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승강기 안전교육 ‘不在’, 계도홍보 ‘절실’
게재월 ; 2003년 5월

지난 1월 16일 오후 경기 김포시에서는 14세 초등학생이 상승운행 중인 벨트식 무빙워크를 타고가는 도중 핸드레일과 바깥쪽 돌출벽면 하부에 머리가 끼어 중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지난 3월 16일에는 서울 양천구의 모 백화점에서 6세 남자 아이가 에스컬레이터에서 거꾸로 바라보며 하강하던 중 스텝 라이저 부분과 스커트가드 사이에 우측신발이 말려들어가자 신발을 빼내려다 오른손 손가락이 끼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해 언론으로부터 안전불감증을 지적받기도 했다. 정말 ‘이쯤되면’ 승강기는 편의시설이라기보다 ‘흉기’에 가깝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연초부터 부쩍 많은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원장 박문수, www.kesi.or.kr, 이하 관리원) 사고통계를 보면 지난 3월 말까지 총 12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지난 1999년 한 해 사고발생 건수와 같다. 1993부터 2003년 3월까지 전체 피해자가 2백53명, 이 중 13세 미만 어린이들의 피해는 전체 중 25%에 해당하는 63명에 이르고, 앞서 예시한 2건의 사고를 포함해 올들어 13세 이하 어린이들이 피해를 입은 사고만도 4건이나 된다.
물론 인명피해를 입지 않은 소소한 사고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치는 훨씬 높아진다. 그만큼 승강기 설치가 늘어나고 이용빈도도 상승한 데 따른 부작용일 수 있지만 현 실태를 더이상 좌시한다면 ‘대한민국 = 사고공화국’이란 멍에를 지우는 데 승강기 안전부문이 ‘걸림돌’로 지적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승강기 안전사고의 위험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어린이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이에 지난달 본지 ‘월간 엘리베이터·주차설비(발행인 이주민, www.liftasia.com)’와 관리원이 공동으로 서울 시내 초등학생 1백명을 대상으로 ‘승강기 안전’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백 명 중 67명(남 31 / 여 36)이 “승강기는 위험하다”고 답했고, “모르겠다”고 응답한 27명(남 17 / 여 10)까지 제외한다면 “안전하다”고 느끼는 어린 학생들은 고작 6명(남 4 / 여 1)에 불과해 어린 아이들의 눈에 승강기가 어떻게 비쳐지고 있는 지 가늠해볼 수 있다.

전체 중 절반 가량 “교육받은 적 없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일 승강기 이용 횟수와 관련한 질문에 1백 명 학생 중 “전혀 이용 안한다”고 답한 42명(남 22 / 여 20)을 제외하고는 전부 하루 최소이용 횟수가 1회 이상으로 나타났고 특히, 32명(남 14 / 여 18)은 적어도 3번 이상은 이용할 정도로 승강기 이용이 잦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의 올바른 이용방법에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1백 명 중 “전혀 모른다”고 답한 8명(남 6 / 여 2)을 제외한 나머지는 적어도 1가지 정도는 알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와 관련해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이용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복수응답으로 “잘 모르겠다”는 27명(남 13 / 여 14)과 “받은 적이 없다”는 51명(남 25 / 여 26)을 제외하고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수는 42명(남 25 / 여 26)에 그친 만큼 가정이나 학교에서 ‘승강기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승강기 탑승행태와 관련해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때 누구와 함께 탑승하는가?”에 대한 설문에 복수응답으로 ▲“부모나 어른들과 함께 탄다”고 답한 50명(남 24 / 여 26) ▲“친구와 함께 탄다”는 28명(남 23 / 여 6)을 제외하고 혼자 타는 경우는 40명(남 27 / 여 13)이나 됐다.
이와 맥락을 같이 해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이용시 장난을 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장난을 치지 않는다”고 답한 59명을 제외하고는 ▲33명(남 22 / 여 11)이 “뛰어다닌 적이 있다” ▲4명(남 4)이 “낙서를 한 적이 있다” ▲3명(남 3)이 “물장난을 친 적이 있다”고 복수응답함으로써 부모나 어른들과 탑승하지 않을 경우 대부분 장난으로 이어짐을 추측케 하고 있다.
조사결과 “소변을 본 적이 있다”고 답한 초등학생은 한 명도 없었지만, 설문조사 중 본지 기자가 “정말 오줌 싼 적 없어?”라는 직접 질문에 “부끄러워서 체크하지 않았다”고 대답한 학생이 있는 것으로 봤을 때 조사결과 나타난 수치보다 실제 장난을 치는 정도가 심한 것으로 추측됨에 따라 학교 및 가정에서의 승강기의 올바른 이용방법에 대한 ‘승강기 안전교육’이 절실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실제 사고경험은 얼마나 될까. 119 구조대의 통계에 따르면 가장 많은 사고유형이 ‘갇힘사고’인 만큼 이에 1백명 초등학생들에게 “엘리베이터 이용시 갇힌 적이 있거나 갇힌 것을 본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1백명 중 22명, “승강기에 갇힌 적 있다”
그 결과 ▲“갇힌 적이 있다”가 22명(남 13 / 여 9)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가 46명(남 25 / 여 21)으로 복수응답했으며, ▲“갇힌 적이 없다”고 답한 학생이 33명(남 15 / 여 17)에 불과해 ‘갇힘사고’가 직접 경험하거나 주위에서 흔히 보거나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일반화되고 있음을 보여 그만큼 승강기 안전사고 발생의 개연성이 높음과 그 심각성을 짐작케 하고 있다.
그밖에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이용과 관련해 궁금하거나 건의사항이 있다면?”이라는 설문에 초등학생 다운 의견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승강기 분야는 물론 기성세대가 유심히 귀 기울여야 할 내용들도 꽤 된다.
이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하면 ▲“엘리베이터는 문에 뭔가 끼이게 되면 다시 열리게 되는데 얼마전 TV를 보니까 사람이 끼여도 문이 안열렸어요. 이럴수가 있나요?” ▲“에스컬레이터에 틈은 왜 있나요. 사람 다치는데…” ▲엘리베이터는 흔들려서 싫고, 에스컬레이터는 손이 낄지 몰라 겁이 나요. 엘리베이터에서 누가 같이 타서 날 죽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하철과 같은 데서 에스컬레이터 탈 때 사람들이 갑자기 몰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혹시 유괴범이 있을 지 모르니까 초등학생 손에 닿도록 비상벨을 낮게 설치해줬으면 좋겠어요. 또 엘리베이터가 문제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어요” ▲“고장수리가 너무 잦은 것 같아요” ▲“스티커 광고를 금지시켜 주세요” ▲“에스컬레이터 계단이 너무 높아요” ▲“안전하고 편했으면 해요” ▲“엘리베이터가 너무 지저분해요” ▲“소음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등등 승강기에 대한 불안과 우려, 기타 건의사항이 상당히 많았다.
초등학생 설문조사를 마치고 몇몇 교사들과 인터뷰를 한 결과 학생들에게 대부분 매일 이용하는 승강기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시한 적이 있는 지를 물어보면 대부분 “없다”라고 말하거나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모 초등학교 남자 교사는 심지어 “대부분 학생들이 승강기를 탈 일이 없어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대답해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의 승강기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낮은 수준인 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땅에서 자라나는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의 눈에 승강기가 “안전하고 편하다”는 인식이 들 때까지는 어른들이 할 일이 참 많다(문의 :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 전화. 02-539-9772 / 웹. www.kesi.or.kr).▣
글. 정리. 박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