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유료화 정책·주차빌딩 건설, ‘시민편의’ 고려돼야
게재월 : 2002년 12월호

유럽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고 주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네덜란드는 현재 서울시와 자매결연을 맺어 상호간의 교류가 점차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암스테르담은 13세기 한 어민이 강가에 둑을 설치하고 정착하게 되면서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도시 이름도 ‘중앙을 흐르는 강’이라는 ‘Amstel’과 둑의 의미인 ‘Dam’의 합성어로 이루어져 있다.
부챗살 모양으로 구성된 도시형태는 주택지역과 운하가 거미줄처럼 놓여있고 운하를 사이에 두고 주택가 모든 도로가 일방통행으로 조성되어 있다. 시내의 주택은 16~18세기에 건축된 4, 5층 규모로 건축자재는 대부분 석회암을 사용하여 건축한 것이다. 시내는 대중교통체계가 잘 구성되어 있고 시내 도로는 전차를 주로 이용하고 있으며, 외곽지역으로 이동할 때는 지하철을 이용하며 시민들은 잘 갖춰진 자전거 도로로 단거리 이동을 하고 있다.

90년 초 차량급증, 주차정책 시행 시작
암스테르담 시가지 주택은 대부분 18세기 이전에 건축된 것이기 때문에 주택 내 설치된 부설 주차장의 개념 자체가 없다.
따라서 주택의 신축이 어렵고 도심에서의 주택 부설 주차장 추가확보 또한 어려운 실정이다. 자동차의 증가추세는 멈추지 않고 있는데다 외곽지역에서 Ring(순환고속도로)을 따라 시내 중심부로 진입하는 차량과 관광객의 차량이 주차문제를 가중시키는 또다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암스테르담은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별도의 주차시설 설치를 하지 않았으나, 자동차가 급증한 1990년대 초부터 주택가 주차문제가 대두, 주차단속 및 주차요금 징수제도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주차문제 해소를 위해 암스테르담은 해수면보다 낮은 시의 특성상 10년 전부터 시내의 모든 도로를 일방통행화하고 도로의 여유공간을 노상 주차장으로 만들어 대처했으나, 주민의 반대여론과 법령의 미비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도심부 노상주차장의 주차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신청 후 3년 이상 기다려야 하고 기다리는 동안 공영 노상주차장 주차요금보다 10배나 비싼 민영 주차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불평등한 부분들도 노출되어 있었다.
시는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시내교통을 원활히 한다는 차원에서, 경제활동에 필요한 차량만 시내에 진입하도록 하고 자가용 승용차량은 시내진입을 억제하는 ‘주차수요관리시책’을 추진했다.
먼저 교통관련 정책의 우선순위를 대중교통의 활성화에 두고, 최근 3호선 지하철을 개통하는 등 대중교통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주차요금정책으로 시내 전역을 5개 급지로 구분, 도심지역은 주차요금을 비싸게 변두리 외곽지역은 저렴하게 운영하고, 환승 주차장에서는 지하철의 무료 승차권을 교부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가용 승용차의 도심진입을 억제하고 있다.
도심에서는 건축물 신축시 인구 10명당 주차구획을 1대 이내로 설치하도록 하고 기타지역은 인구 5명당 1대를 설치하는 주차상한제의 실시와 함께 주차위반 차량의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위반차량을 단속하거나 벌금부과를 경찰에서 담당했으나, 현재는 주차구획관리 및 주차위반차량의 단속활동, 견인 등 주차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Stadstoezicht(주차계획관리공사)’에서 약 7백명의 단속원이 주차단속활동을 하고있다.

부정주차 차량, 높은 벌금·족쇄 채우기
네덜란드에서는 일반적으로 주정차 금지장소에 주차한 불법주차 차량과 주차구획 내에서 주차요금을 납부하지 않거나 납부한 주차요금의 시간을 초과하여 주차한 경우, 그리고 지정주차구획(화물조업 주차구획, 장애인 주차구획 등)에 주차한 경우 등은 부정주차 차량으로 구분하여 벌과금을 부과, 견인, 족쇄 채우기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
불법주차 차량인 경우에는 위반 정도에 따라 90~140길더(약 4만6천원~7만2천원)의 벌금이 부과되며 7일 이내에 납부하지 않으면 3배에 해당하는 가산금이 부과된다. 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불법주차로 인해 견인될 경우에는 과태료 90~140길더에 견인비용 5백길더 등 6백길더(30만4천원~33만2천원) 이상의 벌금이 부과되며, 7일 이상 찾아가지 않으면 1천8백길더(약 92만원)의 보관비용과 3배에 해당하는 과태료 등이 추가된다.
2000년도 기준으로 암스테르담에서 단속된 차량은 총 83만대로 이 중에서 견인된 차량은 1만3천1백7대이며 견인된 차량 중 외국차량이 6천6백여대, 내국차량이 6천4백여대다. 견인된 차량은 보관소에서 통상적으로 2개월을 보관한 후 매각처분되는데 국내차량의 경우에는 4개월까지 보관하기도 한다.
암스테르담의 노상 주차구획은 사용허가를 받은 거주자(월 33길더 ; 1만8천원/월)와 상근자(월 60길더 ; 3만4천원/월)에게 분기별로 사용료를 징수하고 있으며, 외부차량은 시간주차권을 구입하여 주차할 수 있는데 10분 단위로 5길더의 요금을 징수하고 있어 장시간 주차는 어렵다.
또한 외부진입 차량의 운전자가 주차구획을 부정사용할 경우에는 바퀴에 자물쇠를 채우고 시간에 따라 30~50배의 주차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시내의 주택은 대부분 1층은 상가, 2~5층은 주택으로 되어 있어 화물차량의 조업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별도의 주차구획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정차량의 주차구획을 ‘×’로 표시하여 미지정 차량이 주차할 경우에는 단속대상이 되고 있다.

6개소 환승주차장, 제 역할 다 못해
시는 도심으로의 승용차 진입 억제를 위해 외곽지역에 6개소의 환승 주차장을 설치운영하고 있지만, 이용률은 매우 저조한 편이다. 또한 당초에 목적한 환승시설로서의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고 있으며, 주변의 업무용 빌딩의 주차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등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이는 승용차로 Ring(순환고속도로)을 이용할 경우 도심까지 진입하는 시간이 20~30분밖에 소요되지 않고 고속도로 이용료라든가 혼잡통행료 등의 제도가 없기 때문에 환승시설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예로 암스테르담 외곽 업무지구(도시개발지구)에 있는 아이작(Aijak) 축구경기장 아래 위치한 3층 규모의 아레나(Arena) 환승 주차장은, 총 건설비용 2천2백만 달러(약 2백86억원)를 투입하여 2천면의 주차구획을 건설한 것으로, 1면당 건설 1만1천 달러(1천4백30만원)로 국내에서 건설하는 주차장 건설비의 약 35%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또한 주차시설의 특성상 축구 경기장의 부설 주차장을 겸하고 있어 대부분의 경기를 직장인의 퇴근 시간대에 개최하는 등 주변 지역에 출퇴근하는 차량들과의 입출차로 인한 불편을 방지하고 있다. 그러나 환승기능을 다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운영상에도 적자를 면치 못해 시의회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변 도시개발구역 내 건축하는 부설 주차장의 규모를 축소하고 부설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환승 주차장을 이용할 경우 지하철 승차권을 무료로 지급하는 방안 등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전체 주차구획 2천면 중에서 1천3백면을 부설 주차장으로 사용하도록 해 지역 내 업무용 빌딩의 상근자가 활용하고 있으나, 관할 구청에서는 환승기능이 약화되거나 관련법규상의 문제점을 들어 “더 이상의 확대는 곤란하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환승객들의 주차장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주차 후 시내로 진입하는 정기 출근자에게는 대중교통의 무료 승차권을 주는데 3명 이하일 경우에는 최고 2매까지 무상지급함으로써 주차요금 12길더를 보상(2매를 지급받을 경우, 주차료는 대중교통 이용액이 주차요금과 맞먹는 수준이라 함)해주고 있다.
또한 환승 주차장에 주차하고 지하철 역까지의 거리(약 400m)는 걸어서 5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환승객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각종 정책적 배려에도 불구하고 환승 이용자가 증가하지 않아 원래 설치목적인 ‘Park and Ride’ 기능이 원활하게 수행되지 못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Gonny Van Oudennallen 시의원, “유료화 정책, 시민편의가 우선되어야”
1990년대에 들어 자가용 승용차가 증가하면서 무단주차로 인한 교통장애나 사고 등이 유발, 누상 주차구획 설치와 주차장 건설 등의 사업이 추진됐다. 초기에는 주차문제가 심각한 중심가 지역을 위주로 추진, 유료화에 따른 주차요금을 17길더(현재는 33길더)로 책정했다. 유료화에 따른 시민부담 문제 등으로 어려움이 있었으나 거의 대부분의 유럽 대도시가 이와같은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에 진행이 가능했다.
시는 “올해에는 외곽지역의 주차구획을 대상으로 유료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외부 방문자들이 시 외곽지역 이면도로에 무단주차를 하고 시내 중심가로 진입하는 등 아직도 외곽지역에 거주하는 주택가 주민들이 주차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함께 시내 중심가에서 야간 11시까지 주차요금을 징수하도록 하고 외곽지역의 경우에는 기존의 야간에 무료운영되던 것과는 달리 주차가 어려운 곳부터 점차 야간주차도 유료화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시내 주차구획의 유료화 이후 시민들에게 일어난 변화에 대해 Oudennallen 시의원은 다음과 같이 6가지로 열거했다.
첫째로 외곽지역에 거주하는 간호사들이 시내로 오기 위해서는 비싼 주차요금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시내병원이나 노인복지시설에 근무하기를 기피하고 있으며, 둘째, 목수나 토목인부 가 시내에서 작업할 경우에는 주차요금의 부담분까지 추가로 요구하는 등 시 외곽지역에서보다 인건비를 비싸게 요구하고 있다.
셋째, 일부 주민들이 생일파티에 친척들을 초대할 경우 주차요금을 대신 납부해 주는 새로운 풍습이 등장하고 있으며, 넷째, 기존에는 시 외곽에 사는 자녀들이 시내에 거주하는 부모를 주 2~3회 이상 방문했는데 현재는 방문횟수가 줄어들고 때로는 부모를 모시고 시 외곽으로 나가는 경우도 늘어났다.
다섯째로는 시내 주차문제로 인해 최근에는 외곽지역 주택 임대료가 상승하는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으며, 여섯째, 시 정부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65세 이상의 노인을 방문하는 자녀들에게는 주차요금을 50% 할인해주는 방안을 시행했다. 그러나 실효성이 적어 현재는 일요일 낮 12시 이전까지는 무상으로 운영, 자녀들이 이 시간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Oudennallen 시의원은 또 유료화 시행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으로, 먼저 시내 거주자는 부유층이거나 차가 없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는 것과 시내에서 거주자 주차구획의 사용권을 얻기 위해서는 3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므로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고 싶어도 그냥 거주하는 경우가 발생되고 있다는 것을 꼽았다.
또한 중심가 전체적으로 8천구획의 주차면이 필요하지만 약 5천면의 주차구획이 부족하여 거주지 주차허가를 받지못한 사람들은 매달 5백길더(노상 주차장의 15배)의 주차요금을 납부하고 민영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므로 주민들의 부담이 크다는 것도 지적했다. Oudennallen 시의원은 마지막으로 “주차요금 징수제도는 시정부의 수입보다는 시민들의 편의를 먼저 고려해 시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암스테르담 시에서는 외곽지역 유료화 이 외에도 주거지 주차문제 해결을 위해 몇 개소의 유휴공지나 시내 중심지인 중앙역 부근에 주차빌딩(승강기 슬라이드식)을 건설(암스테르담에서는 주차장은 모두 주차빌딩으로 건설하고 있음)하고 있으며 주택가의 적정지역마다의 주차장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이 주차빌딩을 혐오시설로 생각하여 반대하고 있고 일부 시의원들도 이해부족으로 최근 4년동안이나 주차장 건설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향후에는 주차빌딩이 신속히 건설되어 현재 중심가에서 비싼 임대료와 높은 주차요금을 징수하고 있는 시민들의 편의를 증진시켜야 할 것이다.■글·정리 : 신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