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목 : 편견을 넘어 보람과 긍지로 ‘똘똘’
부제목 : “여성의 섬세함으로 안전사고 예방을 책임지겠다!”
게재월 : 2003년 7월호

“안전은 내가 먼저! 좋아 - 좋아 - 좋아! 짝 - 짝 - 짝!” 아침 9시, 수원시 팔달구 매탄동 소재 한국승강기안전센타 중부지역본부(본부장 장기형) 사무실에서는 본부장의 안전구호 선창과 2열 종대로 선 검사원들의 우렁찬 복창과 박수소리로 힘찬 하루가 시작된다.
매일 이 시간이면 복장과 장비를 챙기며 검사현장으로 갈 준비로 분주한 모습은 검사기관이라면 어디서나 마찬가지지만 그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검사원 한 명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여성의 섬세함으로 승강기 안전사고 예방을 책임지겠다”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승강기 검사원, 한효영(韓孝英, 28, 사진)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1991년 승강기 법정 검사제도가 시행된 이래 국내 승강기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승강기 검사원에 입문하여 현재 한국승강기안전센타(이사장 장선식, www.kesc.or.kr, 이하 안전센타)에 근무하고 있는 그녀에게 남성들에게나 어울릴만한 안전모와 투박한 작업복이 이제는 더이상 낯설지 않는 듯 하다.
‘한 검사원’이란 호칭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녀는 전기·전자·기계·건축기술 등이 복합된 종합 시설물이며, 위험 직종으로 분류되는 승강기 검사 분야에 “웬 여성이냐”는 편견을 깨고 작년 6월부터 이 곳 안전센타 중부지역본부에서 인턴 검사원 수련기간을 거쳐 올해 1월부터 힘든 검사원 직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1남 3녀중 장녀로 본인의 생각을 존중한 부모님의 배려와 ‘로봇’에 대한 동경으로 1996년 출신학교인 전북대학교에 입학,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재학 중 실험실 내 센서를 이용한 소형 엘리베이터 시뮬레이션에서 카가 정지하는 것을 보고 매력을 느꼈다”는 한 검사원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승강기 산업의 발전전망과 승강기 안전의 중요성을 인식, 곧바로 승강기 관련 자격증에 도전했다. 학교를 휴학하고 전주에서 대구로 승강기 기사자격 취득을 위해 학원에 다닐 정도로 그녀의 열성과 배짱은 작년 안전센타 입사지원때도 인정돼 장선식 이사장을 비롯한 간부들도 흔쾌히 채용결정을 내릴 정도였다. 안전센타로서는 일단의 모험을 과감하게 수용한 것이다.
이렇게 승강기와 연을 맺게 된 한 검사원이 처음 검사현장에 등장했을 때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다소 신기한 듯 바라볼 정도였지만 이제는 호감을 가지고 문의하는 경우도 많다. 관리주체나 보수업체 직원들도 “여성이라서 힘들고 약하다”는 인식에서 “섬세하게 검사업무에 임하는 모습이 보기좋다”는 반응이다.
같은 직장의 선배동료들에게 현장 실무 경험을 배우면서 항상 기술서적을 끼고 적극적인 배움의 자세를 견지하는 그녀이기에 주위로부터 칭찬도 많이 듣는다. 또한 그녀 자신도 남자들만의 성역같이 여겨지는 기계분야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최초의 여성 검사원’이라는 긍지가 대단하다.
“이제는 카 상부에서 승강로를 보았을 때나, 피트에 들어가도 무섭기는커녕 승강기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생각에 보람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한 검사원이기에 “검사원 직을 평생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의지도 강하다.
요즘 한 검사원은 얼마전 분당 모 빌딩에서 발생한 자동차용 엘리베이터에서 발생한 초등생 추락사고를 사례로 삼아 검사현장 마다 관리주체들에게 안전사고 예방에 주의를 환기시키는 데 열중이다. 남성들도 3D라고 기피하는 승강기 분야지만 “자기 일에 보람을 느낀다면 3D가 문제가 안된다”며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그녀의 마음가짐이 당차다. 안전센타 본부 관계자도 “한효영 검사원이 섬세하고, 친절하며 적극적인 자세로 검사업무에 임해 선배 검사원은 물론 승강기 관리주체로부터 칭찬이 대단하다”며, “한 검사원을 계기로 여성 검사원을 적극적으로 모집하고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승강기 분야에서의 여성 전문인력이 더 많이 배출되길 기대해본다(문의 : 031-214-8100).
■대담·박대성 기자 / dspark@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