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시장 재정립·이용자 서비스 개선 기대
하청구조로의 재편, 보수업 중복등록 등 악영향도 배제 못해
■기고·교통안전공단 특수검사팀 허필입 팀장

지난해 말 현재 전국에 설치된 기계식 주차장은 5만1천2백28기에 43만4천3백5면에 이르고 있다. 갈수록 증가되는 차량과 부족한 주차 공간을 해소하기 위해 기계식 주차장의 설치 및 이용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 건물 준공용으로 설치돼 방치되던 기계식 주차장은 주차 공간 부족 및 제작사 기술 개발, 인정제도 도입과 사용·정기검사 제도 시행에 따른 기계식 주차장의 안전도 확보 등으로 그 수요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또한 기계식 주차장의 비약적인 발전과 기술 개발 등으로 사용이 편리하고 입출고 시간이 단축된 주차장이 다수 실용화되고 있으며, 자투리 땅의 효율적 이용과 건물주들의 기계식 주차장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이 기계식 주차장의 이용 확산에 이바지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계식 주차장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그 이용에 따른 불만 또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자주식 주차장에 비해 좁은 공간에 주차해야 하는 사용상의 불편함과 가동 중 에러 발생, 건축주와 입주자 및 제작사 간 크고 작은 분쟁 등이 기계식 주차장 사용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 그동안 기계식 주차장을 유지·보수하는 환경이 제작과 보수를 겸한 대기업과 중소 주차장 전문업체, 승강기와 기계식 주차장 보수를 겸하는 보수사, IMF 이후 관련업체에서 나온 많은 영세 보수사업자 등이 유지보수의 법적 규제 없이 기술력을 감안하지 않고 서로 경쟁 수주하는 혼전 상태로 이뤄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기계식 주차장 이용자들의 차량 파손 등의 발생 시 적절한 보상도 없었고 영세 보수업체의 난립으로 인한 보수료 덤핑과 낮은 기술력, 보수 품질 저하, 형식적인 보수, 고장수리 지연 등 악순환이 연속되는 열악한 사후관리가 지속되어 왔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지난해 12월 31일자로 주차장법 개정을 통해 보수업 등록제도를 도입하고 등록 절차, 보험 가입 의무화 등을 규정함으로써 이용자의 권익 보호와 기계식 주차장 관리에 대한 안전도 확보에 나섰다. 필자는 이번 주차장법 개정을 통해 보수업체 등록 및 보험 가입은 그동안 난립되어 있는 보수시장 정리와 기계식 주차장 관리 및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가 한층 나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으며, 기계식 주차장에 대한 한 단계 상승된 안전관리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그러나 이 제도 시행에 따른 파급효과 중 부정적인 측면도 여러 모양으로 분출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먼저 제도 도입에 따른 보수업체의 전면적인 재편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보수인력, 장비, 사무실 등의 법정 요구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자금과 인적 기술능력을 보유해야 하므로, 보다 양질의 기술인력에 의한 보수 서비스와 실질적이고 정확한 점검 및 고장수리, 보수료 덤핑으로 인한 과당경쟁 방지 등 긍정적인 면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영세 보수업자들이 연합해 업체를 구성하거나 또는 대기업의 하청구조로의 재편은 현 체제와 거의 변화가 없는 구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승강기 보수업체에서 주차기 보수업의 중복 등록으로 인한 기계식 주차장 보수업계의 잠식에 따른 혼란 가능성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함께 유지보수 제도 정착에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을 것으로 판단된다. 승강기의 경우에는 승강기 관리주체가 월 1회 이상 주기적인 자체 점검을 하도록 의무화하고 자체 검사자의 자격기준을 정함으로써 당연히 자체 점검을 위한 유지보수 계약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기계식 주차장의 경우에는 보수업 등록 규정은 있으나 유지보수 계약은 관리주체의 자의에 의한 임의사항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유지보수 계약을 하지 않고 무자격자가 관리해도 제재가 불가능하고, 감독 행정기관의 행정력 또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도 시행 전 관리방법에 비해 상당한 변화를 일시에 기대하기 곤란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관리비용 상승만 가져올 우려도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또다른 하나는 등록된 보수업체 관리에 관한 문제다. 등록된 보수업체가 관리하는 현장에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경우에 따라서 등록 취소나 영업 정지를 하고 있다. 그러나 단지 처분 방법을 영업 정지나 등록 취소만으로 규정해 사업의 연속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물론 안전성 확보를 ‘제 1의 가치’로 추구하는 것이지만 과다한 행정 처분은 오히려 사업의 위축 내지는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몰고 갈 염려가 있으므로 영업 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을 징수해 금전적인 손해를 주는 등의 방법도 고려해 볼 만 하다. 또한 행정 처분에 따른 영세한 업체의 잦은 사업자 변경이나 부도, 등록된 보수업체가 여러 행정구역에 걸쳐 사업을 수행하게 되므로 이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체계가 없는 것도 문제성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시부터 완벽한 제도가 없기 때문에 적정한 안전관리를 위해 민·관이 다같이 노력해야 하며 단지 보수업 등록 및 보험 가입만으로 기계식 주차장의 원활한 이용과 안전 확보가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므로 제도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몫이라 할 수 있다. 제도 시행의 출발이 유지보수를 통한 안전도를 향상시키고자 하는 의도이기 때문에 제도 시행의 문제점을 도출해 향후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가 더 중요할 것이다. 특히 승강기 보수업과 기계식 주차장 보수업 간 자격 기준, 교육 등을 통한 일정한 구분과 일정 규모 이상의 주차장에 대한 유지보수의 의무화, 보수업 등록업체의 처분이나 관리 시스템의 보완 등을 통해 향후 기계식 주차장의 안전도나 이용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앞으로도 주차난 해소와 안전성 확보를 위한 모두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며 필자가 소속된 교통안전공단도 기계식 주차장의 안전도 확보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문의 ; 교통안전공단 특수검사팀 / 전화. 031-481-0341).