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Intro
|
|
고층 건물과 피난용 승강기
 고층 건물과 피난용 승강기 기고 : 한국승강기대학 승강기안전관리과 황수철 교수 올해 초 개정·공포된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국토해양부령 제433호)’이 최근 시행·적용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5월 입법예고됐지만 내용 수정변경 등의 이유로 지난 1월 6일 일부개정안이 발표됐고 지난달 17일자로 최초 건축허가를 신청하는 경우부터 적용된다. 개정의 주요 골자는 50층 이상의 건물에만 적용하던 고층건물 화재 시 피난공간의 의무 설치를 30층 이상의 건물부터 적용하는 부분과 고층건물 화재 시 피난용 승강기 설치의 의무화 등이다. 피난용 승강기 설치기준 중 승강장 구조를 살펴보면 오른쪽 정리된 표에서와 같이 ▲피난용 승강기를 타는 승강장의 출입구를 제외한 부분은 해당 건축물의 다른 부분과 내화구조의 바닥 및 벽으로 구획할 것 ▲승강장은 각 층의 내부와 갑종방화문으로 연결할 것 ▲실내에 접하는 부분의 마감은 불연재료를 사용할 것 ▲예비전원으로 작동하는 조명설비를 설치할 것 ▲승강장 바닥면적은 피난용 승강기 1대에 대해 6제곱미터 이상으로 할 것 ▲승강장 출입구 부근에 피난용 승강기임을 알리는 표지를 설치할 것 등이 명시되어 있다. 이외에도 피난용 승강기 승강로 및 기계실 구조, 전용 예비전원 등이 규정되어 있으며, 이는 30층 이상 건물부터 적용되지만 30~49층 높이의 공동주택은 제외된다. 이는 고층건물 화재 발생시 안전하게 피난할 수 있도록 피난안전구역이나 옥상 대피공간, 종합방재실과 특히 피난용승강기 설치기준을 정함으로써 고층건물 화재 발생시 안전한 피난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상층부로 화재 확산을 방지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초고층 건물 건축 붐에 대응한 가장 적절한 조치라고 볼 수 있겠다. 원래 피난과 관련있는 승용 승강기와 비상용 승강기 설치기준은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서 규정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국토해양부령인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으로 이관됐으며, 고층건물에 설치하는 피난용 승강기 구조는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에 전격 위임하고 있다.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3월 17일자로 시행, 고층건물 내 피난용 승강기 설치와 구조 명시 이에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 주무부처는 피난용 승강기에 대한 구조적인 안전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검사기준에 반영해 적절한 내용으로 피난용 승강기 설치와 관리를 검사해야 한다. 담당부서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안전개선과는 현재 개정작업 중인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 하위법령 관련 업무가 마무리되는대로 업계 중론을 수렴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실 고층건물 화재 시 불을 피해 대피하려고 승강기를 탔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가 승강기 관련사고로 집계되지 않아 승강기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에서도 그 내용의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승강기 안전관련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서는 건물 화재시 승강기 사용이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승강기사고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통계도 없고 예방책 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건물 화재시 승강기를 잘못 사용해 발생하는 인명사고는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필자가 대략 인터넷 검색을 통해 조사한 것만 해도 수년 이내에 여러 건이 나타난다. 지난해 경기도 김포의 한 아파트에서는 화재가 발생해 40대 두 남자가 희생당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그 아파트 CCTV에 녹화된 두 사람의 사고 과정은 연기가 승강기 안으로 밀고들어오자 1층에 도착한 승강기 문이 열리면서 타고 있던 80대 노모와 60대 아들은 무사히 내렸다. 이어 40대 남성 2명이 승강기에 오르고 승강기가 위로 올라가자 이내 시커먼 연기가 승강기 안을 뒤덮어 암흑상태가 됐다. 연기를 감지한 승강기는 12층에 멈추고 문이 열렸지만 이미 연기와 유독가스에 질식한 두 사람은 문쪽에 쓰러져 있었다. 승강기 승강로는 건물을 수직으로 연결해 화재시 굴뚝 역할을 하므로 승강장 문을 통해 연기가 유입될 뿐 아니라 화재를 위층으로 급격히 번지게 한다. 이 같은 문제는 다른 많은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01년 3월 서울 모 호텔에서 종업원이 타고 대피하던 승강기 전원이 차단돼 층간에 멈추는 바람에 발생한 질식사 사고, 2001년 10월 인천의 한 예식장에서 불을 끄던 소방관 2명이 승강기를 타고 3층으로 진입하려는 순간 솟아오른 불길을 피하지 못해 사망한 사고, 2002년 12월 상가건물에서 아버지와 초등학생이 5층에서 화재를 피해 타고 내려오던 승강기가 고장으로 멈춰 발생한 질식사 사고, 2010년 10월 부산 해운대 모 빌딩 4층에서 발생한 화재가 순식간에 승강기 통로를 타고 38층까지 번진 대형사고 등이 그것이다. 해외 사례도 많이 발견된다. 1999년 12월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기숙사에서 불이나 많은 학생들이 승강기로 대피하다가 질식사 또는 부상당하는 사고, 2000년 8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오스탄키노 방송타워 화재 시 승강기에 탄 사람들이 사망한 사고, 2004년 10월 중국 광둥성에 있는 LG전자 후이저우 공장에서 큰 불이 나 중국인 직원 2명이 숨지고 4명이 중태에 빠지는 사고 등이 눈에 띄인다. 이렇게 불이 난 건물에서 승강기를 타고 대피하려다 많은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는 반면, 승강기 사용을 못하게 해서 인명피해를 모면한 사례도 있다. 2006년 7월 서울 시내 모 병원 7층에서 승강기 문이 열리자 연기가 가득 차 있는 것을 본 간호사가 베란다로 안내해 큰 인명피해 없이 전원 구조된 사건이나 2007년 8월 강원도의 한 리조트 9층에서 갑자기 연기가 나자 화재로 판단한 관리자가 승강기 전원을 끄고 비상계단으로 피난을 유도해 투숙객 200여 명이 모두 무사히 대피한 사건 등이 그것이다. 소방방재청은 인터넷이나 반상회 등 각종 채널을 통해 고층건물 화재시 승강기 이용의 위험성을 홍보하고 있으며, 승강기 안전관리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도 홈페이지에 비상시 안전행동요령 이벤트 등으로 고층건물 화재시 대피 요령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승강기 이용자 대부분은 앞에서 언급한 사고에서 처럼 주의점을 숙지하지 못하고 비상시에 잘못 대처하는 것이 보통이다. 일반 승객용 승강기에 대한 화재 시 안전확보 대안도 마련해야 이제 고층건물의 승강기는 3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첫번째는 소방관이나 구조대가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소방ㆍ구조용 승강기다. 이를 법에서는 비상용 승강기라고 명명한다. 그리고 고층건물에서 향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건물 내 일반인이 이용가능한 피난용 승강기가 두번째이고, 마지막으로는 앞의 비상용이나 피난용이 아닌 일반 승객용 승강기다. 앞의 두 승강기는 건물에 화재 발생시 소화작업을 위한 소방관이나 건물내 거주하는 인원이 피난하기 위해 비상상태에서 자동운전 동작이 가능하도록 설치된 승강기이다. 물론 이는 화재시 운행이 가능해야 하므로 물과 불, 화학적 연기 등의 환경에 대해 충분히 견딜 수 있는 구조적인 내연·불연 등의 공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마지막에 열거한 일반 승객용 승강기는 화재시 승객의 안전을 위한 그 어떤 운전기준도 없는 현실이다. 비상용 승강기와 피난용 승강기는 소화 및 건물 내 거주인원 구조를 위해 건축 관련자들이 적극적으로 노력해 최소한의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제도화한 것이지만, 일반 승객용 승강기는 탑승객들의 안전한 피난 대책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규모를 갖춘 고층건물에는 몇몇대의 비상용 및 피난용 승강기가 있고 나머지의 대부분은 일반 승객용 승강기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 승객용 승강기의 탑승객에 대한 인명보호에 대한 배려도 당연히 필요하다고 본다. 비상용과 피난용이 아닌 승강기는 화재인식 후 탑승이 불가능하도록 운전을 중지시켜야 하며, 화재인식 당시 카 내의 탑승객은 건물 내에서 가장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피난층으로 대피시켜야 할 것이다. 또 더 이상의 불안전한 운행으로 인명피해가 없도록 운행중지 상태로 대기시켜야 한다. 정부 및 지자체, 고층건물 화재시 ‘승강기 안전 지키기’ 고심 앞서 언급한 이 같은 운행 동작은 제어반의 메모리에 약간의 프로그램을 추가함으로써 실현할 수 있는 내용이다. 지난해 9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지하철역 화재 발생에 대비해 이용객들이 안전 확보를 위해 개발한 승강설비 화재연동 제어시스템도 이같은 맥락이다. 역사에 불이 났을 경우, 제어 시스템에 의해 엘리베이터는 발화위치에 따라 안전층에 자동으로 이동하고, 에스컬레이터의 운행은 일괄 정지된다는 것이다. 이로써 지하철 역사에서 화재 발생시 더 큰 피해를 방지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지난해 3월부터 시행 적용 중인 ‘서울특별시 초고층 건축물 승강기 설치 가이드라인’과 최근 시행되고 있는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등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고층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승강기 안전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서울특별시 초고층 건축물 승강기 설치 가이드라인은 초고층 건축물(50층 이상 또는 건물높이 200m 이상 건축물)을 서울특별시 건축심의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승강기 수송능력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승강기 전문 컨설턴트에 의해 수행된 결과물을 첨부해야 하고 설명서와 함께 성능기반에 의해 검토 반영됐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의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도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의 승강기 검사기준에 피난용 승강기 구조 기준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일반 승객용 승강기의 피난운전 의무화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좀 더 적극적인 인명 보호를 위해 카 내 화재시 연기에 의한 질식 방지 장치를 별도로 구비할 것을 의무화한다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