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일조권의 끊임없는 민원, 소방시설 부재
게재월 ; 2003년 4월호

카렌스를 모는 김씨는 자주식 철골 주차장에 들어서는 순간 차가 입구에서부터 들어가지 못해 애를 먹고 결국에는 주차를 하는데 실패했다. 당황한 김씨가 찾아간 관리사무실에서 들은 이야기는 이 주차장은 공작물이기 때문에 8m라는 높이제한으로 RV용 차량은 주차하기 어렵다는 것. 어쩔 수 없이 김씨는 차를 돌려 인근 노상주차장에 주차할 수 밖에 없었다.
회사 건물 자투리땅에 공간활용률이 높다는 미니로터리 방식(8대 수용가능)의 기계식 주차기를 설치하려던 이씨는 높이가 8m를 넘지 않는 터라 일조권 등에 제약을 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게 큰 착오였음을 깨달았다.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진동·소음문제 등으로 인근 주민들과 몇 번이나 협의를 거쳐야 했던 것. 외벽을 쌓아보는 방법도 고려해 봤지만 그렇게 될 경우 공작물로 인정받지 못한다.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라는 편리함과 설치기간의 단축, 공사비용의 절감 그리고 일조권 문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 등에서 건축물보다는 공작물로 주차장 설치를 선호하는 주차업체들의 대부분은 이와같은 문제에 한번쯤은 직면했을 것이다. 건축물에 비해 규제는 적은 대신 ‘안전’의 위험 노출수위는 높은 편이다.
공작물(工作物)을 사전적 의미로 접근하면 건물 교량 터널 철탑 등 인공으로 만든 대상을 지칭하는 용어로, 건축법 시행령 제118조(옹벽 및 공작물 등에의 준용) 1항의 8호에서는 “높이 8미터(위험방지를 위한 난간의 높이를 제외한다) 이하의 기계식 주차장 및 철골 조립식 주차장(바닥면이 조립식이 아닌 것을 포함한다)으로서 외벽이 없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법 모방만 급급, “아쉬움 커”
지난 2000년 6월 27일 개정된 이 조항은 개정 전에는 ‘6미터 이하’로 규정됐던 것이 이후 9미터까지 입법예고로 갔다가 일본법에 ‘8미터 이하’로 명시됐다는 이유로 ‘8미터 이하’로 개정됐다. 이는 가중평균지표면을 기준으로 난간 등을 제외한 높이로 업계 일각에서는 “건축법 관련규정이 8미터가 아니라 8.5미터만 됐더라도 이런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본법만 따라가는 탁상공론적인 법 개정을 아쉬워한다.
공작물을 축조하려면 공작물 축조 신고서와 건설교통부령이 정하는 구조도 및 배치도 등을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제출하고 설치완료 시에는 준공검사를 받은 후 사용이 가능하게 되는데, 관계구청 건축과에 해당 등록신고를 하면 1년 이내에 착공해야 하는 기간도 연기할 수 있고 점용기간도 늘릴 수 있다. 그러나 설치의 편리함 후에 오는 8미터 오류를 발견하는 데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공작물로 분류되는 주차장은 법적으로 사람이 상주하지 않은 곳으로 공작물 주차장을 포함시켜 소방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전기적인 문제나 이용자의 실수 등으로 화재가 일어날 경우 대구 지하철 방화참사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일조권 제한은 없지만 주차장 정비지구나 서울의 경우 신촌을 비롯한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 등의 지역에서는 일조권뿐만 아니라 주차장에서 나오는 진동과 소음문제에 대한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주차장의 대부분이 전용주거지역보다는 일반주거지역에 설치되기 때문에 민원이 제기되면 어쩔 수 없이 시공사와 건축주가 이를 떠맡게 되는 형편”이라고 말하면서, “결국 건축주들은 공작물 준공검사 시에는 외장부분에 창문을 설치하지 않다가 검사 후 소음과 진동방지를 위해 창문을 설치하는 편법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건축물로 허가를 받을 경우 주차장의 30%를 근린생활시설로 사용가능하고 소음, 진동 면에서 일어날 문제의 소지가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50인 이하의 사업장을 가진 영세업체가 주차업체 전체의 9할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종합건설업 면허대신 광고조물공사업 면허만 가지고 있으면 축조가 가능한 공작물에 대한 실효성 여부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심각하게 따져볼 때다.
▣글·신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