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트아시아

ㆍ구분	인터뷰
ㆍ게재년월	2016-04

한국승강기공사협회 김영배 회장, 설치업계 근무환경 개선 적극 나설 터

한국승강기공사협회 김영배 회장
“설치업계 근무환경 개선 적극 나설 터”
주5일 근무제·적정공기 확보 실현으로 ‘살맛나는’업계 환경 조성
올해 설치 도급비 14% 인상 추진…신규 인력 유입 통로 마련

“승강기 설치 적정 도급비의 현실화와 주5일제 근무 정착을 통한 설치업체들의 근무환경 개선에 주력할 것입니다.”
지난 2월 27일 열린 한국승강기공사협회 2016년 정기총회에서 제3대 집행부 수장으로 선출된 김영배 신임 회장의 말이다.
한국승강기공사협회(이하 공사협회, 회장 김영배)는 국내 승강기 설치공사업 전문업체 89개사로 구성된 단체로, 티센크루프, 현대, 미씨비시, 오티스 등 국내 승강기 메이저 4사의 설치공사업 협력업체로 꾸려져 있다.
김영배 신임 회장은 세번째 집행부 수장을 맡은 만큼 임기 동안 세운 목표를 완주하겠다는 굳은 다짐이다. 가장 먼저 추진할 업무는 설치 도급비 인상작업이다. 지난 3년간 협상 테이블에서 10% 이상의 인상률을 도출해 온 공사협회는 올해 13~14% 인상을 목표로 원도급사와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입장이다.
이와함께 근무환경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주5일 근무제 전면 시행을 추진할 계획이다. 공사협회 차원에서 지난해 5월 1일부터 시행에 돌입했으나 건설업체 및 메이저 승강기회사와의 합의점은 아직 찾지 못한 상황이다. 김 회장은 “주5일 근무제는 근로기준법 제50조, 53조 규정에 의거해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되어 있다”며 “그러나 현실은 공기 재촉으로 일요일에도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공사협회측은 승강기 설치공사업계 종사자들의 안전과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몇몇 건설사를 대상으로 준법근무 시행과 관철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로 결의했다.
본지는 공사협회 김영배 회장을 만나 국내 승강기 설치공사업계가 당면한 현실과 문제점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사협회만의 개선방안 등을 들어보고 설치공사업계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한국승강기공사협회에 대한 소개와 회원사 현황을 말씀해 주세요.
지난 2011년 12월 창립대회를 가진 한국승강기공사협회는 현대, 오티스, 미쓰비시, 티센 등 국내 메이저회사의 설치공사업 협력업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총 89개사 중 업체별로는 현대(47개사), 티센(25개사), 오티스(11개사), 미쓰비시(5개사), 기타(1개사) 순이며, 지역별로는 서울·경기지역이 47개사로 가장 많고, 경상지역(21개사), 전라지역(11개사), 충청지역(9개사) 순으로 꾸려져 있습니다. 업체당 평균 종사자 수는 50명이며, 종사자 수 120명 이상인 규모있는 업체도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2016년 3월 기준 전국 설치공사업체는 약 140개사, 종사자 수 3,200여명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약 65%에 이르는 업체가 공사협회에 가입되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인원수로는 약 80%에 달하는 종사자가 협회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공사협회에 미가입된 업체 대부분은 10인 이하 소규모 영세업체들이며, 공사협회는 이들도 모두 끌어안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공사협회 회장으로서 저는 전 회원사들의 처우 개선과 권익 대변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한편, 회원 한분 한분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현재 국내 승강기 설치공사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국내 승강기 산업은 세계 8위권의 보유강국이라는 외형적 성장에 비해 내적 불균형을 안고 있는 취약한 업종 중 하나입니다. ‘동반성장’이라는 이슈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지난 2010년 대·중소기업 간 갈등조정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산업구조에서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열정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많은 어려움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는 승강기 설치공사업계에도 유사하게 적용됩니다.
승강기 설치공사업은 승강기에서 매우 중요한 공정을 차지하고 있고 고급기술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중심의 시장지배 구조 속에서 정당한 처우를 못받고 있습니다.
승강기 설치공사업계가 처한 가장 큰 문제점은 열악한 근무환경에 있다 하겠습니다. 설치현장은 항상 위험한 고소작업 공간에 속해있고, 건물의 후반 공정작업 단계에서 목표 공기에 맞춰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하다보면 안전사고 발생 개연성에 항상 노출되어 있습니다.
특히 설치직원의 고령화로 납기준수를 위해 과도하게 근무해 피로도 많이 누적되어 있습니다. 대다수 젊은 인력들이 하나의 설치현장을 경험하고 나면 위험하고 강도높은 작업으로 인해 유지관리 분야로 이직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러다 보니, 설치 종사자 대부분은 50대 이상의 연령층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주7일 현장에서 작업하다 보니 혼기를 놓친 분들도 꽤 있습니다.
설치업계는 위험하고 힘든 작업, 전문 기술직에 걸맞지 않은 보수조건, 낙후한 복리후생제도 등으로 신규 젊은인력들이 유입할 수 있는 통로가 거의 막혀 있어, 선순환할 수 있는 구조로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이같은 총체적 위기 속에서도 설치현장에서 오늘도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작업 중인 설치직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난 2011년 공사협회 창립 이래 매년 설치 도급비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승강기 설치 도급비는 지난해 10% 인상 이후 올해 13~14% 인상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협회 창립 이후 3년간 설치 도급비는 창립 이전 대비 20% 이상 올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일하는 강도에 비해 손에 쥐는 수익은 그리 높지 않는 수준입니다. 이는 인상 전 설치 도급비가 상대적으로 매우 낮았음을 방증합니다.
현재 저층 건물의 승강기(5층 건물, 2인1조 작업 기준) 대당 설치비용은 평균 500만원 선입니다. 이에 비해 고층 건물의 승강기(25층 건물 기준) 대당 설치비용은 680만원 선에 불과합니다.
고층 건물의 승강기 설치작업이 기술력, 위험정도, 투입인력 면에서 월등히 높음에도 설치비용은 150만원 차이 밖에 나질 않아 업체에서 선뜻 공사를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또 고층건물에 설치되는 승강기는 자체 품질검사도 까다로워 설치업체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승강기 설치공사는 건설경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아 파고와 기복이 심한 분야에 속합니다. 경기가 안좋아지면 직원수가 많은 업체들은 일감은 줄어드는 반면 직원 인건비가 고정적으로 지출되어야 하기 때문에 유지의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이같은 업계의 현실을 반영해 공사협회는 올해에도 설치 도급비 인상을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주 5일근무와 표준공기 준수와 관련하여 현재 건설사 및 메이저 제조사들의 반응은.
지난해 공사협회는 승강기 설치업계 종사자들의 안전과 근무환경 개선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5일 근무제 시행’과 ‘적정공기 확보’내용을 담은 협조 공문을 100대 종합건설사에 보낸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건설사들은 자신들의 수주물량 해소를 위해 일방적으로 공기를 설정하는 한편, 이를 제조사에 지시하고 제조사는 우리에게 무조건 공기준수를 요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속도 105m/min,, 20층(15인승 기준) 건물에 설치하는 승강기를 기준으로 우리는 10~19대 현장 기준 110일을 적정공기로 요구하고 있는 반면, 건설사는 호기별로 45일의 공기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특히 건설사는 제시한 설정공기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제조사 귀책사유로 인한 완성검사 최종 지연시 지체상금률을 1일당 해당호기 계약금액의 0.3%를 물리겠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승강기 설치작업은 건설의 마지막 공정에 해당합니다. 승강기 설치를 단시일 내 마무리함으로써 20% 이상의 공기단축 효과를 거둘 수 있어 건설사들은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입니다.
그러나 공사협회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설치직원들의 처우 개선만이 설치업계 전체를 살리는 길이라고 판단하고, 주5일 근무제와 표준공기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주5일 근무 정착과 표준공기 준수 이행을 위한 공사협회의 노력이 있다면.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현재 건설사들은 공사협회측이 내놓은 주5일 근무제와 표준공기 확보안을 묵살하고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주5일 근무에 대해 ‘1일 2인 8시간 주6일(일요일 제외) 작업’을 고수하고 있고, 적정공기 확보에 대해서는 대폭 단축한 임의공기를 지정하고 부당하게 준수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공사협회는 지난달 가진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이같은 통지를 받은 건설사 현장에서는 준법근무를 실시하고 근무시간 준수, 토요일 의무휴무 실시로 주5일 근무제를 정착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현재 해당 건설사 수주물량이 270%로 증가한 상태이기 때문에 최소 한달만이라도 준법근무를 시행해 우리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수 있도록 대동단결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저는 그동안 우월적 지위에서 억압받고 정당회되지 않던 사항에 대해 법과 기본준수를 통해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설치 종사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해 건실한 설치 작업환경을 만들 것입니다. 특히 주5일 근무제 정착을 위해 현안을 개선해 좀 더 나은 근무환경 속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현재 건설사→승강기 제조사→설치업체로 이어지는 하도급 방식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방안이 있다면.
지난해 외형상 공동수급 형태를 취하고 있는 승강기 불공정 하도급 거래방식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심의 종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현재 건설사는 승강기 물량을 일괄방식으로 제조사에 발주하고 있습니다. 제조사는 전 공정의 25%를 차지하는 설치공정분 중 13%의 비용만을 우리에게 지불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12%는 제조사라는 명목으로 챙기는 이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사협회는 이같은 불합리한 제도 개선을 위해 공공입찰시 분리발주 방식을 도입·적용할 것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분리발주는 발주자가 하나의 공사를 둘 이상의 업자에게 분리해 발주하는 방식입니다.
발주자는 투명하고 공정한 테스트를 통해 기술력있는 업체 선택이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의 하도급 관행도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더불어 공공안전 서비스 수준 및 시공품질의 향상과 공기 단축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