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년월 ; 2004년 1월호
부제목 ; 오는 2025년, 자전거 수송 분담률 25% 계획
■ 글 : 계명대학교 정병두 교통공학과 교수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교통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중앙 정부 차원에서의 도로, 지하철 등 교통시설 확충도 중요하지만, 무공해 교통수단인 자전거 이용의 확대야 말로 효율적인 교통정책의 하나로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의 경우 실질적인 자전거 이용 활성화 정책을 체계화하기 위해 지난 1995년 ‘자전거이용활성화에관한법률’을 제정했고 7월에는 동법 시행령을 공포·시행함으로써 자전거 문화 창출을 위한 제도적 기틀을 마련, 지난 1999년까지 총 4천3백35억 원을 투자해 자전거 도로 4천2백6km, 자전거 보관대 246천 대 분량을 설치하고 자전거 이용에 지장을 주는 횡단보도턱을 정비하는 등 시설정비에서도 많은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선진외국의 경우를 보면, 독일은 1970년대 초에 시작해 중앙 정부 차원의 1백30개 시범 도시를 집중 육성해 자전거 교통 수송 분담률 26%, 자전거 4천5백20만 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네덜란드의 경우에도 1970년대 초부터 시작해 매년 중앙 정부가 2백70억 원을 지원, 현재 자전거 교통 수송 분담률 43%, 자전거 1천1백만 대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적인 ‘자전거 대국’이라 일컬어지는 일본의 경우에도 오래 전부터 국가적인 차원에서 자전거 정책 수립과 함께 자전거 관련 제도 및 시책을 추진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해 오고 있지만, 아직도 자전거 도로의 기능 미비, 방치 자전거의 증가, 저조한 자전거 교통 수단 분담률 등 몇 가지 고질적인 과제가 남아 있다.
따라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일본의 국토교통성과 경찰청이 연계해 전국 19개 모델 도시를 지정, 자전거 이용 환경 개선과 이들 정비 사례를 토대로 정비 지침을 마련했다. 이번 연재에서는 정비 지침과 관련된 주요 내용과 향후 ‘2025년 자전거 분담률 25% 행동 계획’의 정책 이슈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의 자전거 이용 현황 및 과제
일본은 지난 2001년 기준으로 자전거 보유 대수는 8천5백17만 대로 1.5인당 1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 세대가 2대 이상의 자전거를 보유하는 가정은 실제 65.3%에 이르고 있다(1대 23.3%, 5대 이상 7.3%). 또한 최근 연간 약 1천만 대가 신규 유통되고 있어 현 자전거 보유 상황으로 본다면 세계적인 ‘자전거 대국’이라고 말해도 무난할 듯 하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와 같은 대량의 자전거에 비해 주행 공간이 부족하고 녹색 교통 수단으로서의 본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소모품화되고 있다.
지난 1997년의 ‘교토(京都) 협정서’ 합의 이래, 자전거의 활용 추진과 환경 정비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2001년 도로구조령이 개정됐지만 아직도 몇 가지 해결 과제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꾸준히 개선하기 위한 자전거 이용 환경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향후 해결해야 될 과제들을 살펴보면 먼저 ‘자전거 주행 공간의 부족’을 들 수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자전거가 ‘경차량’으로 정의되어 본래는 차도를 주행해야 하는데 노상 불법 주차와 화물 처리로 인해 차도 주행을 할 수 없으며, 통행이 가능(전국 약 6만km)한 일부 보도 또한 보행자와 상충 및 사고 위험이 항상 내재되어 있다.
이와 함께 거론되는 문제가 자전거 도로의 기능이 원활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현재 자전거 도로의 시속은 18km까지 가능하지만 보도 주행에서는 서행하지 않으면 안 되며, 실제 도쿄 23구내의 자동차 평균 시속도 약 18km에 불과하다.
방치된 자전거가 줄어들지 않는 것 또한 끊임없는 문제 중의 하나로 정부 당국은 고민하고 있다. 철도역 주변을 중심으로 방치된 자전거는 약 2백60만9천 대(2000년 기준)에 이르고 있으며, 이에 대한 철거 비용을 1대당 5천 엔으로 계산해 보면 약 1백30억5천만 엔이라는 엄청난 비용손실로 부담이 크다.
따라서 일본은 교통안전 대책과 방치 자전거 대책에 치우쳐 있는 현재 자전거 행정을 개선, 자전거를 뛰어난 도시 교통 수단으로 평가해 생활 환경 전체를 향상시키는 도시 교통 환경 정비의 종합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일본의 자전거 제도·시책의 변천
일본의 자전거에 관한 제도 및 시책의 변천을 [표 1]에서와 같이 살펴보면, 크게 1965년대, 1975년~1985년대, 1988년 이후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교통사고가 급격히 증가한 1965년대는 1970년 ‘도로구조령’ 개정으로 자전거 도로 및 자전거 보행자로, 자전거 전용 도로를 정의하고, ‘자전거 도로의 정비 등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대규모 자전거 도로의 정의가 개시됐다.
이후 1971년부터는 ‘제1차 특정 교통안전 등 시설 정비 사업 5개년 계획’에 의해 교통사고 대책의 일환으로 각종 자전거 도로의 대대적인 정비가 이뤄졌다.
자전거 도로의 지속적인 정비와 함께 늘어나는 방치 자전거 대책을 실시한 1975년~1985년은 1976년 ‘제2차 특정 교통안전 등 시설 정비 사업 5개년 계획’으로 자전거 주차장 정비가 이뤄졌으며, 1980년에는 ‘자전거의 안정 이용 촉진 및 자전거 주차 대책의 종합적 추진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주륜 대책에 있어 이해 관계자의 책임을 명확화했다.
지구 환경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한 1988년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자전거 관련 제도를 살펴보면, ▲1997년, 지구 온난화 방지 교토 회의에 의한 ‘교토협정서’ 체결 ▲1998년~1999년, 자전거 이용 환경 정비 모델 19개 도시 지정 ▲2000년, 도로협의회로부터 ‘지구 환경 영향없는 도로 이용 전환’으로 일상적인 도시 교통 수단으로 자전거 이용의 전환 시도 ▲2001년, ‘도로구조령’ 개정으로 자전거 도로에 관한 설치 요건의 명확화 등 자전거 정책 또한 시대 요구에 부응한 환경 관련 법률 및 사업 제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위와 같은 법률과 제도를 거쳐오면서 ▲약 10만km의 자전거 도로 정비(2000년 기준) ▲자전거 이용자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1970년 1천9백41명 → 1980년 1천51명 → 2002년 9백91명) ▲방치 자전거 대수 감소(1981년 99만 대 → 2001년 54만 대)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자료 ; 일본 국토교통성 도로국).

자전거 이용환경 정비 모델市, ‘나고야 시’
지난 1998년~1999년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한 환경 관련 정책과 맞물려 정부 당국에서 지정된 ‘자전거 이용 환경 정비 모델 19개 도시’ 중 자전거 시책의 선진도시라 불리는 나고야 시는 인구 2백18만7천 명, 면적 3백26km 규모로 일본 중앙에 위치하고 오래 전부터 관동과 관서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상 요지로서, 대도시권 가운데 비교적 공간적 여유가 있고 풍부한 자연이 아직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지역이다.
나고야 시의 자전거 이용에 관한 기본 방침은 승용차 의존형 도시에서 도시 내 교통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도로 폭이 넓은 기존 도로 공간을 활용하는 자전거 이용 환경을 정비하고 있다. 이는 그림 1에서와 같이 자전거와 보행자의 통행 구분을 분리함으로써 보도 중앙에서 차도 측으로 통행하는 자전거 점유율을 기존 66%에서 최대 87%까지 약 20% 가량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자전거 주행 공간을 지속적으로 정비하는 한편, 나고야 시 직원을 대상으로 자전거 통근자의 통근 수당을 증액하는 제도를 도입했는데 시행 결과 통근 수단의 분담률에 있어서, 개정 전에는 자동차 82%, 자전거 18%였던 비율이 개정 후에는 자동차 75%, 자전거 25%로 자전거 분담률이 7% 증가했다.

21세기 자전거 이용 환경의 실현 정책
일본 각 자치 단체에서는 이제까지 자전거 이용 환경 정비를 추진하면서 환경 의식이나 교통 안전 측면에서의 자전거 보완 대책의 필요성 인식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도로 설치를 위한 구체적인 정비 수법이 불명확하고 도시부에서는 이미 연도 이용이 진행되어 있어 도로 공간 활용 제약이 있는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정부 당국은 현재 상황으로는 도로구조령의 개정만으로 전체적인 정비 자체가 곤란하다고 판단해 다음과 같은 ‘자전거 이용 환경 정비 지침’을 마련, 추진할 계획이다(출처 ; 국토교통성 도로국, 2003 .6).
우선 도로 관리를 담당하는 국토교통성과 교통 규제를 담당하는 경찰청이 연계해 전국의 선진 사례 도시 19개 모델 도시를 토대로 자전거 이용 환경 정비 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활용해 개선 전·후 효과 분석 사례집을 집약해 ‘자전거와 마찌츠꾸리의 지혜책’를 책정키로 했다. 또한 국토교통성은 기술 지원뿐만 아니라 예산도 지원함으로써 선진 도시의 사례와 노하우를 소개하고 지자체 자전거 개선 사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일반인에 대해서는 홈페이지에 사업 소개 및 의견 교환 등을 통해 시책에 반영토록 했다.

‘2025년 자전거 수단 분담률 25% 계획’
지구온난화 방지를 향한 움직임이 국제적으로 가속화되고 있음에 따라, 일본에서도 예외없이 지구온난화 대책 추진 요령 및 제7차 교통안전기본계획(2001~2005) 안에 종합적인 자전거 이용 환경 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의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특히 도시 환경 악화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높은 경제성·효율성을 지니고 건강 유지·증진에 기여하는 21세기 녹색 교통 수단인 자전거 종합 정책의 확립을 향해 지난 수년 간에 걸쳐 다각적인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의 자전거 이용 환경은 악화되고 있으며 이에 자전거 활용 추진 연구회에서는 국가에서 추진하는 자전거 활용 추진에 관한 종합 정책의 방향과 이를 뒷받침할 만한 새로운 법 체계 개선 등 자전거 정책 방향에 대한 ‘조사 보고서 2003(2025년, 25% 계획의 전개)’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도로 공간의 재배분으로 자전거 주행 공간을 확보해 도시 교통 수단으로서 이용의 활성화를 도모함을 비롯해 ▲방치 자전거를 유인하는 사업자에게 주차 시설의 설치를 의무화 ▲자전거를 이용한 출근과 등교 통행을 권장(회사 보조금 지급 등) 이용 활성화를 추진 ▲자전거 제품 안전 기준을 조기에 수립 ▲자전거 방치 및 도난에 대비하여 전자 태그(Tag) 및 등록 제도를 도입할 것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25년 시점에서 25%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2025년 25% 행동 계획’은 오는 2025년까지는 자전거 수단 분담률을 1999년 대비 9.6% 높이는 반면, 자동차를 18.2% 감소시키고 대중 교통을 8.7% 증가시켜 각각 25%에 도달함을 의미한다. 이와 더불어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개략적으로 1999년 대비 10% 정도 삭감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