다.

법적 근거 마련해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그러나 현행법 체계상 ‘대중교통전용지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현재 ‘차없는 거리’나 ‘대중교통전용지구’에 대한 지정은 ‘도시교통정비촉진법’과 ‘도로교통법’을 부분적으로 적용하고 있어, 지자체의 자의적이고 행정편의주의적인 사업 시행이 우려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대중교통육성법(안)’에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에 필요한 사항을 포함시켜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현재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중에 있다. ‘대중교통육성법(안)’은 법제처 심사를 거쳐 내달 중 국회에 제출될 예정에 있어 법적 근거가 미약한 문제는 곧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후 상가매출 증가
대중교통 전용지구 지정을 통해 대중 교통 환경이 개선되고 보행공간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도심상가의 매출 변화는 고려해야만 할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중교통육성법(안)의 취지가 알려진 후 도심의 백화점·할인점·전문상가 등 대형 유통매장에서 크게 반발한 부분도, 대중교통 전용지구 지정으로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인식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국내에 조성된 ‘차없는 거리’와 해외의 대중교통 전용지구 사례를 살펴보면 오히려 매출액이 증가한 경우가 더 많다.
우선 국내의 경우 지난 2001년 ‘차없는 거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대구 동성지구 상가주인의 36.6%가 “매상이 올랐다”고 응답한 반면 “내렸다”는 응답은 6.7%에 불과하다. 서울 서대문구 명물거리의 경우도 보행환경 개선 이후 46%의 매출증가를 보였으며 거리 이용객은 8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사례에서도 켈리포니아·마이애미·코펜하겐 등의 도시에서 보행자 통행량은 48∼69% 증가했으며, 뮌헨·<JC6C9>른·뒤셀도르프·퀘백·빈 등지에서는 상점 매출액이 20∼40% 증가한 결과를 보였다. 이는 대중교통 전용지구 지정으로 자동차를 이용한 상거래가 감소하더라도 보행자의 체재시간 증가로 인해 상가 매출액은 오히려 상승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내년 9월, ‘대중교통전용지구’ 생긴다
법적 근거 문제 해결과 상가매출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 아래 대구광역시는 지난달 21일 반월당∼대구역 구간의 중앙로를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중앙로의 도로여건은 전체 노폭이 21.8∼22m로 차도는 왕복 4차선 14.6m, 인도는 양쪽이 각각 2.8∼3.3m 정도다. 현재 중앙로는 승용차를 기준으로 14.03Km/h의 평균 주행속도를 보이고 있고, 버스의 경우는 평균 주행속도가 10.75Km/h에 이르러 거의 막혀버리는 수준이다. 대구시는 심각한 교통혼잡을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통해 해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중앙로가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지정되면 버스와 택시만 통행이 가능하고 승용차는 진입이 전면 차단된다. 그러나 상가를 출입하는 화물차와 택시의 경우 별도의 진·출입 대책을 마련하며, 차량소통이 적은 야간이나 새벽시간에는 승용차도 통행을 허용하는 등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중앙로 차도는 왕복 4차선에서 2차선으로 축소되며 양측 인도가 차도 쪽으로 넓혀진다. 이와 함께 중앙로와 연결되는 도로에도 보행자 전용도로가 생겨나 보행환경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대구시는 특정 공휴일을 선정해 중앙로를 ‘차없는 거리’로 지정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대구시는 (주)다운도시교통연구소를 통해 내년 1월까지 ‘중앙로주변 교통처리대책 수립 용역’에 들어가 교통량 조사와 차량 통행속도 조사, 장래 교통수요 예측 등을 진단해 종합적인 개선대책을 수립하며, 특히 주변상권 활성화 방안도 함께 마련한다. 수립용역이 완료되면 시민공청회와 전문가 자문, 상가설명회, 경찰청 협의, 교통정책심의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전용지구 지정 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는 향후 추진계획을 밝혔다.
이런 절차와 함께 내년 3월 실시설계가 끝나면 차로를 축소하고 보도를 넓히는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며, 내년 9월 국내 첫 대중교통전용지구로 공식 지정될 예정이다. ▣
■글·김형민 기자 / hmkim@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