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안전기준 안지켜도 속수무책, “사고사례 수집체계 정비하고 제도개선하라!”
게재월 : 2003년 1월호

최근 몇 년간 급속히 증가한 백화점·대형할인점·대형쇼핑몰·지하철역 등에 설치·운행 중인 에스컬레이터 및 무빙워크의 안전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한 소비자 보호단체에 의해 제기됨에 따라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건물의 대형화와 대형할인점의 증가, 특히 건물 내 많은 사람들이 뒤엉키는 등의 불편을 해소하고 체적의 교통수요를 실현시킬 수 있는 설계기법의 도입으로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의 설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미 90년대 초 ‘승강기제조및관리에관한법(이하 승관법)’이 시행되면서부터 승강기에 대한 안전관리가 강화되고 있지만 에스컬레이터나 무빙워크 관련 안전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
지난해 4월 서울 송파구 소재의 한 지하철 역사에서는 어린이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하강하던 중 맨앞에 있던 어린이가 하강구의 콤에 걸려 넘어지자 뒤에서 내려오던 다른 어린이들이 연속적으로 넘어져 1명이 중상, 6명이 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같은 달 같은 지역 내의 한 유원시설에서도 단체 관람중인 할머니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상승하던 중 할머니 한 분이 상부 승강장 부근에서 몸의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지면서 뒤따라 오던 할머니들이 연쇄적으로 넘어져 4명이 중상을, 3명이 경상을 입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8월에도 동일 지역 내 한 지하철 역사에서 78세의 한 할머니가 혼자 에스컬레이터에 탑승하여 상승하던 중 오른쪽 핸드레일의 구동상태 이상으로 중심을 잃고 넘어져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년 한 해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원장 박문수, www.kesi.or.kr, 이하 관리원)에서 집계한 전체 승강기 사고는 총 12건. 이 중 에스컬레이터 사고가 3건 일어났으며, 3건 모두 같은 지역 내에서 발생했다. 비슷한 내용의 사고도 한 달 새 연이어 발생했다.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대충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닐 듯 싶다. 적어도 이 정도면 이 지역 내 승강기의 사후관리는 거의 안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또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는 어디까지나 인명손실이 발생했을 경우에만 집계되는 수치일 뿐이며, 실제 경미한 사고 및 고장은 수치로 따질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사고 위험률도 해가 갈수록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렇듯 사고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승강기 검사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도 별다른 법적 제재 조치가 거의 없는 실정이고, 관련 사고발생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10세 이하의 어린이들이라 보호자들의 각별한 주의도 요구되는 등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사실 이런 상황인식은 일찍부터 제기된 바 있음에도 고쳐지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적절한 시기에 맞춰 한국소비자보호원(원장 최규학, www.cpb.or.kr, 이하 소보원)이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 지역의 다중 이용 시설물 40개소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 총 2백 대에 대한 안전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의 대부분이 관련 검사기준을 준수하고 있지 않고 유지·관리가 미흡하여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된다”고 구랍 11일 발표, 긴장감을 더했다.
KBS 한국방송공사를 비롯한 여타 공중파 방송사들도 소보원의 발표에 발맞춰 적잖은 반향을 불러올 정도로 보도에 열을 올렸으나 본질적인 부분은 내버려두고 현상적인 부분만 짚고 넘어가는 정도에서 마무리를 짓는데 그쳤을 뿐이었다.
비행기와 로켓을 제외하고 인류가 가진 유일한 수직운송 수단이란 특수성과 산업구조 차원에서 ‘제조-설치-보수-관리-이용’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꿰뚫지 않고는 승강기 분야에 더 깊이 파고들수록 취재의 방향을 잡기가 힘든 탓도 있겠지만 과감하게 달려들어 심층취재를 해본들 결론은 지난 10년의 구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는 승강기를 자동차와 같은 평범한 운송 및 수송수단으로 보지 않고 가끔 오이도 추락사고와 같이 끔찍한 사고를 불러오는 특별한 ‘괴물기계’ 쯤으로 인식하면서도 평소에는 자동차 사고 다발에 비해 인명피해가 극히 적어 무신경함에서 비롯된 이중적 잣대 때문이다.
물론 승강기 분야 내부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승강기의 안전지킴이를 표방하고 있는 검사기관만 해도 4개, 관련 협회 및 조합 내 회원사만 수 백개에 달하는 데도 이들의 목소리는 언론을 통해 엔드유저라 할 수 있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현실도 개탄스럽다”고까지 말한다.
실제 지난 2000년 국내 승강기 검사기관 중 가장 규모가 있는 관리원이 기술표준원으로부터 의뢰받아 수행한 조사연구 용역본 ‘에스컬레이터 사고유형 조사분석 및 안전성 평가’에 대한 보고서 내용도 소보원이 이번에 발표한 내용과 궤를 거의 같이 했다. “일반 승강기보다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무려 4배나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사고보고 체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제도개선책을 내놨으나 파급력은 그다지 크지 못했다.
아니, 국민들은 커녕 정작 연구용역을 의뢰한 정부기관조차도 관리원이 제기한 안전기준 보완 및 개선안과 사고보고 및 조사체계의 보완점들을 2년이 넘도록 제대로 조치하지 못했다.
결코 짧지 않은 2년 동안 사고가 줄어들었으면 몰라도 오히려 늘고 있음이 이번 소보원 발표로 명확해진 만큼 “국민혈세만 낭비한 꼴이 아니냐”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소보원의 조사보고는 소비자 입장에서 시행됐다는 것과 다시 한번 관련 사고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렸다는 데 의의를 둘 수 있다.
소보원은 이미 지난 1996년에도 전국 43개소 건물의 에스컬레이터 3백69대를 대상으로 현장 실태조사 및 사고 사례조사를 통해 ‘에스컬레이터 안전장치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다음은 소보원이 이번에 발표한 내용과 관리원 및 본지 취재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일반 현황 및 조사개요

설치율 대비 사고율, 상대적으로 높아
관리원 홈페이지에 등록된 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의 설치현황은 2002년 6월 말 현재로 총 1만27대로 승객용과 화물용을 포함한 승강기 전체의 4.6%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보원은 연도별 설치현황으로 지난 2000년에 가장 많은 1천7백58대가 설치됐으며, 이듬해인 2001년 1천1백79대 등의 순이며, 전체 설치대수의 32.8%가 2000년 이후에 설치된 것으로 발표했다.
1980년대 들어 국내 에스컬레이터 설치가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한 이래 1995년 이전까지만 해도 전국에 3천2백 여 대(32.5%) 수준이었지만 7년 새 무려 2배 이상(67.5%) 설치된 것을 알 수 있다.
1996년과 1997년에 각각 1천 대 수준으로 증가하다 IMF를 정점으로 1998년과 1999년에 각각 6백97대, 7백9대로 다소 주춤거리기는 했으나 2000년부터 다시 1천 대가 넘는 대규모 물량이 공급됐다. 이는 IMF 이후 국내 토종 대형할인점 외에도 월마트, 까르푸 등의 외국계 대형할인점들이 대거 국내에 진입함에 따른 물량증가 현상으로 분석된다.
전체 승강기 설치·운행대수가 21만7천3백 여 대로 증가한 만큼 사고도 빈번하게 늘고 있다. 1993년부터 이 시기까지 발생한 안전사고는 총 1백83건, 이 중에 34건이 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에서 일어났다.
다른 승강기에 비해 4.6%에 불과한 설치물량이지만 사고율은 18.5%를 웃돌아 에스컬레이터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방증하고 있다.
그밖에 지역별로는 서울이 34.4%로 가장 많이 설치돼 있으며, 경기도 19.7%, 부산 10.1%, 인천 7.3% 등의 순으로 집계됐고, 건물별로는 백화점·대형할인점·대형쇼핑몰 등 판매 영업용도의 건물에 대부분인 73.2%가 설치돼 있으며, 다음으로 근린생활 용도 7.0%, 업무시설 6.0%, 숙박시설 2.0% 등으로 순으로 나타났다.
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 생산현황은 2002년 9월 말 현재 LG 오티스와 현대엘리베이터, 동양에레베이터 3개 회사에서 전체의 약 92.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3개사를 합쳐 연도별로 보면 2000년에 1천2백70대, 2001년 1천1백3대, 2002년 7백9대를 생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보원 사고 접수사례만 1백22건
최근 3년간 소보원에 접수된 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 관련 소비자 상담 및 안전사고 사례만도 총 1백22건에 달할 정도로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백화점·대형할인점·대형쇼핑몰·지하철역 등 다중 이용 시설물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에서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서울시 소방방재본부(fire.seoul.go.kr)에서 발표한 2001년 어린이 안전사고 중 에스컬레이터 등 승강기 사고는 2000년 80건, 2001년 1백60건으로 무려 두 배가 증가했으며, 이 중 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 관련 사고는 대부분이 백화점·대형쇼핑몰 등 다중 이용 시설물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소보원은 소비자들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소보원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3달에 걸쳐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 지역의 다중 이용 시설 40개소에 설치된 2백대(개소별 5대)의 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를 대상으로 설치실태 및 관련기준 준수실태 조사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 설치실태
또한 최근 3년간 소보원에 접수된 안전사고 1백22건 중 소비자와 연락이 가능한 77건에 대해 사고장소, 성별, 연령, 상해부위 등으로 사례분석해 발표했다.
소보원이 조사한 40개소 2백대의 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 설치 실태를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조사대상 시설물 중 에스컬레이터의 수가 11~20대가 16개소(40%)로 가장 많았고, 설치년도도 2000년이 10개소(25%)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사 중 가장 많이 설치한 회사는 LG 오티스로 전체의 52.5%(21개소)이며, 보수업체 역시 LG 오티스로 55.0%(22개소)로 가장 많은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소보원이 조사한 대상 시설의 설치실태를 간략표기한 내용이다.
[설치대수]‘11~20대’ 40.0%(16개소) ▷ ‘21~30대’ 27.5%(11개소) ▷ ‘31~40대’ 15.0%(6개소) ▷ ‘41대 이상’ 12.5%(5개소) ▷ ‘10대 이하’ 5.0%(2개소). [설치년도]‘2000년’ 25.0%(10개소) ▷ ‘1997년’ 15.0%(6개소) ▷ ‘1991년 이전’·‘1998년’·‘2001년’ 각각 12.5%(5개소) ▷ ‘1996년’ 7.5%(3개소) ▷ ‘1993년’·‘1994년’·‘1995년’ 각각 5.0%(2개소). <0A163>제조회사<0A164>‘LG 오티스 엘리베이터’ 52.5%(21개소) ▷ ‘현대엘리베이터’ 17.5%(7개소) ▷ ‘LG산전’ 10.0%(4개소) ▷ ‘동양에레베이터’ 7.5%(3개소) ▷ ‘오티스(미)’ 5.0%(2개소) ▷ ‘금성기전’·‘신영전기’·‘쉰들러’ 2.5%(각 1개소). [보수업체]▷ ‘LG 오티스’ 55.0%(22개소) ▷ ‘현대엘리베이터’ 15.0%(6개소) ▷ ‘동양에레베이터’ 7.5%(3개소) ▷ ‘경동엘리베이터’·‘코오롱엘리베이터’ 5.0%(각 2개소) ▷ ‘대천서비스’·‘미래산업승강기’·‘승원엘리베이터’·‘태성에스컬레이터’·‘한국우정엘리베이터’ 2.5%(각 1개소).

관련 법. 기준 준수실태

검사기준 미준수, 안전사고 발생 우려
소보원의 조사결과 조사대상의 60.6%가 끼임사고 방지용 스위치 미작동하거나 어린이에 대한 보호조치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의 대부분이 관련 검사기준을 준수하고 있지 않아도 법적 제재를 가할 근거가 없으며, 유지·관리도 미흡해 심각한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된다.
■승강장 및 방화셔터 주변 장애물 방치 : 소보원 조사결과 조사대상 40개 시설물 중 판매영업 시설물 33개소의 ‘60.6%(20개소)’에서 승강장 주변에 가판대 및 의류 진열대 등을 방치하여 이용자들끼리 부딪히거나 걸려 넘어질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한, 소보원 조사결과 화재 발생시 화염 확산방지와 비상계단으로서의 기능을 위해 방화셔터와 에스컬레이터는 연동하게 되어 있어 방화셔터가 내려올 때 에스컬레이터의 작동은 멈추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연동장치가 설치된 33개 시설물 중 30.3%(10개소)가 방화셔터가 내려오는 곳에 가판대 등이 방치되어 있어 방화셔터의 작동에 지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보원에 따르면 승강장 주변에 장애물이 가장 많이 방치돼 있는 곳은 ‘백화점’으로 12개 시설물 중 83.3%(10개소)로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대형쇼핑몰’이 14개 시설 중 57.1%(8개소), ‘대형할인점’은 7개 시설 중 28.6%(2개소)로 조사됐다. 또, 방화셔터 작동에 지장을 많이 주는 시설은 ‘대형쇼핑몰’로 14개 시설 중 42.9%(6개소)로 많고 다음으로 ‘백화점’이 12개 시설 중 33.3%(4개소)로 나타났다.
■추락방지 시설물 등 안전구조 미흡 : 에스컬레이터 좌우측 난간 너머로 이용자가 추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선반 또는 낙하 방지망을 설치해야 한다. 소보원의 조사대상 40개 시설물 중 75.0%(30개소)는 해당 시설물을 설치해놓고 있지만 나머지 25.0%(10개소)는 “건물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람이나 물건이 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의 각 부분에 끼이거나 부딪히는 일이 없도록 안전한 구조로 되어 있어야 함에도 조사대상 40개 시설 중 32.5%(13개소)의 시설에서 에스컬레이터 주변 또는 교차 부분에 끼일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대형할인점’은 7개 시설 중 71.4%(5개소)가 안전하지 않은 구조로 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사례를 보면 2000년과 2001년에 각각 10세 남자 어린이와 6세 여자 어린이가 대형할인점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를 이용하던 중 난간과 철재빔 사이에 공간이 넓어 종아리와 허벅지가 스치면서 화상을 입거나, 무빙워크 교차부분에 끼어 외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주변 보호조치 및 주의표시 미흡 : 검사기준 상 핸드레일 외측끝단에서 수평으로 0.5m 이내 및 디딤판에서 높이 2.1m 이내에 기둥이나 보 등이 있거나 건축물 천장부 또는 측면부 등에 요철부분이 있는 경우에는 승객이 다치지 않도록 스폰지와 같이 신축성 있는 재료로 보호조치를 하고 주의표시를 하게끔 되어 있다. 그러나 소보원 조사대상 40개 시설물 중 67.5%(27개소)가 주변 건축물이나 구조물에 보호조치와 주의표시가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호조치가 가장 미흡한 곳은 ‘백화점’으로 12개 시설 중 83.3%(10개소)가 날카로운 모서리가 있는 벽면 광고물, 건축물 측면부 등에 보호조치가 되어 있지 않았으며, 그 다음이 ‘대형할인점’으로 7개 시설 중 71.4(5개소), ‘공항·터미널’이 3개 시설 중 66.7%(2개소), ‘대형쇼핑몰’이 14개 시설 중 64.3%(9개소), ‘지하철역’이 4개 시설 중 25.0%(1개소)로 미흡한 것으로 분류됐다.
스커트 가드와의 사이에 강하 끼였을 때 끼인 물체가 승강장에 도달하기 전 디딤판의 승강을 자동적으로 정지시키는 스커트 가드 스위치를 상하부 좌우측에 각각 1개소 이상 설치하도록 되어 있지만 조사대상 중 33개 시설물 중 60.6%(20개소)가 스커트 가드 스위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이 중 ‘대형쇼핑몰’은 71.4%(10개소)가, ‘공항·터미널’ 66.7%(2개소), ‘백화점’ 53.3%(7개소), ‘지하철역’ 25.0%(1개소)의 순으로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디딤판의 정지거리 초과 및 미달 : 사람 또는 물건이 끼이거나 비상정지시 일정한 거리를 두어 탑승자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0.1m 이상 0.6m 이하로 디딤판의 정지거리를 두고 있지만, 디딤판의 정지거리가 초과하거나 미달되는 곳은 12.5%(5개소)로, 이 중 기준을 초과하여 최대 87cm에서 정지하거나 기준에 미달되어 최소 6cm에서 급정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커트 가드 틈새 : 에스컬레이터의 디딤판과 스커트 가드 사이에 끼이는 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 검사기준에는 일정 간격을 두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준수하지 않는 시설이 27.5%(11개소)에 이르고 있다. 이 중 ‘대형할인점’은 조사대상 시설물 7개소 중 57.2%(4개소)나 검사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핸드레일 인입구 스위치 작동상태 : 사람 또는 물건이 핸드레일 인입구에 끼었을 때 디딤판의 승강을 자동 정지시키는 핸드레일 인입구 스위치 작동상태는 조사대상의 75.0%(30개소)가 작동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25.0%(10개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 중 ‘지하철역’은 75.0%(3개소)가, ‘공항·터미널’ 66.7%(2개소), ‘대형쇼핑몰’ 28.6%(4개소), ‘백화점’ 8.3%(1개소) 순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디딤판과 콤의 빗살 파손 : 승강장에서 물체가 쉽게 끼어 들어가지 않도록 디딤판과 콤의 빗살이 파손된 경우는 이를 즉시 조치해야 하나 그대로 방치된 곳이 72.5%(29개소)에 달했다. 이 중 디딤판은 55.0%(22개소)에서, 콤은 50.0%(20개소)에서 파손된 상태로 운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하철역’의 경우 디딤판과 콤의 빗살은 조사대상 시설 모두가 일부 에스컬레이터에서 파손된 상태로 운행중이었다.
디딤판의 경우 ‘지하철역’이 100.0%(4개소), ‘공항·터미널’ 66.7%(2개소), ‘대형쇼핑몰’과 ‘백화점’이 각각 50.0%(7개소, 6개소), ‘대형할인점’ 42.9%(3개소)가 파손된 채로 운행되고 있었으며, 콤은 ‘지하철역’이 100.0%(4개소), ‘백화점’ 58.3%(7개소), ‘대형쇼핑몰’ 57.1%(8개소), ‘공항·터미널’ 33.3%(1개소) 순으로 나타났다.
■삼각부 보호대 설치 불량 : 난간부와 교차하는 건축물의 천장부 또는 측면부 등으로 생기는 삼각부에 사람의 머리 등 신체의 일부가 끼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삼각부 보호대와 삼각부 보호대와의 충돌을 경고하기 위한 비고정식 안전 보호판의 설치도 제대로 안 된 곳이 많다. 소보원에 의하면 삼각부 보호대가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불량한 곳은 17.5%(7개소), 비고정식 안전 보호판은 30.0%(12개소)의 시설에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불량한 것으로 소보원의 조사로 드러났다.
■이용 안내방송 미실시 : 이번 조사대상 대부분인 72.5%(29개소)가 에스컬레이터 이용 안내방송을 실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조사대상에서 ‘지하철역’ 4개소와 ‘대형쇼핑몰’ 14개소는 건물 전체에 안내방송을 하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어 충격을 주고 있다.
■주의 표지판 부착 기준 부적합 : 탑승객의 안전을 위해 에스컬레이터 안전수칙을 국문으로 읽기 쉽게 표기하거나 크기 80mm × 80mm 이상의 그림으로 주의 표지판을 부착토록 되어 있지만, 조사대상 40개 시설 중 80.0(32개소)에서 관련 기준보다 크기가 작은 그림을 부착했거나, 관련 기준에 부적합한 주의 표지판을 부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주의 표지판을 부착한 ‘지하철역’의 경우에도 모두 기준에 부적합한 주의 표지판을 부착하고 있으며, ‘대형쇼핑몰’은 85.7%(12개소), ‘백화점’은 83.3%(10개소)가 기준에 부적합한 주의 표지판을 부착한 채 운행되고 있다.
■운행관리자 선임 : ‘승강기 검사 및 관리에 관한 요령’ 제17조에 “관리주체는 운행관리자를 선임하여 당해 승강기를 관리하도록 하여야 하며, 승강기 운행 중 수시 순회하여 운행의 지장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음에도 소보원의 조사대상 시설 중 3곳의 경우 운행관리자가 선임되어 있지도 않았으며, 할인매장 한 곳의 경우는 운행관리자 1명만 선임되어 교대 근무시 상주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사고 발생건수 : 조사대상 시설물에서 최근 3년간(2000~2002년 6월 말) 발생한 안전사고 건수는 총 50건으로 2000년에 9건, 2001년 20건, 2002년 21건으로 나타나 매년 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생한 사고가 82.0%(41건)이었으며, 무빙워크 사고는 18.0%(9건)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사고사계 분석

넘어지거나 끼임에 의한 사고 가장 많아
지난 2000년부터 2002년 6월까지 3년간 소보원에 접수된 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 관련 소비자 안전사고는 총 1백22건에 달하고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 중 소보원이 소비자와 연락 가능한 77건에 대해 사고장소, 성별, 상해부위, 상해유형, 상해원인을 전화로 조사한 결과 에스컬레이터 관련 안전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백화점’으로 32.4%(25건)이었으며, 다음으로 ‘대형할인점’ 27.3%(21건), ‘지하철역’ 18.2%(14건), ‘대형쇼핑몰’ 16.9%(13건) 등의 순으로 나타나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물 전반에 걸쳐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성별로는 여성(57.1%, 44건)이 남성(42.9%, 33건)보다 상대적으로 안전사고 발생빈도가 높고, 연령별로는 10세 이하의 어린이 안전사고가 전체 사례 중 59.7%(46건)를 차지해 이들에 대한 보호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상해부위도 다리(발)가 26.0%(20건)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손(팔) 18.1%(14건), 얼굴 15.6%(12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상해유형도 열상(찢어짐)이 37.6%(29건)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좌상(타박상) 28.6%(22건), 절상(베임) 19.5%(15건) 등의 순이었다.
특히, 상해를 입은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이용자들이 핸드레일을 잡고 있지 않아 넘어지면서’가 33.7%(26건)를 차지했으며, 다음으로 ‘신체의 일부가 끼여서’ 28.6%(22건), ‘기계의 작동 중지 또는 시설물의 관리미흡으로 인해서’, ‘옷이나 운동화 끈이 끼여서’가 각각 14.3%(11건) 등으로 분석됐다.

문제점 및 개선방안

“승강기 자체관리 제대로 안되고 있다”
소보원측은 조사보고를 발표하면서 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의 완성 및 정기 검사 강화, 검사기준의 개정, 안전사고 사례 수집 체계의 정비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관계기관의 제도개선을 촉구하고 아울러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이용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해 7월 1일 이후 PL법 시행으로 설계 및 제조상 결함으로 인한 사고뿐 아니라 주의·경고 미흡으로 인한 사고도 제조자 등의 책임이 강화된 상태이지만 이번 소보원 조사결과 대상 시설물 중 67.45%(27개소)가 에스컬레이터 주변 건축물이나 구조물에 보호조치와 주의표시가 미흡하거나 아예 조치조차 않은 상태였다.
특히, 조사대상 시설물 중 32.5%(13개)가 에스컬레이터 주변 또는 교차부분에 끼일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0세 이하 어린이 사고가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해 승강기 주변의 난간이나 구조물 등의 안전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소보원은 강조했다. 따라서 추락사고, 끼임사고, 충돌사고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검사기관에서 완성검사시 기계적 이상뿐만 아니라 주변 구조물과 교차부분에 대한 안전조치 사항 등의 검사를 강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소보원은 또, 승강기의 자체검사 활동에 있어서도 안전사고의 주요 유형 중 하나인 끼임사고 발생시 스커트 가드 스위치의 작동상태가 60.6%(20개소)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고, 핸드레일 인입구 스위치 미작동으로 비상시에 대비한 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 자체관리가 전반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판단, 이에 대해 시·도 및 소방방재본부에게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점검활동을 강화하고 검사기관에게는 정기검사를 보다 철저히 해줄 것을 건의했다.
검사기준도 조사결과 안내방송 미실시에 대한 법적 규제조치도 없고, 주의표시가 미흡한 실정인 만큼 안내방송을 검사기준에 포함시켜 의무화함은 물론 주의 표지판도 이용자가 충분히 볼 수 있게끔 크기의 기준조정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특히, 무빙워크에 대한 표지판의 제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안전사고 미보고시 제재조항 신설해야”
무엇보다 소보원은 “검사 기관에서 완성 검사 및 정기 검사를 강화하고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시 관리 주체가 제대로 보고할 수 있는 안전 사고 사례수집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승관법 시행규칙 제24조의3에 관리주체는 사고발생시 검사기관에 보고토록 하고 있음에도 이를 어길 시 규제조치가 없는 실정이다. 당연 검사기관과 소방방재본부가 파악하는 사고통계도 다를 수밖에 없어 정확한 사고예방을 위한 기초통계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꼬집었다. 사고 발생시 신속한 대처 및 재발방지를 위해 사고보고 제도의 실효성 확보가 시급한 만큼 승관법의 사고 미보고시 제재조항을 신설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보원측은 “일본의 경우 이미 1981년부터 일본 엘리베이터협회의 산하기구로 ‘에스컬레이터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협회 가맹사가 보수하고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대상으로 안전사고 발생원인, 발생장소 등을 수집·분석한 후 개선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안전사고 발생률을 줄이고 있다”며, 국내 역시 “관련기관에서 ‘전문위원회’를 통합 구성해 안전사고 사례수집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마련에 적극 나설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소보원에 접수된 안전사고 중 이용자들, 특히 10세 이하의 어린이나 노약자들이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넘어져 다친 경우가 많았던 만큼 이용자들은 올바른 이용방법이나 주의사항을 준수하고, 어린이들이 이용 중 장난을 치지 않도록 보호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관련기관에서는 이용시 주의사항 등에 대한 홍보강화 및 체험교육 등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문의 : 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자안전국 생활안전팀 / 전화. 02-3460-3483).
■글·정리 : 박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