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년월 : 2004년 7월호
부제목 : 단차해소 등 보행동선·안전성 확보해야
■기고·계명대학교 교통공학과 정병두 교수 / jungbd@kmu.ac.kr

‘교통 약자(the transportation poor)’란 넓은 의미로 자동차 이용에 비해 약자인 보행자 및 자전거 이용자, 일반인에 비해 약자인 장애인·고령자·부녀자·어린이 등을 포함하며, 낙후된 소외 지역 주민, 저소득자 등 경제·사회적 이유에 의해 교통 혜택을 많이 받지 못하는 사람들까지도 포괄적 의미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동 제약자(the mobility handicapped)’는 도보를 포함한 교통 수단을 이용해 이동할 때 제약당하는 사람들로, 고령자·장애인에 한정하지 않고 신체적으로 일시 이동하기 힘든 환자·임산부, 아기를 업고 있는 사람, 무거운 짐을 가지고 있는 사람 등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이와같은 교통 약자는 2003년 말 현재 어린이(5~9세),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을 포함할 경우 전체 인구의 약 25.6% 에 해당하는 약 1천2백15만 명에 이르며, 특히 2000년에 UN이 지정한 65세 이상 인구가 7%를 넘는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 진입 이후, 2019년경에는 65세 인구가 14%를 넘는 고령 사회(Aged society)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교통 약자의 이동 원활화 증진방안인 ‘교통 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법(안)’이 입법 예고됨에 따라 교통 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 수단, 여객 시설 및 도로에 편의 시설을 확충하고 보행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도로에서의 보행자 동선을 연속적으로 확보하고, 동선상의 각 장소에서 안전성 및 쾌적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행공간 정비방침 및 정비요소 과제
교통 약자를 위한 보행 공간 정비 방침과 방침별 정비 요소와 과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단차 해소 : 보행 동선상의 단차는 최소한으로 하고 교차 지점 등에서는 완만한 구배로 단차 해소를 도모하고 시각 장애인이 보·차도 간의 경계를 식별 가능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또 등급이 낮은 가로와 간선 도로의 교차 지점에서는 지구 내 차도 부분을 보도높이로 조정해 험프 구조로 만들고 보·차도 간의 단차를 완화하는 것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행을 위한 폭원 확보·평탄성 유지 : 보행 공간 폭원은 휠체어 통행을 고려 확보하되, 유효 폭원을 위해 방호책 위치와 형태, 전신주·표지주 등의 정리 통합과 가동 장애물 제거 등에 관해 검토해야 한다.
빗물 배수를 위한 횡단 구배를 최소로 한정하고, 도로변 부지로의 진·출입부에는 특수 블록을 채용하거나 보도를 완만한 구배로 평탄성을 유지하도록 한다.
■안전성·쾌적성 확보 : 횡단 보도 설치 위치의 적정화를 도모함과 동시에 차도 횡단부에서는 음향식이나 진동식 신호 등 교통 약자를 배려한 시설 정비를 검토한다.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 포장재를 이용하고 유도용 블록이나 점자 안내판 등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정보안내 시설 정비와 표지에 있어서도 눈에 잘 띄도록 배려한다.

대중교통수단을 통한 이동의 원활화
선진외국에서는 다음과 같이 교통 약자와 이동 제약자를 위해 대중 교통 수단을 이용한 이동의 원활화를 꾀하고 있다.
■철도역, 버스터미널, 여객선·공항터미널 : 역의 출입구부터 승강장에 이르기까지 통로에 대해 시각 장애자 유도블럭을 비롯해 엘리베이터 및 슬로프에 의한 고저차(단차)를 해소하고, 휠체어 통행이 가능한 폭원을 확보하는 것은 여객시설의 이동 원활화의 기본적인 목표라 할 수 있다.
한 개 이상의 출입구 폭은 80cm 이상으로 하고 공공 통로로 직접 통하지 않는 출입구 폭은 90cm 이상, 통로 폭은 휠체어가 회전 가능한 140cm 이상으로 하고 있다.
승강장의 홈도어(스크린 도어), 가동식 홈펜스, 유도 블럭 등은 시각 장애인이 선로에 넘어지지 않도록 설비하고, 엘리베이터(안에서 회전 가능하도록 140×135cm 이상),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했다. 이외에도 출입구로부터 승강장까지 시각 장애자 유도용 블록, 시각 정보 및 청각 정보를 제공하는 설비를 갖췄다.
■저상버스 도입 : ‘Non-step’ 버스는 승하차 계단이 없어서 도시철도와 같이 수평 승·하차가 가능해 외국에서는 영국 런던 (70%), 덴마크 코펜하겐 (60%), 캐나다 오타와 (30%) 등에서 이미 보편화된 대중교통 수단이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지난해 3대를 시범 운행한 바 있고, 향후 10년 간 6대 광역시에 전체 시내버스의 약 10%, 1천6백여 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Low floor’ 버스는 차량에 리프트 혹은 슬로프를 부착하거나 휠체어 이용이 가능하며, ‘One-step’ 버스의 경우 승강 고저차를 해결하기 위해 버스 승강장을 차량 바닥 높이와 같이 설치, 교통 약자의 이용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 커뮤니티버스 및 ST 서비스 도입 : 교통 약자의 대중 교통 서비스 제공을 위해 버스와 택시의 틈새(Transportation gap)를 메울 수 있는 것으로, 외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보급되고 있는 커뮤니티버스 및 이동상 심각한 제약을 가진 장애인·고령자 전용 ‘door to door’의 ‘ST(Special Transport)’ 서비스의 도입이 필요하다.
리프트를 장착한 커뮤니티버스(영국 Mobility bus, 일본 Aka bus 등)가 주택가와 지하철역 주변을 연결하는 마을버스 역할을 함으로써 교통 약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기존 노선 버스 불편 지역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선진국들의 ‘베리어 프리’ 사례
앞서 살펴본 대중 교통 수단과 여객 시설에 대한 베리어 프리와 함께 교통 약자의 이동 원활화를 위해서는 접근 네트워크 보도의 기하 구조, 보도의 유효 폭원, 입체 횡단 시설, 안내 표식 등 중점 정비 지구의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
특히 주요 교통 거점 시설을 포함한 중점 정비 지구에 대해서는 각 자치 단체에서 작성하는 이동 편의 증진 기본계획(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안) 제9조)을 토대로 여객시설뿐만 아니라 주변 접근 도로를 중점적이고 일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보도의 노상시설 등을 제외한 유효 폭원을 2m 이상 확보해야 하며 차도에 대한 보도 높이를 표준 5cm로 해 불규칙한 보도를 해소하고 보·차도 경계부 단차는 표준 2cm로 하지만, 시각 장애인의 식별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2cm 미만의 단차로 정비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곳의 입체 횡단 시설은 원칙적으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각 시설의 안내 표지와 베리어 프리루트 등 지도에 의한 정보 제공과 함께 교차로, 입체 횡단 시설 등 계단부에 시각 장애인 유도용 블록 설치, 신호등에 음향 기능과 교통 약자용 녹색시간 연장 기능 등을 정비함으로써 도로 횡단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국내에서 장애인 편의 시설 세부 지침은 1994년 12월에 ‘장애인 편의 시설 및 설비의 설치 기준에 관한 규칙’이 있으며, 그 후 1997년 3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편의증진의 대상이 장애인에서 고령자와 임산부 등으로 확대되어 시행되고 있다.
특히 교통 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 수단, 여객 시설 및 도로에 편의 시설을 확충하고 보행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인간 중심의 교통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 5월에 입법예고된(건설교통부 공고 2004-139호) ‘교통 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법(안)’은 이제 한국도 사회복지 분야에 두 팔을 걷고 나서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2000년 ‘고령자·신체장애자 등의 공공교통 기관을 이용하는 이동 원활화 촉진에 관한 법률(교통Barrier free법)’이 시행, 교통 사업자에 있어서는 여객 시설 및 차량에 대해 신설, 대규모 개량의 경우 베리어 프리를 의무화했다.
미국은 1990년 ‘ADA(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을 제정, 장애인에 대한 모든 물리적·사회적 베리어 프리를 추진했으며, 영국은 1995년 ‘Disability Discrimination Act’을 마련해 장애를 가진 사람이 고용, 교육, 대중 교통 이용 등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진행한 바 있다.
이외에도 스웨덴은 1979년 ‘공공 교통 기관의 장애인용 시설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장애인에 대한 편의 시설의 확대 및 대책을 의무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